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대리점의 직원 채용에 일일이 승인을 요구하고, 영업지역과 영업시간까지 일방적으로 정해 지키라고 하는데도 계약을 이어가야 하니 말 한마디 못 하는 대리점주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요구는 단순한 거래 관행이 아니라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 제10조가 금지하는 경영활동 간섭에 해당할 수 있고, 위반하면 과징금뿐 아니라 형사처벌 규정까지 적용됩니다. 다만 본사의 모든 지시가 위법인 것은 아니어서, 어디까지가 정당한 거래조건이고 어디부터가 간섭인지 기준을 알아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법이 금지하는 간섭의 유형, 위법 여부를 가르는 판단기준, 증거 확보와 구제 절차를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대리점법 제10조 — 경영활동 간섭 금지의 구조
대리점법 제10조 제1항은 공급업자가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대리점의 경영활동을 간섭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계열회사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게 해서도 안 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대리점은 공급업자로부터 상품이나 용역을 공급받아 불특정다수의 소매업자 또는 소비자에게 재판매하거나 위탁판매하는 사업자를 말합니다(제2조 제3호). 대리점이 독립된 사업자인 이상 무엇을 어떻게 팔고 누구를 고용할지는 원칙적으로 대리점의 자기 책임 아래 결정할 사항이라는 것이 이 조문의 출발점입니다.
제10조 제2항은 금지되는 행위의 유형과 기준을 대통령령에 맡기고 있고, 시행령 제7조가 이를 네 가지로 정리합니다. 본사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적어 두었거나 오랜 관행이었다는 점을 내세우기 쉽지만, 법이 보는 것은 계약서 문구가 아니라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의 독자적 의사결정을 눌렀는지입니다. 계약 해지나 물량 축소를 거론하며 압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간섭의 위법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됩니다.
대리점이 독자적으로 정해야 할 경영활동에 공급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개입하면, 계약서에 적혀 있더라도 제10조 위반이 될 수 있다.
직원 채용·해임·근무조건 승인 요구 — 시행령 제7조 제1호
시행령 제7조 제1호는 대리점이 임직원 등을 선임하거나 해임하거나, 임직원 등의 근무지역 또는 근무조건을 결정할 때 공급업자의 사전 지시 또는 사후 승낙을 받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본사가 채용 전에 면접 결과를 보고하라고 하거나, 채용 후 인사 명단을 제출해 승인받게 하는 방식이 모두 여기에 걸립니다. 승인 요청 형식을 취하지 않았더라도 본사 담당자가 "그 사람은 안 된다"는 식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대리점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이 따르는 구조라면 실질은 같습니다.
가정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전 대리점이 영업사원 두 명을 새로 뽑으려는데 본사 지점장이 경력자는 인건비 부담이 크니 신입만 쓰라고 하고, 근무지도 본사가 정한 권역으로 고정하라고 요구한 경우입니다. 이는 임직원의 선임과 근무지역·근무조건을 본사가 사실상 정하는 것이어서 제1호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반면 본사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는 최소한의 서비스 교육 이수를 요구하는 정도는 대리점이 사람을 쓰는 결정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므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용 전 사전 승인 — 후보자 이력서 제출, 채용 가부에 대한 본사 사전 지시.
사후 승낙 — 채용·해임 후 명단을 보고하고 본사의 확인을 받도록 하는 방식.
근무지역 지정 — 직원의 담당 구역이나 근무 장소를 본사가 정해 통보.
근무조건 결정 — 급여 수준, 근무시간, 휴무일을 본사가 정하거나 승인.
영업지역·영업시간·거래처·판촉활동 일방 지정 — 시행령 제7조 제3호
시행령 제7조 제3호는 대리점의 거래처, 영업시간, 영업지역, 판촉활동 등을 공급업자가 일방적으로 정하여 이행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핵심은 일방성입니다. 계약 체결 시 대리점과 협의해 영업지역을 정하고 그 내용이 계약서에 반영되어 있다면 그 자체로 문제 삼기 어렵지만, 계약 이후 본사가 사정 변화를 이유로 대리점에 알리지 않거나 협의 없이 영업지역을 줄이고 영업시간을 늘리도록 요구하는 것은 일방 지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영업시간 사례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본사가 판매 실적을 높이려고 모든 대리점에 일요일 영업과 심야 영업을 하라고 통보하고, 따르지 않는 대리점에는 신제품 물량을 줄이겠다고 말한 경우입니다. 대리점이 영업시간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인건비와 상권을 고려한 경영 판단인데, 이를 본사가 일괄 결정해 강제하면 제3호의 영업시간 지정에 해당합니다. 거래처 지정도 마찬가지로, 특정 거래처에는 납품하지 말라거나 본사가 정한 거래처에만 팔라는 요구가 대표적입니다. 판촉활동에서는 본사가 자기 비용으로 기획한 행사에 대리점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과, 대리점 비용으로 일정한 판촉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구분됩니다.
