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에게 건넨 생활비, 돈의 출처가 사해행위취소 판단을 가른 이유
회사 돈을 횡령한 사람이 그중 일부를 배우자에게 생활비로 건넸다면, 회사는 그 지급을 취소하고 배우자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사건에서 법원이 먼저 살핀 것은 배우자가 횡령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아니라, 생활비로 건너간 돈이 채무자인 전 대표이사의 재산에 속했는지였습니다.
회사는 왜 전 대표이사의 배우자에게도 소송을 냈을까
부동산 분양업을 하던 회사의 전 대표이사는 회사 계좌에 보관된 분양대금을 자신의 계좌로 옮겨 개인 채무를 갚는 등 사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일로 징역형이 확정됐고, 회사가 전 대표이사를 상대로 신청한 손해배상 지급명령도 확정됐습니다.
회사는 생활비를 받은 배우자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냈습니다. 전 대표이사가 빚을 갚기에 재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배우자에게 돈을 주어, 회사가 변제받을 수 있는 재산이 줄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회사는 생활비 중 일부가 전 대표이사의 개인 재산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며 증여 취소와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증여 취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부당이득반환도 청구했습니다.
쟁점은 생활비 지급으로 채무자의 재산이 줄었는지였습니다
사해행위취소는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해 채권자가 변제받기 어려워진 경우, 채권자가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절차입니다. 여기서 채무자의 재산 중 채권자가 변제받는 데 쓰일 수 있는 재산을 ‘책임재산’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생활비로 지급된 돈이 전 대표이사의 책임재산에 속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전 대표이사가 배우자에게 직접 돈을 건넨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그 돈의 출처에 따라 지급 전후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줄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배우자 측은 지급 내역과 자금의 출처를 다퉜습니다
피고인 배우자는 전 대표이사가 분양사업이 잘되고 있다며 돈을 건네 생활비로 받았고, 당시에는 횡령한 분양대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우자를 대리한 법률사무소 제우는 준비서면에서 두 사람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지급 내역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가 취소를 구한 증여의 구체적인 내용이 입증됐는지 다퉜습니다. 또 생활비가 회사의 분양대금에서 나왔다면, 이를 배우자에게 지급했다고 해서 전 대표이사의 개인 재산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1심 법원은 생활비의 출처를 회사 분양대금으로 봤습니다
법원은 전 대표이사와 배우자의 수사기관 진술조서 등을 종합해, 전 대표이사가 회사의 분양대금을 횡령해 배우자에게 생활비로 지급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이 돈이 회사의 분양대금에서 나온 만큼 전 대표이사의 책임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배우자가 돈을 받을 당시 횡령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까지 살피지 않고 사해행위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회사가 예비적으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대해서는 1심에서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손해배상채무와 배우자에게 지급된 돈은 따로 살펴야 합니다
전 대표이사의 손해배상채무는 별도의 지급명령으로 이미 확정됐습니다. 배우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사해행위취소 청구가 기각됐어도, 전 대표이사의 손해배상채무에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비슷한 분쟁에서는 ‘생활비’라는 지급 명목과 함께 실제로 어느 자금에서 돈이 나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 돈과 채무자 개인 돈 중 어디에서 지급됐는지 다툼이 있다면, 계좌 거래내역과 지급 경위에 관한 당시 진술이 자금의 출처를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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