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 끊긴 업체에서 우리 제품과 꼭 닮은 제품을 내놨다면 대표님은 “이게 우연일까?” 하는 생각부터 드실 겁니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법적으로는 제품이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기술탈취가 의심될 때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먼저 챙겨야 하는지 차근차근 정리해 드릴게요.
한 줄 요약
기술탈취는 ① 보호받을 기술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② 그 기술이 상대에게 넘어갔는지, ③ 상대가 실제로 썼는지, 이 세 가지를 자료로 보여줄 수 있어야 다툴 수 있습니다.
1. 비슷한 제품, 수사기관은 무엇을 볼까요?
※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금속 부품을 만드는 A사가 협력 업체 B사에 신제품 설계도를 보내 시제품 제작을 논의했습니다.
그런데 계약은 무산됐고 몇 달 뒤 B사가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죠.
이런 경우 수사기관은 보통 아래 내용을 확인합니다.
설계도를 언제,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보냈는지
이미 시중에 알려진 기술과 무엇이 다른지
B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했을 가능성은 없는지
2. 우리 도면이면 모두 영업비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영업비밀을 아래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정보로 봅니다.
비공지성: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것
경제적 가치: 기술을 쓰면 경쟁에서 이익이 생길 것
비밀관리성: 비밀로 관리해 왔을 것
식당에 비유하면 메뉴판은 누구나 보지만 주방 깊숙이 보관한 비법 레시피는 비밀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비밀관리성은 ‘대외비’ 표시, 접근 권한 제한, 비밀유지계약서 등으로 보여줄 수 있는데요.
계약서가 없더라도 다른 자료로 입증할 길은 열려 있습니다.
3. “우리 기술 전부를 가져갔다”는 주장으로 충분할까요?
아쉽게도 부족합니다.
수사 현장에서는 피해 주장 못지않게 그 주장을 받쳐 주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지요.
“○월 ○일에 보낸 도면의 ○○ 부분을 이렇게 사용했다”처럼 보호받을 정보를 구체적으로 짚어야 쟁점이 분명해집니다.
대법원도 영업비밀 침해금지를 청구할 때 보호 대상 정보를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3. 8. 22.자 2011마1624 결정).
4. 항의하기 전에 먼저 남겨 두세요
당장 상대를 찾아가 따지고 싶은 마음을 굴뚝 같겠지만 그 전에 우리 쪽 기록부터 보존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시간순 정리: 도면 전달일, 받은 사람, 계약 중단일, 상대 제품 출시일
원본 보관: 이메일·메신저 대화는 지우지 말고 원본 그대로
상대 자료 확보: 공개된 판매 페이지와 제품 사진을 적법한 범위에서 저장
특히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는 자료부터 먼저 챙기시는 게 좋습니다.
5. 처벌과 판매 중단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응 수단은 형사 고소 하나만이 아닙니다.
요건이 갖춰지면 아래 절차도 함께 검토할 수 있는데요.
침해행위의 금지·예방 청구 (영업비밀보호법 제10조)
손해배상 청구 (같은 법 제11조)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유용 문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 원사업자가 하도급 거래로 받은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면 적용을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절차를 먼저 밟을지는 확보한 증거와 대표님이 가장 원하는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품 출시를 막는 것이 급한 기업도, 손해 회복이 더 급한 기업도 있기 때문입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 제품이 판매되기 전에도 막을 수 있나요?
구체적인 침해 우려가 있다면 법원에 침해 예방을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막연히 출시할 것 같다는 추측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Q. 도면을 똑같이 베끼지 않았다면 어떤가요?
영업비밀을 참고해 시행착오나 실험 과정을 줄인 경우에도 법적으로 ‘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34981 판결).
Q. 상대 회사가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요?
절차에 따라 법원을 통한 문서 제출 요구나 수사기관의 적법한 증거 확보 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하는 자료가 모두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무리하며
기술탈취는 감정만으로 풀리지 않고 자료로 차분히 정리했을 때 방향이 보이는 문제입니다.
의심이 드는 지금 자료 전달 경위와 현재 상황부터 정리해 두세요.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대응 방향도 그에 맞춰 전문가와 다시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법무법인 베테랑 부산분사무소 양정훈 변호사였습니다.
📚 법률 출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10조·제11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
📚 참고 판례: 대법원 2013. 8. 22.자 2011마1624 결정,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34981 판결
※ 본 게시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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