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동네 주민들이 오가던 길인데, 어느 날 땅 주인이 울타리를 치거나 차량·적치물로 길을 막아버리는 일이 있습니다. 주민들은 "다들 쓰던 길인데 이럴 수 있느냐"고 느끼지만, 법적으로 그 길을 계속 쓸 수 있는지는 길이 어떤 성격인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땅의 소유권은 땅 주인에게 있으므로, 통행을 요구하는 쪽이 자신에게 통행할 수 있는 별도의 권리가 있음을 근거로 내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통행을 방해받은 사람이 어떤 권리를 근거로 통행방해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지, 법원이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지, 길이 이미 막혔을 때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통행방해금지 청구의 구조 — 소유자가 막았는데 왜 청구가 되는가
토지 소유자는 법률의 범위 안에서 그 토지를 자유롭게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211조). 그래서 남의 땅을 통행하던 사람은 오랜 관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소유자에게 계속 통행하게 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통행방해금지 청구가 인정되려면 통행하는 사람에게 소유권과 맞설 수 있는 법률상 통행 권리가 있어야 하고, 그 권리가 현재 침해되고 있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이 권리의 근거로 주로 동원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민법 제219조의 주위토지통행권, 둘째는 통행지역권을 시효로 취득했다는 주장(민법 제294조, 제245조), 셋째는 토지 소유자가 일반 공중이 쓰도록 땅을 내놓았기 때문에 소유자가 배타적으로 쓸 수 없다는 법리입니다. 소송에서는 이 근거들을 선택적·예비적으로 함께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다른 하나로 보호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청구 취지는 보통 "피고는 원고가 별지 도면 표시 부분 토지를 통행하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형태로 특정됩니다. 어느 땅의 어느 부분을 지나가는지를 도면으로 특정하지 못하면 판결이 나도 집행할 수 없으므로, 처음부터 측량으로 통로의 위치와 폭을 특정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랫동안 다닌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소유권과 맞설 수 있는 통행 권리가 무엇인지부터 정해야 청구가 선다.
주위토지통행권 — 공로로 나갈 길이 없을 때의 법정 권리
민법 제219조 제1항은 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 그 토지 소유자가 주위의 토지를 통행하거나 통로로 하지 않으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이 드는 때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통로를 개설할 수도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권리는 계약이나 등기 없이 법률상 당연히 생기는 권리라서, 통행 상대방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못했더라도 요건이 갖춰지면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공로에 이르는 다른 통로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미 다른 길이 있고 그 길이 조금 멀거나 불편한 정도라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다른 길이 있어도 폭이 너무 좁아 그 땅의 용도(주거, 영업, 농작업 등)에 필요한 통행이 불가능하다면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은 통행권의 범위를 정할 때 사회통념에 따라 쌍방 토지의 지형적·위치적 형상과 이용관계, 부근의 지리 상황, 상린지 이용자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합니다.
또한 같은 조 제1항 단서는 통행으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통행권자가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즉 통행권이 인정되어도 공짜가 아니라, 통행로로 쓰이는 부분에 대한 사용료 상당의 보상이 따라올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요건 —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거나, 있어도 과다한 비용이 들 것.
범위 — 현재의 토지 용도에 필요한 범위로 한정. 장래의 이용 상황까지 넓게 인정되지는 않음.
방법 —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
대가 —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제219조 제2항).
이미 다른 길이 있다면 — 주위토지통행권이 막히는 지점과 법원의 기준
주민들이 다니던 길을 막았다고 해서 항상 제219조가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민 중에는 이미 큰길에 접한 땅을 가진 사람도 있고, 그 사람에게는 굳이 남의 땅을 지나지 않아도 공로로 나갈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법원은 해당 토지가 공로에 접해 있거나 다른 통로를 이미 확보하고 있으면 통행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통행이 단지 더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소유자의 재산권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본 입장입니다.
