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이 매달 수백만 원의 급여를 받아 왔는데, 정작 총회에서 그 보수를 정한 기억이 없다는 조합원들의 문의가 적지 않습니다. 조합장은 "일을 했으니 받는 것"이라고 하고, 조합원들은 "우리가 허락한 적이 없다"고 맞서는 구도입니다. 이 다툼의 핵심은 조합장이 실제로 얼마나 일했는가가 아니라, 그 보수를 지급할 법적 근거(총회 결의 또는 조합규약)가 있었는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총회 결의 없이 조합장이 받아간 보수가 왜 부당이득이 되는지, 조합장이 내세우는 방어 논리를 법원이 어떻게 보는지, 조합이 반환을 구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조합 돈은 조합장 돈이 아니다 — 주택조합 재산은 조합원 전원의 총유
주택법에 따라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은 법인격이 없는 사단, 즉 비법인사단으로 취급됩니다. 조합원들이 낸 분담금과 조합 계좌의 돈은 조합장 개인이나 임원진의 것이 아니라 조합원 전원의 총유(민법 제275조, 제276조)에 속합니다. 총유물을 관리하거나 처분하는 일은 조합규약에 정한 바가 있으면 그에 따르고, 규약에 정한 바가 없으면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처분 행위는 무효라고 봅니다. 조합장의 월급도 결국은 조합재산에서 나가는 돈이므로 이 원칙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조합 통장에서 조합장 명의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순간, 그 이체에 총회 결의나 규약상 근거가 있었는지를 따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합장이 대표자로서 직접 결재하고 직접 받았다는 사정은 근거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이해충돌의 신호로 읽힙니다.
조합재산은 조합원 전원의 총유이고, 총유물의 처분은 규약 또는 총회 결의가 있어야 유효하다. 조합장의 보수 지급도 마찬가지다.
조합장이 보수를 받으려면 — 위임은 원칙적으로 무상, 보수는 총회가 정한다
조합장과 조합의 관계는 민법상 위임(수임인과 위임인)에 가깝습니다. 민법은 위임을 원칙적으로 무상계약으로 보고(제680조, 제681조), 수임인이 보수를 청구하려면 특약이 있어야 한다고 정합니다(제686조 제1항). 조합장이 조합의 사무를 총괄했다는 사실만으로 보수 청구권이 생기지 않고, 조합이 보수를 지급하기로 정한 근거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주택법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같은 방향입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면 조합원 전원이 연명한 조합규약을 제출해야 하고, 그 규약에는 조합임원의 보수에 관한 사항이 들어가야 하며, 보수에 관한 조합규약의 변경은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런 구조를 두고, 조합임원이 자신의 보수와 관련해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폐해를 막아 조합과 조합원, 조합채권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합니다.
민법상 위임 — 특약이 없으면 무보수가 원칙(제686조 제1항).
조합규약 — 임원 보수에 관한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
총회 의결 — 보수에 관한 규약 변경과 보수규정 제정은 조합원이 정함.
이사회 결의 — 규약이 이사회에 명시적으로 위임하지 않았다면 근거가 될 수 없음.
이사회에서 만든 급여규정은 왜 안 통하나 — 대법원 2024다257362 판결의 사안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것이 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4다257362 판결입니다. 광주의 한 지역주택조합에서 조합장이 다른 이사 1명과 이사회를 열어 임원 급여 지급규정을 만들고, 조합장 급여를 월 400만 원에서 설립인가 후 월 60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조합장은 설립인가 이후인 2017년 10월부터 2022년 5월까지 퇴직금을 포함해 3억 5,330만 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조합이 설립인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규약이 변경되어, 보수규정 같은 내부 규정은 총회 의결로 정하도록 바뀌었고, 총회는 끝내 보수규정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사회가 만든 급여규정이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사회에 규정 제정권을 주었던 원래 규약 조항은 시행되기도 전에 임시총회에서 삭제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원래 규약도 임원에게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보수규정에 따라 지급할 수 있다고만 했을 뿐이어서, 어느 쪽으로 보아도 총회 결의가 필요했습니다. 보수를 받을 사람이 자기 보수를 이사회에서 스스로 정했다는 점도 법원이 눈여겨본 대목입니다.
이사회에서 조합장이 직접 참석해 만든 급여규정은, 총회가 정하도록 한 규약 아래에서는 보수 지급의 법률상 원인이 되지 못한다.
