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금을 주고받았다면, 계약서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준 쪽은 그 계약금을 포기하고, 받은 쪽은 그 두 배를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65조, 매매 외 유상계약은 제567조에 따라 계약의 성질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준용). 다만 이 해제는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라도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가능하고, 받은 쪽은 해제 통지만으로는 부족하며 두 배 금액을 실제로 지급하거나 적어도 지급을 제공해야 합니다. 계약금이 약정대로 전부 지급되었는지, 중도금 지급처럼 이행에 착수한 사정이 있는지, 계약서에 이 해제권을 바꾸는 특약이 있는지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이 글은 물품 공급, 설비·기계 매매, 용역 등 사업상 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주고받은 뒤 계약에서 빠져나오려는 쪽, 또는 상대방으로부터 계약금 해제 통보를 받은 쪽의 사업자와 기업 담당자를 위한 안내입니다. 2026년 11월 2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한 현행 민법(2026. 3. 17. 시행)과 대법원 판례의 일반 원칙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상대방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하는 해제나 위약금 일반에 관한 문제는 필요한 범위에서만 비교합니다.
"계약금만 포기하면 언제든 계약을 깰 수 있다"거나 "계약금 일부만 받았으니 받은 돈의 두 배만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해제할 수 있는 시기와 돌려줄 금액, 해제 방법에 분명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계약금 해제의 기본 구조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렇게 해제권의 근거가 되는 계약금을 흔히 해약금이라고 부릅니다.
이 해제는 상대방의 잘못을 이유로 하지 않습니다. 더 좋은 조건의 거래처를 찾았거나 사업 계획이 바뀐 경우처럼 해제하려는 쪽의 사정만으로도 할 수 있고, 그 대가가 계약금의 포기 또는 배액 상환입니다. 그래서 같은 조 제2항은 해제와 손해배상에 관한 제551조를 이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계약금 해제가 적법하게 이루어지면, 상대방은 계약금 포기분이나 배액 상환분 외에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규정은 매매에 관한 것이지만, 민법 제567조에 따라 매매 이외의 유상계약에도 준용됩니다. 다만 계약의 성질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 때에는 준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물품 공급계약이나 설비 제작·납품계약, 용역계약에서 계약금이 수수된 경우에도 같은 구조가 적용될 수 있는지를 먼저 검토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계약금을 준 쪽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받은 쪽은 계약금의 두 배를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그 시한은 당사자 중 한쪽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이고, 해제가 적법하면 그 외의 손해배상 문제는 생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계약금이 실제로 지급되어야 해제권이 생깁니다
지급하기로 약정만 한 단계
대법원은 계약금계약이 금전 기타 유가물의 교부를 요건으로 하므로,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만 한 단계에서는 아직 민법 제565조에 따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계약서에 "계약금은 다음 날 송금한다"고 적어 두고 송금 전에 한쪽이 계약 파기를 통보했다면, 계약금 해제로서는 효력이 없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판례는 계약금의 일부만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했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이나 전부를 지급하지 않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않으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때 상대방은 계약금 지급을 청구하거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고, 그 약정이 없었더라면 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사정이 인정되면 주계약도 해제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일부만 받은 경우, 두 배의 기준은 약정 계약금
계약금 일부만 받은 쪽이 "받은 돈의 두 배만 돌려주면 된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실제 교부받은 금액의 배액만 상환하고 해제할 수 있다면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고, 받은 금액이 적을 때에는 사실상 자유롭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되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해진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액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금을 3,000만 원으로 정하고 그중 300만 원만 먼저 받은 상태라면, 600만 원을 돌려주는 것만으로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약정 계약금 전부가 지급되기 전에는 계약금 해제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약정액의 배액을 제공하면 해제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계약금 해제를 검토하는 쪽이라면 실제 입금액보다 계약서에 적힌 계약금 액수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의 의미
준비만으로는 부족하고, 외부에서 알 수 있는 이행이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라고 보고,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 반드시 계약 내용에 들어맞는 이행의 제공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이 시한을 둔 이유는 이미 이행에 착수한 당사자는 비용을 지출하고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므로, 그 단계에서 해제되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판례에서 이행 착수로 인정된 예와 인정되지 않은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한 경우: 이행 착수로 보았습니다.
매수인이 매도인의 동의를 받아 계약금과 중도금 지급을 위해 은행도어음을 교부한 경우: 이행 착수로 보았습니다.
