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바쁜 주에는 법정근로시간보다 길게, 한가한 주에는 짧게 일하게 하되 단위기간 전체를 평균해 1주 40시간을 넘지 않게 맞추는 제도입니다. 2주 이내는 취업규칙으로, 2주를 넘어 3개월 이내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도입할 수 있고, 서면 합의에는 대상 근로자의 범위, 단위기간, 근로일과 근로일별 근로시간, 합의의 유효기간을 반드시 담아야 합니다.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1일 8시간·1주 40시간을 넘긴 시간이 모두 연장근로로 계산되어 가산임금과 연장근로 한도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계절이나 납기에 따라 업무량이 크게 달라져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검토하는 회사의 대표와 인사 담당자를 위한 안내입니다. 2026년 11월 3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한 현행 근로기준법(2026. 10. 8. 시행)과 근로기준법 시행령, 대법원 판례의 일반 원칙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을 전제로 하며,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는 법정근로시간, 탄력적 근로시간제, 연장근로 한도와 가산임금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근로기준법 제11조 제2항, 시행령 제7조 및 별표 1) 이 글의 내용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성수기에만 하루 10시간씩 일하고 비수기에 일찍 퇴근시키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별도 절차 없이 근무표만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이 정한 형식과 내용을 갖추지 않은 근무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 제도의 구조, 서면 합의에 담을 내용, 지켜야 할 상한과 추가 의무, 요건을 놓쳤을 때의 결과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바꾸는 것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넘는 근로는 원칙적으로 연장근로가 됩니다. 연장근로는 당사자 간 합의로 1주 12시간까지만 할 수 있고(제53조 제1항),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합니다(제56조 제1항).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법하게 도입하면 미리 정한 근무일정 안에서는 특정한 날에 8시간, 특정한 주에 40시간을 넘겨 일하게 하더라도 그 시간이 연장근로가 되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6조 제1항이 가산임금 대상인 연장근로를 제53조 등에 따라 연장된 시간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단위기간 전체를 평균하면 1주 근로시간이 40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므로, 바쁜 기간에 늘어난 만큼 다른 기간의 근로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가산임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만큼 법은 제도를 쓸 수 있는 조건을 엄격하게 정해 두었습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무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는 이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단위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세 가지 방식
2주 이내: 취업규칙으로 도입
근로기준법 제51조 제1항에 따라 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 포함)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2주 이내의 단위기간을 평균해 1주 40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다만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48시간을 넘을 수 없습니다. 취업규칙에 이 내용을 새로 넣는 것이 기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바꾸는 것에 해당하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2주 초과 3개월 이내: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
단위기간을 2주보다 길게 잡으려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필요합니다(제51조 제2항). 이때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넘을 수 없습니다.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서면 합의와 추가 의무
2021년 신설된 제51조의2는 3개월을 넘고 6개월 이내의 단위기간도 허용합니다. 주 52시간·일 12시간 상한은 같지만, 근로일 사이의 연속 휴식, 근로시간 사전 통보, 임금보전방안 신고 등 지켜야 할 의무가 추가됩니다. 이 내용은 아래에서 따로 설명합니다.
서면 합의의 상대방, 근로자대표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대표를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 그런 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정합니다(제24조 제3항). 회사가 지명한 직원이나 일부 부서 대표와 합의한 경우에는 법이 말하는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로 보기 어렵습니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라면 근로자들이 자율적으로 대표자를 뽑는 절차를 거치고, 선출 방법과 투표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 선출 과정에 회사가 개입했거나 과반수의 지지를 확인할 수 없으면 서면 합의의 효력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합의는 반드시 문서로 작성하고, 양측이 서명하거나 기명날인해 합의 사실을 분명히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서면 합의에 반드시 담을 4가지
단위기간이 3개월 이내인 경우 근로기준법 제51조 제2항과 시행령 제28조 제1항은 서면 합의에 다음 사항을 정하도록 합니다.
대상 근로자의 범위: 전 직원인지, 특정 부서·직무·생산라인인지 명확히 적습니다.
단위기간: 3개월 이내의 일정한 기간으로 시작일과 종료일을 특정합니다.
단위기간의 근로일과 근로일별 근로시간: 어느 날 몇 시간을 일하는지 미리 확정합니다.
서면 합의의 유효기간: 합의가 언제까지 효력을 갖는지 정합니다.
이 가운데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것은 근로일별 근로시간입니다. "성수기에는 주 52시간 이내에서 회사가 정한다"처럼 범위만 적어 두면, 미리 근로일과 시간을 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맞지 않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될 위험이 있습니다. 근무 형태(조)별로 근로일과 시간을 합의서에 미리 정해 두고 실제 근무표를 확정해 사전에 알리는 등, 근로일별 근로시간이 미리 특정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단위기간이 3개월을 넘는 경우에는 근로일별 근로시간 대신 주별 근로시간을 정하고(제51조의2 제1항 제3호, 시행령 제28조의2 제1항에 따라 유효기간도 포함), 각 주의 근로일이 시작되기 2주 전까지 근로자에게 그 주의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통보해야 합니다(제51조의2 제3항).