일은 했는데 손해가 있나 — 급부부당이득에서는 지급한 돈 자체가 손해
조합장 측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항변은 "조합장 업무를 실제로 했고, 액수도 과도하지 않으니 조합에 손해가 없다"는 것입니다. 항소심도 이 논리를 받아들여 손해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법리 오해로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조합이 자기 의사로 돈을 건넨 뒤 그 급부에 법률상 원인이 없다며 반환을 구하는 급부부당이득에서는 급부 자체가 수령자의 이익이자 지급자의 손해를 이룹니다.
쉬운 예로, 총회 결의 없이 월 600만 원이 지급되었다면 조합 입장에서는 그 600만 원이 곧 손해이고 조합장 입장에서는 그 600만 원이 곧 이득입니다. 조합장이 열심히 일했는지, 보수 수준이 시세에 비추어 적정한지는 이 단계의 판단 요소가 아닙니다. 업무의 대가를 주장하고 싶다면 그것은 별도로 입증해야 할 다른 문제이고, 법원이 "손해가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곧바로 기각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 판결의 핵심입니다.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 항변 — 조합장이 증명해야 하고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두 번째 항변은 민법 제744조입니다. 채무 없는 자가 착오로 변제한 경우에도 그 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하면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조항으로, 조합장 측은 "6~7년간 조합을 위해 일한 사람에게 무보수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이 조항을 끌어옵니다. 항소심은 조합원들이 보수 수령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이의하지 않았고 액수도 과다하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판단 기준을 달리 잡았습니다. 도의관념에 적합한지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급부를 수령자가 그대로 보유하는 것이 일반인의 법감정에 부합하는지로 판단하고, 그 증명책임은 급부수령자(조합장)에게 있습니다. 강행법규를 위반한 무효의 약정이나 상대방의 고의·중과실의 위법행위에 기해 이루어진 변제라면 도의관념에 적합하다고 속단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이 높은 공공성을 갖는 점, 조합장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지는 수임인인 점, 규약과 시행령이 엄격한 절차를 요구하는데도 조합장이 스스로 보수를 정해 수령한 경위를 종합해, 실제 업무 수행이나 조합원들의 묵인이 있어도 조합장이 보수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법감정에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일을 했다는 사정 — 비채변제를 인정할 사유로는 부족하다고 본 사안.
조합원들이 알고도 이의하지 않았다는 사정 — 총회 결의를 대체하지 못함.
액수가 다른 조합장에 비해 과하지 않다는 사정 — 절차 위반의 정당화 근거가 되지 못함.
스스로 이사회를 열어 자신의 보수를 정한 경위 — 오히려 법감정에 반하는 사정으로 평가됨.
반환을 구하는 방법 — 누가 청구하고 무엇을 입증하나
반환청구권의 주체는 조합원 개인이 아니라 조합입니다. 돈을 지급한 당사자가 조합이므로 조합 명의로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문제는 피고가 될 사람이 조합을 대표하는 조합장 본인이라는 점입니다. 실무에서는 조합규약이 정하는 방식에 따라 조합장 해임 총회를 열어 새 집행부를 꾸리거나, 규약상 감사 등이 조합을 대표해 소를 제기하는 경로를 취합니다. 해임과 소 제기를 둘러싸고 총회 소집 요건과 결의 정족수를 다시 다투게 되는 경우가 많아, 총회 소집 절차와 의사록을 처음부터 정확히 갖춰 두어야 합니다.
입증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조합이 먼저 보여야 하는 것은 조합 계좌에서 조합장에게 돈이 지급된 내역이고, 그 지급에 총회 결의나 규약상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필요한 자료는 조합 통장 거래내역과 급여 대장, 조합규약 및 개정 이력, 총회와 이사회 의사록 전체, 급여규정 제정 경위를 보여 주는 문서입니다. 그다음에는 조합장이 비채변제 등 반환을 막는 사유를 입증해야 하므로, 조합은 총회 안건에 보수가 한 번도 올라오지 않았다는 점을 의사록으로 분명히 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반환 범위는 민법 제748조가 정합니다. 수익자가 선의라면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악의라면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이고 손해가 있으면 그 손해까지 배상해야 합니다. 또 선의의 수익자도 패소가 확정되면 소가 제기된 때부터 악의로 보아 처리합니다(제749조 제2항). 통상의 민사채권으로 보아 소멸시효는 10년(민법 제162조 제1항)이므로, 지급 시기별로 시효 기산점을 점검해야 합니다.
