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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명의 대여, 빌려 쓴 사람의 거액 채무까지 갚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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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명의 대여, 빌려 쓴 사람의 거액 채무까지 갚아야 할까 

강대현 변호사

지인의 부탁으로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주거나 통장을 건네줬는데, 어느 날 그 사람이 끌어다 쓴 거액의 대금과 채무를 갚으라는 독촉장이 날아오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나는 돈을 쓰지도 않았고 계약서에 서명한 적도 없다"고 항변하지만, 거래 상대방은 사업자등록증에 적힌 이름을 믿고 거래했다고 주장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명의를 빌려줬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채무를 떠안는 것은 아니지만, 상법상 명의대여자 책임이 인정되면 실제 사업자와 함께 갚아야 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명의대여가 어떤 때 책임으로 이어지고 어떤 때 끊기는지, 통장 대여와 세금 문제까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명의 대여 책임 — 민사·형사·세금 세 갈래로 나눠 봐야 합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닥치는 문제는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 갈래입니다. 첫째는 거래 상대방이 대금이나 빌려준 돈을 청구하는 민사 책임이고, 둘째는 통장이나 사업자등록 명의 대여 자체를 처벌하는 형사 책임이며, 셋째는 명의상 사업자 앞으로 부과되는 세금 문제입니다. 세 갈래는 근거 법령도, 책임의 요건도, 방어 방법도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빌려줬을 뿐이니 책임 없다"거나 "이름을 빌려줬으니 전부 내 책임"이라는 한 줄 결론은 둘 다 틀립니다. 민사에서 책임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통장을 넘긴 행위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반대로 형사 처벌 위험이 없더라도 상법상 연대책임은 따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어느 갈래에서 어떤 요건이 문제 되는지를 먼저 분리해 놓아야 대응 순서가 정해집니다.

  • 민사 — 상법 제24조 등에 따라 거래 상대방이 명의자에게 대금·채무 이행을 청구.

  • 형사 — 통장 대여는 전자금융거래법, 사업자등록 명의 대여는 조세범 처벌법 위반 여부.

  • 세금 — 사업자등록상 명의자 앞으로 부가가치세·소득세 등이 고지될 수 있음.

명의대여의 책임은 민사·형사·세금이 각각 따로 판단된다 — 한 갈래에서 벗어났다고 다른 갈래까지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상법 제24조 — 명의대여자가 연대해서 갚아야 하는 요건

상법 제24조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을 풀면 명의자가 책임을 지려면 세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명의자가 자기 이름이나 상호를 쓰도록 허락했을 것, 그 이름으로 영업이 이루어졌을 것, 거래 상대방이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하고 거래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허락은 꼭 서면이나 명시적인 말일 필요가 없고, 이름 사용을 알면서 내버려 둔 묵시적 허락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내 이름으로 음식점 사업자등록을 내고 식자재를 외상으로 받아 왔는데, 내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통장 사본을 계속 건네주었다면 허락이 있었다고 평가받기 쉽습니다. 이 경우 식자재 납품업체가 내 이름만 보고 거래했다면 외상대금 전액에 대해 실제 운영자와 연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고, 책임의 범위는 명의를 빌려준 대가를 얼마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거래 금액 전체입니다. 연대책임이므로 업체는 두 사람 중 누구에게든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명의자가 대신 갚았다면 실제 운영자에게 나중에 구상할 수 있을 뿐입니다.

상대방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책임이 없습니다

명의대여자 책임은 명의자를 사업주로 믿고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므로, 상대방이 그렇게 믿지 않았다면 보호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6다21330 판결은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상법 제24조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았고, 이는 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18309 판결과 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10512 판결을 이어받은 법리입니다. 같은 판결은 상대방에게 악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를 면책을 주장하는 명의대여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분쟁에서는 상대방이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했는지가 핵심 다툼이 됩니다. 예를 들어 납품업체 직원이 실제 운영자와 직접 계약서를 쓰고 대금을 운영자 개인 계좌로 받아 왔다면, 명의자 이름은 사업자등록증에만 있을 뿐 업체가 명의자와 거래한다고 믿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거래 서류 어디에도 실제 운영자의 이름이 없고 명의자 이름의 세금계산서와 명의자 통장만 오갔다면 오인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명의자가 한 번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정, 명함과 계약서에 다른 사람의 이름이 대표로 적혀 있다는 사정은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보여 주는 정황이 됩니다.

