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찰경력 15년, 동부지검 마약수사 검경 합수단 출신 나상호 변호사입니다.
"경찰서에서 소변을 받겠다고 합니다. 꼭 응해야 합니까?" 마약 사건으로 연락을 받은 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마약 사건에서 경찰이 가장 먼저 확보하려는 것은 소변과 모발입니다. 갑자기 검사를 요구받으면 대부분 당황해서 시키는 대로 하거나, 반대로 무조건 버티려고 하십니다. 둘 다 내용을 모르고 하는 선택입니다.
저는 경찰인재개발원에서 범죄첩보 과목을 가르쳤고, 마약수사 현장도 거쳤으며, 경찰청에서 마약국제공조를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수사기관이 검사를 어떤 순서로 진행하고 결과를 어떻게 쓰는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마약 수사 대응을 다루는 연재의 세 번째 글입니다.
1. 소변과 모발은 보는 기간이 다릅니다
소변검사는 최근 투약을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필로폰을 비롯한 대부분의 약물은 투약 후 길어야 일주일 안팎까지 소변에서 나오고, 며칠만 지나도 간이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올 수 있습니다.
모발검사는 더 긴 기간을 봅니다. 머리카락은 한 달에 1cm 정도 자라기 때문에, 모발을 잘라 구간별로 감정하면 대략 몇 달 전에 투약했는지까지 추정합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소변이 음성이어도 모발을 따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변이 음성이라고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모발에서 양성이 나오면 투약 시기를 놓고 다시 조사가 이어집니다.
조사에서 수사관이 마지막으로 투약한 날짜를 자주 묻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수사관은 소변 결과, 모발 결과, 진술한 날짜가 서로 맞는지를 함께 봅니다.
2. 현장에서 하는 검사는 예비검사입니다
경찰서나 현장에서 바로 하는 소변 검사는 간이시약입니다. 막대에 줄이 몇 개 뜨는지 보는 방식이고, 수사기관 내부에서도 예비검사로 취급합니다.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더라도 그 결과만으로 투약이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변과 모발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정밀감정을 받고, 재판에서는 이 감정 결과가 증거로 쓰입니다.
그래서 간이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 당황해서 그 자리에서 투약 경위를 길게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때 한 말도 수사보고서에 남습니다.
마약 현장에서 일할 때 간이검사 결과를 본 피의자가 그 자리에서 해명을 길게 늘어놓는 일이 흔했습니다. 그 말은 정리되지 않은 채 수사보고서에 옮겨졌고, 나중에 조서의 진술과 나란히 비교됐습니다.
3. 검사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
영장 없이 요구하는 소변·모발 제출은 원칙적으로 본인 의사에 따른 임의제출입니다. 그런데 거부한다고 검사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관은 거부하면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받아 병원에서 채취하는 절차로 넘어갑니다.
반대로 제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자체가 다툼거리가 됩니다. 장시간 붙잡아 둔 채 제출을 요구했는지,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 가족을 불러 설득하게 했는지, 채취와 봉인을 본인 앞에서 했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검사를 받게 됐다면 몇 시에 경찰서에 갔는지, 언제 무엇을 요구받았는지, 어떻게 답했는지를 그날 바로 적어 두십시오. 나중에 기억으로 되살리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임의제출에 응할 때는 무엇을 제출하는지, 채취한 소변과 모발을 어떻게 봉인하는지를 직접 지켜보십시오. 서명을 요구받는 서류도 내용을 읽은 뒤에 서명하셔야 합니다.
4. 검사 결과가 나온 뒤
정밀감정 결과는 보통 몇 주 뒤에 나옵니다. 그 사이 수사관은 휴대전화와 계좌를 함께 확인하면서 약물을 어디서 구했는지를 추적합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하실 일은 이렇습니다.
가. 휴대전화 대화와 송금 기록을 지우지 않기
나. 같이 투약한 사람이나 판매자와 연락하지 않기
다. 투약 사실이 있다면 치료기관 상담을 바로 시작하기
라. 조사 전에 투약 시기와 횟수를 스스로 정리해 두기
대화를 지우면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지운 내용도 포렌식으로 상당 부분 되살아납니다. 치료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시작한 기록이 남아야 나중에 진지한 치료 의지로 평가받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수사관이 다시 연락해 추가 조사 일정을 잡기도 합니다. 그때는 미리 정리해 둔 투약 시기와 횟수를 기준으로 답하시면 됩니다.
5. 조사에서 시기를 정확히 말해야 하는 이유
모발 감정 결과가 나오면 수사관은 감정 결과의 기간과 피의자 진술을 맞춰 봅니다. 한 번이라고 했는데 감정 결과로는 여러 달에 걸쳐 나온다면, 나머지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기억나지 않는 것을 추측으로 채우지 말고, 기억나는 범위를 정확히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사관은 감정 결과와 함께 휴대전화 기록과 송금 기록도 들고 조사에 들어옵니다. 투약 시기를 정리할 때는 그 무렵의 송금이나 대화와 어긋나지 않는지 미리 맞춰 보십시오.
6. 자주 묻는 질문
소변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사건이 끝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모발검사는 소변보다 긴 기간을 보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소변이 음성이어도 모발을 따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발에서 양성이 나오면 투약 시기를 놓고 조사가 이어집니다.
검사를 거부하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됩니까?
영장 없이 요구하는 제출은 임의제출이므로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습니다. 다만 수사관은 거부하면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받아 병원에서 채취하는 절차로 넘어갑니다. 거부할지는 지금 어느 단계인지를 보고 정하셔야 합니다.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으면 투약이 인정된 것입니까?
간이검사는 예비검사이고, 그 결과만으로 투약이 증명되지는 않습니다. 소변과 모발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감정을 거치고, 재판에서는 그 감정 결과가 증거로 쓰입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그 자리에서 투약 경위를 길게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검사를 요구받은 단계인지, 결과가 이미 나온 단계인지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다릅니다. 지금 어느 단계인지 알려 주시면 상담에서 조사 전에 정리할 것들을 함께 짚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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