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조정 때 성추행을 인정한 기록이 재판 증거가 되나요 | 성폭력/강제추행 | 로톡
형사조정 때 성추행을 인정한 기록이 재판 증거가 되나요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수사/체포/구속

형사조정 때 성추행을 인정한 기록이 재판 증거가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추행 고소를 당한 뒤 검사가 사건을 형사조정에 보내거나, 변호사 없이 피해자 측과 직접 합의를 시도하다가 그 과정에서 한 말이 나중에 문제가 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에서 제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일단 합의부터 해야 하니 미안하다고 하고 넘어가겠다”, “조정 자리에서 한 말은 어차피 비공식이라 재판에는 안 쓰인다고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합의가 깨지고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면, 조정 자리에서 “제가 잘못했다”고 말한 내용과 그 과정을 적은 서면이 상대방 주장의 근거로 거론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최근 법원은 피고인의 진술이 어떤 경로로 법정에 들어왔는지, 그리고 그 진술이 임의로,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엄격하게 따지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형사조정 자리에서 한 말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증거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형사조정 중 성추행을 인정한 기록이 어떤 서류로 남는지,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려면 어떤 요건을 통과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단계에서 무엇부터 점검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조정에서 한 말은 서면으로 작성되어 검사에게 전달됩니다

형사조정은 ‘비공식 대화’가 아니라 기록이 남는 법정 절차입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는 검사가 피의자와 피해자 사이의 형사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고 피해 회복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전의 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조정을 맡는 형사조정위원회는 2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조정 자리에서는 피해 회복과 화해를 목표로 양쪽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많은 분이 놓치는 부분은 같은 법 제45조입니다. 형사조정위원회는 조정기일마다 형사조정의 과정을 서면으로 작성해야 하고, 조정이 성립되면 그 결과도 서면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절차가 끝나면 이 서면을 붙여 사건을 회부한 검사에게 보내야 합니다. 조정 자리에서 “그날 제가 손을 댄 것은 맞습니다”라고 말했다면, 그 취지가 조정 과정 서면에 적혀 검사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같은 조 제2항은 조정 과정에서 증거위조나 거짓 진술 등으로 명백히 혐의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조정을 중단하고 검사에게 회송하도록 정하고 있고, 시행령 제54조는 합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조정 불성립 결정을 하고 사건을 담당 검사에게 돌려보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사건은 다시 검사에게 돌아가고, 조정에서 오간 내용은 그 기록과 함께 움직입니다.

검사는 형사사건을 처리할 때 형사조정 결과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형사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고려하여서는 아니 된다(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5조 제4항).

여기서 보호되는 것은 ‘조정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사실’뿐입니다. 조정 자리에서 한 진술의 내용까지 재판에서 쓰지 못하게 막는 규정은 범죄피해자 보호법의 형사조정 조항(제41조~제46조)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형사조정은 비공식 자리가 아니라 서면이 작성되어 검사에게 전달되는 절차이므로, 그 자리의 발언 하나하나가 기록이 됩니다.


2. 조정 기록이 재판에서 증거가 되려면 형사소송법의 요건을 통과해야 합니다

기록이 존재하는 것과 그 기록을 증거로 쓸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재판에서 증거가 되려면 먼저 증거능력, 즉 법정에 증거로 제출될 자격이 있어야 합니다. 성추행 인정 기록이 어떤 형태인지에 따라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다릅니다.

첫째, 피고인이 직접 쓰거나 서명한 사과문·합의서·확인서 같은 진술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작성자가 법정에서 그 성립이 진정함을 인정해야 하고,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합니다. 작성자가 법정에서 “내가 쓴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 디지털포렌식 같은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둘째, 조정위원이나 합의 자리에 있던 제3자가 법정에 나와 “피고인이 인정하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셋째, 모든 자백에 공통되는 관문이 형사소송법 제309조입니다.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사과하지 않으면 계속 수사받게 된다”, “인정해야 합의가 된다”는 압박 속에서 작성한 사과문이라면, 그 임의성이 쟁점이 됩니다.

다만 제313조나 제316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증거능력이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임의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면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에 따라 피고인의 법정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는 탄핵 증거로는 쓰일 수 있습니다. 법정에서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조정 과정에서 반대로 말한 기록이 있다면, 그 모순이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합의하려고 한 말”이라는 항변은 증명력 단계에서 다투게 됩니다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그 말이 유죄의 증명으로 충분한지는 따로 판단됩니다.

증거능력의 관문을 통과한 뒤에는 증명력, 즉 그 진술을 얼마나 믿을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법원은 사과 문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유죄를 인정하지 않고, 그 말이 나온 맥락을 함께 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에 대해 사과한 것인지, “불쾌하셨다면 죄송하다”처럼 특정되지 않은 표현인지, 사건 직후 자발적으로 한 말인지 아니면 고소 이후 합의 압박 속에서 한 말인지가 판단 요소입니다.

실무에서 방어의 핵심이 되는 것은 표현의 구체성입니다. “제가 어깨를 감싸고 허리를 만졌습니다”처럼 행위가 특정되어 있으면 인정 진술로 평가받기 쉽지만, “오해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상대가 불편했다니 미안합니다”는 합의를 위한 위로의 표현일 뿐 행위 자체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합의 협상에서 한 말이 문자·녹취·서면 어디에 남았는지, 정확히 어떤 문장이었는지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형사소송법 제310조).

