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팔았고 서비스도 어느 정도 제공했는데, 상대방이 "처음부터 속인 것"이라며 사기로 고소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투자나 거래 명목으로 큰돈을 보냈다가 일부만 돌려받거나 일부 물건만 받은 피해자라면, 고소장에 적을 피해금액을 얼마로 잡아야 하는지 막막해집니다. 상대가 "그래도 이만큼은 대가를 줬다"고 주장하면 피해액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인지가 가장 먼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일부 대가를 줬다는 사정과 사기 피해액이 따로 판단되는 이유
사기죄에서 '피해액'은 사실 하나의 숫자가 아닙니다. 형사에서는 범죄가 성립하는지, 그 범죄로 얼마를 취득했다고 볼지(이득액), 그리고 형을 정할 때 얼마를 참작할지가 각각 다른 층위에서 판단됩니다. 민사에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와 형사에서 이득액을 인정할 때 기준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문제가 생기는 전형적인 상황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공사·납품·용역처럼 약속한 일을 일부만 이행한 뒤 나머지 대금을 가져가는 경우입니다. 둘째, 투자금을 받고 약속한 수익이나 원금을 일부 지급해 믿게 만든 경우입니다. 셋째, 물건을 실제로 보냈지만 품질·출처·가격을 속여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값을 받은 경우입니다. 세 경우 모두 "받은 돈에서 준 대가를 빼면 얼마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지만, 형사에서의 답은 민사와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소를 하는 쪽은 피해액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고소를 당한 쪽은 "대가를 줬으니 피해액은 그만큼 빠진다"는 주장이 어디까지 통하는지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교부받은 재물 전부가 이득액이고, 대가는 양형 사정으로 반영됩니다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 제1항이 정하고 있고,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성립 요건은 기망행위 → 피해자의 착오 → 착오에 따른 처분행위 → 재물 교부 또는 재산상 이익 취득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입니다. 법정형은 현재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핵심은 이득액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입니다. 재물을 교부받는 유형의 사기에서는 기망으로 교부받은 재물 그 자체가 편취의 대상이고, 이득액은 교부받은 재물의 가액 전부로 봅니다. 그 대가로 상대방에게 얼마를 지급했거나 물건을 건네주었더라도 이를 이득액에서 공제하지 않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피해자가 속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 돈을 내놓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물의 교부 자체가 피해이고, 일부 돌려주었다는 사정은 이미 성립한 범죄의 결과를 나중에 일부 회복한 것으로 취급됩니다.
이득액이 중요한 이유는 숫자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사기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가중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예를 들어 사업 자금 명목으로 6억 원을 받은 사람이 그중 1억 5천만 원을 이자 명목으로 돌려주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형사에서 이득액은 받은 6억 원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법의 5억 원 기준을 넘고, 돌려준 1억 5천만 원을 빼 4억 5천만 원으로 계산해 달라는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같은 사안이 민사에서는 돌려받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4억 5천만 원이 손해로 인정되는 것과 대비됩니다.
그렇다고 일부 대가를 준 사정이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두 곳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는 범죄 성립 자체를 다투는 자리입니다. 처음부터 갚거나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기망행위가 없었다는 주장이 되고, 실제로 상당 부분을 이행했다는 사실은 그 의사를 보여주는 정황이 됩니다. 법원은 이행 의사 여부를 계약 당시의 재산 상태, 이행에 쓸 수 있는 자금 계획, 사후 행동 등으로 종합해 판단합니다. 다만 일부 이행은 피해자를 안심시키려는 수단이었다고 평가되는 경우도 많아 이것만으로 고의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둘째는 양형 단계입니다. 피해 회복을 위해 돌려준 금액, 합의 여부, 공탁 사실은 형을 정할 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됩니다. 이득액 공제가 안 되더라도 실제 피해 규모가 작다는 점은 집행유예나 벌금형 가능성, 형량의 폭에 영향을 줍니다.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일부 회수 사실이 있어도 고소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고, 회수한 금액은 민사 청구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리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것이 "처음 몇 번은 약속대로 지급했다"는 항변입니다. 투자금 편취 사건에서 초기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고 그 돈을 새 투자자의 돈으로 돌려막은 경우, 법원은 지급 사실 자체보다 그 지급이 어떤 재원에서 나왔는지와 사업의 실체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사업 실체 없이 신규 자금으로 기존 지급을 이어갔다면 그 지급은 신뢰를 유지해 더 많은 돈을 끌어오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될 수 있고, 이 경우 지급액은 이득액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실제 사업이 진행되다가 자금 사정 악화로 지급이 멈춘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지므로, 시점별 자금 흐름을 따로 분석해야 합니다.
