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해야겠지만, 하지 않은 일까지 인정해야 하나요?” 학교폭력 신고 후 대응 방법
“아이가 친구에게 심한 말을 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몇 달 동안 따돌렸다는 내용까지 신고되어 있습니다. 사과하면 그 내용도 모두 인정하는 것이 될까요?”
학교폭력 신고 이후 부모님이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까지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까 걱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억울한 부분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실제로 상대 학생에게 상처를 준 행동까지 부인하는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사과할지, 다툴지를 하나만 선택하려 하기보다 실제로 있었던 행동과 확인이 필요한 주장을 구분해야 합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사실관계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함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 민윤기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학교폭력 신고 내용과 자녀의 설명이 일부 다른 경우, 조사와 심의를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 번의 발언과 지속적인 괴롭힘은 나누어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반 학생들이 참여한 단체채팅방에서 특정 학생을 놀리는 대화가 이어졌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자녀도 그날 비꼬는 말을 남겼지만, 이후 신고 내용에는 몇 달 동안 집단 따돌림에 가담했다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으니 신고 내용이 모두 맞다”고 보거나, 반대로 “계속 괴롭힌 것은 아니니 잘못이 없다”고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작성한 표현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다른 날짜에도 비슷한 행동이 있었는지, 채팅방 밖에서 이루어진 행동은 없는지를 각각 살펴봐야 합니다.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과 특정 행동에 가담했다는 사실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신체적인 폭행뿐 아니라 모욕, 협박,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으로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도 포함합니다. 따라서 직접 때린 적이 없거나 학교 밖에서 이루어진 대화라는 이유만으로 학교폭력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각 학생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입니다. 사과와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도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사과의 대상이 되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세요’
자녀가 작성한 말이 확인된다면, 그 행동과 상대방에게 미친 영향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빨리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포괄적으로 인정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날짜에 모욕적인 표현을 작성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다른 기간의 지속적인 따돌림에 가담했다는 부분은 관련 자료를 통해 별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실제 행동에 대한 사과와 추가 주장에 대한 확인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물론 표현만 나누면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사과문에서는 잘못을 인정하면서 조사에서는 같은 행동을 부인한다면 설명이 충돌할 수 있습니다. 먼저 아이의 기억과 기록을 차분하게 확인한 뒤, 인정하는 내용과 다투는 내용을 일관되게 정리해야 합니다.
사과를 전달할 때에도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해야 합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는 접촉금지 조치 등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현재 안내받은 조치를 확인하고 학교를 통해 허용되는 전달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직접 찾아가거나 반복적으로 연락해 사과를 받아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보호자 의견서는 아이의 성격보다 사건을 설명하는 글입니다’
부모님은 자녀의 평소 모습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호자 의견서에 “원래 친구를 괴롭힐 아이가 아니다”라는 말을 적고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성격만으로 문제 된 날의 행동이 확인되지는 않습니다.
의견서에는 신고된 내용 가운데 어떤 사실을 인정하고, 어느 부분이 아이의 설명과 다른지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해당 내용과 연결해 설명해야 합니다.
앞의 사례라면 문제 된 발언이 포함된 전체 대화와 작성 시각을 확인하고, 지속적인 가담이 있었다고 주장되는 기간의 기록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문장만 잘라내기보다 앞뒤 맥락이 드러나도록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말을 듣는 과정에서도 답을 정해 놓고 질문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먼저 그랬지?”라고 묻기보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의 말로 설명하게 하는 편이 좋습니다. 직접 본 사실과 다른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기록을 보고 나중에 확인한 내용을 구분하면 조사에서도 보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과와 합의가 곧 학교장 자체해결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사과를 전달한 뒤에는 학교장 자체해결이 가능한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사과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건이 자체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장 자체해결을 위해서는 법에서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여야 하고,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되었거나 복구 약속이 있어야 합니다. 지속적인 학교폭력이나 신고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니어야 한다는 요건도 있습니다.
여기에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지 않아야 하며, 관련 의사의 서면 확인과 전담기구의 심의 등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사과를 받았다는 사실이나 진단서가 없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자체해결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앞의 사례에서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었는지는 단순히 표현의 차이가 아닙니다. 실제 행동의 범위를 판단하는 문제이면서, 자체해결 요건을 검토할 때에도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심의에서는 억울함과 반성 모두 근거가 필요합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를 앞두면 어떤 조치를 받게 될지 걱정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학생의 사례와 비교해 결과를 예상하기보다, 이번 사건에서 무엇이 판단 대상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조치 결정에서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반성 정도, 선도 가능성, 화해 정도 등을 고려합니다. 따라서 실제 행위의 내용과 반복 여부를 설명하는 자료뿐 아니라, 확인된 잘못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후 행동을 바꾸었는지도 의미가 있습니다.
교육이나 상담에 참여했다면 참석 사실만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이해했고 생활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하지 않은 행동이 포함되어 있다면 해당 주장과 자료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사실관계를 다툰다는 이유만으로 반성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실제 잘못까지 축소하거나 상대방의 피해를 가볍게 표현하지 않도록,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투는지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를 돕는 일은 사실을 정확하게 나누는 데서 시작됩니다’
학교폭력 신고 이후 부모님은 아이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과 올바르게 지도해야 한다는 책임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그럴수록 모든 내용을 부인하거나 서둘러 전부 인정하기보다, 확인된 사실부터 차분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받은 안내와 이미 제출한 확인서, 관련 대화 기록을 함께 살펴보면 설명이 빠진 부분이나 추가로 확인해야 할 내용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실제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 있게 돌아보도록 돕고, 사실과 다른 주장에는 자료를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학교폭력 대응에서 사과와 사실관계 확인은 서로 반대되는 선택이 아닙니다. 인정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돌아보고, 다툴 부분은 근거를 갖춰 설명하는 것이 아이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만일 학교폭력 사건으로 인해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전화나 문자주세요.
이상, 서울학교폭력변호사 민윤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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