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유기 무죄 사례 - 사산한 아기를 화장실 서랍에 놓아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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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유기 무죄 사례 - 사산한 아기를 화장실 서랍에 놓아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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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유기 무죄 사례 사산한 아기를 화장실 서랍에 놓아둔 사건 

김현귀 변호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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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시작점 - 산모에게도 아기에게도 매우 안타까운 사건을 듣게 되다.

제가 변호한 이번 사건의 피고인은 '사체은닉'이라는 중한 죄명으로 재판에 넘겨졌다며 찾아온 분이었습니다. 매우 두려워하며 힘들게 입을 뗀 의뢰인의 사연은 아래와 같습니다.

한 남성과 성관계를 하게 되었는데 그 후 보통 임신부들이 겪게 되는 증상 (입텃, 유두통)도 거의 없었던 탓에 임신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배가 많이 나오고 소화가 되지 않는 증상들이 심해졌고 단순히 소화불량 등 장기의 문제를 의심하여 한의원을 방문하였는데요. 한의원에서는 여러가지 검사를 하고 심지어 복부에 뜸까지 놓았으나 임신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소화 불량이라며 한약재를 먹으면 나을 것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권위자인 한의사의 말을 믿은 탓에 더욱더 임신이라는 의심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약 임신 35주차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 의뢰인은 화장실에 갔다가 급작스럽게 출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기는 어떤 미동과 호흡도 없던 상태였습니다. 극심한 통증과 당혹감, 공포심이 밀려왔고 어찌할 줄 모르던 의뢰인은 화장실 서랍에 사산한 아기를 넣어 놓은 채로 기절하듯 잠들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이틀간 고온과 통증이 반복되어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던 의뢰인은 모 대학병원을 방문하였고, 치료 과정에서 사산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 후 가족과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사산 사실을 자진신고하였고 사체은닉으로 기소되기에 이르렀습니다.

2. 본 사건의 특징

이틀간 사체가 화장실 서랍안에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의뢰인은 가족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사건을 수임하고 다른 선배 변호사님, 동료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보았으나 돌아온 대답은 모두 '무죄는 불가능하니 정상참작 요소를 주장하여 집행유예를 받아라'였습니다. 하지만 의뢰인이 진술한 사산 당시 상황과 그 후 이틀간의 사정을 분석한 후 다툴만한 요소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러 무죄를 주장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3. 변호인의 법적 조력 방향

본 사건은 사실관계 확정을 가지고 다툴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법리적 다툼을 해야하는 경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재판부에 제출한 변호인의견서를 통하여 ① 형법상 사람의 시기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진통설을 따르는 바, 출산전에 이미 사망한 태아는 출산을 위한 진통이 없어 '사람'으로 볼 수 없다는 점 ② 사체은닉죄의 '사체'는 사람의 시체를 말하는바, '사람'이 아니므로, '사체'가 될 수 없다는 점 ③ '은닉'이란 사체의 발견을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를 말하는 바, 화장실 서랍안에 넣어놓은 것만으로는 '은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을 적극 주장하였습니다.

첫 공판기일에서 1심 재판부는 ①과 ②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하였고 / ③의 변론의견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검사측에게 '은닉'이 아닌 '유기'로 공소장을 변경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2차로 제출한 변호인의견서를 통하여 ① '유기'란 사체의 장제나 감호 없이 적극적으로 유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는 것 ② 보통 사체유기 범죄의 경우 아동학대나 살인 같은 선행범죄 이후 그 죄적을 은멸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며 ③ 유기의 장소 역시 외부인 경우가 많고, 그 시간도 장기간이라는 점 ④ 피고인의 경우 극심한 고통과 당혹감, 수치심, 공포감을 인하여 말을 못한 것일뿐, 적극적으로 사체를 유기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는 점 ⑤ 이러한 피고인에게까지 형사상 처벌을 내린다면 지나친 형벌권의 행사로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점 들을 적극 주장하였습니다.

변호인의견서를 통하여 주장한 사실들을 모두 순수한 법리적 쟁점들로 구성된 것이었기에 과연 재판부가 어디까지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일지 의문이었습니다.

4. 사건 진행 결과

1) 1심 진행과정

너무나도 떨렸던 1심 선고이 다가왔습니다. 의뢰인은 사건의 특성상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을 심히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래서 1심 재판부에 이러한 점들을 기재한 '재판기일 비공개 요청서'를 제출하여 모든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이 비공개로 진행되었습니다.

1심 선고 결과, 피고인에게 '사태 처리에 에 대한 일시적 보류'를 넘어 '적극적으로 사체를 유기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변호인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재판장님의 선고 이유를 들으면서 피고인 뿐만 아니라 변호인 역시 가슴이 벅찬 동시에 저려왔던 기억입니다.


                                                                   [본 사건에 대한 1심 판결문​]

2) 항소심 진행과정

검사측은 바로 항소를 진행하였습니다. 항소이유서의 주된 취지는 '사체를 바로 장제하지 않으면 그건 곧 유기함을 의미하고, 장제와 유기 사이의 제3의 영역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항소이유에 대한 반박의견서를 통하여 '사체를 바로 처리하지 않으면 곧바로 유기의 영역으로 편입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은 형벌만능주의에 입각한 과도한 처사다'라고 반박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의견을 배척하고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검사의 항소는 기각되었고 피고인의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본 사건에 관한 항소심 판결문]

항소심 판결이 있은 바로 다음 날, 각종 언론과 뉴스매체에 본 사건이 매우 광범위하고 상세히 보도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1심과 달리 항소심은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였고, 선고기일에 방청석에 있던 기자들에 의하여 보도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스에서도 본 사건을 다루게 되었음]

                                                               [당시 본 사건 관련 기사들]

5. 본 사건의 시사점

무엇보다도 피고인이 당시 범행은폐를 위한 유기의 생각을 가졌던 것이 아니라, 공포와 당혹감으로 인한 일시적 모면이었다는 점이 무죄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건도, 의뢰인과 변호인의 진심으로 소통하며, 법리를 통하여 상세히 다투면 무죄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형사재판에 있어 사건은 글로만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사정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점 역시 깨닫게 된 사건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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