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파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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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파산에서 

홍현필 변호사

노후파산의 무서움은 아주 서서히 다가온다는 데 있다. 우리가 취재한 많은 고령자는 단번에 파산상태에 처한 것이 아니었다. 생활고에 빠져 집을 팔거나 예금을 조금씩 헐어서 쓴 끝에 최종적으로 노후파산에 처하고 말았다. 오랜 시간에 절쳐 압박을 받기 때문에 불안감이나 공포가 장기간 계속된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정말 재산이 다 떨어지면 생활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생활보호를 받으면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가급적 예금을 줄이지 않으려고 아끼며 살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비나 돌봄 서비스까지 절약하는 것이다. 그것이 병이 악화되는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절약임에도 말이다(154쪽)

000씨처럼 자영업이나 농업 등에 종사한 까닭에 후생연금 없이 국민연금에만 의지하며 노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은 독거 생활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155쪽)....일본은 후생연금과 국민연금 이원체제...후생연금은 한국의 기업퇴직연금같은 것으로 직장생활을 해야 납입가능.....

의료비를 아끼다가 병이 악화되기라도 하면 입원이나 수술 등으로 지출이 더욱 늘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의료비는 절약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의료비를 절약할 수가 없어서 계속 지출한 결과 예금이 점점 줄어들어 노후파산에 몰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160-161쪽)

000씨처럼 현역 시절에 열심히 일해서 손에 넣은 집에 살고 있는 고령자가 적지 않은데, 그럴 경우 집이 자산으로 간주되어 설령 수입이 적어도 생활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집이나 토지를 매각해 그 돈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권유받게 된다. 그러나 이원칙은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 집이 오래되었거나 토지의 가격이 매우 낮을 경우는 그 집에서 계속 살면서도 생활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몰라서 꾹 참고 사는 사람이 많다.....................정든 내집에서 죽고 싶다. 이것은 고령자의 바람이다. 그 바람과 생활보호를 양립할 수 있도록 생활보호 제도가 시대의 요청에 맞춰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리라(164-165쪽)

집을 가지고 있는 고령자들은 최근 들어 생활보호가 아니라 '리버스 모기지(주택연금)'라는 제도를 주목하고 있다. 리버스 모기지는 자치 단체 등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계약이 만기가 되거나 만기가 되기 전에 소유자가 죽으면 그 집을 매각 처분해 빚을 변제한다. 자치 단체로서는 생활보호와는 달리 사망후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도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171쪽).....한국은 주택연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법에 의하여 공사가 담당, 농지연금은 농협은행에서 담당, 통상 300%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연금이 설정된 주택은 매매,압류 등 일체의 보전처분,강제집행이 금지됨.....

000씨도 "생활보호를 받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꺼내기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이렇게 어느 정도의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일수록 지원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 까닭에 병이 심각해지면 노후파산에 처하는 경향이 있다. 거꾸로 말하면 연금 수입이 극단적으로 적은, 빈곤한 상황이 뚜렷이 보이는 사람일수록 지원을 받기 쉬운 측면이 있다.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본인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어려운 생활 자체가 소리 없는  SOS가 되어 생활보호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181쪽)

많은 고령자가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건강한 동안에는 어떻게든 된다' 다소 불편하거나 부자연스럽더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는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는 순간 노후파산이 찾아온다(183쪽)

60세를 넘겨도 계속 호텔 청소원 일을 계속하던 0000씨는 심부전으로 쓰러진 것을 계기로 일을 그만뒀는데, 퇴직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사가 연금 가입을 게을리한 탓에 연금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무연금'상태가 된 0000씨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예금뿐인데, 쓰러졌을때 치료비로 쓰는 바람에 약 3000만원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매달 집세 40만원에 더해 생활비와 의료비까지 나간다. 이 점을 생각하면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186쪽)

수십년이나 전에 구입한 이 라디오는 최근에 고장이 나서 한 채널밖에 전파가 잡히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라디오를 새로 살수도 없었다. 라디오 하나에 얼마나 한다고 안 사느냐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것조차 살수 없을 만큼 생활이 어렵답니다. 노후이 행복은 돈에 달렸다라고도 할 수 있는 현실..............돈이 없기때문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정보 역시 뒤처져 고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192쪽)

설령 가족과 함께 살더라도 대화조차 하지 않는 실질 독거 고령자가 늘고 있다. 병에 걸려도 방치되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병을 앓는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의도적으로 식사를 주지 않는 등 학대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212쪽)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NHK 스페셜 제작팀/김정환 옮김/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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