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나 오피스텔, 빌라 관리단에서 관리인 선임이나 규약 변경 같은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데 집회를 열어도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많습니다. 이럴 때 집회 없이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 결의를 갈음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받은 동의서가 나중에 효력 다툼에서 버텨 주는지가 실무의 핵심 질문입니다. 집합건물법은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4분의 3 이상이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으로 합의하면 관리단집회를 소집하여 결의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지만, 안건에 따라 요건이 달라지고 방식이 틀리면 결의 자체가 무효나 취소 위험에 놓입니다. 이 글에서는 서면 합의의 법적 근거와 정족수, 안건별로 달라지는 요건, 동의서를 받는 절차와 분쟁 시 다투는 방법을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서면 합의 결의의 법적 근거 — 집합건물법 제41조
관리단집회의 결의는 원칙적으로 집회를 소집하고 열어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1조 제1항은 이 법 또는 규약에 따라 관리단집회에서 결의할 것으로 정한 사항에 관하여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이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또는 서면과 전자적 방법으로 합의하면 관리단집회를 소집하여 결의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즉 집회를 열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는 흠이 아니며, 법이 마련한 별도의 결의 방식입니다.
이 조문의 구조를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첫째, 합의의 대상은 '관리단집회에서 결의할 것으로 정한 사항'이므로 법이나 규약이 집회 결의사항으로 정한 안건이어야 합니다. 둘째, 정족수는 구분소유자 수와 의결권(전유부분의 지분비율, 규약에 다른 정함이 있으면 그에 따름) 두 가지를 모두 채워야 하며 어느 한쪽만 충족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효력은 '결의한 것으로 본다'이므로 일단 요건을 갖추면 집회에서 결의한 것과 같은 효력이 생기고, 같은 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구분소유자의 특별승계인에게도 미칩니다.
예를 들어 구분소유자가 40명이고 지분이 면적 비율로 나뉘어 있는 상가 건물에서 규약 변경 안건에 서면 합의를 하려면, 40명 중 30명 이상의 동의와 함께 그 30명 이상의 동의자가 가진 지분비율 합계도 전체의 4분의 3 이상이어야 합니다. 면적이 큰 구분소유자 몇 명이 반대하면 인원수는 채웠어도 의결권에서 부족할 수 있습니다.
서면 합의는 집회의 대용품이 아니라 법이 인정한 별도의 결의 방식이며, 구분소유자 수와 의결권 두 요건을 모두 채워야 효력이 생긴다.
정족수는 안건마다 다르다 — 4분의 3이 기본값일 뿐인 이유
제41조 제1항의 4분의 3은 기본값이고, 제41조 제2항은 일부 안건에 대해 그 안건의 의결정족수 요건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예외를 둡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4분의 3을 받았는데도 결의가 성립하지 않거나, 반대로 과반수면 충분한 안건에서 불필요하게 4분의 3을 쫓아다니게 됩니다.
기본 — 이 법 또는 규약상 집회 결의사항: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 4분의 3 이상 (제41조 제1항)
휴양 콘도미니엄의 공용부분 변경(제15조 제1항 제2호): 구분소유자 과반수 및 의결권 과반수
권리변동 있는 공용부분 변경 원칙(제15조의2 제1항 본문), 재건축(제47조 제2항 본문), 일부 멸실 복구(제50조 제4항): 구분소유자 5분의 4 이상 및 의결권 5분의 4 이상
콘도미니엄 등 제15조의2 제1항 단서, 제47조 제2항 단서 해당 사항: 구분소유자 3분의 2 이상 및 의결권 3분의 2 이상
한편 같은 법 제15조 제1항 본문의 공용부분 변경은 집회 결의 기준으로는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3분의 2 이상이지만, 제41조 제2항의 예외 목록에는 이 본문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면 합의로 처리하려면 제41조 제1항에 따라 4분의 3 이상이 필요한지 여부를 따져야 하는 구조이므로, 집회에서 결의하는 경우와 서면 합의의 경우 필요한 비율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안건을 정할 때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실무에서는 동의서를 돌리기 전에 안건이 위 목록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조문 단위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통상 결의와 서면 합의의 차이 — 소집통지와 서면 의결권 행사는 별개다
자주 혼동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제38조 제2항은 의결권을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또는 대리인을 통해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는데, 이것은 관리단집회를 실제로 소집한 상태에서 참석하지 못하는 구분소유자가 의결권만 서면으로 행사하는 제도입니다. 이 경우 제34조에 따라 집회일 1주일 전(규약으로 달리 정할 수 있음)까지 회의 목적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혀 통지해야 하고, 제38조 제3항에 따라 소집통지에는 서면 등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과 구체적인 방법을 밝혀야 합니다. 정족수도 이 경우에는 제38조 제1항의 통상 결의라면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및 의결권의 과반수입니다.