계약 당시 중도금 일부의 지급에 갈음하여 제3자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양도하기로 약정하고 그 자리에 제3자도 참석한 경우: 계약과 함께 채무의 일부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중개인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화로 계약금을 수령해 가라고 여러 차례 최고하고, 이행기에 구두로 잔대금 수령을 최고한 경우: 이행의 준비행위에 불과하다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사업상 계약에서는 원자재 발주, 생산 일정 확보, 인력 배치처럼 이행을 위한 활동이 다양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런 활동이 이행 착수에 해당하는지는 그 행위가 상대방에 대한 채무 이행의 일부 또는 필요한 전제행위로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므로, 단정하기 전에 실제 진행 내역과 상대방과 주고받은 자료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행기 전에도 착수할 수 있습니다
중도금 지급일이 정해져 있더라도, 당사자가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않기로 특약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계약금 해제를 막기 위해 상대방이 중도금을 약정일보다 먼저 지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판례는 계약 체결 뒤 시가 상승이 예상되자 매도인이 구체적 금액 없이 구두로 대금 증액을 요청했고 매수인이 확답 없이 중도금을 이행기 전에 제공한 사안에서, 시가 상승만으로 계약의 기초 사정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행기 전 착수를 허용하지 않을 불가피한 사정도 없다고 보아 이후의 배액 공탁에 의한 해제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먼저 이행한 쪽도 계약금 해제를 할 수 없습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의 '당사자의 일방'은 계약 쌍방 중 어느 한쪽을 말하고 상대방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상대방인 매도인이 이행에 전혀 착수하지 않았더라도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여 이미 이행에 착수했다면, 매수인 자신도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중도금을 낸 뒤 사정이 바뀌어 계약금만 포기하고 빠지려는 계획은 이 단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받은 쪽이 해제할 때는 두 배 금액의 제공이 필요합니다
계약금을 준 쪽은 포기 의사를 담아 해제를 통지하면 되지만, 계약금을 받은 쪽은 사정이 다릅니다. 대법원은 수령자의 배액 상환에 의한 해제는 통고로써 즉시 효력이 생기고 나중에 배액 상환 의무만 지는 것이 아니라, 수령한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거나 적어도 그 이행제공을 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을 해제하겠다. 두 배는 나중에 정산하겠다"는 통지만으로는 해제의 효력이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받기를 거절하는 경우에 대해, 대법원은 해제의 의사표시와 함께 계약금 배액의 이행제공이 있으면 족하고, 상대방이 이를 수령하지 않더라도 이를 공탁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행제공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다툼이 생기기 쉬우므로, 해제 통지와 함께 배액을 실제로 송금하거나 지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정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고, 그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합니다(민법 제543조). 해제 통지에는 해제 대상 계약과 근거, 포기하거나 상환하는 계약금 액수, 지급 방법을 분명하게 적고, 상대방에게 도달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 문구가 결론을 바꾸는 경우
계약금 해제를 배제하거나 변경하는 특약
민법 제565조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적용됩니다. 계약서에 계약금에 의한 해제를 할 수 없다고 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는 시기·금액을 법과 다르게 정했다면 그 약정이 먼저 검토 대상이 됩니다. 계약서의 해제 조항, 계약금 조항, 특약사항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정한 특약
계약금은 그 자체로 위약금의 성질을 갖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유상계약에서 계약금이 수수된 경우 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이를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없는 이상 계약이 일방의 귀책사유로 해제되더라도 상대방은 실제 손해만 배상받을 수 있을 뿐 계약금이 위약금으로서 당연히 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계약서에 "일방이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몰수하거나 배액을 배상한다"는 취지의 특약이 있으면,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민법 제398조 제4항),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이 경우 계약금은 일반적으로 해약금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성격을 함께 갖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어떤 근거로 해제하고 무엇을 청구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상대방의 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해제와 구별
계약금 해제는 상대방의 잘못과 무관하게 계약금을 대가로 빠져나오는 제도입니다. 상대방이 납품이나 대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을 때 해제하는 민법 제544조의 해제를 검토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제551조에 따라 해제와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는데 계약금 해제로 처리하면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를 스스로 좁히는 결과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상대방에게 잘못이 없는데 불이행을 이유로 해제를 통지하면 그 해제가 효력이 없다고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해제 통지 전에 확인할 사항
계약서에 정한 계약금 액수와 실제 지급액·지급일이 일치하는지, 아직 지급되지 않은 계약금 잔액이 있는지
계약서에 계약금 해제를 배제하거나 변경하는 특약,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정한 특약이 있는지
중도금 지급, 어음 교부, 대금 일부에 갈음한 채권 양도 등 어느 한쪽이 이행에 착수했다고 볼 사정이 있는지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하지 않기로 한 약정이 있는지
받은 쪽이 해제하는 경우 약정 계약금의 두 배를 지급하거나 제공할 준비와 그 증빙 방법이 있는지
해제 통지에 계약, 근거 조항, 금액, 지급 방법을 적고 도달을 증명할 수 있는지
상대방에게 불이행이 있다면 계약금 해제와 불이행 해제 중 어느 쪽이 맞는지
계약금 해제는 이유를 묻지 않는 대신 시기와 금액, 방법이 엄격하게 정해진 제도입니다. 해제하려는 쪽이든 해제 통보를 받은 쪽이든, 계약금 지급 내역과 이행 경과를 날짜순으로 정리해 두면 해제가 유효한지 판단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이행 착수 여부나 특약의 해석, 계약금의 성격은 계약서 문구와 거래 경과, 주고받은 자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사실관계를 놓고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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