형사 문제와 조합원 대응 — 업무상횡령·배임 소지까지 살펴야 하는 경우
총회 결의 없는 보수 수령은 민사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합장이 조합의 재산을 보관하고 처분하는 지위에서 권한 없이 자신에게 지급했다면, 형법상 업무상횡령(제356조, 제355조 제1항) 또는 업무상배임이 문제될 수 있고,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형사책임은 불법영득의사나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하고, 보수 지급을 놓고 조합 내부에서 사실상 합의가 있었는지, 조합장이 지급 근거가 있다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이 갈립니다.
그래서 민사와 형사는 서로 다른 기준으로 움직인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민사에서는 법률상 원인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따지고, 형사에서는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까지 따집니다. 고소를 먼저 할지, 반환청구를 먼저 할지, 아니면 조합원총회에서 조합장 해임과 지급 중단을 먼저 의결할지는 확보한 자료의 상태와 조합 내부의 힘의 균형을 보고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조합원 개인 차원에서는 관할 관청에 운영 실태를 알리거나 조합의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것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합장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면 보수를 돌려주지 않아도 되나요?
A. 업무를 실제로 수행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총회 결의나 규약상 근거 없이 지급된 보수에 대해 지급액 자체를 조합의 손해로 보았고, 업무 수행이나 액수의 적정성은 반환의무를 면하는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당한 대가를 주장하려면 별도로 적법한 근거와 범위를 입증해야 합니다.
Q. 조합원들이 보수 지급을 알고도 몇 년간 가만히 있었는데도 반환받을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판례 사안에서도 상당수 조합원이 보수 수령 사실을 알았는데, 대법원은 그 사정이 있어도 조합장이 보수를 그대로 보유하는 것이 법감정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사안별로 기간과 경위를 따져 보아야 하고, 소멸시효 10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Q. 조합규약에 "보수규정에 따라 보수를 지급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으면 근거가 되나요?
A.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판례 사안의 규약은 지급할 수 있다고만 정했을 뿐 지급의무를 부여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보수규정은 총회가 만들어야 했는데 만들지 않았습니다. 구체적 보수액과 기준이 총회나 규약으로 확정되어 있어야 근거가 됩니다.
Q. 조합원 개인이 조합장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낼 수 있나요?
A. 돈을 지급한 주체가 조합이므로 반환청구권도 조합에 있습니다. 조합원 개인이 직접 청구하기는 어렵고, 해임 총회 등으로 집행부를 교체하거나 규약에 따라 감사 등이 조합을 대표해 소를 제기하는 경로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이미 받은 보수는 이자까지 얹어 돌려줘야 하나요?
A. 민법 제748조에 따라 받은 사람이 선의이면 현존하는 이익 한도에서, 악의이면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이고 손해가 있으면 배상해야 합니다. 총회 결의 없이 스스로 보수를 정해 수령한 경우에는 악의로 평가될 여지가 있고, 선의였더라도 패소가 확정되면 소가 제기된 때부터 악의로 봅니다(제749조 제2항).
Q. 민사에서 반환 판결을 받으면 형사처벌은 피할 수 있나요?
A. 별개입니다. 민사 책임은 법률상 원인의 유무를 객관적으로 따지고, 형사 책임은 불법영득의사나 배임의 고의 등 주관적 요건을 따집니다. 사후에 변제한 사정은 양형에 참작될 수 있으나 범죄 성립 자체를 자동으로 막지는 않습니다.
맺음말
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의 보수는 조합장이 일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총회 결의 또는 조합규약이라는 근거가 있는지로 결정됩니다. 대법원 2024다257362 판결은 이사회가 임의로 만든 급여규정으로 조합장이 받아간 보수를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으로 보았고, 업무 수행이나 조합원들의 묵인, 액수의 적정성이 있어도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로 쉽게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통장 거래내역과 규약 개정 이력, 총회 의사록을 먼저 정리하고, 청구 주체와 순서를 정한 뒤 움직여야 합니다. 조합장 입장에서도 보수를 받아 온 경위와 근거 서류를 점검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근거 서류가 갖춰져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법률가의 검토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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