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찰경력 15년, 동부지검 마약수사 검경 합수단 출신 나상호 변호사입니다.
"초범인데 실형까지 가나요?" 마약 사건 상담에서 가장 먼저 듣는 질문입니다. 초범이면 집행유예가 나온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초범이라는 사정 하나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저는 경찰에 있을 때 마약수사 현장을 거쳐 경찰인재개발원에서 범죄첩보 과목 교수로 4년 있었고, 경찰청 외사국에서 국제 마약공조 업무를 3년 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초범 사건에서 실제로 무엇이 중요한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마약 수사 대응을 다루는 연재의 네 번째 글입니다.
1. 초범이어도 실형이 나올 수 있는 이유
법원은 마약 사건에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양형기준은 집행유예를 줄지 판단할 때 유리한 사정과 불리한 사정을 나눠 놓고, 그 개수와 무게를 비교합니다.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것은 유리한 사정 가운데 하나입니다. 같은 초범이라도 어떤 약물을 어떤 방식으로 다뤘는지에 따라 출발선이 다릅니다.
대마를 한두 번 흡연한 사건과 필로폰을 여러 차례 투약한 사건은 기준 형량부터 차이가 납니다. 투약이 아니라 판매나 알선이 섞이면 초범이어도 집행유예를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출발선은 수사 기록에서 먼저 정리됩니다. 수사관은 약물 종류, 투약 횟수와 방법, 구입 경위를 조서와 수사보고서에 적고, 재판에서는 그 기록을 바탕으로 양형을 따집니다.
2. 양형기준이 보는 유리한 사정
투약이나 단순 소지 사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유리한 사정은 이렇습니다.
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것
나. 산 이유가 내가 쓰기 위해서였던 것(자기투약 목적)
다. 자수한 것
라. 수사에 중요한 협조를 한 것
양형기준에서는 이런 주요한 유리한 사정만 두 개 이상 있거나, 유리한 사정이 주요한 불리한 사정보다 두 개 이상 많으면 집행유예를 권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범이면서 자기투약 목적이라는 점이 기록에 제대로 드러나는지가 중요합니다.
유리한 사정은 말로 주장한다고 인정되지 않습니다. 자기투약 목적이라면 산 양과 횟수, 투약한 장소, 다른 사람에게 건넨 일이 없었다는 점이 기록에서 그 주장과 맞아야 합니다.
반대로 불리한 사정도 있습니다. 미성년자에게 건넨 경우, 상습으로 볼 만큼 반복된 경우, 여러 사람을 상대로 하거나 오랜 기간 반복해 판매한 경우, 양이 많은 경우입니다. 동종 전과가 있으면 초범 논리는 처음부터 쓸 수 없습니다.
3. 수사 단계에서 이미 정해지는 것들
재판에서 뒤집으면 된다고 생각하시면 늦습니다. 유리한 사정 대부분은 수사 단계의 조서와 수사보고서에 담깁니다.
수사관은 송치할 때 피의자가 약물을 어떻게 구했는지, 누구와 나눠 썼는지, 판매 정황이 있는지를 정리해 보냅니다. 예를 들어 지인에게 몇 번 같이 쓰자고 건넨 일이 있었는데 조사에서 그 경위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면, 기록에는 "수수" 또는 "제공"으로 남습니다. 그러면 자기투약 목적이라는 유리한 사정이 흐려집니다.
어디서 얼마에 사서 누구와 썼는지, 판매로 오해받을 만한 송금은 무엇이었는지를 조사 전에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마약 현장에서 보면 조사 내내 초범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피의자가 많았습니다. 수사관이 조서에 정리하는 것은 그 말이 아니라 구입 경위와 횟수, 함께 쓴 사람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4. 치료는 언제 시작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양형기준은 마약 중독자가 스스로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려는 의지를 유리한 사정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 사정은 언제 치료를 시작했는지에 따라 무게가 다릅니다.
수사기관에 적발되기 전부터 병원에 다니고 있었다면 진지한 치료 의지로 평가받기 쉽습니다. 적발된 뒤 재판을 앞두고 급히 받은 진단서는 그만큼 무게가 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치료기관 접수를 미루지 마십시오. 진료기록, 소변검사 결과, 상담 프로그램 참여 기록은 모두 날짜가 찍혀 남습니다. 진단서 한 장보다 꾸준히 다닌 기록을 날짜순으로 모아 두십시오.
5. 지금 하지 말아야 할 것
휴대전화 대화를 지우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마약 수사는 통신기록과 계좌를 먼저 확보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지운 흔적은 증거인멸 시도로 읽힐 수 있습니다.
같이 투약한 사람이나 판매자에게 연락해 말을 맞추려는 것도 피하십시오. 공범과의 접촉은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대신 조사 전에 정리하실 것은 이렇습니다.
가. 처음 약물을 구한 경로와 날짜
나. 산 횟수와 양, 그때의 송금 기록
다. 다른 사람과 함께 쓴 일이 있다면 그 경위
라. 치료기관에 접수한 날짜와 진료 기록
6. 자주 묻는 질문
초범이면 집행유예가 나옵니까?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것은 양형기준의 유리한 사정 가운데 하나이고, 약물 종류와 횟수, 판매 정황 같은 다른 사정과 함께 비교됩니다.
치료를 늦게 시작해도 의미가 있습니까?
치료 의지는 언제 시작했는지에 따라 무게가 다릅니다. 적발되기 전부터 다닌 기록이 가장 무게가 있고, 늦게 시작할수록 남는 기록도 짧아집니다.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때 바로 접수하십시오.
대마와 필로폰은 판단이 다릅니까?
같은 초범이라도 어떤 약물을 어떤 방식으로 다뤘는지에 따라 출발선이 다릅니다. 대마를 한두 번 흡연한 사건과 필로폰을 여러 차례 투약한 사건은 기준 형량부터 차이가 납니다. 조사 전에 어떤 약물을 언제, 몇 번, 어떤 방식으로 썼는지부터 정확히 정리해 두십시오.
약물 종류와 횟수, 구입 경위에 따라 쓸 수 있는 유리한 사정이 달라집니다.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조사 전에 상담에서 사건 내용을 함께 보고, 기록에 무엇이 남아야 하는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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