반면 제41조의 서면 합의는 집회를 열지 않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소집통지 절차도, 집회 개최도 거치지 않으므로 그 대신 요건이 더 엄격하여 일반 결의보다 높은 4분의 3(또는 안건별 정족수)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제35조는 구분소유자 전원이 동의하면 소집절차 없이 집회를 열 수 있게 하고 있어, 전원이 모이는 자리가 있다면 제35조에 따른 집회도 선택지입니다.
정리하면 세 갈래입니다. 정식 집회를 열고 참석 못 하는 사람은 서면으로 의결권만 행사하게 하는 방식, 전원 동의로 소집절차 없이 여는 집회, 그리고 집회 자체를 열지 않는 제41조 서면 합의입니다. 어느 방식이냐에 따라 필요한 정족수와 절차 흠결의 위험이 달라지므로, 처음부터 어느 방식으로 갈지 정해 두고 동의서 문구도 거기에 맞춰야 합니다.
유효한 동의서의 요건 — 무엇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
제41조는 서면의 형식을 세세히 정하지 않지만, 결의로 간주되려면 '합의'가 구분소유자별로 명확히 확인되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분쟁이 생기는 지점은 동의서 자체의 흠입니다. 안건이 구체적이지 않은 포괄 동의서, 날인만 있고 구분소유자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서류, 공유자 중 일부만 서명한 동의서가 대표적입니다.
안건 특정 — 규약의 어느 조항을 어떻게 바꾸는지, 누구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지처럼 결의 내용을 동의서에 그대로 기재.
본인 확인 — 구분소유자의 성명, 호수, 서명 또는 날인, 필요하면 인감증명서나 신분증 사본 첨부.
공유 전유부분 — 제37조 제2항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1인이 정해져 있는지 확인하고, 그 1인 명의로 동의서를 받을 것.
대리 동의 —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 대리권 증명 서류를 함께 보관하고, 점유자가 서명한 경우에는 제16조 제2항, 제24조 제4항 등 점유자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건인지 확인.
시기 — 동의서마다 날짜를 기재하고, 안건이 동일한 내용으로 일괄 합의된 것임을 보여 주는 취합 명부 작성.
또한 제41조 제4항은 서면 또는 전자적 방법으로 기록된 정보에 관해 제30조(규약의 보관 및 열람)를 준용하므로, 관리인이나 보관자는 동의서와 취합 명부를 보관해야 하고 이해관계인의 열람·등본 청구에 응해야 합니다. 보관이 부실하면 나중에 정족수 충족을 증명하지 못해 결의의 존재 자체가 부정됩니다.
구분소유자들이 대리인을 미리 정해 둔 경우 — 제41조 제3항
상가 건물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호실을 소유하거나 소유자들이 동업 관계로 한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41조 제3항은 구분소유자들이 미리 그들 중 1인을 대리인으로 정하여 관리단에 신고한 경우, 그 대리인이 그 구분소유자들을 대리하여 관리단집회에 참석하거나 서면 또는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핵심은 '미리' 정하고 '관리단에 신고'한다는 두 가지입니다.
이 신고가 없으면 대리인이 한꺼번에 여러 구분소유자의 동의서를 가져와도 각 구분소유자의 대리권이 별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사전 신고가 되어 있다면 취합 과정이 훨씬 단순해지고, 나중에 일부 구분소유자가 '내가 동의한 적 없다'고 다투더라도 신고 서류가 중요한 방어 자료가 됩니다. 다만 신고의 효력 범위는 해당 구분소유자들이 정한 범위에 한정되고, 구분소유자의 권리·의무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서는 본인의 승낙이 따로 필요한 경우(제15조 제2항, 제29조 제1항 후단)가 있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절차 흠결이 있을 때의 위험 — 결의취소의 소와 무효 주장
서면 합의로 이루어진 결의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구분소유자는 제42조의2에 따라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사유는 두 가지로, 집회의 소집 절차나 결의 방법이 법령 또는 규약에 위반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그리고 결의 내용이 법령 또는 규약에 위배되는 경우입니다. 제소 기간은 결의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 결의한 날부터 1년 이내이며 두 기간을 모두 지켜야 합니다.
