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간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는데 결론이 무죄가 아니라 면소나 공소기각으로 끝나면, 억울하게 갇혀 있던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 보상도 못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형사보상은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제도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은 면소·공소기각 재판을 받은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핵심은 '그 재판을 할 만한 사유가 없었다면 무죄를 받았을 현저한 사유가 있었는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요건이 무엇이고 법원이 어떤 점을 보는지, 청구는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형사보상의 기본 구조 — 무죄재판이 원칙, 면소·공소기각은 예외 규정
형사보상의 뼈대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입니다. 일반 절차나 재심, 비상상고 절차에서 무죄재판을 받아 확정된 피고인이 미결구금을 당했다면 국가에 그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여기서 보상의 근거는 범죄가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신체의 자유를 빼앗겼다는 점이고, 국가의 고의·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결과책임 성격으로 인정됩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구속영장을 받아 집행했더라도 나중에 무죄가 확정되면 보상 대상이 됩니다.
문제는 재판이 항상 무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검사가 공소를 취소하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면소 판결이 선고되거나, 절차상 흠 때문에 공소기각 판결이 나는 사건이 있습니다. 이런 재판은 형식상 '무죄'가 아니어서 제2조의 문언만으로는 보상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같은 법 제26조 제1항 제1호입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받아 확정된 피고인이 그 재판을 할 만한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을 경우에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정리하면 면소·공소기각이라는 결과 자체가 보상의 근거는 아닙니다. 절차상 사유 때문에 본안 판단까지 가지 못했을 뿐, 본안으로 갔다면 무죄였을 사건임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 이 규정의 구조입니다. 그 때문에 같은 면소·공소기각이라도 어떤 사유로 끝났는지, 기록상 범죄 불성립의 흔적이 얼마나 뚜렷한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면소·공소기각 재판이라는 결과만으로는 보상받지 못한다 — 그 재판 사유가 없었다면 무죄가 되었을 '현저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무죄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 — 법원이 보는 기준
'현저'라는 표현이 요건의 무게를 말해 줍니다. 단순히 무죄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거나 유죄 증거가 부족해 보였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면소·공소기각의 사유를 걷어낸 뒤 본안을 판단했을 때 무죄가 선고될 것이 기록상 뚜렷하게 인정되어야 합니다. 보상 청구를 심리하는 법원은 종전 형사재판의 기록 전체를 다시 살펴,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가 유죄를 인정하기에 충분했는지를 가상으로 판단하는 구조입니다.
이때 실무에서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종전 재판 판결문의 설시입니다. 면소·공소기각 판결이라도 이유 중에 증거 판단이 언급되어 있거나,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가 드러나 있으면 청구인에게 유리한 자료가 됩니다. 둘째는 증거 기록 자체입니다. 핵심 진술이 번복되었는지, 객관적 증거(CCTV·계좌내역·통신기록 등)가 공소사실과 어긋나는지, 공범 진술 외에 보강증거가 있었는지가 판단 대상입니다. 셋째는 구금에 이르게 된 경위입니다. 구속영장 발부 당시의 혐의와 이후 재판에서 밝혀진 사실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예를 들어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되었는데, 재판 중 공소시효 완성이 확인되어 면소 판결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기록상 피고인에게 기망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 즉 차용 당시 변제 능력과 의사가 있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가 충분했다면 '시효 문제가 없었더라도 무죄였을 사건'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했고 객관적 증거도 유죄를 가리키는 사건이라면, 시효가 지나 면소로 끝났더라도 보상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판결문 이유 — 증거 판단이나 입증 부족에 대한 설시가 있는지 확인.
객관적 증거 — 공소사실과 모순되는 물증·기록이 남아 있는지 확인.
진술의 일관성 — 피해자·공범 진술의 번복, 모순 여부 확인.
자백 여부 — 피고인 자백이 있었다면 불리한 요소로 작용.
