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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지 상하수도관 매설, 이웃 동의 없이도 시설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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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지 상하수도관 매설, 이웃 동의 없이도 시설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강대현 변호사

맹지를 사서 집이나 창고를 지으려는데, 상하수도관을 연결하려면 이웃 땅을 지나야 하고 그 땅 주인이 동의서를 써 주지 않아 공사가 멈추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지자체 창구에서는 토지사용승낙서를 가져오라고 하고, 이웃은 거절하거나 터무니없는 대가를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민법에는 타인 토지를 통과해 수도 등을 시설할 수 있는 권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이 권리는 상대방의 승낙이 있어야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맹지 소유자가 주장할 수 있는 시설권의 요건과 범위, 보상 문제, 이웃이 끝내 막을 때 밟아야 할 소송 순서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민법 제218조 수도 등 시설권 — 맹지 소유자에게 열려 있는 법적 근거

수도 등 시설권의 근거는 민법 제218조 제1항입니다. 토지소유자는 타인의 토지를 통과하지 아니하면 필요한 수도, 소수관, 가스관, 전선 등을 시설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에는 타인의 토지를 통과하여 이를 시설할 수 있습니다. 조문은 수도, 소수관, 가스관, 전선을 들고 있고 '등'이라는 표현에 하수관, 배수관, 통신선 같은 생활 기반시설이 함께 담기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상수도는 물론 오수·우수를 내보내는 하수관도 같은 틀에서 판단하게 됩니다.

이 권리는 이웃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서로 붙어 있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쓰게 하려는 상린관계 규정이어서, 시설이 꼭 필요한 토지에는 이웃이 일정한 범위에서 참아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맹지는 도로에 접하지 않아 상하수도 본관에서 멀어지기 쉽고, 본관까지 가는 길이 이웃 땅에 막혀 있는 경우가 많아 이 조문이 가장 자주 쓰이는 영역입니다.

시설권은 이웃의 호의가 아니라 민법이 직접 부여한 권리다 — 요건만 갖추면 이웃의 동의 없이도 성립한다.

시설권이 인정되는 요건 —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거나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

제218조 제1항이 정한 요건은 크게 둘입니다. 첫째, 자기 토지에 필요한 시설을 하려면 타인의 토지를 통과하지 않고는 불가능해야 합니다. 둘째, 불가능까지는 아니어도 다른 경로로 하면 과다한 비용이 들어야 합니다.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되며, 여기서 말하는 '필요'는 그 토지의 현재 용도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이런 시설이 있어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로 판단합니다.

다만 이웃 입장에서 가장 먼저 다투는 지점이 '대안 경로가 있지 않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 토지 반대편 가장자리에서 공공 본관에 접속하는 길이 있는데 비용이 약간 더 든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땅을 지나겠다는 것은 통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대안 경로가 본관 공사비의 몇 배에 이르거나 암반·옹벽·하천 때문에 사실상 막혀 있다면 과다한 비용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자기 토지만으로 하는 경로와 이웃 토지를 통과하는 경로의 공사비를 견적서나 감정으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판단하므로, 소송 전에 두 경로의 견적을 모두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필요성 — 건축허가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건물, 이미 사용 중인 건물 등 시설이 실제로 필요한 토지일 것.

  • 불가능 또는 과다비용 — 자기 토지만으로 연결할 수 없거나, 그 비용이 이웃 토지를 지날 때와 비교해 현저히 클 것.

  • 시설의 내용 — 수도, 하수관, 가스관, 전선 등 정상적 이용에 필요한 범위일 것.

  • 입증 자료 — 지적도·측량도면, 본관 위치도, 경로별 공사비 견적서.