영업지역·영업시간·거래처·판촉활동은 대리점이 독자적으로 정할 영역이고, 공급업자가 계약 이후 일방적으로 정해 요구하면 시행령 제7조 제3호 위반이 된다.
영업비밀 제출 요구와 그 밖의 간섭 — 제2호·제4호
시행령 제7조 제2호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거래처 현황, 매출 내역 등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본사가 대리점의 거래처 명단과 거래처별 매출을 제출하라고 해 놓고, 나중에 이를 근거로 직접 영업에 나서거나 다른 대리점을 지정하는 사례가 전형적인 우려입니다. 반대로 정산이나 재고 관리, 법령상 의무 이행처럼 목적이 분명하고 필요한 범위로 한정된 자료 요청은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자료를 요구하는 목적과 범위가 쟁점입니다.
제4호는 그 밖에 대리점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수행해야 할 경영활동에 간섭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는 행위를 포괄합니다. 유형이 법령에 열거되지 않았더라도 본사가 대리점의 가격 정책, 매장 운영 방식, 광고 방식 등에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개입했다면 이 규정이나 제10조 제1항 본문으로 문제 삼을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고시 유형에 포섭되는지는 사안별로 다르므로, 본사의 요구가 반복적이고 거부 시 불이익이 예고되었는지를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위법 여부를 가르는 기준 — 거래상 지위와 부당성
제10조 위반이 성립하려면 먼저 공급업자와 대리점 사이에 거래상 지위의 격차가 있어야 합니다. 대리점이 특정 공급업자에게 거래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고, 다른 공급선으로 쉽게 전환하기 어려우며, 본사가 계약 해지나 물량 조절로 대리점의 영업 존속을 좌우할 수 있다면 지위의 격차가 인정되기 쉽습니다. 오랜 기간 한 브랜드만 취급해 온 대리점이나, 초기 투자 비용이 큰 대리점일수록 본사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다음으로 그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했는지가 문제입니다. 요구의 목적이 정당한지, 대리점의 독자적 판단을 실질적으로 대체하는 정도인지, 요구에 따르지 않았을 때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었는지, 대리점과 사전에 협의했는지를 종합합니다. 같은 영업시간 요구라도 제품 안전 점검처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면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고, 매출 확대만을 위한 일률적 강제라면 부당성이 인정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대리점으로서는 본사의 요구 내용뿐 아니라 그 이유와 거부했을 때의 불이익을 함께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증거 확보 — 무엇을 어떻게 남겨야 하나
경영 간섭은 구두 지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증거 확보가 승패를 가릅니다. 본사 담당자와의 통화는 상대방 몰래 녹음하더라도 대화 당사자 본인이 녹음한 것이라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이므로, 지시가 오가는 시점에 통화를 녹음해 두는 것이 실무에서 가장 유용합니다. 여기에 메신저 대화, 이메일, 팀장·지점장이 보낸 공지 문서, 월간 영업회의 자료를 함께 모으면 간섭의 반복성과 조직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지시 내용 — 채용 승인, 영업시간 지정 등 요구가 담긴 문자·메신저·이메일 원본.
불이익 예고 — 거부 시 물량 축소, 계약 해지, 장려금 삭감을 언급한 대화 기록.
실제 불이익 — 요구 거부 후 줄어든 주문 승인 내역, 출고 지연 자료, 정산 내역.
계약 자료 — 대리점 계약서, 영업지역·시간 등이 협의되었는지 보여주는 부속 합의서.
손해 증빙 — 간섭으로 늘어난 인건비, 감소한 매출을 보여주는 회계 자료.
또한 제11조가 주문내역 확인 요청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본사에 주문 확인을 요청한 기록도 같이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증거는 간섭 사실과 거래상 지위, 그 결과 불이익을 하나의 시간순 표로 엮어 정리해야 신고나 조정에서 설득력을 가집니다.
구제 절차 — 분쟁조정·공정위 신고·손해배상
첫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나 시·도에 설치된 대리점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19조). 조정 신청이 있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되고(제19조 제5항), 협의회는 신청을 받은 날부터 60일(당사자 쌍방이 연장에 동의하면 90일) 안에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절차를 종료합니다(제20조 제5항 제3호). 비교적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지만 상대방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강제력이 없습니다.