즉 조정 자리의 인정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면 그것만으로 유죄가 될 수 없고, 그 진술을 뒷받침하는 별도의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성추행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있는 경우가 많아, 인정 진술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위험 요소입니다.

인정 기록이 있어도 표현이 구체적인지, 임의로 한 말인지, 그것 하나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지는 따로 다투어야 합니다.


4. 합의를 해도 처벌이 사라지지 않고, 인정 기록은 양형에도 영향을 줍니다

성추행은 합의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으므로 합의 방식 자체를 설계해야 합니다.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성범죄의 친고죄 규정은 2013년에 폐지되어,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불원서를 내더라도 수사기관은 사건을 계속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도 아니기 때문에 합의서는 사건을 끝내는 서류가 아니라, 검사의 처분과 법원의 양형에서 참작되는 자료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합의 과정에서 인정 진술을 하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실제로 혐의를 다투지 않고 피해 회복에 집중하기로 한 사건이라면, 진솔한 반성과 합의는 기소유예나 낮은 형량으로 이어지는 유리한 양형 요소가 됩니다. 문제는 반대 경우입니다. 혐의를 다투려는 사건에서 합의를 서두르며 행위를 인정하는 문구를 남기면, 이후 다툼의 여지를 스스로 줄이게 됩니다.

따라서 첫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이 사건을 혐의를 다투는 사건으로 갈 것인지, 인정하고 양형을 다투는 사건으로 갈 것인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그 방향이 정해져야 형사조정이나 합의 협상에서 어떤 표현을 쓰고 어떤 표현은 피할지가 정해집니다.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 분위기에 휩쓸려 사과문부터 쓰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한편 형사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고려할 수 없으므로,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면서까지 조정을 성립시킬 이유는 없습니다. 형사조정에 회부되었다는 이유로 사건의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5. 형사조정 회부부터 재판까지, 절차와 점검 순서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조정 기일 전에 한 번 정리한 입장이 이후 모든 단계의 진술과 이어집니다.

성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 피의자 조사 → ②사건 송치 후 검사가 형사조정에 회부하거나 직접 처분(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공소청) → ③조정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 서면이 검사에게 회송되어 처분에 참고 → ④기소되면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정기일은 매회 당사자에게 통지되며, 당사자는 자기 주장과 관련된 자료를 형사조정위원회에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형사조정 통지를 받았거나 합의 협상을 시작하려는 단계라면, 아래 순서로 먼저 점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1. 혐의를 다툴지 인정하고 양형을 다툴지 방향부터 정하고, 그 방향과 어긋나는 문구가 사과문·문자·녹취에 이미 남아 있지는 않은지 확인합니다.

  2. 조정기일에서 어떤 표현까지 말할지, 행위를 특정하지 않는 위로의 표현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미리 정리하고, 조정 참석 전에 변호사와 문구를 맞춰 둡니다.

  3. 합의서와 처벌불원서에는 합의 금액, 피해 회복 내용, 처벌불원 의사만 담고 범행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문장은 넣지 않도록 문안을 검토합니다.

이렇게 정리해 두면 조정 자리에서의 발언이 이후 수사와 재판 진술과 어긋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성추행 고소를 받으면 “빨리 사과하고 끝내자”는 생각이 앞서 초기 대응이 서두르는 쪽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쓴 문자 한 통, 조정 자리에서 한 말 한마디가 나중에 가장 큰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는 사과가 곧 자백이 되지 않도록 표현과 방식을 먼저 점검해야 하고, 반대로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도 합의 과정에서 오간 말과 자료를 어떻게 보존하고 제출할지가 이후 절차에 영향을 줍니다. 어느 쪽이든 형사조정 자리를 가볍게 보지 않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고소를 당한 쪽과 피해를 호소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합의 단계에서 남은 한 줄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조정 기일이나 합의 자리가 잡혔다면, 그 전에 입장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기록이 남기 전,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형사조정에서 한 말은 재판에서 아예 증거로 쓰지 못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에는 조정 중 진술을 재판에서 증거로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증거로 쓰이려면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 요건을 통과해야 합니다.

Q.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불리해지나요?

A. 법은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고려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여서까지 조정을 성립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Q. “죄송합니다”라고만 했는데도 인정으로 보나요?

A. 행위가 특정되지 않은 위로나 유감 표현은 범행 인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다만 문맥과 시점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어 실제 문구를 확인해야 합니다.

Q. 합의서를 쓰고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사건이 끝나나요?

A. 끝나지 않습니다. 성추행은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라서 수사와 재판이 계속될 수 있고, 합의는 처분과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는 자료로 쓰입니다.

Q. 강압적으로 쓴 사과문은 어떻게 되나요?

A.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따라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유죄의 증거로 쓰지 못합니다. 작성 경위를 보여주는 대화 기록이 중요합니다.

Q. 조정위원이 법정에 나와 제 말을 증언할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이 경우 형사소송법 제316조에 따라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되어야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Q. 조정 전에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조정기일 전에 선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조정 자리의 발언이 서면으로 남아 이후 진술과 연결되므로 표현 범위를 미리 정리해야 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