이웃 동의서가 없어도 되나 — 대법원 2015다247325 판결의 판단

실무에서 가장 크게 막히는 곳은 지자체의 급수공사 신청 단계입니다. 급수조례는 타인 토지를 경유할 때 토지사용승낙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이웃이 승낙서를 써 주지 않으면 신청이 반려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다247325 판결은 수도 등 시설권이 법정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시설공사를 위해 별도로 수도관이 지나는 토지 소유자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웃의 동의나 승낙은 시설권의 성립이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행위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같은 판결은 조례가 승낙서를 요구하는 이유도 설명합니다. 신청인에게 그 토지를 쓸 권한이 있는지 확인하는 증명자료의 하나일 뿐이어서, 신청인이 다른 자료로 사용권한을 증명하면 반드시 승낙서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웃이 서류에 도장을 찍어 주지 않아도 시설권 자체는 존재하고, 문제는 그 권리를 관청에 어떤 서류로 증명하느냐로 옮겨 갑니다.

이웃의 동의서는 시설권의 성립요건이 아니라 지자체가 사용권한을 확인하는 증명자료 중 하나일 뿐이다.

이웃이 끝내 거부할 때의 소송 — '승낙하라'가 아니라 '시설권이 있음을 확인하라'

위 판결이 실무에 주는 중요한 교훈은 소송의 청구 취지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이웃을 상대로 토지 사용을 승낙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라는 소를 제기했는데, 대법원은 이 소가 민법 제389조 제2항이 정한 '의사표시에 갈음하는 재판'을 구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승낙은 시설권의 요건이 아니니 이를 소로 구해 봐야 시설공사에 필요한 증명자료를 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논리입니다.

그 대신 대법원은 시설공사에 필요한 부분에 관하여 민법 제218조의 수도 등 시설권이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고, 이 판결을 사용권한 증명자료로 지자체에 제출하면 된다고 안내했습니다. 따라서 맹지 소유자는 통과 지점을 도면으로 특정한 시설권 확인 청구를 중심에 놓고, 이웃이 공사를 방해하는 상황이라면 방해금지 청구를 함께 구성하는 방식으로 준비하게 됩니다. 청구 취지에는 통과하는 토지의 지번과 시설의 폭·길이를 측량도면으로 특정해야 판결이 실제 공사에 쓸 수 있는 형태가 됩니다.

어디로 어떻게 묻을 것인가 —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의 원칙

시설권이 있다고 해서 이웃 땅 어디든 마음대로 파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218조 제1항 단서는 이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 시설하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구간에서도 건물 바로 아래를 지나는 경로와 경계선을 따라 가는 경로는 이웃이 받는 불이익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분쟁이 법정으로 가면 이웃은 이 단서를 근거로 경로를 다시 정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원칙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적용됩니다. 이미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는 부분보다 나대지나 가장자리를 우선하고, 지표면에 노출되는 방식보다 매설 방식을 선택하며, 가능하면 기존 도로나 농로, 이웃이 이미 설치한 관로의 선을 따라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법원은 현장검증이나 측량감정을 통해 경로별 피해를 비교해서, 신청인이 제시한 경로가 최소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그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경로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웃의 피해가 가장 작은 경로를 설계해 제안하는 것이 소송 결과와 협의 모두에서 유리합니다.

  • 경계선이나 가장자리 쪽을 지나는 경로가 건물·정원·경작지 중앙을 지나는 경로보다 우선.

  • 지하 매설이 지상 설치보다 이웃의 이용 방해가 적음.

  • 기존 도로·농로 아래를 활용하면 새로운 훼손이 줄어듦.

  • 관로 폭은 필요한 최소 규격으로 제한하고 공사 후 원상복구 계획을 제시.

보상과 비용 — 이웃의 요청이 있으면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

이웃 토지를 통과하는 시설을 하면서 무상으로 지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218조 제1항 말미는 타 토지 소유자의 요청에 의하여 손해를 보상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보상 대상은 관로가 지나가는 토지 부분의 사용 제한으로 인한 가치 감소, 공사 중 작물이나 지장물에 입은 손해, 공사 후 원상회복되지 않는 부분의 손실 등입니다. 이웃이 요청해야 하는 구조이므로, 시설권 분쟁에서 보상액은 감정평가를 통해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많은 분이 오해하는 부분은 보상이 선행되어야 시설권이 생기느냐는 점입니다. 시설권은 요건을 갖추면 인정되는 권리이고 보상은 그에 따르는 별도의 의무이므로, 이웃이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설권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공사를 진행하기 전에 합리적인 보상안을 제시하고 필요하면 공탁을 하거나 소송에서 보상액을 함께 다투는 것이 갈등 확대를 막는 방법입니다. 감정 전에 과하게 제시하거나 지나치게 낮게 제시하면 협의가 어려워지므로, 인근 토지 시세와 통과 면적을 기준으로 근거를 갖춰 제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시설 후 사정 변경과 변경청구, 주위토지통행권과의 구별

