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모욕] 성립요건 '특정성'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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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모욕] 성립요건 '특정성'의 모든 것 

김수열 변호사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명예훼손, 모욕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김수열 변호사입니다.

이 글을 누르신 분들은 아마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준비하시거나 고소를 당하셔서 사건을 대비하시는 분들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형사전문변호사로서 많은 형사분야 중에서도 명예훼손 분야에 집중하고 있고, 다수 관련 상담 및 사건 처리를 통해 쌓인 지식과 노하우를 본 [명예훼손 시리즈]로  조금이나마 나누고자 하니 도움 받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첫 글에서는 명예훼손 성립요건 3대장 중 첫번째로 가장 많이 문제되고 궁금해하시는 [특정성]에 대한 내용을 준비하였으니 끝까지 주의깊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명예훼손죄 요건 '특정성'이란?


명에훼손죄 사실의 적시라고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될 것을 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상대방 실명은 안 썼는데?"라고 할 수 있지만 피해자의 특정을 위하여 반드시 그 사람의 성명을 명시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명예훼손죄의 특정성이란 어떤 사람의 신상정보를 정확히 기재하지 않더라도 [일부의 정보]를 짜맞춰 보았을 때 특정인을 향한 글이라는 것을 제3자 입장에서 알 수 있다면 만족됩니다.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판례가 있지요. 


<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도1744 판결>

형법 제309조 제2항의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적시된 허위사실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당하게 될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나, 사람의 성명 등이 명시되지 아니하여 게재된 기사나 영상 자체만으로는 피해자를 인식하기 어렵게 되어 있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해 보면 기사나 영상이 나타내는 피해자가 누구인가를 알 수 있고 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다수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다고 볼 것이다.


실제 상황별 판단


제 제가 처리해왔던 상담사례를 참고하여 특정성 요건을 실제 사안에서 대입해서 검토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롤 게 중 상대방 캐릭터를 지칭하여 상대방에게 욕설을 하였고 욕설 상대방이 이름과 핸드폰번호를 공개한 경우(이하 모욕죄 사안이지만 명예훼손죄와 특정성 요건 판단에 있어서는 동일) -> 특정성 O
  • 인스타에 전남친과 상대방과의 DM 내역을 올리며 명예훼손적 발언을 하였는데 캡쳐사진에서 상대방 아이디 부분을 가린다고 가렸지만 정확히 가려지지 않아 정보가 노출된 경우 -> 특정성 O
  • 초등학교 게시판에 방송에서 불륜 사건 상간남으로 문제되었던 상대방에 대해 이름은 적지 않았지만 징계를 부탁드린다고 댓글을 작성한 경우 -> 특정성 △(전후사정으로 상대방을 알 수 있으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도)
  • OO시 OO 발레학원 선생님이 본인을 성추행했다고 인스타에 글이 올라온 경우 -> 특정성 △(OO구에 발레학원이 여러개라 하더라도 주변 정보로 해당 발레학원을 알 수 있으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도)
  • 부동산중개사랑 시비가 붙어 다방 어플에서 리뷰 댓글로 싸우다가 인터넷 사이트에 이름은 밝히지 않고 부동산중개사를 저격하는 글을 올리고 리뷰 댓글 캡쳐사진을 첨부하였는데 캡쳐된 사진에 조그맣게 상대방 사무소 상호와 실명이 나온 경우 -> 특정성 O
  • 디시인사이드에서 상대방이 계속 의뢰인에 대해 욕설과 명예훼손을 하였는데 의뢰인이 해당 갤러리에서 오래 활동을 하면서 이전에 인적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어 자주 이용하는 회원들은 의뢰인의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 -> 특정성 O
  • N번방 관련자로 저격하는 글에 댓글로 같이 욕설을 하였으나 해당 글에 상대방 신상정보가 중간중간 블라인드 되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정보를 알 수 있는 경우 -> 특정성 O