면소 판결 유형별 검토 — 형사소송법 제326조의 네 가지 사유
면소는 형사소송법 제326조가 정한 네 가지 경우에 판결로 선고됩니다. 확정판결이 있은 때, 사면이 있은 때, 공소의 시효가 완성되었을 때, 범죄 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입니다. 이 네 유형은 보상 가능성 면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가장 보상 논의가 활발한 유형은 공소시효 완성입니다. 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49조가 법정형에 따라 정하는데, 장기 10년 미만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7년, 장기 5년 미만 징역이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는 5년이 지나면 완성됩니다. 시효 계산에서 기산점이나 정지 여부가 다투어져 면소가 선고되는 사건이 많고, 이런 사건은 범죄의 성립 자체는 본안에서 심리되지 않은 상태라 '시효만 아니었다면 무죄'였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확정판결이 있은 때는 같은 사건에 이미 확정판결이 있어 이중 기소된 경우입니다. 이 경우 앞선 확정판결이 유죄였다면 범죄 사실 자체가 인정된 것이므로 무죄 현저 사유를 주장하기 어렵고, 앞선 판결이 무죄였다면 뒤의 사건은 오히려 무죄 취지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별개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사면은 사면의 대상이 된 유죄를 전제로 하므로 보상 가능성이 낮은 유형이고,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된 경우는 행위 당시에는 범죄였던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현저한 무죄 사유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결국 실무에서는 공소시효 면소가 가장 현실적인 청구 유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면소 네 유형 중 현실적으로 보상 가능성이 큰 쪽은 공소시효 완성이고, 사면·법령 폐지는 유죄를 전제로 하므로 인정되기 어렵다.
공소기각 재판 유형별 검토 — 판결(제327조)과 결정(제328조)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 제327조의 판결과 제328조의 결정으로 나뉘며, 형사보상법 제26조는 '재판'이라고만 규정하므로 판결과 결정 모두 대상에 포함됩니다. 판결 사유에는 피고인에 대한 재판권이 없는 경우,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 같은 사건에 다시 공소가 제기된 경우, 고소가 취소된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등이 있습니다. 결정 사유에는 공소취소, 피고인 사망, 공소장 기재사실이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가장 흔한 유형은 합의로 고소가 취소되거나 처벌불원 의사가 표시되어 공소기각 되는 경우입니다. 이 유형은 고소취소가 있었다는 사실이 보통 범행 자체는 있었다는 전제 위에 서 있어, '무죄를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공소장 기재사실이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제328조 제1항 제4호)는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어서 사실상 무죄 사유와 같은 성격이라 보상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나 공소권 남용이 문제된 사건은 사안별 판단이 필요합니다. 절차 위법으로 공소가 기각되었어도 그 위법 때문에 증거 자체가 증거능력을 잃었다면, 그 증거를 빼고 본안을 판단하면 무죄였을 사건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검사가 재판 도중 공소를 취소한 경우도 취소 이유가 증거 부족이나 범죄 불성립인지, 단순한 사정 변경인지에 따라 달라지므로 취소 경위를 보여 주는 기록을 확보해야 합니다.
고소취소·처벌불원 공소기각 — 범행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아 보상 인정이 어려움.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이 없다는 공소기각 결정 — 실질이 무죄에 가까워 보상 가능성이 높음.
위법수사·공소권 남용 공소기각 — 증거능력 배제 후 무죄였을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짐.
공소취소 — 취소 이유가 증거 부족인지 사정 변경인지가 관건.
보상 범위와 금액 — 구금에 대한 보상, 1일당 최저임금~5배
면소·공소기각에 따른 보상은 구금에 대한 보상입니다. 제26조 제1항이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2항이 무죄재판 사건의 보상 규정을 준용하게 합니다. 따라서 구속되어 있던 미결구금 기간이 있어야 청구의 실익이 있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았다면 이 규정으로는 받을 보상이 없습니다.
금액은 형사보상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구금일수에 1일당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해의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임금액 이상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 이하의 비율을 곱해 산정합니다. 시행령 제2조가 상한을 일급 최저임금액의 5배로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제5조 제2항에 따라 구금의 종류와 기간의 장단, 구금 중 입은 재산상 손실과 정신적 고통, 수사기관과 법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 무죄재판(여기서는 면소·공소기각)의 실질적 이유가 된 사정 등을 종합해 정합니다. 구금 기간이 길고 수사기관의 과실이 뚜렷할수록 상한에 가까운 금액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보상이 제한되는 사유도 있습니다. 제4조에 따라 법원은 본인이 수사나 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거짓 자백을 하거나 다른 유죄의 증거를 만들어 기소·구금된 경우, 경합범 일부에 유죄재판이 있는 경우 등에는 재량으로 청구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기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6조에 따라 국가배상 등 손해배상을 별도로 청구하는 것은 금지되지 않지만, 이미 손해배상을 받았다면 그 금액만큼 공제됩니다.