또한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는 피해자별로 이득액을 따로 계산한 뒤 포괄일죄 여부에 따라 합산할지가 정해지고, 이 합산 여부가 앞서 본 5억 원 기준 적용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한 사람에게 일부를 돌려준 것이 다른 피해자의 이득액을 줄여주지는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예외적으로 따져볼 부분도 있습니다. 하나의 거래 안에서 속인 부분과 정상적으로 이행된 부분이 분명히 나뉘고, 기망이 일부 대상에만 미쳤다면 사기죄의 범위 자체가 그 부분으로 한정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여러 품목을 판매했는데 한 품목의 원산지만 속였다면 나머지 품목은 사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반면 거래 전체를 성사시킨 결정적 요소를 속였다면 그 거래 전체가 기망의 결과로 평가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고소 단계부터 피해액·이행 의사를 숫자와 자료로 정리합니다
입장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므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피해자라면 받은 금액 전체를 기준으로 고소장 작성 — 송금 내역, 계약서, 메시지, 통화 녹취를 모아 실제 건넨 총액을 먼저 특정합니다. 돌려받은 금액이 있다면 별도 표로 정리해 두고, 고소장의 피해액은 교부한 전액으로 쓰되 회수 내역은 민사 청구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리합니다.
기망 시점의 사실관계를 입증 — 사기는 돈을 건넨 시점에 속였는지가 핵심이므로, 그 시점 상대방의 채무 상태·재산·사업 실체, 허위로 말한 내용과 실제가 달랐다는 자료를 확보합니다. 사후에 일부 지급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고의를 부정하는 주장은 이 자료로 반박합니다.
피의자라면 이행 의사와 능력을 보여주는 자료 준비 — 계약 당시 자금 계획, 실제 투입한 비용, 이행한 내역, 지연이 생긴 외부 사정을 시간 순서로 정리합니다. 단순 채무불이행과 사기의 경계는 계약 당시 이행 의사였기 때문에 이 부분이 방어의 중심이 됩니다.
이득액 쟁점 정리 — 5억 원 기준에 가까운 사건이라면 거래별로 기망의 범위를 쪼개 이득액이 실제로 얼마인지 따져봅니다. 기망이 미치지 않은 거래가 섞여 있다면 그 부분을 분리해 적용 법조 자체를 다툽니다.
피해 회복과 합의 — 변제 가능한 금액을 확인해 합의를 진행하고, 합의가 어렵다면 공탁을 통해 양형 자료로 남깁니다. 합의서에는 처벌불원 의사와 변제 금액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민사 절차 병행 검토 — 형사 결과와 별개로 불법행위 손해배상(민법 제750조)이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일정한 사건에서는 소송촉진법의 배상명령 제도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하므로(민법 제766조) 기간 관리가 필요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일부 대가 문제는 초기에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대가를 일부 줬다는 사정은 피해액을 깎아주는 사유가 아니라, 범죄 성립 여부를 다투는 정황이자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이라는 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득액은 받은 재물 전부로 보고, 일부 변제와 합의는 형량에 반영되며, 민사에서는 공제 방식이 달라집니다.
수사 초기에 진술이 굳어지면 이후 바로잡기가 어렵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방의 재산이 흩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고소를 준비하고 계시거나 고소를 당하셨다면, 송금 내역과 계약 관련 자료를 먼저 정리한 뒤 사건의 쟁점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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