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조서에는 제가 말한 것과 다르게 적혀 있었다"고 뒤늦게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그 차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2026년 8월 4일 공포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이 문제를 겨냥해, 피의자나 변호인이 요청하면 사법경찰관이 진술을 반드시 녹음하도록 하는 규정(제244조의6)을 신설했습니다. 이 조항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2027년 8월 5일부터 시행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 규정이 기존 제도와 무엇이 다른지, 요청할 수 있는 범위와 녹음 이후의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조사를 앞둔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경찰 조사 녹음 요청 제도 — 무엇이 새로 생겼나
종전 형사소송법은 피의자 진술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제244조 제1항의 조서 작성과 제244조의2의 영상녹화만 두었습니다. 영상녹화는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고, 녹화를 하려면 미리 그 사실을 알려야 하며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담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실무에서는 영상녹화가 일부 사건에만 쓰였고, 대부분의 조사는 수사관이 질문하고 컴퓨터로 정리한 문답이 조서로 남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조서는 수사관이 요약·정리한 문서일 뿐 실제 말이 오간 그대로의 기록이 아니라는 점이 늘 다툼의 불씨였습니다.
개정법은 여기에 제244조의6(피의자신문 등의 녹음)을 신설했습니다. 제1항은 사법경찰관이 영상녹화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피의자신문의 전 과정을 녹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2항은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요청하면 그 진술을 녹음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즉 수사기관이 스스로 녹음하는 것은 재량이지만, 당사자가 요청하는 순간 재량이 아니라 의무로 바뀝니다. 이 의무 규정은 법 전체의 시행일(2026년 10월 2일)보다 늦은 2027년 8월 5일부터 적용되므로, 그 전까지는 요청을 해도 법적으로 녹음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제244조의6 제2항의 핵심은 "할 수 있다"가 "하여야 한다"로 바뀌는 지점이다 — 피의자나 변호인이 요청하는 순간 녹음은 수사기관의 재량이 아니라 의무가 된다.
제244조의6 제1항과 제2항 — 임의 녹음과 요청 녹음의 차이
제1항과 제2항은 비슷해 보이지만 효과가 전혀 다릅니다. 제1항에 따라 사법경찰관이 스스로 녹음할 때는 미리 녹음 사실을 알려야 하고, 조사 도중 일부만 켜고 끄는 방식이 아니라 신문의 전 과정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면 제2항은 요청이 있을 때의 의무를 정한 것이어서, 수사관이 "녹음 장비가 없다"거나 "조서로 충분하다"고 거절할 수 있는 여지가 법문상 없습니다. 영상녹화가 이미 진행되는 조사에서는 영상녹화 자체가 진술을 담고 있으므로 별도 녹음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아 제1항이 영상녹화를 하는 경우를 제외한 것입니다.
가정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상가 임대 문제로 사기 혐의 고소를 당한 피의자가 첫 출석 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수사관이 보증금 반환 시기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반복했고, 피의자는 "반환 시점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조서에는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취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녹음이 있다면 그 질문과 답변의 앞뒤 맥락이 그대로 남아, 조서의 표현이 말한 내용과 어긋나는지 객관적으로 대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요청 녹음이 갖는 가장 실질적인 가치입니다.
제1항(임의 녹음) — 사법경찰관이 영상녹화를 하지 않는 경우 신문 전 과정을 녹음할 수 있고, 녹음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함.
제2항(요청 녹음) —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요청하면 진술을 녹음해야 하며 수사기관에 재량이 없음.
제3항(사후 절차) — 제244조의2 제2항·제3항을 준용하여 녹음물을 봉인하고 서명받으며, 요구가 있으면 청취하게 함.
시행일 — 제244조의6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2027년 8월 5일부터 적용됨.
조사·면담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 녹음 요청이 가능한 범위
제244조의6 제2항은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조사나 면담 등 명칭과 관계없이 피의자의 진술을 듣는 경우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 문구가 중요한 이유는 실무에서 정식 피의자신문이 아닌 형태의 청취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정식 출석 요구 전에 "참고만 하겠다"며 전화로 사실관계를 묻거나, 사무실에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자는 식의 면담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한 말이 나중에 수사보고서에 정리되어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이는 일이 있는데, 명칭을 이유로 녹음을 거절할 수 없도록 범위를 넓게 잡은 것입니다.