가정해 보겠습니다. 마을 안쪽 주택 소유자 A는 B의 밭을 가로지르는 폭 약 2미터의 좁은 길로만 큰길에 나갈 수 있습니다. 반면 같은 마을의 C는 건물 뒤편으로 다른 도로에 접해 있어 B의 밭을 지나지 않아도 차량으로 출입이 가능합니다. 이 경우 A의 주위토지통행권은 인정될 여지가 크지만 C의 청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같은 길을 막은 한 번의 행위라도 원고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통행의 폭과 방식입니다. 인정되는 통로는 그 토지의 현재 용도에 필요한 범위이므로, 사람이 걸어 다니던 길을 차량이 다니는 길로 넓혀 달라는 요구는 별도로 판단받습니다. 주거용 건물의 출입에 어느 정도의 차량 통행이 필요한지는 건물의 규모와 이용 현황,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지므로, 소송에서는 현장 사진과 측량 감정으로 통로 폭과 이용 방식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0년 넘게 써왔다면 — 통행지역권의 시효취득
수십 년 이상 같은 길을 이용해 왔다면 주위토지통행권과 별개로 지역권을 시효로 취득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294조는 지역권은 계속되고 표현된 것에 한하여 제245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245조 제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자에게 등기를 하면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정합니다. 통행지역권은 자기 토지(요역지)의 편익을 위해 남의 토지(승역지)를 통행하는 권리이므로, 여기에 이 시효 규정이 적용됩니다.
판례가 요구하는 핵심은 '통로를 개설하여 사용한다는 객관적 상태가 20년간 계속될 것'입니다. 이때 통로를 개설했다는 것은 요역지 소유자가 스스로 비용과 노력을 들여 통로를 만들었다는 의미이고, 단순히 이미 있던 길을 걸어 다녔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그래서 길을 포장했거나 배수로를 설치했거나 돌을 깔고 정비해 온 이력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런 이력은 오래된 항공사진·위성사진, 이웃의 진술, 포장·정비 관련 영수증이나 공사 기록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시효취득의 요건을 갖추면 승역지 소유자에게 지역권설정등기를 청구할 수 있고, 등기를 마치면 승역지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통행지역권이 유지됩니다. 다만 이 주장은 20년이라는 기간을 입증해야 하고, 길의 개설 주체가 누구인지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아 증거 준비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소유자가 "호의로 다니게 해준 것"이라고 반박하면 그 통행이 평온·공연한 점유였는지를 가리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통행지역권 시효취득은 20년이라는 기간보다, 요역지 소유자가 통로를 개설해 사용해 왔다는 객관적 상태를 증거로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다.
일반 공중이 쓰던 길 — 소유자의 배타적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땅을 도로로 내놓아 불특정 다수가 오랫동안 이용해 왔다면, 소유자가 그 땅을 마음대로 막을 수 있는지 문제 됩니다. 대법원은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토지 소유자가 그 토지를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한 경우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정리했습니다. 이 판결은 소유자가 땅을 도로 등으로 제공한 뒤 부당이득반환이나 철거를 청구하는 사건에서 나온 것이지만, 소유자의 권리 행사에 공공 이용이라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법리는 쉽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소유자가 땅을 취득한 경위와 목적, 도로로 제공된 경위와 그 용도가 외부에서 보이는 상태였는지, 소유자가 이를 알면서 취득했는지, 취득 가격에 이용 제한이 반영되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그리고 소유자의 사용·수익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이 그 사정을 입증해야 하며, 소유권 보장이라는 헌법상 가치와 충돌하므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따라서 "원래 길이었으니 막으면 안 된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소유자가 과거에 도로로 쓰도록 동의했다는 증거(토지 분할 당시 도면, 건축허가 시 제출한 서류, 소유자가 직접 포장한 이력 등)를 확보해야 하고, 이 주장은 다른 근거와 함께 보충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길이 막혔다면 — 가처분과 본안소송 순서
길이 이미 막혔다면 본안소송이 끝나기를 기다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 통원, 영업장 출입, 농작업처럼 당장 지나다닐 수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에 따른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으로 통행방해금지를 먼저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처분이 인용되려면 피보전권리(통행권)와 보전의 필요성(본안 판결 전에 통행을 막아두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긴다는 점)이 소명되어야 합니다.
가처분 결정이 나오면 소유자가 이를 무시하고 계속 막는 경우를 대비해 민사집행법 제261조의 간접강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위반 기간에 따라 일정 금액을 지급하라고 명하는 제도라서, 소유자에게 통행방해를 중단할 경제적 압박이 됩니다. 이후 본안소송에서는 통행권 확인과 통행방해금지를 청구하고, 필요하면 이미 설치된 울타리 등의 철거도 함께 구합니다.
