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특히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규제한다고 하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게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정부가 아파트 가격 상승을 규제하겠다고 여러 대책을 쏟아내고 있고 그 규제에 불안감을 느낀 다주택 보유자가 아파트 일부를 매매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아파트를 매각하는 사례 중에는 전세를 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매매대금의 일부, 특히 중도금이나 잔금으로 지급하기로 하고 그 내용을 중도금이나 잔금 기재란 옆이나 특약사항에 기재하게 됩니다. 계약에 관한 내용이 합의되면 반드시 기재를 해야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어느 일방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되니 꼭 필요합니다.
매도인은 억울한 마음에 파기할 방법은 없는지 생각합니다.
매도인은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변호사를 찾아가서 자신의 계산이 맞는지 상담을 해 봅니다. 아는 지인은 매도인의 계산이 맞다고 하는데 변호사는 전혀 다른 상담을 해 주었습니다. 맞습니다. 아파트 매매계약의 해제 문제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두 가지 사례를 가지고 아파트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보겠습니다.
사례 1. 아파트 매매계약과 중도금 지급 전·후 해제 문제
아파트 매매계약이 합의 되어 아래와 같이 계약체결되었습니다.
- 계약체결일 : 2020. 12. 1. - 매매대금 : 5억 원 - 계약금 : 5천 만원 ※ 계약 체결하는 날 지급 - 중도금 : 3억 5천만 원 ※ 2021. 1. 31.까지 지급 - 잔금 : 1억 원 ※ 2021. 2. 20.까지 지급 |
민법 제565조 제1항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며,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는데 취지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도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라 아래와 같이 약정합니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을 때에는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와 '배액을 상환하여 해제'입니다.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와 관련한 판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하여야 할 것인바,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나, 반드시 계약내용에 들어 맞는 이행의 제공의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다56954 판결
배액을 상환하여 해제하여야 한다는 것과 관련된 판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일단 해제의 의사표시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배액의 제공이 있어야' 해제의 효과가 생깁니다(대법원 91다33612). 다만 계약을 해제하려면 계약해제 의사표시 이외에 계약금 배액의 이행의 제공이 있으면 족하고 상대방이 이를 수령하지 아니한다 하여 이를 공탁하여야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80다2784).
위 사례 1.과 같이 중도금 지급 기한까지 매도인은 해제 의사표시 외에 계약금의 배액을 제공하고(다만 공탁까지 할 필요는 없음)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는 시기는 반드시 해당일자에 지급하여야 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법률적 쟁점이 발생합니다. 중도금 지급일자가 매매계약서에 딱 규정되어 있는데 그 날짜에만 중도금을 지급할 수 있고 그 이전에는 중도금을 지급할 수 없는가?
이러한 문제와 관련한 아래 대법원 판례를 보겠습니다.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고,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
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즉 중도금 지급기일이 약정되어 있더라도 중도금 지급기일 전에는 중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은 언제든지 중도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시가 상승이 예상되자 매도인이 구두로 구체적인 금액의 제시 없이 매매대금의 증액요청을한 것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으로 보지 않아 매수인은 이에 대하여 확답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도금을 이행기 전에 제공한 경우 매도인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 판례,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하여 매매계약의 이행을 최고하고 매매잔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만으로는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없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례,
매수인이 매도인의 의무이행을 촉구하였거나 매도인이 그 의무 이행을 거절함에 대하여 의무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것만으로는 매수인이 그 계약의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할 수 없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례,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며 기한을 넘기면 공탁하겠다고 통지를 한 이상 중도금 지급기일은 매도인을 위하여서도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고, 따라서 이 경우에는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중도금을 미리 지급해도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습니다(매수인, 매도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판례임).
실제 소송에 들어가게 되면 판례에 따라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가장 큰데 4개의 판례의 결론을 정리하면 구두로 구체적인 금액 제시 없이 매매대금 증액요청한 것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되지 않아 중도금 선지급하면 해제권 행사 불가, 매매계약의 이행을 최고하고 매매잔대금 지급 소송까지 제기했어도, 의무이행 소송 1심 승소판결을 받았어도 이행의 착수 인정 안 되어 해제권 행사 가능(상식과는 다소 배치된다고 생각됨), 계약금 수령 최고하고 공탁 예고통지한 경우는 선지급해도 해제권 행사 가능합니다.