다만 이 규정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피의자의 진술"을 듣는 경우입니다. 단순한 참고인 조사나 피해자 진술, 혐의와 무관한 행정 확인 절차까지 일괄하여 녹음 요청권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자신이 피의자 지위에 있는지, 즉 입건이 되었는지는 요청의 전제 사실이 됩니다. 출석 요구서에 '피의자'로 기재되어 있는지, 사건 번호가 부여되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고, 참고인으로 불렸다가 조사 중 혐의 쪽으로 질문이 옮겨 가는 경우에는 그 시점에 녹음을 요청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요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녹음이 끝난 뒤의 절차 — 봉인·서명·청취
녹음하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제244조의6 제3항은 제244조의2 제2항·제3항을 준용하되, '영상녹화'는 '녹음'으로, '영상녹화물'은 '녹음물'로, '시청'은 '청취'로 읽도록 합니다. 그러면 녹음이 완료된 때에는 피의자 또는 변호인 앞에서 지체 없이 원본을 봉인하고, 피의자로 하여금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해야 합니다. 이 절차는 조사 직후 녹음 원본을 수사기관이 임의로 지우거나 편집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로, 원본이 그 시점에 확정되었음을 피의자가 확인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요구가 있으면 봉인한 뒤 녹음물을 재생하여 청취하게 해야 하고, 그 내용에 이의를 진술하면 취지를 기재한 서면을 첨부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이 절차는 두 가지 효과를 냅니다. 첫째, 조서를 열람하며 느꼈던 어색한 부분을 녹음으로 즉시 확인하고 이의를 남길 수 있습니다. 둘째, 나중에 재판에서 "녹음에 담긴 내용과 조서가 다르다"고 다툴 때, 조사 당일 이의 서면이 첨부되어 있다는 사실이 신빙성 판단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청취를 요구하지 않고 서명만 하고 나오면 이 기회를 놓치는 셈이므로, 변호인과 함께 요구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서와 녹음이 다를 때 — 제244조 제2항과 제312조 제3항
현행법상 피의자신문조서는 제244조 제2항에 따라 피의자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읽어 들려주어야 하고, 진술한 대로 기재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조서에 추가로 기재하고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읽을 수 있도록 남겨두어야 합니다. 이 절차를 거쳐 제244조 제3항에 따라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되는데, 서명한 조서는 나중에 "내가 한 말이 아니다"라고 하기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녹음이 있으면 서명 전에 바로 그 이의를 뒷받침할 근거가 생기므로, 조서 확인 단계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법정에서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제312조 제3항이 정합니다. 피고인이 그 조서의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쓸 수 있고,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이 조서 내용을 다투는 사건에서는 "실제로 무슨 말을 했는가"가 쟁점이 되는데, 녹음은 조서의 증거능력을 따지는 단계가 아니라 조서에 적힌 진술의 신빙성과 진술 경위를 다투는 자료로 쓰입니다. 녹음이 있다고 해서 조서가 자동으로 증거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녹음과 조서의 차이가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사건별로 정리해 주장해야 합니다.
녹음이 조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조서가 말한 그대로 적혔는지를 검증하는 기준점이 된다 — 서명 전 이의, 법정에서의 부인 모두 녹음과 대조해서 힘을 얻는다.
실제로 요청하는 방법 — 언제, 누가, 어떻게 말하는가
요청의 주체는 피의자 본인이나 변호인입니다. 법문에 요청 방식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조사 시작 전에 구두로 "제244조의6에 따라 진술 녹음을 요청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요청이 성립한다고 볼 수 있지만, 분쟁을 피하려면 서면으로 남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다면 출석 전에 의견서나 요청서 형태로 제출하고, 조사 당일 수사관이 녹음 사실을 알렸는지, 녹음이 시작된 시각이 언제인지를 조서나 별도 서면에 기록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법경찰관은 제244조의4 제1항에 따라 조사장소 도착 시각, 조사 시작·종료 시각 등 조사과정의 진행경과를 기록해야 하므로, 이 기록에 녹음 요청과 시작 시각이 함께 남는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요청 전후로 챙겨야 할 권리도 함께 알아두어야 합니다. 사법경찰관은 제244조의3 제1항에 따라 신문 전에 진술거부권이 있다는 것, 진술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는 것, 포기하고 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것,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녹음 요청권은 이 권리들과 별개로 병행해서 행사하는 것입니다. 녹음을 요청한다고 해서 진술거부권이 약해지지 않고, 변호인 참여를 요청한다고 해서 녹음 요청이 불필요해지지도 않습니다.
