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며칠 뒤 일반병실에서 갑자기 편마비나 의식저하가 나타나 뇌손상이 남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가족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혈관연축이 올 수 있는 시기에 왜 중환자실이 아니라 일반병실이었나"입니다. 그러나 민사소송에서 의료과실과 뇌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는 환자 쪽이 하나하나 증명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어떤 사실을 어디까지 증명하면 인과관계가 추정되는지가 승패를 가릅니다. 이 글에서는 혈관연축 관리의 일반적인 기준, 일반병실 이송이 과실로 평가되는 경우, 그리고 법원이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구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혈관연축이란 무엇인가 — 수술이 성공해도 남는 위험 구간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지주막하출혈이 생긴 환자는 동맥류를 클립으로 결찰하거나 코일로 색전하는 방법으로 재출혈 위험을 먼저 차단합니다. 그런데 출혈 이후 뇌혈관이 가늘어지는 혈관연축(vasospasm)은 동맥류 처치와 별개로 진행되는 합병증입니다. 일반적으로 출혈 후 3일 전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대략 1~2주 사이에 가장 흔하다고 알려져 있고, 혈류가 부족해지면 지연성 뇌허혈(DCI)로 이어져 뇌경색과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술 직후의 안정적인 상태와 며칠 뒤의 악화는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료진은 수술이 끝난 시점부터 혈관연축 호발 기간을 염두에 두고 관찰 강도를 정해야 합니다. 환자 측이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는데 왜 나빠졌나"라고 느끼는 지점이 바로 이 구간이며, 법적으로는 이 기간에 요구되는 관찰·예방·조기 대응이 이루어졌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호발 시기 — 출혈 후 대략 3일부터 2주 안팎, 환자마다 편차가 있음.
위험 신호 — 새로 생긴 편마비, 언어장애, 의식 저하, 심한 두통의 악화.
예방 — 니모디핀 등 약물 투여, 탈수 방지를 위한 수액 관리, 혈압 관리.
감시 — 정해진 간격의 신경학적 평가, 경두개 도플러(TCD) 검사 등.
수술의 성공과 혈관연축 관리는 별개의 문제이고, 호발 기간의 관찰 강도가 의료진의 주의의무 평가의 출발점이 된다.
일반병실 이송이 문제 되는 경우 — 관찰 강도와 주의의무
의료인의 주의의무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이나 진료계약 위반에 따른 민법 제390조의 채무불이행 책임으로 묻게 되고, 그 기준은 같은 상황에서 평균적인 의사가 지켜야 하는 진료 수준입니다. 따라서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사실만으로는 과실이 되지 않습니다.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었고 호발 기간을 감안한 관찰 계획이 있었다면 일반병실 이송 자체는 의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송의 시기와 이후의 감시입니다. 혈관연축 호발 기간 중에 있는 환자를 중환자실 수준의 신경학적 평가가 어려운 병실로 옮기면서, 간호 기록상 평가 간격이 길어지거나 의식 변화를 보고하는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주의의무 위반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전에 편마비 증상이 처음 기록되었는데 의사 호출이 몇 시간 늦어졌고 그동안 영상검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송 결정보다 증상 발견 이후의 대응이 더 직접적인 쟁점이 됩니다. 반대로 병원 측은 이송 당시의 CT·TCD 결과, 의식 상태, 혈역학적 안정을 근거로 이송 판단이 합리적이었다고 항변합니다.
환자 측이 정리해야 할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이송 당시 어떤 소견이 있었는지, 이송 후 신경학적 평가가 어떤 간격으로 이루어졌는지,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각과 의사가 확인한 시각의 간격이 얼마인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진료기록에서 확인될 때 과실 주장이 구체화됩니다.
예방과 모니터링의 의무 — 무엇이 기록에 남아 있어야 하나
혈관연축은 증상이 나타난 뒤 대응하는 것보다 위험군에서 미리 예방하고 조기에 포착하는 것이 핵심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법원은 감정 결과를 통해 당시 의학 수준에서 통상 시행되는 예방·감시 조치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진료기록에서 다음 항목이 실제로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니모디핀 등 예방적 약물 투여 여부와 용량, 중단 시점.
수액 처방과 섭취·배설량 기록 — 탈수나 저혈압이 혈류 부족을 키울 수 있음.
혈압 관리 목표와 실제 혈압 수치 기록.
신경학적 평가 간격과 의식 수준 기록(간호기록지 포함).
TCD나 혈관조영·CT 등 추적검사의 시행 여부와 시기.
기록이 비어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법원은 진료기록 작성이 의료인의 의무라는 점을 고려해, 기록되어야 할 사항이 기록되지 않은 경우 그 불이익을 병원 측에 돌리기도 합니다. 다만 기록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과실과 인과관계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기록 부실은 다른 정황과 함께 종합 판단됩니다.
인과관계 추정의 법리 — 환자가 증명해야 할 것과 병원이 반박할 것
의료행위는 전문적이고 폐쇄적이어서 환자가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환자 측이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하고, 병원 측이 손해가 다른 원인으로 생겼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취지로 증명책임을 완화해 왔습니다. 이 법리는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에서 정리되었습니다.
반면 후유장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상 과실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은 수술 후 후유장해가 생긴 사안에서 과실에 대한 심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즉 추정이 작동하려면 먼저 과실 행위가 특정되고 증명되어야 하며, "수술 뒤에 나빠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사건 유형에 적용하면 환자 측이 증명해야 할 과실은 "혈관연축 호발 기간에 필요한 관찰·평가·검사를 하지 않았다" 또는 "증상 발생 후 지체 없이 영상검사와 치료를 하지 않았다"와 같이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병원 측은 반대로 혈관연축은 적절히 관리해도 발생하는 합병증이고, 뇌손상은 처음 출혈의 중증도나 수술 전 상태 때문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때 환자의 초기 중증도 등급, 영상상 출혈량, 연령, 기저질환은 병원 측이 내세울 수 있는 다른 원인이 됩니다.