  • 실제 운영자와 직접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했다고 보기 어려운 방향.

  • 대금을 실제 운영자 개인 계좌로 받은 경우 —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다는 정황.

  • 명함·견적서·문자에 명의자가 아닌 사람이 대표로 표시된 경우 — 면책을 주장할 자료.

  • 명의자 이름의 세금계산서와 통장만 오간 경우 — 오인이 인정되기 쉬운 방향.

명의자가 서명하지 않은 개인 차용·대출 — 책임이 따라가지 않는 영역

상법 제24조는 영업상 거래에서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한 제3자를 위한 규정입니다. 따라서 명의를 빌려 간 사람이 별도로 개인 사채를 쓰거나, 명의자 모르게 대출 서류에 이름을 적어 돈을 빌렸다면 이는 다른 문제입니다. 금전소비대차의 당사자는 돈을 빌리기로 계약한 사람인데, 명의자가 대출 약정서에 서명하지도, 연대보증을 서지도 않았다면 계약 당사자가 아닌 이상 갚을 의무가 생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문제는 명의자가 서류를 직접 써주었거나 인감과 신분증을 맡겨 둔 경우입니다.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건네며 "필요한 곳에 쓰라"고 포괄적으로 맡겼다면 상대방이 그 서류를 믿고 거래한 부분에 대해 대리권 수여가 있었다고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명의자 모르게 서명이나 도장이 위조된 서류라면 그 계약은 명의자에게 효력이 없고, 위조한 사람은 형법 제231조의 사문서위조 등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때 명의자가 해야 할 일은 약정서 원본과 서명 경위를 확인하고, 본인이 서명하지 않았음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통장 대여 — 갚을 돈보다 형사 처벌이 먼저 문제 됩니다

사업자 명의에 딸려 통장과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함께 넘기는 일이 흔한데, 이 부분은 민사 채무와 별개로 형사 문제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접근매체(통장·체크카드·OTP·비밀번호 등)를 대가를 받거나 받기로 하고 빌려주는 행위, 범죄에 이용된다는 것을 알면서 빌려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같은 법 제49조 제4항은 이를 위반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가가 없더라도 범죄에 쓰일 줄 알았다면 처벌 대상입니다.

더 무거운 문제는 통장이 사기 범죄의 입금 계좌로 쓰인 경우입니다. 빌려 간 사람이 그 통장으로 피해자에게 돈을 송금받았다면, 통장을 건넨 사람은 사기 범행을 도운 것으로 보아 형법 제347조의 사기 방조(형법 제32조)로 수사받을 수 있고, 피해자는 민사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사기죄(제347조 제1항)의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방조범은 정범보다 형을 감경합니다. 수사기관은 통장을 넘길 때 대가가 있었는지, 용도를 어떻게 설명받았는지, 이상하다고 느낄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문자와 계좌내역으로 확인합니다.

통장을 빌려준 책임은 갚을 빚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에 쓰였느냐의 문제다 — 대가를 받았거나 범죄 이용을 알았다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사업자등록 명의 대여 — 처벌 요건과 세금 고지

조세범 처벌법 제11조 제2항은 조세의 회피 또는 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자신의 명의로 타인이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사업을 하도록 허락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1항은 타인의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실제 사업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즉, 조세 회피나 강제집행 면탈이라는 목적이 있어야 처벌되며, 목적이 없었다면 이 조항만으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세금은 처벌과 별개로 움직입니다. 사업자등록상 대표가 명의자이므로 세무서는 부가가치세 신고 누락이나 체납이 생기면 먼저 명의자 앞으로 고지서나 체납 안내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과세는 소득이나 매출이 실제로 귀속된 사람에게 해야 하므로, 명의자는 실제 사업자가 따로 있다는 점을 증명해 처분에 불복할 수 있습니다. 불복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 같은 절차로 해야 하고, 이 기간을 놓치면 명의자 앞의 세금이 확정되어 버립니다.

