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시작점
의뢰인 A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 그토록 원하던 모 회사의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실무경험도 쌓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A의 상사 B가 계속적으로 성적인 농담을 하고 어깨를 주무르며 은근한 터치를 해왔기 때문이죠. 회사에 정식으로 항의해볼까 했으나 힘들게 들어온 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고, 나만 잘 피해다니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참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B는 A의 업무처리가 미숙해서 가르쳐줄 게 있다는 핑계로 A를 회의실로 불렀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B가 순식간에 A의 민감한 부위를 움켜쥔 것인데요. 너무 당황하고 놀란 A는 그 순간 바로 항의하지 못하고 대화가 끝난 후에야 회의실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던 A는 어머니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넣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게 되었습니다.
B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였습니다. 강제추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시 실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적더라도 회사에서 해고 등 중징계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B가 검찰에서도 혐의를 부인하자 결국 결국 정식재판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재판과정에서 B의 변호인은 A를 증인으로 신청하였습니다. 그리고 A에게 "평소 남자를 증오하느냐. 그 날 무슨 옷을 입었느냐. 회사에서 실적은 어떻냐. 왜 사건 직후 항의하지 않았냐'는 등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질문을 하였습니다. "피해 당시 양손의 위치는 어디였느냐. 회의실 근처에 누가 있었냐'는 등 당시 상황에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였습니다. 성범죄의 피해자로 나온 증인석에서 떨리고 수치스러운 마음에 대답을 잘 하지 못한 A.
한 달 뒤, 있었던 선고기일에 A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B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다!..
A는 그 회사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고 결국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퇴사 후 수 년간 수치심,그럼에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된 B에 대한 원망,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4년 뒤 A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SNS에 B의 실명과 회사, B가 했던 일들을 올리게 됩니다. A의 SNS에 온 불특정 다수가 그 글을 보게 되었고 곧 B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B는 바로 A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고, A에게 곧 이어 거액의 민사소송도 제기할 예정임을 알렸습니다. 이에 대응하고자 A가 저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2. 변호인의 법적 조력 방향
1) 변호인의견서 작성 및 제출
우선 정보공개청구를 통하여 B의 고소장을 확보하였고, 과거 B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을 열람등사 청구하여 재판 기록을 확보하였습니다.
수사기관에 제출한 변호인의견서를 통하여 A가 SNS에 작성한 글 내용이 ① 허위 사실이 아니라 진실한 사실이라는 점 ② 그 글을 작성하게 주된 동기가 공익적 목적이라는 점을 들어 형법 제 310조로 인한 위법성 조각을 주장하기로 하였습니다.
① 사실인가 허위인가에 대한 판단 기준
: 명예훼손 사건에 있어 내가 작성한 글이 허위 사실이 아니라 진실한 사실이라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법조항은 무엇일까요? 바로 형법 15조입니다.
2)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했을 경우 = 즉 허위가 아니라 '진실'한 사실로 인식했을 경우
3) 무거운 죄로 처벌하지 못한다 = '허위' 사실 명예훼손으로 처벌하지 못한다 = 즉 '진실'한 사실로 취급되 어야 한다.
∴ 그래서 형법 15조를 적용하여 A가 작성한 글이 '허위'가 아닌 '진실'한 사실로 취급되어야 함을 주장하였습니다.
② 공익적 목적인가에 대한 판단 기준
문제는 A가 작성한 글에 B의 실명과 직장외에도, 다수의 욕설과 원색적인 비난의 표현이 함께 있었다는 것입니다. 공익 목적이라기보단 B에 대한 복수심, 원한의 동기로 보일 수 있었습니다. 이럴 경우 대법원 판례가 보고 있는 '공익'의 개념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라 함은 (중략)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무방하고,
- 대법원 2000다37524,37531 판결 참조 -
위 판례를 바탕으로 저는 비록 A가 글을 작성하게 된 동기가 B에 대한 복수, 원한 등 사익적 목적이 부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주요한 동기가 "추가적인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공익적 목적이라는 점을 주장하였습니다.
2) 수사단계 조사 시 참석
A의 입장에서, 자신을 추행한 사람으로부터 고소당하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몹시 힘든 일입니다. 경찰에서 A가 피의자 조사를 받을 때 옆에 동석하여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조사 후에는 함께 피의자 신문조서를 꼼꼼히 읽어보며 혹시나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 검토하였습니다.
3. 법적 조력 결과
검찰로 송치된 후, 오랜 시간의 기다림이 있었습니다. 담당 검사 C 역시 변호인의견서를 검토한 뒤 A를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사 C는 변호인인 저에게 전화하여 A로부터 SNS 글을 내리고 이후 동일한 취지의 글을 적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아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담당 검사가 정통망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서 직접 이런 전화를 하여 조치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이다)
A와 A의 어머님에게 신중히 검사 C의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A 역시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확약서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였습니다. 그래서 B에 대한 사과의 의사표현은 단 한마디도 없이 확약서를 작성하여 검찰에 제출하였습니다.
최종 결과 A의 정통망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4. 본 사건의 시사점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의뢰인의 사정에 대한 깊은 공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 공감을 바탕으로 정확한 법리 구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본 사건은 의뢰인이 ① 명예훼손성 글을 올리게 된 사연에 대한 공감 ② 진실과 공익성을 바라보는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치밀한 법리적 구성을 활용하여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사례라고 할 것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