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찰 15년 경력으로 사건현장에서 실제로 사기범죄를 수사했던 나상호 변호사입니다.
다툼이 있은 뒤 상대방이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연락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액이 지나치게 크거나, 직장이나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말까지 덧붙이면 불안해서 일단 돈을 보내고 싶어집니다.
경제팀 수사관으로 일하면서 합의금을 둘러싼 다툼이 고소장으로 이어진 사건을 자주 받았습니다. 돈을 보내기 전에 확인하실 것을 정리했습니다. 처음 받는 경찰 연락을 다루는 연재의 다섯 번째 글입니다.
1. 상대방이 고소할 수 있는 사건인가
먼저 상대방이 고소할 수 있는 사건인지부터 따져 봐야 합니다. 실제로 내가 한 행동이 범죄가 되는지, 된다면 어느 정도 무게인지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범죄가 되지 않거나 처벌이 가벼운 사안이라면 과한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습니다.
수사관은 고소장을 받으면 고소장에 적힌 행동이 어떤 죄에 해당하는지부터 맞춰 봅니다. 고소인이 말하는 피해가 커도 법이 처벌하는 행동이 아니면 수사는 길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범죄가 될 수 있는 행동이 실제로 있었다면, 고소장이 접수된 뒤에는 상대방 마음과 상관없이 절차가 진행됩니다. 그래서 "고소하겠다"는 말에 놀라기 전에 그날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적어 보고, 어느 부분이 문제 될 수 있는지 차분히 보셔야 합니다.
적을 때는 내게 불리한 부분도 빼지 마십시오. 몇 시에 어디서 누구와 있었는지,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 그 자리를 본 사람이 있었는지까지 적어 두면 사건의 무게를 판단하기 쉬워집니다.
2. 요구하는 방식도 따져 봐야 합니다
요구 방식도 봐야 합니다. 정당한 손해배상 요구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터무니없는 금액을 정해 놓고 회사나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압박한다면, 그 요구 자체가 다른 범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상대방이 보낸 메시지를 보관해 두시면 대응할 때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술자리에서 가벼운 몸싸움이 있었는데, 다음 날 상대방이 "천만 원을 보내지 않으면 고소하고 회사에도 알리겠다"는 메시지를 연달아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메시지는 받은 날짜와 시간, 요구 금액이 바뀐 과정, 누구에게 알리겠다고 했는지가 보이도록 원본 그대로 남겨 두십시오.
3. 수사관은 두 가지를 따로 봅니다
상대방이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수사관은 고소에 이른 경위를 함께 살핍니다. 다만 그 사정만으로 내가 한 행동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수사관은 내 행동이 범죄인지와 상대방 요구가 따로 문제 되는지를 나눠서 판단합니다.
조사에서 "상대방이 돈을 뜯으려고 고소한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면, 조서에는 정작 내 행동에 대한 설명이 비어 있게 됩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먼저 설명하고, 상대방 요구는 메시지 자료로 따로 보여 주는 편이 낫습니다.
고소장에 합의금 이야기가 적혀 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조사 중에 피의자가 상대방의 돈 요구를 말하면, 그 메시지를 출력해 제출해 달라고 했습니다. 말로만 설명하면 조서에 한두 줄로 남지만, 메시지를 출력해 내면 원문 그대로 기록에 편철됩니다.
4. 지금 하실 일
지금 하실 일은 세 가지입니다.
가. 상대방이 보낸 문자, 카톡, 통화 녹음을 지우지 말고 보관하십시오.
나. 감정적으로 답장하거나 사과문을 써 보내지 마십시오. 잘못을 인정한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다. 돈을 보내기 전에 합의서 없이 보내지 마십시오. 돈만 보내고 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과 메시지는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고소인이 그 메시지를 제출하면 수사관은 문장을 그대로 질문에 씁니다. "여기서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라고 하셨는데, 무엇을 잘못했다는 뜻입니까"라고 묻는 식입니다. 그때 "달래려고 쓴 말"이라고 설명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기기 쉽습니다.
전화로 압박을 받을 때도 같습니다. 통화가 녹음되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잘못했다", "보내겠다"는 약속을 하지 마십시오. "생각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도로 끊고, 통화한 날짜와 상대방이 한 말을 바로 메모해 두시면 됩니다. 압박이 계속되면 그때부터는 대리인을 통해서만 연락하겠다고 알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5. 합의가 필요하다면
합의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대리인을 통해 금액과 조건을 정리하고 합의서를 남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계좌로 돈만 보내고 문서를 남기지 않으면, 그 돈이 무엇에 대한 대가였는지 나중에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적어도 금액, 지급 방법, 같은 일로 더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문서로 남겨 두셔야 합니다.
합의서에는 누가 누구에게, 어느 날 있었던 일에 대해 돈을 주는지도 적어 두십시오. 수사관에게 합의 사실을 알릴 때는 합의서와 송금 내역을 함께 내는 편이 낫습니다. 직접 만나 합의서를 쓰다가 금액이 다시 오르는 경우도 있으니, 조건은 미리 문서로 정리해 두고 서명만 받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요구한 돈을 보내면 고소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돈만 보내고 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을 보낸다면 금액, 지급 방법, 같은 일로 더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합의서로 남겨 두셔야 합니다.
이미 사과 메시지를 보냈는데 어떻게 합니까?
보낸 메시지는 지우지 말고 그대로 두십시오. 상대방도 그 메시지를 갖고 있고, 고소장과 함께 제출되면 수사관은 그 문장을 놓고 무엇을 잘못했다는 뜻인지 묻습니다. 왜 그런 말을 보냈는지, 그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미리 정리해 두십시오.
상대방 전화를 계속 받아야 합니까?
받더라도 그 자리에서 잘못을 인정하거나 돈을 보내겠다는 약속은 하지 마십시오. 통화한 날짜와 상대방이 한 말은 바로 메모해 두십시오. 압박이 계속되면 대리인을 통해서만 연락하겠다고 알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대방 요구가 지나치다고 느끼시면, 돈을 보내기 전에 상담에서 사건의 무게와 대응 순서를 같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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