청구 절차와 기간 — 어느 법원에, 언제까지, 무엇을 내야 하나
보상청구는 제7조에 따라 면소·공소기각 재판을 한 법원에 해야 합니다. 같은 사건이 항소심까지 갔다면 면소·공소기각 재판을 실제로 한 심급의 법원이 어디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청구서에는 제9조에 따라 재판서의 등본과 그 재판의 확정증명서를 첨부해야 하고, 청구자의 등록기준지·주소·성명·생년월일,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과 청구액을 적어야 합니다.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이 청구기간입니다. 제8조는 재판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재판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청구하도록 정합니다. 둘 중 먼저 도래하는 시점을 넘기면 청구권이 소멸하므로, 면소·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확정 날짜를 판결문과 확정증명서로 정확히 확인해 기한을 따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심리는 제14조에 따라 법원 합의부에서 하고, 검사와 청구인의 의견을 들은 후 결정하며 청구를 받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보상결정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보상결정에 대해서는 1주일 이내, 청구기각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제20조). 청구 중 청구인이 사망하면 상속인이 2개월 이내에 절차를 승계할 수 있습니다(제19조). 청구의 성패는 결국 종전 형사기록에서 '무죄 현저 사유'를 어떻게 구성해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어, 청구서에 판결문·증거기록 중 핵심 대목을 뽑아 구체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구기간은 재판 확정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 — 먼저 도래하는 쪽을 넘기면 청구할 수 없다.
자주 묻는 질문
Q. 합의해서 고소가 취소되어 공소기각이 되었는데도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고소취소로 인한 공소기각은 범행이 있었다는 전제에서 합의로 처벌 요구가 사라진 것이므로 '무죄를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고소취소와 별개로 기록상 범죄 불성립이 뚜렷했다면 그 점을 따로 주장해 볼 수는 있습니다.
Q.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았다면 보상받을 수 있나요?
A. 형사보상법 제26조의 보상은 구금에 대한 보상이므로 구속 기간이 없다면 이 규정으로 받을 금액이 없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입은 변호사 비용 등은 별도 제도로 다루어지므로 청구 가능 여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Q. 공소시효 완성으로 면소 판결을 받으면 항상 보상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더라면 무죄였을 현저한 사유가 기록상 인정되어야 합니다. 자백이 있었거나 유죄 증거가 충분했던 사건이라면 면소로 끝나도 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Q. 청구기간을 넘겼는데 다른 방법이 있나요?
A. 형사보상 청구는 재판 확정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이라는 기간이 지나면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수사기관의 위법한 구속 등이 있었다면 국가배상 청구는 별도 요건과 시효에 따라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보상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A. 구금일수에 1일당 최저임금 일급 이상 그 5배 이하의 금액을 곱해 산정합니다. 구금 기간의 길이, 입은 손실과 고통, 수사기관과 법원의 과실 유무 등을 종합해 법원이 정하므로 사건마다 편차가 있습니다.
Q. 청구인이 사망했다면 가족이 이어서 청구할 수 있나요?
A. 청구 중 청구인이 사망한 경우 상속인이 2개월 이내에 절차를 승계할 수 있습니다. 보상청구권 자체는 양도하거나 압류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맺음말
면소나 공소기각으로 재판이 끝났다고 해서 구금에 대한 보상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그 재판 사유가 없었다면 무죄를 받을 현저한 사유가 있었던 경우에 보상 청구의 길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공소시효 면소처럼 본안 판단에 이르지 못한 사건인지, 범죄 불성립이 기록상 뚜렷한 사건인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청구기간이 재판 확정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으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기한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종전 형사기록에서 무엇을 근거로 '현저한 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지 먼저 정리해 보시고, 판단이 어려우면 판결문과 확정증명서를 갖춘 뒤 전문가와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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