시설을 마친 뒤에도 이웃에게 일정한 권리가 남습니다. 제218조 제2항은 시설을 한 후 사정의 변경이 있는 때에는 타 토지 소유자가 시설의 변경을 청구할 수 있고, 변경 비용은 시설을 한 토지소유자가 부담한다고 정합니다. 예를 들어 이웃이 나중에 그 토지에 건물을 짓게 되어 관로가 지나는 자리가 걸림돌이 되었다면, 이웃이 변경을 청구할 수 있고 이전 비용은 시설한 쪽 몫입니다.

또한 이 권리는 맹지의 통행 문제를 정한 민법 제219조 주위토지통행권과 별개입니다. 제219조는 공로와 토지 사이에 필요한 통로가 없을 때 주위 토지를 통행할 권리를 주고 통행권자가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통행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상하수도관 매설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맹지에서 건축을 하려면 통로와 배관을 각각 별도의 권리로 입증해야 합니다. 소송에서도 청구를 나누어 구성해야 어느 하나가 기각되어도 다른 하나가 살아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웃이 토지사용승낙서를 안 써 주면 수도 연결은 포기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5다247325 판결은 시설권이 법정 요건만 갖추면 인정되며 이웃의 동의나 승낙이 시설권의 성립요건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지자체가 사용권한 증명을 요구하므로, 시설권 확인 판결을 받아 제출하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Q. 소송에서 '토지 사용을 승낙하라'고 청구하면 되나요?

A. 이 청구는 위 판결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부적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통과 지점을 특정해 민법 제218조에 따른 수도 등 시설권이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방식으로 청구를 구성해야 합니다.

Q. 이웃 땅을 지나는 대가는 얼마나 되나요?

A. 법에 정해진 금액은 없고, 이웃의 요청이 있으면 손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통과 면적, 사용 제한의 정도, 공사 중 입은 손해 등을 따져 감정평가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이웃이 다른 경로로 바꾸라고 하면 따라야 하나요?

A. 제218조는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므로, 이웃의 피해가 더 적은 경로가 실제로 있다면 그 경로를 따라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경로가 공사비가 과다하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요건에 따라 판단됩니다.

Q. 하수관도 같은 규정으로 지날 수 있나요?

A. 조문은 수도, 소수관, 가스관, 전선 '등'이라고 정하고 있어 하수관, 배수관처럼 생활에 필요한 시설도 같은 틀에서 판단합니다. 하수관은 경사와 접속 지점이 제한되어 있어 경로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이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Q. 시설을 해 둔 뒤에 이웃이 철거나 이전을 요구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민법 제218조 제2항에 따라 시설 후 사정의 변경이 있으면 이웃이 시설의 변경을 청구할 수 있고, 변경 비용은 시설한 토지소유자가 부담합니다. 다만 사정 변경이 없는 단순한 철거 요구는 시설권에 기초한 적법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맺음말

맹지에 상하수도를 끌어오는 문제는 이웃의 기분이나 호의의 문제가 아니라 민법 제218조가 정한 권리의 문제입니다. 필요성과 대안 경로의 부재 또는 과다비용을 입증하고, 손해가 가장 적은 경로를 설계하며, 요청이 있으면 합리적으로 보상하는 세 축을 갖추면 이웃의 동의서 없이도 시설을 진행할 길이 열립니다.

소송이 필요하다면 승낙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권이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이 대법원이 제시한 방향입니다. 건축 일정과 공사비가 걸린 문제인 만큼, 양평이나 용인 처인처럼 토지가 길게 이어져 맹지가 생기기 쉬운 지역에서 매입을 고려한다면 계약 전에 상하수도 경로와 이웃 토지 관계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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