판례의 결론을 본다면 상식적인 판단으로 모든 사안이 해결되지는 않음을 알 수 있으므로 변호사의 조언이 필요할 것입니다.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이 중도금 지급기일 전에 중도급을 지급했으니 계약 위반이 되고 그러한 사유로 매매계약의 해제권을 행사하더라도 받아 들여지지 않으므로 유념하여야 할 것입니다.
매수인으로부터 실제 문의가 온 사례입니다.
시가가 2억 원 이상 올랐는데 계약금은 5천만 원 정도라면 매도인으로부터 시가가 많이 상승했으니 매매대금을 조금 더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는 것이 보통일 것이고 실제 의뢰인인 매수인은 매도인으로부터 가격조정으로 원만히 해결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 경우 협의에 응하여 협의하다가 결렬되어 매도인으로부터 계약금 배액수령하고 공탁하겠다는 통지를 받으면 중도금 선지급이 불가능하므로 구두 연락을 받는 즉시 연락하겠다고 말하여 시간을 벌고 바로 중도금을 매도인의 계좌로 이체하든지, 매도인이 계좌입금을 막아두었으면 공탁할 것을 조언하였습니다. 어설프게 원만한 협의점을 찾다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 법조문은 간단한 것 같지만 조기에 변호사의 적절한 조언을 받느냐에 따라 1억 이상이 오갈 수 있는 만큼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사례 2.
아파트 매매계약과 중도금을 임대차보증금으로 대체하는 경우 해제 문제
이번에는 아파트에 임차하여 살고 있는 임차인이 아파트를 구입하였습니다.
임차인은 아파트 임대차보증금으로 3억 5천만 원이 있습니다.
아파트 매매계약이 합의 되어 아래와 같이 계약체결되었습니다.
- 계약체결일 : 2020. 12. 1. - 매매대금 : 5억 원 - 계약금 : 5천 만원 ※ 계약 체결하는 날 지급 - 중도금 : 3억 5천만 원 ※ 2021. . .까지 지급(아파트 보증금으로 대체함) - 잔금 : 1억 원 ※ 2021. 2. 20.까지 지급 * 참고로 임대차계약기간은 2020. 6. 30.까지 입니다. |
매수인(임차인)은 아파트 보증금으로 중도금을 지급하고 중도금 지급기일 명시하지 않은 채
"아파트 보증금으로 대체함"이라고 부기 하였습니다. 매도인은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다시 상승하자 2020. 12. 10. 매수인(임차인)에게 매매계약의 해제를 통보하였고 며칠 후에 계약금의 배액인 1억 원을 해약금으로 공탁하였습니다. 매도인의 해제권 행사가 유효할지 살펴보겠습니다.
매수인은 매매계약서에 중도금을 아파트 임대보증금으로 대체하려고 하였지만 매매계약 체결 이후 보증금으로 중도금 지급에 갈음한다거나 그러한 의사를 매도인에게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중도금 지급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상황이고 임대차계약기간은 잔금 지급일인 2021. 2. 20.을 훨씬 지난 2021. 6. 30.입니다.
임대차보증금을 중도금으로 언제 상계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지급의 의사 표시도 없는 상황에서 중도금의 지급시기마저 규정되지 않아 매수인이 중도금 지급을 위한 이행의 착수 또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이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가 표시되지 않았다면 중도금을 지급하였다고 이행의 착수를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판단됩니다.
더욱이 임대차계약기간이 2021. 6. 30.이기 때문에 매도인이 비록 임대차보증금을 보관하고 있지만 매수인이 보증금을 중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없다면 중도금이 지급되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가사 매수인이 보증금을 중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는 임대기간이 만료하고 임차목적물반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 잔금까지 모두 지급되었을 경우라면 임차목적물반환의무가 없을 것이나 위 사례에서 만일 잔금 지급기일 전에 임차보증금을 중도금으로 갈음하게 된다면 매도인 입장에서는 중도금으로 갈음한 날로부터 잔금 지급일까지 기간은 임차보증금 없이 무상으로 임차해준 결과가 되어 타당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보증금은 임차목적물반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므로 보증금을 중도금으로 지급하게 되면 매수인의 보증금이 소멸하기 때문에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당장 아파트를 인도해주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매매계약은 그 아파트를 계속 사는 것이 주 목적인 점에서 중도금지급과 잔금지급일 사이에 아파트를 비워야 한다는 것도 불합리한 점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보증금을 중도금으로 대체하는 것보다 잔금으로 대체하는 것이 그마나 현명한 수단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법률 문제는 "CASE BY CASE"라고 부릅니다. 즉 사건마다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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