서면 합의에서 실제로 문제 되는 사례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구분소유자 50명 중 38명의 동의서로 규약 변경이 처리되었는데, 이 중 4명의 서명이 대필이었고 2명은 의결권 행사자로 정해지지 않은 공유자 1인만 서명한 경우라면 정족수 계산에서 이 6명을 제외해야 합니다. 그러면 32명이 되어 4분의 3(37.5명, 즉 38명 이상) 요건에 미달하고, 결의 방법이 법령에 위반된 것으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또 동의서에 적힌 안건과 실제 시행된 내용이 다르다면 합의의 범위를 넘은 것이어서 그 부분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정족수 미달이 심각해서 애초에 결의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경우라면, 취소의 소 기간과 상관없이 결의무효확인을 구하는 방법도 검토 대상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흠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므로, 동의서 원본과 취합 명부, 구분소유자 명부와 지분비율표를 확보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서면 합의의 분쟁은 결국 정족수 계산과 동의서 하나하나의 유효성 싸움이며, 취소의 소는 안 날부터 6개월·결의일부터 1년이라는 이중의 기간 제한이 있다.
서면 합의를 선택하기 전에 점검할 실무 체크리스트
서면 합의가 늘 집회보다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집회는 구분소유자 과반수와 의결권 과반수라는 낮은 기준으로 통상 결의를 할 수 있는 반면 서면 합의는 기본 4분의 3의 문턱이 있어서, 안건이 통상 결의로 족한 것이라면 오히려 집회와 서면 의결권 행사를 병행하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규약 변경(제29조 제1항의 4분의 3)이나 권리변동 있는 공용부분 변경처럼 어차피 높은 정족수가 요구되는 안건은 서면 합의가 현실적인 수단이 됩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안건이 일부 구분소유자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입니다. 규약 설정·변경이 일부 구분소유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면 정족수를 채웠더라도 그 구분소유자의 승낙이 따로 필요합니다(제29조 제1항 후단). 서면 합의로 처리했더라도 이 승낙이 없으면 그 구분소유자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시작 전에 안건 유형, 필요한 정족수, 특별한 영향을 받는 구분소유자의 유무를 표로 정리해 두면 이후 분쟁에서 가장 강한 근거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관리단집회를 한 번도 열지 않고 서면 합의만으로 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나요?
A. 관리인 선임은 제24조 제3항에 따라 관리단집회의 결의로 하는 사항이므로, 제41조 제1항의 요건(구분소유자와 의결권 각 4분의 3 이상)을 갖춘 서면 합의로 선임할 수 있습니다. 규약으로 관리위원회가 선임하도록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릅니다.
Q. 4분의 3 중 구분소유자 수는 채웠는데 의결권이 모자라면 어떻게 되나요?
A.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므로 결의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지분비율이 큰 소유자의 동의를 추가로 받아 의결권 비율을 맞춘 뒤 다시 취합해야 합니다.
Q. 동의서에 서명한 뒤 마음이 바뀌면 철회할 수 있나요?
A. 제41조는 철회에 대해 따로 정하지 않아 합의가 성립해 결의로 간주되는 시점이 중요합니다. 정족수가 채워져 결의가 성립하기 전이라면 철회 의사가 도달한 동의서는 계산에서 빠질 수 있지만, 성립한 뒤에는 철회로 결의 효력을 뒤집기 어렵습니다.
Q. 전자적 방법으로도 합의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제41조 제1항은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또는 서면과 전자적 방법을 병행한 합의를 모두 인정합니다. 다만 전자적 방법도 구분소유자 본인 확인과 기록 보관이 되어야 하므로 제30조 준용에 맞춘 보관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Q. 서면 합의로 정한 결의에 반대한 구분소유자도 따라야 하나요?
A. 요건을 갖춘 결의는 집회에서 결의한 것과 같은 효력이 있어 반대한 구분소유자와 특별승계인에게도 미칩니다(제42조 제1항). 다만 결의에 절차상·내용상 흠이 있다면 제42조의2에 따라 안 날부터 6개월, 결의일부터 1년 안에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Q. 소유자 한 명이 연락이 안 될 때 그 사람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A. 연락이 되지 않는 구분소유자는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동의자 수에서 빠집니다. 분모(전체 구분소유자 수와 의결권)는 줄지 않으므로, 소재 불명자가 많은 건물에서는 서면 합의의 문턱이 높게 느껴질 수 있고 그럴수록 사전에 연락처와 통지장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집합건물법 제41조의 서면 합의는 집회를 열기 어려운 건물에서 유용한 결의 수단이지만, 구분소유자 수와 의결권 두 기준을 모두 채워야 하고 안건에 따라 필요한 비율이 달라진다는 점이 가장 큰 함정입니다. 동의서의 안건 특정, 본인 확인, 공유 지분과 대리권 정리, 그리고 취합 명부와 원본 보관까지 갖춰야 나중에 결의취소나 무효 다툼에서 버틸 수 있습니다.
이미 서면 합의로 결의가 처리되었거나 그 결의의 효력을 다투려는 상황이라면, 제42조의2의 6개월·1년 기간이 지나기 전에 동의서와 구분소유자 명부, 지분비율표부터 확보해 정족수를 직접 계산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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