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살 아이의 진술도 성범죄 증거가 될 수 있나요 | 미성년 대상 성범죄 | 로톡
서너 살 아이의 진술도 성범죄 증거가 될 수 있나요
법률가이드
미성년 대상 성범죄고소/소송절차

서너 살 아이의 진술도 성범죄 증거가 될 수 있나요 

김상훈 변호사

어린이집이나 가정에서 서너 살 아이가 "그 사람이 내 소중한 곳을 만졌어"라고 말하는 순간, 부모도 의심을 받는 쪽도 모두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말도 서툰 아이의 진술을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지, 반대로 아이의 말 한마디로 처벌까지 갈 수 있는지입니다. 아이가 직접 법정에 서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증거가 안 된다"고 단정하는 분도 있지만, 실제 수사와 재판은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반대로 어른이 아이의 말을 받아 적은 방식이 잘못되어 진술 자체가 오염되었다는 다툼도 매우 흔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어린 아이 진술이 증거가 되는 경로와 수사·재판의 흐름

우리 법은 증인이 될 수 있는 나이에 하한을 두지 않습니다. 서너 살이라는 이유만으로 증거에서 배제되지 않고, 사물을 보고 기억하고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사안마다 따져 봅니다. 다만 아이 진술이 법정까지 이르는 길은 어른과 다릅니다. 보통 아이가 부모나 교사에게 먼저 말하고, 그 사실이 신고로 이어지며, 수사기관이 아동 전문 조사 절차로 아이를 면담하고, 그 과정이 영상으로 녹화되는 순서를 밟습니다.

이때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자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아이가 수사기관 앞에서 한 진술을 녹화한 영상녹화물, 둘째는 아이의 말을 처음 들은 부모·교사 등이 법정에서 하는 증언, 셋째는 아이의 진술 내용과 심리 상태에 대한 전문가 의견입니다. 아이 본인이 법정에 나와 증언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여기서 피의자 쪽이 가장 많이 다투는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진술 자료가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 자격(증거능력)을 갖췄는가, 다른 하나는 증거능력이 있더라도 그 말을 믿을 만한가(신빙성)입니다. 두 쟁점은 전혀 다른 문제이므로 구분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증언능력,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특례,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

먼저 증언능력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59조는 16세 미만의 자를 선서하게 하지 않고 신문하도록 정합니다. 선서를 못 한다는 것이지 증언을 못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법원은 연령만으로 증언능력을 정하지 않고, 아이가 경험한 사실을 기억하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전달할 수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입장입니다. 서너 살 아이는 이 능력이 있는지 자체가 다투어지는 연령이어서, 실제 재판에서는 아이를 법정에 세우기보다 수사 단계의 진술 자료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받은 아이의 진술 내용을 조서로 만들어 법정에 내면 원칙적으로 전문증거이고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예외가 되려면 같은 법 제312조 제4항처럼 원진술자가 법정에서 그 내용을 확인하고 피고인 측이 반대신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너 살 아이에게 이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의 특례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0조는 19세 미만 피해자의 진술과 조사 과정을 영상녹화하도록 의무화합니다. 수사기관은 녹화 전에 아이의 나이와 인지 발달 단계에 맞는 방식으로, 녹화된다는 사실과 그 영상이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녹화를 마친 뒤에는 봉인하고, 도착 시각·시작과 종료 시각 등 진행 경과를 조서에 구체적으로 적어 편철해야 합니다(제4항~제6항). 이 절차를 지키지 않은 녹화물은 증거능력이 문제됩니다.

이어 제30조의2가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정합니다. 절차를 지켜 녹화된 영상은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할 때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 증거보전기일·공판준비기일·공판기일에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피해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경우

  • 피해자가 사망, 외국 거주, 질병·장애, 소재불명 등으로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고, 영상 속 진술과 녹화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된 경우

서너 살 아이는 두 번째 유형, 즉 정신적 발달 정도 때문에 출석 진술이 어려운 경우로 다루어질 여지가 큽니다. 이 경우 법원은 영상물을 유죄 증거로 할지 결정할 때 피고인과의 관계, 범행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심신 상태, 증언으로 겪을 심리적 외상, 영상 속 진술 내용과 태도를 고려해야 하고, 전문심리위원 또는 제33조의 전문가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제30조의2 제2항).

제33조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정신·심리 상태에 대한 진단 소견과 진술 내용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조회하여야 합니다(제33조 제4항). 임의 규정이 아니라 의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서너 살 피해자 사건에서 이 조회가 빠졌다면 수사 절차의 하자로 다툴 수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는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는 신뢰관계인의 동석(제34조)과 진술조력인의 참여(제36조)도 가능한데, 동석한 사람이 아이에게 불리하거나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동석시킬 수 없습니다(제34조 제3항).

