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술자리나 이웃 간 다툼, 직장 내 말다툼처럼 말싸움으로 시작했다가 주먹이 오가면서 폭행·상해 사건으로 번지는 상담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저쪽이 먼저 욕하고 모욕했으니 참을 수가 없었다”, “먼저 시비를 걸었으니 맞아도 할 말 없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 조사를 받아 보면 상대방의 모욕은 별개의 사건으로 따로 다뤄질 뿐이고, 먼저 손을 댄 쪽은 폭행죄나 상해죄 피의자로 입건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상대방이 모욕으로 맞고소를 당하는 일도 흔합니다.
대법원은 정당방위를 인정할 때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대응이 방어를 위한 상당한 수단이었는지를 엄격하게 따지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말로 먼저 도발당했다는 사정은 정당방위가 되기는 어렵지만,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는 의미 있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상대가 먼저 모욕했을 때 때린 행위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형이 감경될 수 있는 경로는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상대방이 먼저 모욕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폭행이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욕설과 모욕은 정당방위가 요구하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①침해가 현재 진행 중이거나 목전에 임박했을 것, ②그 침해가 위법할 것, ③방위하려는 의사로 했을 것, ④방위 수단이 상당할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모욕은 사람을 공연히 경멸하는 표현을 하는 행위로, 형법 제311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그러나 이미 내뱉어진 말은 그 순간 끝난 침해입니다. 말이 끝난 뒤에 상대의 얼굴을 때리는 것은 방어가 아니라 보복이나 분풀이로 평가되기 쉽고, 이 경우 ③방위의사 요건에서 막힙니다. 법원은 감정이 격해져 한 행위라도 그 실질이 공격이라면 정당방위로 보지 않습니다.
또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즉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보려면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을 갖춰야 합니다. 말로 모욕당했다는 이유로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은 보충성(다른 방법이 없었는지)에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모욕은 말로 끝난 침해이므로, 그에 대한 폭력은 정당방위가 아니라 별개의 폭행·상해로 평가됩니다.
2. 서로 싸운 경우에는 맞대응해도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쌍방이 공격 의사로 맞붙은 싸움은 방어이면서 동시에 공격으로 평가됩니다.
대법원은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해 가해한 경우, 그 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정당방위나 과잉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말다툼 끝에 서로 멱살을 잡고 밀치다가 한쪽이 주먹을 휘두른 사건이 전형적인 예입니다.
다만 이런 법리가 언제나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는 쌍방 싸움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다른 쪽은 그 공격에서 벗어나려고 유형력을 쓴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누가 먼저 신체적 공격에 나아갔는지, 그 뒤 몇 번이나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는지, 도망갈 수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 부분은 CCTV와 목격자 진술이 사실상 결론을 좌우합니다.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제2항의 경우에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하였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21조 제2항·제3항).
상대가 먼저 몸에 손을 대 방어하다가 지나치게 대응한 경우라면 과잉방위로 형이 임의적으로 감경·면제될 수 있고, 야간 등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경악·흥분·당황 때문이었다면 벌하지 않는 경우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의 ‘신체적 침해’가 선행했을 때의 이야기이고, 말로만 시비를 걸었다면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맞고 때린 싸움은 정당방위가 안 되고, 일방적 공격에서 벗어나려던 대응만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정당방위가 아니어도 형은 ‘양형’ 단계에서 감경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도발은 법률상 감경 사유는 아니지만,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먼저 정확히 구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상대가 먼저 모욕했다’는 사정은 형법이 정한 법률상 감경 사유(심신미약, 자수, 과잉방위 등)가 아닙니다. 그러나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상대의 도발로 격분해 우발적으로 한 행위라는 점은 ‘범행의 동기’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리하게 평가됩니다.
여기에 형법 제53조의 정상참작감경이 더해지면, 법정형의 장기와 단기를 각각 2분의 1로 낮춰 선고할 수 있습니다(제55조). 벌금형이 선택되는 사건에서는 금액이 낮아지는 쪽으로 반영되고, 징역형이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집행유예(제62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을 선고할 때 개전의 정이 뚜렷하면 선고유예(제59조)도 가능합니다. 검사 단계에서는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따라 범행 동기, 피해 정도, 합의 여부 등을 보고 기소유예 처분을 하기도 합니다. 실무에서는 우발적 범행, 경미한 피해, 피해자와의 합의, 반성, 동종 전과 없음이 겹치면 이 단계에서 마무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도발을 이유로 감경을 받으려면 ‘정말로 상대가 먼저 모욕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본인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시 녹음·영상·메시지·목격자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대화 당사자가 직접 하는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문제가 없지만,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몰래 녹음한 것은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도발은 무죄 사유가 아니라 ‘감형 사유’이며, 입증 자료가 있어야 실제로 반영됩니다.
