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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증 없이 빌려준 돈도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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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증 없이 빌려준 돈도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김상훈 변호사

친한 지인이나 가족, 직장 동료의 부탁에 차용증 한 장 쓰지 않고 돈을 빌려주었다가, 약속한 날이 지나도 갚지 않고 연락마저 피하는 상황을 겪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믿고 빌려준 돈인데 이제 와서 증거가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려는 분도 있고, 반대로 "이건 사기 아니냐"며 곧장 경찰서를 찾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을 갚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차용증이 없다고 해서 고소 자체가 막히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먼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차용증 없는 대여금, 민사 청구와 사기 고소는 별개의 문제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경우 법적 길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한 민사 절차(대여금반환청구, 지급명령 등)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을 처벌해 달라는 형사 고소입니다. 두 절차는 요건도, 목적도, 입증해야 할 내용도 다릅니다.

민사에서는 "돈을 빌려주었고 갚기로 약속했다"는 사실, 즉 소비대차 계약(민법 제598조)이 성립했음을 보이면 됩니다. 반면 형사에서 사기죄가 되려면 돈을 빌릴 당시부터 상대방이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이를 속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차용증이 없다"는 사정은 민사에서는 입증 부담의 문제, 형사에서는 기망 여부를 가르는 자료가 부족한 문제로 각각 다르게 나타납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차용증이 없다는 것과 사기가 아니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서면이 없어도 이체 내역, 대화 기록, 주변 사람의 진술 같은 다른 자료로 얼마든지 대여 사실과 속인 정황을 입증할 수 있고, 실제로 수사기관도 그런 자료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편취의 고의, 차용 당시의 변제 의사와 능력, 그리고 증거의 방식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때 성립하며,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347조 제1항). 미수범도 처벌합니다(제352조). 핵심은 기망행위와 그에 대한 편취의 고의입니다.

돈 문제에서 법원이 일관되게 보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빌린 사람이 나중에 갚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는 부족하고, 돈을 빌릴 그 시점에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속였는지를 따집니다. 처음에는 갚을 생각으로 빌렸으나 이후 사정이 나빠져 못 갚게 된 것이라면 단순한 채무불이행, 즉 민사 문제에 그칩니다. 반대로 이미 다른 채무로 변제 여력이 없는 상태였고, 용도를 속였거나 담보·소득에 관해 거짓을 말해 돈을 받아냈다면 사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차용증 없이 어떤 사정이 편취의 고의를 뒷받침할까요. 법원과 수사기관은 보통 다음 요소를 종합합니다.

  • 차용 당시 상대방의 재산·채무 상태 — 이미 압류·가압류가 걸려 있었는지, 신용불량이나 다수의 미변제 채무가 있었는지

  • 돈의 사용처를 속였는지 — "사업 운영비", "보증금 잔금"이라고 하고 실제로는 다른 채무 변제나 도박 등에 쓴 경우

  • 갚겠다는 약속의 구체성 — 변제 시기·재원을 구체적으로 말했는지,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

  • 빌린 이후의 태도 — 연락 두절, 번호·주소 변경, 일부 변제 여부, 같은 수법으로 여러 사람에게 빌렸는지

이 중 마지막 항목은 특히 중요합니다. 동일한 방식으로 여러 명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면, 차용 당시부터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추단하는 유력한 정황이 됩니다.

다음은 증거 문제입니다. 차용증이 없어도 금전 대여 사실은 다음 자료로 입증됩니다.

  • 계좌이체 내역 — 입금자·수취인·금액·일시가 객관적으로 남는 가장 강한 자료입니다. 다만 이체 사실만으로는 대여인지 증여·투자·변제인지가 다퉈질 수 있어 이체 전후의 대화가 함께 필요합니다.

  • 문자·카카오톡 대화 — "언제까지 갚겠다", "미안하다, 다음 달에 주겠다" 같은 표현은 변제 약속과 채무 인정의 증거가 됩니다. 상대방이 대화를 삭제하기 전에 원본 화면을 보존해 두어야 합니다.

  • 통화 녹취 — 자신이 당사자로 참여한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문제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상대방 몰래 제3자 간 대화를 녹음하는 것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 제3자 진술 — 돈을 빌려주는 자리에 함께 있었거나 상대방이 빌린 사실을 전해 들은 사람의 진술도 보조 자료가 됩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당사자의 관계입니다. 형법 제354조에 따라 사기죄에도 친족상도례 규정(제328조)이 준용됩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친족이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가족 사이의 대여라면 사기로 처벌할 수 있는지부터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민사 측면의 기간입니다. 대여금채권은 일반 민사채권으로 소멸시효가 10년입니다(민법 제162조). 영리를 목적으로 한 상인 간 대여라면 상사채권으로 5년이 될 수 있어 사안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자를 약정했더라도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은 연 20%이므로 이를 넘는 부분은 무효입니다. 소송을 제기하면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붙는다는 점도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증거 확보부터 고소장 구성, 민사 보전까지의 순서

차용증 없는 대여금 사건은 순서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실제 대응은 다음과 같이 진행합니다.

  • 1단계, 입증 자료의 정리 — 이체 내역은 은행 거래내역서로 뽑고, 대화는 날짜 순으로 캡처해 정리합니다. 이때 단순히 "돈을 보냈다"를 넘어, 상대방이 빌리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했고 언제까지 갚겠다고 했는지가 드러나도록 구성합니다. 대화 원본이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동안 백업하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 2단계, 내용증명으로 채무 인정과 기한을 남기기 — 대여 일시·금액·변제 약속 내용과 반환 기한을 담아 보냅니다. 상대방이 답장에서 "곧 갚겠다"고 하거나 일부라도 입금하면 그 자체가 채무 인정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대여 사실을 부인한다면 그 부인 내용이 이후 거짓 진술을 가리는 기준이 됩니다.

  • 3단계, 사기 고소 여부의 판단 — 앞서 본 차용 당시의 재산 상태, 사용처에 관한 거짓말, 다수 피해자 유무를 살펴 편취의 고의를 뒷받침할 정황이 있는지 먼저 따집니다. 정황이 약한데 고소부터 하면 불송치로 끝나고 시간만 흘러갈 수 있습니다. 고소장에는 "갚지 않았다"가 아니라 "차용 당시 어떤 거짓말을 했고, 그것이 왜 거짓인지"를 중심으로 적어야 합니다.

  • 4단계, 민사 절차를 병행 — 다툼이 적으면 지급명령이 간단하지만 상대방이 이의하면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대여 사실 자체를 부인할 것이 예상되면 처음부터 대여금반환청구 소송으로 가는 편이 낫습니다.

  • 5단계, 재산 보전 —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할 우려가 있으면 판결을 기다리지 말고 부동산·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먼저 신청합니다. 가압류는 법원이 정하는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합의를 받아내려는 수단으로 형사 고소를 쓰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고소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무고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에 맞춰 구성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대화 기록이 사라지기 전에 정리해야 하는 이유

차용증이 없는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이체 내역과 대화 기록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은 연락을 끊고, 대화방은 사라지며, 재산은 처분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주겠지" 하고 기다리는 동안 입증 자료도, 받을 수 있는 재산도 줄어듭니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먼저 이체 내역과 대화 기록을 보존하고, 사기 고소와 민사 청구 중 어떤 순서가 맞는지 사실관계에 따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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