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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유해물질을 다루다 생긴 병은 공무상 재해로 추정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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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유해물질을 다루다 생긴 병은 공무상 재해로 추정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군 복무 중 정비·도장·화생방·소독 같은 업무에서 화학물질이나 분진에 노출된 뒤, 전역 무렵 또는 전역 후에 호흡기·피부·혈액 질환을 진단받고 보상 여부를 문의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군에서 쓰던 약품 때문에 생긴 병이니 당연히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겠지”, “의무복무 중에 얻은 병이니 국가가 알아서 책임져 주겠지”라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신청하면 “공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정문을 받고 나서야, 노출 사실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군 복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신청하는 쪽이 입증해야 한다고 보면서도, 그 입증의 정도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한 수준까지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유해물질 노출 사실을 어떤 자료로 쌓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아래에서는 유해물질을 다루다 생긴 병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구조, 자동 추정이 되지 않는 이유, 그리고 어떤 제도로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유해물질로 생긴 질병은 공무상 질병의 한 유형이지만,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은 ‘화학적 요인에 의한 질병’을 공무상 질병으로 규정하되, 노출만으로 인정한다는 규정은 두지 않았습니다.

군인 재해보상법 제4조 제1항 제2호 가목은 공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한 질병을 공무상 질병으로 봅니다. 유해물질을 다루다 생긴 병이 정확히 이 유형에 해당합니다. 다만 같은 항 단서는 공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으면 공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목처럼 “추정되느냐”를 묻는 분이 많지만, 법 본문에는 특정 물질에 노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주는 규정이 없습니다. 인정 기준의 세부 내용은 같은 조 제6항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고, 시행령 별표에서 구체화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노출 사실, 노출 기간과 농도, 질병의 의학적 특성, 발병 시점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지를 신청인이 자료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같은 조 제5항은 공무상 질병을 결정할 때 업무 특성, 성별, 나이, 체질, 평소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 유무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심의 단계에서 이미 ‘이 사람의 원래 건강 상태는 어땠는가’가 함께 검토됩니다.

유해물질 노출은 공무상 질병의 대표적인 유형이지만, 노출 사실과 발병 사이의 연결고리는 신청인이 보여주어야 합니다.


2. 인과관계는 신청인이 입증하되, 의학적으로 명백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직접 증거가 없어도 여러 사정을 종합해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되면 입증이 된 것으로 봅니다.

국가유공자 등록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상군경의 ‘직무수행 중 상이(질병 포함)’를 판단하면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그 직무수행 등과 질병 등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군인 등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두20420 판결).

이 기준은 유해물질 사건에서 두 가지로 작동합니다. 하나는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곧바로 기각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부대에 물질 안전자료나 노출 측정 기록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같은 보직에서 복무한 전우의 확인서, 작업 내용을 알 수 있는 근무 기록, 보호장구 지급 여부 같은 간접 사정을 모아 인과관계를 추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군인 본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입대 전 신체검사에서 해당 질환이 없었다는 기록은 그래서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입증의 책임은 여전히 신청인에게 있으므로, ‘국가가 아니라고 증명하지 못했으니 인정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3. 체질이나 기존 질환이 원인으로 판단되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존 질환이 있었다면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가장 흔하게 기각되는 이유는 노출이 아니라 체질적·내부적 소인이 원인이라는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군 복무 중 발병한 정신분열증 사건에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군 복무와 관련해 질환이 발병했거나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며,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두2498 판결). 이 판결은 정신질환 사건이지만, 내부 소인이 있는 질환에서는 ‘복무 환경이 원인이었다’는 구체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법리를 보여줍니다.

반대로 앞서 본 2008두20420 판결은 입대 당시 경미했던 요추 골절이 무리한 교육일정으로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며 인과관계를 부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즉 기존 질환이 있었더라도 직무나 훈련 때문에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해물질 사건에서는 노출 전후의 비교가 핵심이 됩니다. 입대 전 건강검진, 복무 중 진료 기록과 군 병원 소견, 증상이 나타난 시기와 노출 업무를 맡은 시기의 선후를 정리해 ‘원래 있던 병이 아니라 노출 이후 시작되었거나 급격히 나빠졌다’는 흐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기존 질환이 있더라도 자연적 진행 이상으로 악화되었다면 인정될 수 있지만, 그 악화를 보여주는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4. 신분과 직무 성격에 따라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달라집니다

현역 간부, 병 출신 전역자, 직무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제도의 문이 열립니다.

군인 재해보상법은 현역 또는 소집되어 복무하는 군인에게 적용되며, 병과 지원에 의하지 않고 임용된 부사관 등에게는 장애보상금과 사망보상금만 적용합니다(제2조). 간부는 공무상 요양비(제20조)와 상이연금(제26조)까지 받을 수 있고, 공무상 부상·질병 해당 여부는 군인재해보상심의회 심의를 거쳐 결정됩니다(제5조, 제8조).

