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찰경력 15년, 여성청소년수사팀장 출신 나상호 변호사입니다.
강제추행으로 조사를 앞둔 분들은 "사실대로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십니다. 사실대로 말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어떤 문장으로 조서에 남는지는 따로 신경 써야 합니다.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하는 사람이 읽는 것은 그날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조서에 적힌 문장입니다.
저는 여성청소년수사팀장으로 성범죄 수사를 지휘하면서 수사관들이 쓴 조서를 매일 검토했습니다. 그 경험으로 조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성범죄 수사 대응을 다루는 연재의 두 번째 글입니다.
1. 수사관은 고소인 진술을 들고 들어옵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고소인 조사가 먼저 이뤄집니다. 수사관은 고소인이 말한 장소, 시간, 신체 접촉 부위와 방식, 그 전후 대화를 정리한 뒤 피의자를 부릅니다. CCTV나 메시지가 있으면 그것도 미리 확인합니다.
그래서 피의자 조사의 질문은 고소인 진술을 하나씩 확인하는 순서로 나옵니다. "그날 몇 시쯤 그 장소에 있었습니까", "옆자리에 앉았습니까", "손이 닿은 적이 있습니까" 같은 식입니다. 질문이 잘게 나뉘어 있어서 하나씩 "네"라고 답하다 보면, 전체로는 고소인 진술을 대부분 인정한 조서가 됩니다.
질문이 짧다고 답까지 짧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손이 닿은 적은 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다 스친 것입니다"처럼, 인정하는 부분과 그 상황을 한 답 안에 함께 말하십시오.
2. 진술 신빙성은 이렇게 따집니다
강제추행은 목격자나 영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고소인 진술과 피의자 진술 중 어느 쪽이 믿을 만한지가 핵심입니다. 수사관이 보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가. 구체성: 장소와 동작, 대화를 실제 겪은 사람처럼 설명하는지
나. 일관성: 처음 진술과 나중 진술, 진술과 객관 자료가 맞는지
다. 경위의 자연스러움: 사건 직후 행동과 고소에 이른 과정이 설명되는지
이 기준은 고소인에게만 쓰이지 않습니다. 피의자 진술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기억이 잘 안 난다"와 "그런 일은 없었다"를 오가면 피의자 진술의 일관성이 먼저 무너집니다.
조서를 검토하면서 제가 먼저 본 것도 이 세 가지였습니다. 피의자가 그날 일을 시간 순서대로 막힘없이 설명한 조서와, 질문마다 답이 달라진 조서는 같은 사건이라도 읽는 사람에게 전혀 다르게 남았습니다.
3. 조서에 남는 문장이 달라지는 포인트
조서는 질문과 답을 그대로 받아 적는 녹취록이 아닙니다. 수사관이 들은 답을 요약해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뉘앙스가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깨를 툭 친 건 맞는데 장난처럼 그런 거고, 다른 데는 손댄 적 없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조서에는 "피의자는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함"까지만 적히고 뒷부분이 짧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수사관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많은 진술을 정리하다 보면 생기는 일입니다.
그래서 조사가 끝나면 조서를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십시오. 내가 한 말과 다르게 적힌 부분은 고쳐 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고친 내용도 조서에 남습니다. 피곤하다고 대충 넘기고 서명하면 그 문장이 그대로 기록에 남습니다.
조서를 읽을 때 특히 볼 곳은 이렇습니다.
가. 내가 쓰지 않은 단어가 내 답변에 들어갔는지
나. "~한 것 같다"고 한 말이 "~했다"로 바뀌었는지
다. 상황 설명이 빠지고 인정한 부분만 남았는지
4. 조사 전에 정리하실 것
그날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적어 두십시오. 만나게 된 경위, 장소를 옮긴 순서, 술을 마셨다면 양과 시간, 헤어진 상황, 그 뒤 주고받은 메시지까지입니다. 고소인과 주고받은 메시지는 지우지 말고 앞뒤 대화까지 통째로 보관하십시오.
접촉이 있었다면 그 사실을 감추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접촉이었는지를 정확히 설명할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인정할 것과 다툴 것을 미리 나눠 두지 않으면 조사실에서 질문에 끌려가게 됩니다.
흔한 실수는 조사 전에 고소인에게 연락해 "그날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수사관은 고소인 조사에서 피의자의 연락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그 연락은 진술을 맞추려 한 정황으로 기록에 남을 수 있습니다. 기억은 내 메모와 내 자료로만 정리하십시오.
5. 혼자 조사받지 않는 것이 좋은 이유
변호인은 조사에 참여해 조서가 작성되는 과정을 옆에서 봅니다. 질문이 유도적이면 이의를 제기하고, 답이 조서에 다르게 정리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잡습니다. 조사 중간에 잠시 쉬면서 진술 방향을 점검할 수도 있습니다.
조사는 몇 시간씩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마지막 조서 열람을 서둘러 끝내고 싶어집니다. 혼자 조사받는 분이 가장 많이 놓치는 곳이 이 마지막 열람입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조서를 읽다가 고칠 곳이 많으면 어떻게 합니까?
많아도 하나씩 고쳐 달라고 요청하십시오. 고친 내용도 조서에 남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넘어가면 그 문장이 그대로 남습니다. 고칠 곳을 찾기 어려우면 내가 한 말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목이 조서 어디에 어떻게 적혔는지부터 확인하십시오.
고소인 진술과 다른 부분은 어떻게 말해야 합니까?
다른 부분을 짚고, 내가 기억하는 사실을 시간 순서로 설명하십시오. 고소인을 비난하는 말보다 메시지나 이동 경로처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들어 말하는 편이 조서에 정확히 남습니다.
변호인이 조사실에 함께 들어가면 무엇을 합니까?
조서가 작성되는 과정을 옆에서 보고, 유도적인 질문에는 이의를 제기하며, 답이 다르게 정리되면 바로잡습니다. 진술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고, 답은 본인이 하십니다. 그래서 조사 전에 본인이 그날 일을 정리해 두는 준비는 변호인이 함께 가더라도 똑같이 필요합니다.
고소인 진술이 어떤 내용인지, 객관 자료가 무엇이 있는지에 따라 준비할 내용이 달라집니다. 출석 날짜가 잡히셨다면 그 전에 상담에서 그날의 순서부터 함께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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