1단계 — 현장 사진·동영상, 통로 폭과 위치를 보여주는 측량 자료 확보.
2단계 — 통행 권리 근거 정리(주위토지통행권, 지역권 시효취득, 공중 이용 제공 중 선택).
3단계 — 급한 사정이 있으면 통행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4단계 — 본안소송에서 통행권 확인, 통행방해금지, 장애물 철거 청구.
형사 책임 — 일반교통방해죄가 문제 되는 경우
길을 막는 행위는 민사 문제에 그치지 않고 형사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형법 제185조는 육로·수로·교량을 손괴하거나 불통하게 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이 죄에서 보호하는 것은 공중의 교통안전이므로, 특정인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육로를 막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마을 주민 몇 명만 쓰던 좁은 길은 이 조항이 문제 되는 육로에 해당하는지 판단이 갈립니다. 판례는 육로가 반드시 공도(公道)일 필요는 없고, 특정인만이 아닌 불특정 다수인이 자유롭게 통행하는 길이면 충분하다고 보며, 땅의 소유자가 막은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정리해 왔습니다. 다만 소유자가 자신의 땅에 한 행위이므로 위법성이나 고의가 쟁점이 되는 사건도 있어, 실무에서는 사안별로 구체적으로 판단합니다.
고소는 민사 대응과 병행할 수 있지만, 형사절차가 통행권을 확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형사고소는 압박 수단으로만 기대하기보다, 통행권을 확보하는 민사 절차를 중심에 두고 증거를 함께 모으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래 다닌 길이면 별다른 절차 없이도 계속 다닐 수 있나요?
A. 오래 다닌 사실만으로 통행권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의 요건을 충족하거나, 20년 이상 통로를 개설해 사용한 사실로 통행지역권을 시효취득하는 등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근거가 없다면 소유자가 막을 때 통행을 계속하기 어렵습니다.
Q. 이미 다른 길이 있는데 더 가까운 이 길을 쓸 수 있나요?
A. 주위토지통행권은 공로로 나갈 다른 통로가 없거나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에 인정되므로, 단지 더 가깝고 편리하다는 이유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다른 길이 있어도 그 땅의 용도에 필요한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통행권이 인정되면 통행료를 내야 하나요?
A. 주위토지통행권을 행사하는 사람은 민법 제219조 제2항에 따라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보상액은 통로로 쓰이는 부분의 사용료 상당액 등을 기준으로 정해지므로, 소송에서 통행권과 함께 보상 문제도 다뤄질 수 있습니다.
Q. 소유자가 땅을 팔아 새 주인이 길을 막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주위토지통행권은 토지에 붙은 법정 권리이므로 소유자가 바뀌어도 요건이 유지되면 주장할 수 있습니다. 통행지역권도 시효취득에 따른 등기를 마쳤다면 승역지 소유자가 바뀌어도 유지됩니다. 다만 새 주인에게도 같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도면과 증거를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 길이 막히자마자 장애물을 직접 치워도 되나요?
A. 직접 철거하면 재물손괴나 업무방해 등 새로운 분쟁이 생길 수 있어 권하기 어렵습니다. 현장 사진과 영상을 남기고 가처분이나 소송으로 해결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 합법적으로 장애물 철거를 집행할 수 있습니다.
Q. 가처분 신청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는 무엇인가요?
A. 통로의 위치와 폭을 특정하는 측량 자료, 평소 통행하던 모습이 담긴 사진·영상, 통행이 막혀 생긴 불편과 손해를 보여주는 자료가 핵심입니다. 오래된 위성사진이나 이웃의 진술서도 통행 이력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맺음말
땅 주인이 마을 길을 막았을 때 통행방해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지는 길의 역사가 아니라 통행하는 사람에게 어떤 법적 근거가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공로로 나갈 다른 길이 없다면 주위토지통행권, 20년 이상 통로를 개설해 사용했다면 통행지역권의 시효취득, 소유자가 땅을 공중용으로 내놓았다면 사용·수익권 제한 법리가 각각 근거가 됩니다.
이미 길이 막혔다면 측량으로 통로를 특정하고 사진·영상 등 증거를 확보한 뒤, 급한 사정이 있으면 가처분을, 이후 본안소송을 단계적으로 밟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입니다.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이니, 필요하다면 상담을 통해 권리 근거를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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