전역한 뒤에는 국가유공자법과 보훈보상대상자법이 문제가 됩니다. 군인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질병을 얻어 전역했거나 6개월 이내에 전역하는 사람으로서 상이등급 판정을 받으면 공상군경입니다(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6호). 반면 같은 요건이지만 직무가 국가 수호 등과 직접 관련이 없다면 보훈보상대상자인 재해부상군경이 됩니다(보훈보상대상자법 제2조 제1항 제2호). 유해물질 취급 업무가 어느 쪽으로 분류되는지에 따라 예우와 보상의 수준이 달라집니다.

다만 두 제도 모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관련 법령이나 상관 명령의 현저한 위반, 공무 이탈 상태의 재해, 직무로 볼 수 없는 사적 행위가 원인이면 제외됩니다. 보호장구 착용 지시를 현저히 어긴 사정이 있다면 이 부분이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질병이라도 신분과 직무의 성격에 따라 신청처와 보상 내용이 달라지므로, 제도 선택부터 정확해야 합니다.


5. 신청부터 불복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신청 전에 노출 자료와 의무기록을 정리해 두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통상 ①소속 부대 또는 보훈지청에 신청(경기 남부 지역이라면 수원 소재 관할 기관) → ②소속기관의 장이 요건 관련 사실을 조사해 통보(국가유공자법 제6조 제3항) → ③군인재해보상심의회 또는 보훈심사위원회 심의, 상이등급 판정을 위한 신체검사 → ④불복 시 심사청구 또는 행정소송(수원지방법원 등 관할 법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군인 재해보상법상 급여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결정이 있은 날부터 180일, 그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재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해야 하고 행정심판은 청구할 수 없으므로 기간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제47조).

신청을 준비한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복무기록과 보직 내용에서 유해물질을 다룬 업무, 기간, 빈도를 확인하고 함께 근무한 동료의 확인서를 확보합니다.

  2. 입대 전 신체검사 결과와 복무 중·전역 후 진료기록, 군 병원 소견서를 모아 발병 시기와 악화 경과를 정리합니다.

  3. 담당 의사에게 노출 이력을 설명한 뒤 해당 물질과 질병의 연관성에 대한 소견서를 받아 둡니다.

이런 자료가 갖춰지면 거부 결정이 나더라도 행정소송에서 상당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마치며

군에서 얻은 병은 “나라를 위해 일하다 생긴 일인데 설마 인정 안 해 주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신청이 늦어지고, 그 사이 당시 상황을 아는 동료 연락이 끊기고 기록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병을 얻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보다 노출 사실과 발병의 흐름을 자료로 정리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입대 전 기록과 복무 중 진료기록, 동료의 진술이 쌓일수록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근거가 커집니다.

반대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관 입장에서도 기존 질환과 체질, 보호장구 지급과 착용 여부를 함께 살필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근거 자료의 완성도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저는 군 관련 사건과 형사 사건 양쪽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신청 기간이 지나기 전에, 그리고 자료가 남아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해물질을 다룬 사실만 있으면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법은 화학적 요인에 의한 질병을 공무상 질병으로 규정하지만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으면 인정하지 않으므로, 노출과 발병 사이의 연결을 자료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Q. 노출을 증명할 공식 기록이 부대에 남아 있지 않은데 어떻게 하나요?

A. 대법원은 의학적으로 명백한 입증까지는 요구하지 않고 여러 사정으로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되면 입증이 있다고 봅니다. 동료 확인서, 근무 기록, 보호장구 지급 여부 같은 간접 자료를 모아 보완할 수 있습니다.

Q. 입대 전부터 약한 증상이 있었는데 불리한가요?

A. 불리할 수는 있지만 끝은 아닙니다. 기존 질환이 직무 때문에 자연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면 인정될 수 있어, 입대 전후 기록의 비교가 중요합니다.

Q. 병으로 복무했는데 전역한 뒤에도 신청할 수 있나요?

A.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병은 군인 재해보상법상 급여가 제한적이지만, 전역 후에는 직무의 성격에 따라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로 등록을 신청하는 길이 있습니다.

Q.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는 무엇이 다른가요?

A. 질병을 얻은 직무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등과 직접 관련이 있으면 공상군경, 직접 관련이 없으면 재해부상군경으로 분류됩니다. 유해물질 취급 업무가 어느 쪽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Q. 군인재해보상 결정에 불복하려면 기간이 얼마나 되나요?

A. 결정이 있은 날부터 180일, 그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재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해야 하고, 이 법의 급여 결정에는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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