4. 폭행인지 상해인지에 따라 처벌 수위와 합의의 효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폭행은 합의하면 처벌할 수 없지만, 상해는 합의해도 기소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의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됩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때린 정도가 가벼워 피해자가 진단서를 내지 않았다면,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한 장으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습니다.
반면 상대방에게 상처가 생겨 진단서가 발급되면 형법 제257조 제1항 상해죄가 문제됩니다.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가 되어도 기소는 가능합니다. 다만 합의는 양형에서 가장 큰 감경 요소로 작용합니다. 주먹이 아니라 병·의자 같은 위험한 물건을 들었다면 특수상해(제258조의2)나 특수폭행(제261조)으로 의율되어 처벌이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상대가 먼저 모욕했다는 사정은 맞고소의 빌미가 되기도 합니다. 모욕죄는 친고죄(제312조 제1항)여서 피해자가 범인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하고, 합의를 하더라도 모욕 쪽 합의와 폭행 쪽 합의를 따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합의서에 ‘서로 고소를 취하하고 이의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는 이유입니다.
폭행과 상해는 합의의 효과부터 다르므로, 진단서 발급 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5. 사건 접수부터 처분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 진술에서 ‘누가 먼저, 어떤 말로, 어떻게’를 정확히 남기는 것이 감경의 출발점입니다.
폭행·상해 사건은 통상 ①현장 112 신고 또는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피해자·피의자 조사 → ③공소청(수원지방공소청) 송치 및 처분(기소유예·약식기소·정식기소)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벌금형이 상당한 사건은 재판 없이 서면으로 끝나는 약식명령(형사소송법 제448조)이 많이 쓰입니다.
경찰에서 처음 진술한 내용은 이후 번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기억이 안 난다’거나 ‘서로 밀었다’는 식으로 뭉뚱그려 말해 두면 쌍방 싸움으로 굳어져 정당방위나 도발 참작 주장이 힘을 잃습니다. 아래 순서로 먼저 정리하고 조사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현장 CCTV, 블랙박스, 112 신고기록, 통화·메시지 내역을 확보하고 보존 기간이 짧은 영상부터 서둘러 요청합니다.
상대방 발언(욕설·모욕) 내용과 시각, 먼저 신체 접촉이 있었는지, 내가 몇 번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시간순으로 메모합니다.
상대방의 진단서 여부와 상해 정도를 확인한 뒤, 합의 여부와 방식을 정하고 그 내용을 서면으로 남깁니다.
이러한 정리를 바탕으로 사건 초기에 변호사와 함께 쟁점을 잡으면, 정당방위 주장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인정하고 양형 자료와 합의에 집중할 것인지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내가 먼저 때린 건 아니고 저쪽이 먼저 건드렸다”는 억울함 때문에 오히려 조사 대응이 늦어지거나, 진술을 감정적으로 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먼저 모욕을 당하고 손이 나간 입장에서는 ‘내가 참지 못한 것’과 ‘상대가 도발한 것’을 분리해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먼저 모욕했다가 맞은 입장이라면 폭행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모욕 가해자로 고소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대응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서로의 책임이 겹치는 사건일수록 사실관계 정리가 결과를 가릅니다.
저는 폭행·상해 사건에서 때린 쪽과 맞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건도 초기 진술과 증거 확보에 따라 기소유예부터 정식재판까지 결과가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억울함이 크다면, 그 억울함이 양형에 반영되도록 증거를 갖추는 일이 먼저입니다. 경찰 조사 전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가 먼저 욕을 해서 한 대 때렸는데도 정당방위가 되나요?
A. 어렵습니다. 말로 한 모욕은 이미 끝난 침해여서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 보기 어렵고, 보복 성격의 폭행은 방위의사도 인정되기 힘듭니다. 다만 도발 경위는 양형에서 참작됩니다.
Q. 상대가 먼저 밀쳐서 같이 밀쳤는데 쌍방 폭행인가요?
A. 서로 공격 의사로 맞붙은 싸움이라면 쌍방 폭행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일방적 공격에서 벗어나려는 대응이었다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어, CCTV 등으로 이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합의하면 처벌을 안 받나요?
A.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처벌불원 의사가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상해죄는 합의해도 기소될 수 있지만, 합의는 가장 큰 감경 요소로 작용합니다.
Q. 상대방도 먼저 모욕했으니 같이 처벌받게 할 수 있나요?
A. 모욕죄는 친고죄이므로 직접 고소해야 하고, 범인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 맞고소는 수사에서 유리한 합의 카드가 되기도 하지만, 허위나 과장이 섞이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Q. 초범이면 벌금으로 끝나나요?
A. 초범이고 피해가 경미하며 합의가 되면 벌금형, 선고유예 또는 기소유예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상해의 정도, 위험한 물건 사용 여부, 반성 태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Q. 경찰 조사 전에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최초 진술이 ‘누가 먼저 어떻게 했는지’를 고정시키기 때문에, 정당방위 여부와 도발 참작 주장의 방향을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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