이미 독촉이나 소송이 시작됐다면 — 먼저 확보해야 할 자료

소장이 왔거나 지급명령, 내용증명이 도착했다면 책임을 인정하는 말부터 하지 말고 자료부터 모아야 합니다. 지급명령은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되어 강제집행이 가능해지므로, 사실관계가 다투어진다면 기간을 지켜 이의신청부터 해야 합니다. 소장의 경우도 답변서 제출 기간 안에 입장을 정리해 내야 합니다.

자료는 명의대여의 경위와 범위를 보여 주는 것을 우선합니다. 명의를 빌려준 것이 언제, 누구의 부탁으로, 무엇을 위해서였는지가 드러나는 문자·메신저 대화와 약정서가 가장 중요합니다. 통장과 관련해서는 입출금 내역으로 실제 돈이 누구에게 흘러갔는지 확인하고, 거래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는 거래처가 실제 운영자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정리합니다. 이미 입금된 돈이 수상하다고 느꼈다면 해당 은행에 통장 분실·도난 신고와 지급정지를 요청해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 우선입니다.

  • 명의 대여 경위가 담긴 문자·메신저·녹취와 약정서.

  • 통장 입출금 내역 — 실제 자금이 누구에게 갔는지 확인.

  • 거래처가 실제 운영자와 직접 거래했다는 계약서·명함·세금계산서.

  • 세무서 고지서·체납 안내서와 수령일자 — 불복 기간 계산용.

자주 묻는 질문

Q. 명의만 빌려주고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았는데도 갚아야 하나요?

A. 상법 제24조의 책임은 대가를 받았는지가 아니라 이름 사용을 허락했는지, 상대방이 영업주로 오인했는지로 판단합니다. 대가가 없어도 허락이 인정되고 상대방이 오인했다면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다면 면책됩니다.

Q. 제 명의로 사업을 한 사람이 돈을 빌려 쓴 개인 채무도 갚아야 하나요?

A. 명의자가 약정서에 서명하거나 연대보증을 서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가 아니므로 갚을 의무가 없습니다. 인감과 신분증을 포괄적으로 맡겨 두었다면 대리권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어 서류 경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서명이 위조되었다면 위조한 사람이 사문서위조 책임을 집니다.

Q. 통장을 빌려줬는데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대가를 받기로 하고 빌려줬거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빌려줬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 사기 범행에 쓰인 사실까지 인정되면 사기 방조로도 수사받을 수 있습니다. 대가 여부와 용도에 대한 설명 내용이 쟁점입니다.

Q. 세무서에서 제 앞으로 세금을 고지했는데 실제 사업자는 따로 있습니다.

A.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과세는 소득이 실제로 귀속된 사람에게 해야 합니다. 실제 사업자가 따로 있음을 증명하면 불복으로 다툴 수 있고,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를 해야 합니다. 기간을 놓치면 세금이 확정되므로 고지서를 받은 날짜를 반드시 기록해 두세요.

Q. 지급명령을 받았는데 모르는 채무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지급명령은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되어 강제집행이 가능해집니다.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소송으로 넘어가 상대방이 청구 근거를 입증해야 합니다.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라면 기간 안에 이의신청부터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이미 갚아 준 돈은 실제 운영자에게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명의자와 실제 운영자는 상법 제24조에 따라 부진정연대 관계이므로 명의자가 대신 갚았다면 실제 운영자의 부담 부분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에게 재산이 없으면 받기 어려워, 명의 대여 경위를 입증할 자료와 운영자의 재산 현황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명의와 통장을 빌려준 책임은 한 가지 기준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민사에서는 거래 상대방이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했는지, 형사에서는 대가나 범죄 이용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 세금에서는 소득이 실제로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가 각각 쟁점이 됩니다.

빌려 간 사람이 대신 처리하겠다고 말하더라도 독촉장, 지급명령, 세무서 고지서에는 기한이 있습니다. 문서를 받은 날짜를 기록하고 대화와 거래 자료를 보존해 두면, 책임이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나누어 대응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사안마다 결론이 달라지는 만큼 서류가 도착한 단계에서 권리관계를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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