조사 전 — 자신이 피의자로 입건되었는지, 출석 요구서에 어떤 지위로 기재되었는지 확인.
요청 시 — 구두보다 서면이 좋고, 변호인이 있다면 변호인 명의로 사전 제출.
조사 중 — 녹음 사실을 고지받았는지, 시작·종료 시각이 기록되는지 확인.
조사 후 — 봉인 절차에 참여하고 서명하며, 필요하면 녹음물 청취를 요구.
시행 전 조사와 몰래 녹음 — 현재 시점에서 알아둘 것
2027년 8월 5일 전에 이루어지는 조사에서는 제244조의6이 아직 적용되지 않으므로 "녹음하라"고 법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시행일 이후에는 시행 당시 이미 수사 중인 사건에도 이 규정이 적용되도록 부칙(제5조 제2항)이 정하고 있어, 시행일 이후에 이루어지는 조사라면 사건이 먼저 접수되었더라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 일정이 시행일 전후에 걸려 있다면, 가능한 한 시행일 이후로 조율하는 것이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피의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조사 과정을 녹음하는 문제는 별개의 논점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자신이 당사자로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일반적 태도입니다. 그렇더라도 조사실에 개인 기기를 반입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반입 시 수사 기관이 이를 제지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하고, 시행일 이후에는 수사 기관의 정식 녹음을 요청하는 것이 증거 가치와 절차 정당성 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27년 8월 5일부터 경찰이 모든 조사를 녹음하나요?
A. 아닙니다. 사법경찰관이 스스로 녹음하는 것은 제244조의6 제1항에 따라 재량 사항이고,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요청한 경우에 한하여 제2항에 따라 녹음이 의무가 됩니다. 요청하지 않으면 종전처럼 조서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Q. 참고인 조사나 가벼운 면담도 녹음을 요청할 수 있나요?
A.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해 피의자 진술을 듣는 자리라면 조사·면담 등 명칭과 관계없이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 참고인이나 피해자 지위에서의 진술은 이 조항의 요청 대상이 아닐 수 있으므로, 자신의 지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녹음을 요청하면 수사관이 거절할 수 있나요?
A. 요청이 있으면 녹음해야 한다는 것이 제2항의 문언이므로 정당하게 거절할 근거는 없습니다. 만약 거절하거나 녹음 없이 조사가 진행되었다면 그 사실을 조서나 서면에 남기고 변호인과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Q. 녹음하면 조서는 쓸모가 없어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조서는 여전히 제244조에 따라 작성되고, 증거능력은 제312조 제3항에 따라 판단됩니다. 녹음은 조서와 실제 진술이 일치하는지 검증하는 자료로 기능합니다.
Q. 이미 조사를 받은 사건에도 적용되나요?
A. 시행 전에 끝난 조사는 소급되지 않습니다. 다만 시행 당시 수사 중인 사건에서 시행일 이후에 이루어지는 조사에는 부칙에 따라 이 규정이 적용됩니다.
Q. 녹음물은 어떻게 보관되고 확인할 수 있나요?
A. 녹음이 끝나면 피의자 또는 변호인 앞에서 원본을 봉인하고 서명하게 하며, 요구하면 재생하여 청취하게 해야 합니다. 내용에 이의가 있으면 그 취지를 적은 서면을 첨부합니다.
맺음말
제244조의6이 시행되면 피의자와 변호인은 경찰 조사에서 오간 말을 그대로 남길 수 있는 수단을 법적 권리로 갖게 됩니다. 핵심은 요청이 있으면 녹음이 의무가 된다는 점, 녹음 후 봉인·서명·청취의 절차가 따른다는 점, 조서와 녹음의 대조가 서명 전 이의와 법정 다툼 모두에서 힘이 된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 권리는 요청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고, 시행일(2027년 8월 5일) 이전 조사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수원이나 동탄 인근 경찰서에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출석 일정과 요청 방식을 사전에 정리해 두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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