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을 피해 도망가다가 추락하면, 성폭행범의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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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을 피해 도망가다가 추락하면, 성폭행범의 책임일까? 

김현귀 변호사

성폭행 당한 것도 억울한데, 추락한 건 내 책임이라고?

- 도대체 왜 그런걸까?

2021년 6월 18일 국민일보 온라인 페이지에서 제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기사에 나온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2019년 초 전북의 모 술집 건물 3층에서 여성 A씨는 남성 B를 마주침

② 갑자기 B가 A를 성폭행하려고 하자, A가 놀라서 도망침.

③ A는 막다른 곳에 도달하자, 3층 창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다가 추락함.

④ A는 7.5m 아래로 떨어져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음


이에 검사는 A를 강간치상으로 기소하였습니다. 해당 죄명은 두 가지로 이루어져있습니다. ①강간 - 강간을 하려다가치상 - 사람을 다치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1심은 ①강간치상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여 A에게 6년의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하지만 2심은 ①강간 (또는 미수)은 인정하되 치상 - 은 무죄로 인정하여 A에게 3년만을 선고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법은 생각보다 몹시 냉정하다]

상당인과관계가 무엇일까?

- 그 개념을 알아보자


어떤 행위를 하면 결과가 발생합니다. 그 행위가 범죄이고, 그 결과가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일때 처벌이 이루어집니다. 이때 처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행위와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인정되어야 합니다. 판례에서 설시하는 상당인과관계의 개념은 몹시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 일반의 경험칙상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or 합법칙적 조건상 있어야 한다 등 애매한 말들로 가득하다)

이를 정말 쉽게 설명드리자면, 10명에게 그러한 행위를 하였을 때 적어도 8~9명은 그런 결과에 도달할 때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됩니다. 형법 교과서에 나와있는 예를 들어 드릴게요.

① A가 칼을 만들어 B에게 팔았고 B는 3년 후 그 칼로 사람을 죽였습니다. A가 칼을 만들어서 팔았기에 B가 살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A에게 B살인에 대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까요?

→ A가 10명의 손님에게 칼을 팔았을 때 8~9명의 손님이 그 칼로 사람을 죽이진 않음. ∴ 상당인과관계 X

② A는 모르는 여성 B를 강간하였고 다음 날 B가 수치심에 자살을 하였습니다. A가 강간하였기에 B가 자살을 했습니다. A에게 B 자살에 대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까요?

→ 강간을 당한 10명의 여성 중 8~9명이 자살까지 하진 않음 ∴ 상당인과관계 X

③ A가 도망갈 곳이 없는 건물 옥상에서 B여성을 강간하려고 하였고 B가 도망치다가 추락하였습니다. A에게 B 추락에 대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까요?

→ 강간을 당할 위기에 처한 10명의 여성 중 8~9명은 뛰어 내려서라도 반항할 것임 ∴ 상당인과관계 O

→ 이에 해당하는 유명한 판례 (속칭 속셈학원 강사 사건)을 소개합니다.

피고인이 자신이 경영하는 속셈학원의 강사로 피해자를 채용하고 학습교재를 설명하겠다는 구실로 유인하여 호텔 객실에 감금한 후 강간하려 하자, 피해자가 완강히 반항하던 중 객실 창문을 통해 탈출하려다가 지상에 추락하여 사망한 사안에서, 피고인의 강간미수행위피해자의 사망과의 사이상당인과관계가 '있'고 보아 피고인을 강간치사죄로 처단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 대법원 1995. 5. 12. 선고 95도425 판결 참조


                                      [얼마나 다급했으면 뛰어내려서라도 도망을 갈까]

이번 사건이 위 ③과 결론을 달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 그것이 알고싶다.


위 ③사건을 보면 강간을 피해 도망치다가 추락하여 사망한 것도, 가해자의 책임으로 보아 강간 (O) + 치사 (O) 로 처벌하였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강간을 피하다가 추락하여 다친 것인데 위 판례와 결론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판례의 세 가지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피고인이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게 추락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 점

2) 술에 만취한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점

3) 최면수사 시 피해자가 만취상태에서 창문을 출입문으로 착각햇다고 진술한 점

가장 핵심은 3)입니다. 즉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려면, 성폭행을 시도할 당시, 피해 여성이 저 창문으로 도망가다가 추락할 수도 있겠다고 예상이 되야 합니다. 피해 여성 역시 다른 도망갈 곳이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탈출구가 창문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① 당시 3층에는 창문이 아니라 출입문 등 다른 출구도 있었던 점 ② 가해 남성 입장에서도 갑자기 피해 여성이 다른 도망처를 두고 창문으로 투신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점 ③ 피해 여성 역시 마지막 탈출의 수단으로 창문을 택한 것이 아니라, 출입문을 통하여 나가려다 오인하여 떨어진 것인 점 세 가지로 인하여 상당인관계가 부정된 것입니다.

(속셈학원 강사 판례에서 호텔 객실 문이 잠겨있었고, 피해 여성이 맨정신이었으며, 마지막 탈출구로 창문을 택하고 뛰어내린 점과 비교된다)

                                        [공정한 판결만 내려지기를 항상 소망한다]

모든 판결이 공정해지기를 바라며

재판과정에서 판사는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 원,피고 / 검찰, 변호인의 의견을 모두 들어본 후 누구의 주장이 더 타당하고 법에 합치하는 가에 따라 결정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판결을 보고 판사를 욕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저 역시 화도 납니다. 하지만 재판장 역시 상당인과관계 인정여부에 대해서 치열한 고민을 내린 끝에 내린 판결 아닐까요~? 모든 판결이 공정해지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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