과실 행위를 특정해 증명하고 그 과실이 손해를 낳을 개연성을 보이면 인과관계가 추정되고, 다른 원인의 증명 책임은 병원으로 넘어간다.
증거 확보의 순서 — 진료기록과 증거보전
소송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진료기록 확보입니다. 환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 일정한 경우의 가족은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진료기록 열람·사본 발급을 요청할 수 있고, 의료인은 의료법 제22조에 따라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보존해야 합니다. 발급받을 때는 의무기록, 간호기록지, 투약·수액 기록, 활력징후 기록, 영상검사 원본(CD)과 판독지, 병실 이동 기록을 빠짐없이 요청해야 합니다.
기록 변조가 의심되거나 병원이 제출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면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민사소송법 제375조)을 해서 기록을 미리 확보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소송이 시작된 뒤에는 문서제출명령과 사실조회, 그리고 법원 감정(신체감정·진료기록감정)이 증거의 중심이 됩니다. 이때 감정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과실이 있었는가"를 막연히 묻기보다 "혈관연축 호발 기간에 해당 간격의 평가는 통상 수준에 부합하는가", "증상 발생 후 조치까지 걸린 시간은 의학적으로 허용되는가"처럼 구체적인 쟁점별로 물어야 감정이 과실 판단에 쓸모 있게 나옵니다.
의료분쟁조정 절차와 소송의 선택
소송 외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는 길도 있습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3항은 조정신청 기간을 의료사고의 원인이 된 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10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조 제9항에 따라 사망이거나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일정한 중증 장애가 있는 사고에서는 피신청인의 응낙이 없어도 조정절차가 지체 없이 개시됩니다.
조정은 감정부의 조사와 감정(제28조)을 거치므로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지만, 조정 신청 후 소가 제기되면 신청이 각하되고(제27조 제7항 제3호), 이미 소를 제기했다면 조정 신청 자체가 각하되므로(같은 조 제3항 제1호) 두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수 없습니다. 병원이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각하될 수도 있어, 병원의 대응 태도와 쟁점의 복잡성을 보고 선택해야 합니다. 뇌손상 정도가 크고 손해액이 높은 사건은 법원 감정을 통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손해배상의 범위와 시효 관리
인정되는 손해는 치료비, 향후 치료비, 개호비(간병비), 일실수입, 위자료로 구성됩니다. 뇌손상으로 영구 장해가 남으면 노동능력상실률과 장해 정도에 대한 신체감정이 일실수입과 개호비 산정을 좌우합니다. 법원은 환자 측에도 과실이 있거나 환자의 기왕증, 질환의 자연 경과가 손해 발생에 기여한 경우 책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지주막하출혈 자체의 중증도가 기여도 논의의 중심이 됩니다.
시효도 확인해야 합니다. 불법행위 책임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기준입니다. 진료계약 위반으로 구성하는 채무불이행 책임은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장해가 확정되는 시점과 인과관계를 인식한 시점이 달라서 기산점이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사고 후 오래 지났다면 먼저 시효 문제부터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사실만으로 의료과실이 되나요?
A. 아닙니다. 이송 자체는 환자 상태가 안정되었다면 의학적 판단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송 당시의 소견, 이송 후 신경학적 평가 간격, 증상 발견 후 대응 속도가 과실 판단의 핵심입니다.
Q. 수술 뒤 장애가 생겼으면 인과관계는 자동으로 추정되나요?
A. 자동으로 추정되지 않습니다. 환자 측이 구체적인 과실 행위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손해를 낳을 개연성을 증명해야 추정이 작동합니다. 후유장해 발생만으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도 있습니다.
Q. 병원이 진료기록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의료법 제21조에 따른 열람·사본 요청을 서면으로 하고, 거부하거나 변조가 의심되면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소송 단계에서는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합니다.
Q. 의료분쟁조정과 소송을 함께 할 수 있나요?
A. 함께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미 소가 제기된 사건은 조정 신청이 각하되고, 조정 신청 후 소가 제기되어도 신청이 각하됩니다. 둘 중 하나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Q. 혈관연축은 어차피 막을 수 없는 합병증 아닌가요?
A. 발생 자체를 모두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방적 약물, 혈압·수액 관리, 정기적인 신경학적 평가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법적으로는 발생이 아니라 이 관리와 대응이 적절했는지가 쟁점입니다.
Q. 손해배상 청구 기간은 언제까지인가요?
A. 불법행위로 구성하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일부터 10년이 기준입니다. 의료분쟁조정 신청 기간도 각각 3년, 10년입니다. 기산점이 다투어질 수 있어 가능한 한 빨리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뇌동맥류 수술 후 혈관연축에 따른 뇌손상은 합병증이라는 설명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호발 기간의 관찰 강도, 일반병실 이송 후의 평가 간격, 증상 발생 후 대응 속도가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가 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의 출발점입니다.
법원은 후유장해 발생만으로 과실을 인정하지 않지만, 과실 행위와 손해 발생의 개연성이 증명되면 다른 원인의 증명 책임을 병원에 넘깁니다. 그러므로 진료기록 확보와 쟁점별 감정 질문 설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기록을 확보한 뒤 쟁점을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아울러 조정신청과 소송 중 어느 절차를 택할지, 민법 제766조와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13항의 기간이 남아 있는지를 함께 점검해 두면 선택지를 잃지 않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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