위와 같은 상담사례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지만, 특정성 요건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실명 전체를 공개한 게 아니라 일부는 가려져 있기 때문에 선뜻 특정성이 인정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나 아니면 게시글을 정확히 보지 않고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하다가 자료를 자세히 보면 상대방 정보가 드러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따라서 혼자 섣불리 판단하시기 보다는 변호사와 같이 해당 게시글 자료를 찬찬히 보면서 특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가 담당했던 사건들 중에서도 특정성을 부인하여 손쉽게 경찰단계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아낸 사례가 있습니다(올해부터 법이 바뀌어서 경찰에서 혐의가 없다고 인정되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음). 의뢰인이 어떤 대법원 판결을 다룬 기사에 비판적 의견을 댓글로 단 경우인데 해당 판결의 당사자인 상대방이 의뢰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해당 기사는 상대방 이름은 물론 사건번호까지 모두 다 가린 다 익명보도였고, 상대방은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라 사건번호를 몰라도 어떤 판결인지 알 수있다고 주장하였으나 판결문 전문을 찾아보고 유튜브에 게시된 공개변론 영상을 찾아봐도 상대방의 인적정보는 공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해당 기사와 댓글을 보는 제3자 입장에서는 해당 판결의 당사자인 상대방이 현실세계에서 누구인지 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특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처럼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특정성 요건을 검토하여 만족되지 않으면 쉽게 혐의를 부인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성 요건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명예훼손, 모욕 수사 : 불송치결정 성공사례>

https://www.lawtalk.co.kr/posts/31050-%EB%AA%85%EC%98%88%ED%9B%BC%EC%86%90-%EB%AA%A8%EC%9A%95-%EC%88%98%EC%82%AC-%EB%B6%88%EC%86%A1%EC%B9%98%EA%B2%B0%EC%A0%95-%EC%9D%B8%ED%84%B0%EB%84%B7%EA%B8%B0%EC%82%AC%EB%8C%93%EA%B8%80-%EC%A7%91%EB%8B%A8%EA%B3%A0%EC%86%8C


인터넷상 '아이디'만으로 특정성이 인정되는지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이 많이 발생하게 되면서(나중에 살펴보겠지만 형법상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명예훼손으로 의율되기도 함) 인터넷상 '아이디'를 지칭하면서 명예훼손을 한 경우 특정성이 인정되는지가 문제됩니다. '아이디'만 갖고 상대방이 현실세계에서 누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냐, 특정성이 당연히 인정되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확실한 건 아닙니다. 


인터넷상 이라고 하더라도 [주변 정보를 통해 그 사람이 현실세계에서 누구인지 알 수 있는지, 다른 이용자들과 어울리면서 서로의 정보를 교환한 적이 있는지, 혹시 정모를 개최해서 오프라인에서 만난 적이 있는 건 아닌지, 그 사람을 실제로 아는 지인들이 같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인지] 등에 따라 특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급심 판례이기는 하지만 아래 판결도 인터넷 게임상에서 아이디를 지칭하며 욕설을 한 경우 여러 사정을 통해 특정성을 인정하여 모욕죄 유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상 아이디에 대해 명예훼손이 있었다 하더라도 무조건 안심하지 마시고 잘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인천지방법원 2015. 3. 20. 선고 2014고정3756 판결>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는 2013년경부터 ‘암시’라는 아이디를 사용하여 이 사건 게임을 해왔던 점, ② 피해자와 함께 이 사건 게임을 해왔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욕설을 할 당시 같은 채팅방 또는 대기실에 접속하고 있었던 ‘보기’ 또는 ‘채은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약 1년 전 정도부터 피해자와 함께 게임을 하면서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고, 서로의 이름, 나이, 재학 중인 학교 등을 알고 있었던 점, ③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들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표현들로서, 피고인도 ‘암시’를 상대로 모욕감을 주기 위하여 이러한 표현들을 하였다고 진술한 점, ④ 피고인은 ‘암시’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이 누군지 전혀 몰랐다고 진술하면서도 그 아이디의 가입자 정보 등을 통하여 그 아이디의 가입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⑤ 인터넷 아이디는 인터넷 공간 안에서 그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을 특정지우는 기능을 하고, 인터넷 아이디와 그 사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은 그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되므로 인터넷 아이디를 알면 그 사용자가 누구인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암시’라는 아이디로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판단된다.


마치며 


이상으로 명예훼손죄의 첫번째 요건 특정성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특정성 판단에 있어 제 글이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글만으로는 해소되지 않은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제게 연락주셔도 좋습니다. 명예훼손 분야에 대한 전문화된 지식과 다수 상담경력을 기반으로 최선을 다해 상담드리겠습니다. 그럼 명예훼손죄 두번째 요건 공연성을 주제로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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