둘째,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공정위가 조사 후 시정조치(제23조)와 과징금(제25조)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과징금은 법 위반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부과하되, 위반 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5억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과합니다. 셋째, 제10조 위반은 제30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 대상이 되고, 징역과 벌금은 병과될 수 있습니다(제30조 제3항). 다만 이 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제33조 제1항). 조정을 먼저 신청했는데 그 전에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사건이라면 조정이 각하될 수 있으니(제20조 제3항 제3호) 절차 선택 순서를 신중히 정해야 합니다.
넷째, 간섭으로 입은 손해는 제34조 제1항에 따라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공급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므로, 입증 부담이 일반 불법행위보다 공급업자 쪽에 무겁게 놓입니다. 다만 3배 이내의 배상책임은 제6조·제7조·제12조 위반에 한정되므로, 경영활동 간섭(제10조)은 실제 발생한 손해를 증명해 청구하는 구조입니다.
보복에 대한 보호 — 제12조와 신고 후 대응
신고나 조정 신청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거래 단절 우려입니다. 대리점법 제12조는 공급업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했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거나, 공정위 조사와 서면실태조사에 협조한 대리점에게 그 행위를 이유로 거래 정지, 물량 축소, 그 밖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합니다. 제12조 위반은 제30조 제1항 제7호의 처벌 대상이고, 손해배상에서도 3배 이내 배상 규정이 적용되는 유형입니다(제34조 제2항).
따라서 신고 이후 갑자기 주문 승인이 지연되거나 출고량이 줄어드는 일이 생기면, 그 시점과 이전 거래량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바로 확보해야 합니다. 보복이 의심되는 시점이 신고 직후인지, 그 이전의 일반적 변동과 구분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입증의 핵심입니다. 간섭 사건보다 보복 사건이 오히려 배상 측면에서 대리점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본사 승인 조항이 있으면 합법인가요?
A. 계약서에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합법이 되지 않습니다. 대리점법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간섭을 금지하며, 계약 내용이 일방적으로 강요된 것이라면 오히려 위법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리점과 실질적으로 협의해 정한 조건이라면 일방 지정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본사가 브랜드 관리상 필요하다며 매장 운영 기준을 정하는 것도 위반인가요?
A. 소비자 안전이나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은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업시간, 직원 채용, 거래처처럼 대리점의 경영 판단 영역까지 일방적으로 정하고 따르도록 강제한다면 제10조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Q. 소규모 대리점도 대리점법 보호를 받나요?
A. 제2조가 정한 공급업자와 대리점의 지속적 재판매·위탁판매 거래라면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됩니다. 다만 제3조에 따라 적용이 제외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거래 형태와 업종이 적용 제외에 해당하는지는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이미 요구에 따라 직원을 해고했는데 되돌릴 수 있나요?
A. 해고 자체는 대리점이 사용자로서 한 행위라 되돌리기 어렵지만, 본사의 강요로 입은 인건비나 매출 손실은 제34조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해고 과정에서 본사가 개입한 지시나 메시지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Q.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시효는 어떻게 되나요?
A. 조정 신청은 시효중단 효력이 있습니다. 다만 신청이 취하되거나 각하되면 효력이 없고, 이때 6개월 안에 소송 등을 제기하면 최초 신청 시점에 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봅니다(제19조 제5항, 제6항).
Q. 신고했다가 계약이 해지되면 어떻게 하나요?
A. 신고나 조정 신청을 이유로 한 거래 정지나 물량 축소는 제12조가 금지하는 보복조치입니다. 해지 통지 시점과 사유, 이전 거래 내역을 자료로 확보해 두면 보복조치 여부를 다툴 수 있습니다.
맺음말
공급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직원 채용 승인, 영업지역·영업시간 지정, 영업비밀 제출 등을 요구하는 것은 대리점법 제10조와 시행령 제7조가 정면으로 금지하는 영역입니다. 판단은 계약서 문구보다 요구가 일방적이었는지, 대리점의 독자적 판단을 대체했는지, 거부 시 불이익이 예정되어 있었는지에 따라 이뤄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간섭이 이뤄지는 시점에 기록을 남기는 일입니다. 녹음, 메신저, 공문과 거래 내역을 시간순으로 모아 두면 분쟁조정, 공정위 신고, 손해배상 중 어느 경로를 택하든 힘이 됩니다. 시화·부발 일대처럼 제조·유통 업체가 모여 있는 경기남부에서 대리점을 운영 중이라면, 본사의 요구가 반복되기 전에 권리와 절차를 먼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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