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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계약서를 쓰고 나서 마음이 바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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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계약서를 쓰고 나서 마음이 바뀌면 

윤영석 변호사

올해 7월 5일부터 용인 기흥, 화성 동탄, 구리의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되었습니다.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은 물론 작년 10월부터 광명 등 경기 여러 곳이 이미 허가구역이고, 이 지정은 올해 말까지 이어집니다. 허가구역이 넓어지면서 사무실에도 비슷한 상담이 늘었습니다. 계약서는 썼고 계약금도 오갔는데, 허가를 받기 전에 한쪽이 마음을 바꾼 경우입니다. 집값이 오르자 매도인이 "없던 일로 하자"고 하거나, 반대로 매수인의 대출 사정이 틀어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때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말이 "허가 전 계약은 유동적 무효"라는 것입니다. 이 말이 양쪽 모두에게 오해를 낳습니다. 매도인은 "어차피 무효니까 그냥 안 팔면 된다"고 생각하고, 매수인은 "무효면 내 계약금은 당연히 돌려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유동적 무효의 실제 의미

허가구역 안의 거래계약은 허가를 받아야 효력이 생깁니다. 허가를 받으면 계약 당시로 소급해 유효가 되고, 불허가가 확정되면 처음부터 무효로 굳어집니다. 그 사이의 상태가 유동적 무효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매도인에게 등기를 넘겨 달라고 청구할 수도 없고, 매수인에게 잔금을 내라고 청구할 수도 없습니다. 어느 쪽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계약이 아무 힘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유동적 무효 상태의 당사자 쌍방에게 허가 신청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상대방이 허가 신청서에 도장을 찍어 주지 않으면 협력의무의 이행을 소송으로 구할 수 있고, 협력을 거부해 손해가 생겼다면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무효니까 안 팔면 그만"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계약금의 운명은 계약이 어느 쪽으로 굳어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허가가 나지 않아 확정적 무효가 되면 매도인은 받은 계약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계약서에 "매수인 귀책으로 해제되면 계약금을 몰취한다"는 문구가 있더라도, 계약 자체가 처음부터 무효가 된 이상 그 조항도 함께 효력을 잃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허가가 나지 않은 것이 한쪽이 서류를 일부러 안 내거나 허가 요건을 거짓으로 꾸민 탓이라면 그 사람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동적 무효 상태라고 해서 계약금을 마음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계약이 살아 있으므로, 매수인이 "아직 무효니까 계약금 돌려달라"고 해도 매도인은 응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러면 변심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법원은 허가를 받기 전이라도 민법 제565조에 따른 해약금 해제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매수인이 계약을 접고 싶으면 계약금을 포기하면 되고, 매도인이 접고 싶으면 계약금의 배액을 돌려주면 됩니다. 상담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장면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매도인이 배액 상환은 하지 않은 채 문자 한 통으로 "취소하겠다"고 통보하는 경우인데, 이는 해제가 아니라 단순한 이행 거절에 불과합니다. 매수인은 그 통보를 무시하고 허가 신청 협력을 요구할 수 있고, 매도인이 다른 사람에게 팔아 버릴 우려가 있다면 처분금지가처분까지 검토하게 됩니다.

계약서에 넣어 두면 좋은 것들

허가구역 안의 계약은 허가 절차가 끼어드는 만큼 보통의 계약서보다 챙길 것이 많습니다. 허가 신청을 누가 언제까지 할 것인지, 불허가가 나면 계약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허가가 지연되는 동안 잔금 기일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적어 두면 분쟁의 상당 부분이 사라집니다. 특히 매수인이라면 "허가가 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은 즉시 반환한다"는 한 줄을, 매도인이라면 "매수인 사정으로 허가 신청이 지연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하나 더 보태면, 허가를 피하려고 계약서를 뒤늦게 쓰거나 매매를 다른 형식으로 꾸미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거래를 밀어붙이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뿐 아니라, 그런 계약은 애초에 허가를 받을 수 없어 확정적 무효가 됩니다.

마치며

유동적 무효라는 말은 계약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 아니라, 허가라는 관문을 지날 때까지 양쪽이 서로 협력해야 하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상대방이 마음을 바꿨다는 연락을 받으셨다면, 계약서 문구와 그동안 오간 문자부터 정리해 두시고 허가 신청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확인한 뒤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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