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량에는 차선 유지, 앞차 간격 유지, 고속도로 주행 보조 같은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술을 마셨더라도 자율주행 기능을 켜 두면 차가 알아서 가니까 내가 운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기능을 믿고 운전석에 앉았다가 단속에 걸린 뒤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핸들에서 손을 뗐다는 사실만으로 음주운전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자율주행 기능을 켜도 운전석에 앉아 있으면 '운전'으로 보는 이유
음주운전이 성립하려면 먼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했어야 합니다. 이 가운데 자율주행에서 문제 되는 것은 두 번째, 즉 '운전'이 무엇이냐입니다. 도로교통법은 이 부분을 이미 정리해 두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을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괄호로 "조종 또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쉽게 말해 직접 핸들과 페달을 조작하는 경우만 운전이 아니라, 자율주행시스템을 켜서 차를 움직이는 것도 법이 말하는 운전에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기능을 켰으니 내 운전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조문 문언에서부터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다만 모든 경우가 똑같이 취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일반 도로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기능은 대부분 운전자의 감시와 개입을 전제로 하는 보조 기능이고, 법에서도 자율주행차를 부분 자율주행(작동한계상황 등에서 운전자의 개입을 요구)과 완전 자율주행(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음)으로 나누고 있습니다(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어떤 차량의 어떤 기능을 어떤 상태에서 사용했는지에 따라 쟁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누가 운전자였는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회식 뒤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고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이 있으니 괜찮다"며 직접 운전석에 앉아 출발하는 경우, 혹은 집 앞에서 단속에 걸려 "기능을 켜 놓았을 뿐 내가 조작한 것은 없다"고 설명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설명은 수사 단계에서 운전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로 읽히기 쉽기 때문에, 어떤 표현을 쓰느냐부터 신중해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제44조와 혈중알코올농도 0.03% 기준
첫째, 금지 규정은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입니다.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해서는 안 되고,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입니다(같은 조 제4항). 자율주행 기능을 켰는지는 이 조문 어디에도 예외 사유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둘째, '운전'의 범위입니다. 앞서 본 제2조 제26호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운전에 포함시키고, 음주운전을 규율하는 제44조·제148조의2의 경우에는 도로뿐 아니라 도로 외의 곳(주차장, 아파트 단지 등)도 운전의 장소에 포함시킵니다. 즉 자율주행으로 주차장을 이동하거나 단지 안에서 출발했더라도 장소를 이유로 빠져나가기는 어렵습니다.
셋째, 자율주행 시스템의 특성입니다. 자율주행자동차법에서 부분 자율주행은 시스템이 한계 상황에 이르면 운전자의 개입을 요구하는 차량입니다. 갑작스러운 공사 구간, 차선이 지워진 도로, 끼어드는 차량처럼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사람이 즉시 핸들을 잡아야 합니다. 술에 취해 판단력과 반응속도가 떨어진 사람은 바로 이 순간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법이 음주운전을 금지하는 이유가 "운전 도중 위험에 정상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상태"를 막는 데 있으므로, 개입 의무가 남아 있는 한 자율주행 중이라는 사정은 책임을 면하는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위험 요소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넷째, 처벌 수위입니다. 음주운전은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3항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별로 다음과 같이 처벌됩니다.
0.03% 이상 0.08% 미만 —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 이상 0.2% 미만 —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2% 이상 —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한 과거에 음주운전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된 날부터 10년 내에 다시 적발되면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더 무겁게 처벌되고(농도에 따라 최대 징역 2년 이상 6년 이하), 행정처분으로는 제93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운전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됩니다. 통상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이면 정지, 0.08% 이상이면 취소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다섯째, 사고가 났다면 책임이 더해집니다. 음주 상태에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 치사상으로 가중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때 "시스템이 오작동했다"는 주장은 제조사 책임을 따질 수는 있어도, 술에 취한 채 시스템에 맡기고 운전석에 앉은 자신의 과실을 지워 주지는 못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다툼이 생기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운전석에 앉았지만 시동·주행 의사가 없었던 경우 — 음주운전은 차를 움직이려는 의사로 차를 사용하는 행위여야 합니다. 차 안에서 잠을 자던 중 기어가 움직였다거나 히터만 켜 둔 경우처럼 운전 의사가 없었다면 '운전'이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자율주행 기능을 작동시켜 차를 출발시켰다면 이 주장은 어렵습니다.
동승자였다고 주장하는 경우 — 조수석이나 뒷좌석에서 차량이 스스로 움직였다는 주장은, 완전 자율주행이 법적으로 인정되는 차량인지, 실제로 누가 목적지를 입력하고 시스템을 작동시켰는지가 증거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현재 판매되는 일반 차량의 보조 기능으로는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 입증 — 측정 시점과 운전 시점 사이에 시간이 지난 경우 위드마크 공식 등으로 운전 당시 수치를 역산하는데, 마신 술의 양, 시간, 체중, 성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이 부분이 실질적인 다툼의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운전 개념 정리, 차량 기록 확보, 혈중알코올농도 다툼 순서
자율주행 기능을 켠 상태에서 적발되었다면, 사안을 다음 순서로 정리해야 합니다.
차량이 어떤 단계의 기능이었는지부터 확인 — 해당 차량의 기능이 운전자의 상시 감시를 전제로 한 보조 기능인지,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는지를 사용설명서와 제조사 자료로 확인합니다. 이것이 정리되어야 "운전자는 누구였는가"와 "개입 의무가 있었는가"를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운전의 의사와 실제 사용 경위 정리 — 어디에서 어디까지 이동했는지, 시동을 건 이유, 누가 기능을 켰는지, 중간에 정차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운전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려면 이 경위가 블랙박스·CCTV·차량 기록과 일치해야 합니다.
블랙박스·차량 주행 기록·내비게이션 이력 확보 — 수사기관이 확보하기 전에 어떤 자료가 존재하는지 파악하고 보존합니다. 자료를 삭제하거나 훼손하면 오히려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으므로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과정의 점검 — 호흡측정의 시점, 측정기 상태, 입 헹굼 여부, 이의 제기 후 혈액 채취 동의 여부 등 절차를 확인합니다. 측정과 운전 사이 시간 차이가 있다면 위드마크 공식 적용의 적정성도 따져 봅니다.
처벌과 행정처분을 함께 고려 — 형사 사건과 별도로 운전면허 취소·정지 처분이 따라오므로, 생계형 운전자 여부 등 면허가 꼭 필요한 사정이 있다면 그 자료를 미리 갖추고,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 가능성도 함께 검토합니다.
반성과 재발방지 자료 준비 — 다툴 여지가 적은 사건이라면 초범 여부, 음주 경위, 치료·교육 이수 등을 정리해 양형에서 유리하게 반영될 자료를 준비하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자율주행이라는 사정이 면책이 되지 않는 이유
자율주행 기능을 켜 두었다는 사실은 법적으로 '운전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도로교통법은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도 운전으로 보고 있고, 부분 자율주행 단계에서는 사람이 언제든 개입해야 하는 만큼 술에 취한 상태라면 위험은 오히려 커집니다.
이미 적발되었거나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진술 내용, 차량 기록, 측정 과정이 이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처음 조사 단계에서 한 말이 나중에 바뀌지 않는 만큼 기능의 작동 경위와 운전 상황을 정확히 정리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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