다음은 신빙성입니다. 증거능력이 인정되어도 유죄가 되려면 합리적 의심이 없을 만큼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어린 아이의 진술에서 법원이 실제로 살피는 항목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 시간·장소·행위 내용이 사건마다 흔들리지 않는지, 아이의 연령에 맞지 않는 성적 지식이 담겨 있는지

  • 유도·암시 가능성 — 처음 들은 어른이 "그 사람이 그랬지?" 식의 유도 질문을 반복했는지, 같은 질문이 여러 번 되풀이되어 기억이 변형되지 않았는지

  • 최초 진술의 경위 — 아이가 자발적으로 말을 꺼냈는지, 부모의 의심이 먼저 있었는지

  • 진술 외 객관적 정황 — 행동 변화, 신체 소견, 사건 장소의 구조와 아이 진술의 부합 여부,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 여부

  • 허위 진술의 동기 — 부모 간 갈등, 양육권 분쟁, 어른들 사이의 감정 대립이 아이의 말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

서너 살 아이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능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언어 표현이 제한적이어서 어른의 질문 방식에 크게 좌우됩니다. 그래서 법원은 아이 진술의 내용만큼 그 진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한편 아이의 진술이 일부 부정확하다는 이유만으로 전체를 배척하지는 않습니다. 핵심 부분이 일관되고 객관적 정황과 맞아떨어지면 세부의 모호함은 연령에 비추어 이해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고소당한 쪽에게는 이 점이 부담이고, 반대로 처음 질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이 핵심 방어 포인트가 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의심받는 쪽의 방어 전략과 아이를 둔 보호자의 초기 대응

사건은 입장에 따라 접근이 완전히 다릅니다. 의심을 받는 쪽부터 말씀드립니다.

  • 영상녹화물 절차부터 점검 — 녹화 전 설명이 아이의 나이에 맞게 이루어졌는지, 봉인과 서명 절차, 진행 경과 기재(도착·시작·종료 시각)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기록을 열람해 확인합니다. 절차 위반이 있으면 증거능력을 다툽니다.

  • 전문가 의견 조회 누락 여부 — 피해자가 13세 미만인데도 제33조 제4항의 의견 조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수사의 적법성과 진술 평가의 신뢰도를 함께 문제 삼습니다.

  • 최초 진술자 진술의 분석 — 아이의 말을 처음 들은 부모나 교사의 진술에서 질문 방식, 질문 횟수, 아이가 실제로 한 말과 어른이 해석한 말을 분리해 유도·암시 여부를 짚습니다. 대화 녹음이나 메신저 기록이 있으면 그것이 가장 중요한 자료입니다.

  • 객관적 정황 대조 — 아이가 말한 시간·장소·상황이 CCTV, 출입 기록, 근무표, 동선과 맞는지 확인합니다. 아이 진술은 유일한 직접증거인 경우가 많아서 이 대조가 결과를 가릅니다.

  • 진술에 대한 심리 전문가의 재평가 신청 — 아동 발달·진술분석 전문가의 의견을 별도로 받아 수사기관 측 의견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반대로 아이를 둔 보호자라면 초기 대응이 증거의 질을 좌우합니다.

  • 아이를 직접 캐묻지 않기 — "누가 그랬어, 어디를 만졌어"를 반복해 묻는 일은 진술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가 먼저 한 말을 그대로 시각과 함께 기록해 두고, 이후 조사는 전문 조사 절차에 맡기는 것이 증거 가치를 지키는 길입니다.

  • 처음 들은 말을 기록으로 남기기 — 아이가 한 말의 표현, 말한 시각과 장소, 상황, 평소와 달라진 행동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적어 둡니다.

  • 피해 아동 조사 지원 제도 활용 — 진술조력인 신청(제36조), 신뢰관계인 동석(제34조), 영상녹화 과정 설명 확인을 놓치지 않고 요청합니다.

  • 신체·진료 기록 확보 — 소아과나 해바라기센터 진료 기록, 상담 기록은 진술 외 객관적 정황으로 쓰입니다.

어느 쪽이든 수사 초기에 아이 진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사건의 큰 줄기를 정합니다. 조서나 영상 열람 단계에서 변호사가 함께 기록을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기억이 흐려지고 진술이 굳어지기 전에 해야 할 일

아이의 기억은 어른보다 빠르게 변하고, 주변 어른의 질문과 반응으로 쉽게 덧입혀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받는 쪽은 객관적 정황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보호자 쪽은 아이 진술의 질을 지키기 어려워집니다.

정리하면, 서너 살 아이의 진술도 영상녹화물과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성범죄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증거가 법정에서 쓰이려면 절차의 요건을, 유죄의 근거가 되려면 신빙성이라는 두 관문을 모두 넘어야 합니다. 어느 쪽 입장이든 조사와 녹화 절차, 최초 진술 경위를 일찍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