벨기에 대사 부인 사건, 면책특권은 무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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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대사 부인 사건, 면책특권은 무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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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대사 부인 사건, 면책특권은 무적일까? 

박지영 변호사

얼마전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이 환경미화원과 폭행 시비가 붙어 큰 논란이 되었는데요. 심지어 처음이 아니라 두 번째로 저지른 폭행이라 더욱 큰 공분을 샀고, 벨기에에서는 며칠 전 즉시 귀환을 지시받고 본국으로 돌아갔죠. 앞으로도 한국 주재 외교관이 같은 일을 벌인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타국에서 저지른 죄에 대하여 처벌을 할 수는 없는지, 면책특권의 범위와 처벌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 두 번의 폭행 사건

▶ 첫 번째 폭행 사건
지난 4월, 벨기에 대사 부인은 서울에 있는 한 옷가게에서 점원과 말다툼 끝에 뺨을 때렸습니다. 공개된 CCTV 영상에서는 폭행 전 흰색 바지를 신발을 신은 채로 입어보려던 벨기에 대사 부인의 비매너 행동이 그대로 담겨있었으며, 점원과 말다툼을 벌인 후 뒤통수를 치고 뺨을 때리는 모습까지 선명하게 찍혀있었는데요. 해당 영상이 공개된 후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고, 벨기에외무부는 나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경찰조사에 대한 면책특권을 포기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조사 이후 재판 등에 대한 면책특권은 그대로 행사하였고 해당 사건은 불기소 처분 되었으며, 공식 사과 등으로 도의적인 책임에 대한 입장 발표는 하였으나 결국 실질적인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예정보다 빠르게, 올 여름에 조기 귀임 조치를 내려 몇 달 내로 출국을 앞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듯 했습니다.

▶ 두 번째 폭행 사건
하지만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7월 초, 이번엔 환경미화원과 폭행 시비가 붙었습니다. '빗자루 끝이 몸에 닿았다'는 이유로 미화원의 도시락을 발로 차고 뺨을 때렸다고 하는데요. 해당 환경미화원과 고성이 오가고 서로 밀치면서 쌍방 폭행 시비가 붙었습니다. 양측이 서로 고소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건은 일단락되었으나, 단시간 내에 두 번의 폭행 사건을 일으킨 벨기에 대사 부인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었고 결국 즉시 귀임 조치를 내려 본국으로 돌아갔는데요.

■ 면책특권과 형사처벌 가능성
면책특권이란 비엔나 협약에 의거하여 외교관과 그 가족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본국에서 면책특권을 포기한다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폭행 사건 때도 면책특권을 행사하는 것을 내버려두었으며, 사실상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외교적으로 해당 나라에서 처벌을 받게 두지 않고 면책특권을 행사하도록 한 다음에 본국으로 조기 송환하는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첫 번째 폭행으로 인해 조기 송환될 날짜를 코앞에 둔 와중에 두 번째 폭행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본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여전히 처벌의 여지는 남아있기는 합니다. 다만, 피해자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한 수사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며, 사실상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렇다면 민사는 어떨까요?

비엔나 협약에서는 민사행정 또한 면책특권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 부분에 예외가 있는데요. 개인적인 업무를 보다가 문제를 일으킨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례의 경우 큰 실익은 없는 것이...
조기송환을 앞두고, 혹은 송환 이후에 민사소송을 진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보통 소송 절차가 몇 개월은 걸립니다. 그 사이에 본국으로 돌아간 벨기에 대사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와서 출석을 해줄 리도 만무하고, 만약 판결이 나서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했는데 돈을 내지 않았을 경우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가 않습니다. 한국에는 그 사람의 재산이 없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실익이 많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상 국민의 뜨거운 여론에 힘입어 본국에서 면책특권을 포기하는 것만이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 면책특권 불인정 사례
해당 사례와 비교 가능한 외교관 면책특권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주 광주 중국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소속 주재관 A씨는 새벽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걸렸는데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결과 운전면허 취소수준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A씨는 "병원에 입원한 중국인 유학생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으며, 공무 중에 벌어진 일이다" 라고 면책특권을 주장했으나 직무상 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습니다.

이처럼 면책특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백하게 공무상 행위였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요. 몇몇 분께서는 면책특권이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주장을 하시기도 하지만, 해외 주재 한국인 및 가족 또한 동일하게 적용받을 수 있는 권리인만큼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다음번에 벨기에 대사 부인과 흡사한 일이 발생한다면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여론의 힘을 모아 면책특권을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므로,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갖고 강력하게 의견을 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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