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사람이나 거절했던 사람에게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전화가 걸려 오는데, 받지 않으니 통화 기록에는 "부재중 전화" 표시만 쌓여 갑니다. 목소리를 들은 것도, 협박성 말을 들은 것도 아니니 신고해도 되는지 망설여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되는 마음에 여러 번 전화를 걸었다가 스토킹으로 고소당했다는 분도 있습니다.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는 사정이 처벌 여부를 가르는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스토킹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부재중 기록만 남아도 스토킹이 될 수 있는 이유와 갈림길
예전에는 "전화를 받아야 상대방에게 말이나 소리가 전달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면 상대방에게 아무것도 도달하지 않았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스토킹처벌법은 전화로 말이나 음향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이 '도달'을 통화 연결 여부만으로 좁게 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부재중 전화가 한 통 찍혔다고 곧바로 스토킹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스토킹이 되려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고 정당한 이유가 없어야 하며, 그 결과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켜야 합니다. 또한 처벌 대상인 스토킹범죄는 이런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할 때 성립합니다. 결국 쟁점은 세 가지로 모입니다. 전화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횟수·빈도·시간대로 볼 때 반복성이 있는가, 불안감을 일으킬 만한 연락인가입니다.
신고하는 쪽이라면 기록을 어떻게 남겨 두느냐가 뒤의 절차를 좌우하고, 연락한 쪽이라면 내 연락이 어느 쪽으로 평가될지를 알아야 대응 방향이 서므로 같은 법리를 양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전화 '도달'의 의미, 반복성과 불안감, 법정형 3년·3천만원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는 스토킹행위를 여러 유형으로 나눕니다. 그중 전화와 관련된 것이 "상대방등에게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프로그램 또는 전화의 기능에 의하여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이 상대방등에게 나타나게 하는 행위"입니다. 이 유형에는 전화가 명시되어 있으므로, 전화를 거는 행위 자체가 법이 예정한 행위 태양입니다.
핵심은 받지 않은 전화를 '도달'로 볼 수 있느냐입니다. 대법원은 2023년 선고에서, 피고인이 전화를 걸어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가 표시되게 했고 상대방이 이를 인식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낄 만한 정도였다면, 실제로 통화가 이루어졌는지와 관계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또한 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4도7832 판결은 잠정조치 위반 사건에서 부재중 전화 문구나 수신차단 기호가 표시되는 것은 피고인의 송신행위 없이 피해자에게 도달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전화를 시도함으로써 송신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벨소리나 화면 표시는 가해자가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지, 기기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반복성은 횟수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법원은 연락의 횟수와 간격, 시간대(심야·새벽), 상대방이 거절 의사를 밝혔는지, 연락 이후에도 계속했는지, 전화 외에 문자·방문·SNS 연락이 함께 있었는지를 종합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연락하지 말라"고 분명히 밝힌 뒤 며칠 사이에 수십 통을 걸었다면 반복성과 의사 반함이 쉽게 인정됩니다. 반면 업무상 필요한 연락이거나, 약속 확인처럼 정당한 이유가 있는 연락이면 같은 횟수여도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불안감 또는 공포심은 피해자의 주관적 느낌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볼 때 일반인이 불안감을 느낄 만한 정도였는지를 봅니다. 그 판단에 쓰이는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관계의 맥락 — 이별 통보 후인지, 이전에 폭력·협박이 있었는지
거절 표시 — 수신 차단, 연락 금지 요청, 번호 변경 이후에도 다른 번호로 계속했는지
연락의 집중도 — 단시간에 몰린 다량 발신, 심야 발신
다른 행위와의 결합 — 집 앞 대기, 직장 방문, 문자 폭주가 함께 있었는지
처벌 수위는 스토킹범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제18조 제1항)이고,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2023년 법 개정으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수사와 처벌이 가능한 구조가 되어, 합의가 곧 사건 종결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합의 여부는 양형에서 중요한 사정으로 다뤄집니다.
수사 단계에서 법원이나 경찰이 내릴 수 있는 조치도 있습니다. 경찰의 응급조치와 긴급응급조치, 검사의 청구에 따른 법원의 잠정조치(서면 경고, 주거 등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구치소 유치)가 있습니다.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가 내려진 뒤에 다시 전화를 걸어 부재중 표시를 남기면 잠정조치 불이행으로 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위 2024도7832 판결이 바로 이 상황을 다룬 것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피해자의 증거 확보 단계와 연락한 쪽의 방어 포인트
어느 쪽 입장이냐에 따라 대응이 갈립니다. 먼저 피해를 입은 쪽입니다.
통화내역을 날짜·시간·횟수가 보이게 보존 — 휴대전화 최근기록 화면을 캡처하되, 한 장씩 흩어 두지 말고 발신번호, 시각, 반복 횟수가 이어서 보이도록 남깁니다. 통신사에서 발급받는 통화내역 열람 자료를 함께 확보하면 기기 기록이 지워져도 입증이 가능합니다.
거절 의사를 기록으로 남기기 —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문자나 메시지를 한 번은 분명히 보내 두면 이후 연락이 '의사에 반한' 것임이 명확해집니다. 안전이 우려되면 직접 연락하지 않고 경찰 신고를 통해 경고를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불안감의 구체적 근거 정리 — 잠을 못 잔 사정, 출퇴근 경로를 바꾼 사정, 번호를 바꾼 사정, 병원 진료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면 '불안감·공포심' 판단에서 힘이 됩니다.
112 신고 후 잠정조치 요청 — 신고하면 경찰이 응급조치나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고, 계속 연락이 이어질 우려가 있으면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신청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화를 건 쪽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면 다음을 따져야 합니다.
발신 횟수와 간격을 객관적으로 정리 —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숫자가 부재중 표시 기준인지, 실제 발신 기준인지, 하루에 몰린 것인지 몇 주에 걸쳐 흩어진 것인지를 확인해 반복성을 다툽니다.
연락의 정당한 이유 소명 — 대여금 반환, 자녀 면접교섭, 업무 협의처럼 연락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 관련 자료를 제출합니다. 다만 거절 의사를 알고도 계속했다면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거절 인식 여부 — 연락 금지 의사를 실제로 알았는지, 알려 주었다면 언제였는지에 따라 고의 인정 여부가 달라집니다.
즉시 중단과 사과·합의 — 연락을 즉시 끊는 것이 우선이고, 이후 접촉이 필요하면 변호인을 통해 진행합니다. 직접 연락해 합의를 시도하다 오히려 추가 스토킹이나 잠정조치 위반으로 번지는 사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기록이 쌓이기 전에 방향부터 정해야 하는 이유
부재중 전화만으로도 반복성과 불안감이 인정되면 스토킹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법원의 방향입니다. 피해자에게는 기록이 사라지기 전에 확보하고 신고해 잠정조치를 받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연락한 쪽에게는 수사 초기에 어떤 입장을 정리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거나, 조사 통보를 받으셨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지금까지의 기록과 연락 경위를 정리해 대응 방향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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