반드시 지켜야 할 상한과 적용 제외
주와 날의 상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늘릴 수 있는 근로시간에는 위에서 본 상한이 있습니다. 2주 이내 방식은 특정 주 48시간, 서면 합의 방식은 특정 주 52시간과 특정 일 12시간입니다. 여기에 더해 근로기준법 제53조 제2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12시간을 한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즉 미리 정한 근무일정을 넘어 일하게 하는 시간은 별도의 연장근로로 보아 1주 12시간 한도와 가산임금 지급 의무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적용할 수 없는 근로자
15세 이상 18세 미만의 근로자와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에게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제51조 제3항, 제51조의2 제6항). 대상 근로자 범위를 정할 때 이들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운영 중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해당 근로자의 근무일정을 즉시 일반 근로시간 기준으로 돌려야 합니다.
3개월을 넘는 경우 추가로 지킬 의무
11시간 연속 휴식: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제51조의2 제2항). 재난 대응이나 생명·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 등 시행령 제28조의2 제2항이 정한 불가피한 경우에만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이 의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제110조 제1호).
근무일정 변경 절차: 합의 당시 예측하지 못한 천재지변, 기계 고장,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유가 생기면 단위기간 안에서 평균 1주 근로시간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근로자대표와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바꿀 수 있고, 변경된 근로일이 시작되기 전에 근로자에게 변경된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통보해야 합니다(제51조의2 제4항).
임금보전방안 신고: 기존 임금 수준이 낮아지지 않도록 임금항목 조정·신설이나 가산임금 지급 등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다만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했다면 신고하지 않아도 됩니다(제51조의2 제5항).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입니다(제116조 제2항 제3호).
단위기간이 3개월 이내인 경우에도 사용자는 기존 임금 수준이 낮아지지 않도록 임금보전방안을 강구해야 하며(제51조 제4항), 고용노동부장관은 그 내용의 제출을 명하거나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시행령 제28조 제2항).
중간에 입사하거나 퇴사한 근로자의 정산
단위기간 도중에 입사하거나 퇴사한 근로자는 바쁜 기간만 일하고 한가한 기간의 단축 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1조의3은 이런 경우 그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한 기간을 평균해 1주 40시간을 넘은 시간 전부에 대해 제56조 제1항의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합니다.
예를 들어 성수기 주간에 주 48시간씩 일한 뒤 비수기가 시작되기 전에 퇴사했다면, 근로한 기간의 평균이 1주 40시간을 넘는 부분에 대해 가산임금을 정산해야 합니다. 퇴직 정산 시 이 계산을 빠뜨리면 임금 미지급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단위기간 중 입·퇴사자 명단을 따로 관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요건을 놓치면 생기는 문제
서면 합의가 없거나, 근로자대표가 아닌 사람과 합의했거나,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미리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효과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일반 원칙인 제50조로 돌아가 1일 8시간 또는 1주 40시간을 넘긴 시간이 연장근로로 계산되고, 그 시간 전부에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한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지급하지 않은 가산임금은 퇴사자나 재직자가 임금채권의 소멸시효(3년) 범위에서 한꺼번에 청구할 수 있어 회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연장근로 한도도 문제가 됩니다.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넘었는지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구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은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1주간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고 1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아니하므로, 1주간의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하였는지는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하였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1주간의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판단은 2017년 개정 전 법률에 관한 것이지만 현행 제53조 제1항도 같은 문언을 유지하고 있어, 현행법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현행법은 1주를 휴일을 포함한 7일로 정하고 있으므로(제2조 제1항 제7호), 휴일근로 시간도 1주 근로시간에 포함해 계산해야 합니다. 따라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무효로 판단되면 바쁜 주에 1주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은 경우 연장근로 한도 위반이 문제 되고, 이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제110조 제1호). 대리인이나 사용인 등 종업원이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도 양벌규정에 따라 사업주에게 벌금형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업주가 위반을 막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됩니다(제115조). 반면 1주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라면 1일 8시간을 넘긴 날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1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시간도 연장근로이므로 근로자와의 연장근로 합의가 있어야 하고(제53조 제1항), 합의 없이 일하게 했다면 그 자체로 제50조 위반이 문제 될 수 있으며, 가산임금도 지급해야 합니다.
도입 전에 확인할 체크리스트
업무량 변동이 실제로 예측 가능한지, 단위기간을 2주·3개월·6개월 중 어디로 잡을지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지, 없다면 근로자 과반수 대표를 적법하게 선출했는지와 그 기록
서면 합의서에 대상 근로자 범위, 단위기간, 근로일별(또는 주별) 근로시간, 유효기간이 모두 적혀 있는지
특정 주 48시간 또는 52시간, 특정 일 12시간 상한을 넘는 날이 근무표에 없는지
18세 미만 근로자와 임신 중인 근로자를 대상에서 제외했는지
3개월 초과 시 11시간 연속 휴식, 2주 전 통보, 임금보전방안 신고 또는 서면 합의를 준비했는지
근무일정을 넘는 근로를 연장근로로 따로 기록하고 가산임금을 지급하는 체계가 있는지
단위기간 중 입·퇴사자의 가산임금 정산 방법을 정해 두었는지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업무량 변동에 맞춰 근로시간을 배분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이지만, 법이 정한 서면 합의와 사전 확정 요건을 갖춰야 비로소 효과가 생깁니다. 도입 단계에서 합의서와 근무표를 꼼꼼히 갖추고 운영 기록을 남겨 두면, 나중에 가산임금이나 근로시간 위반을 다투게 되더라도 회사의 판단 근거를 설명하기 쉬워집니다.
단위기간 설정, 근로자대표 선출의 적법성, 임금보전방안의 내용은 사업장의 규모와 업종, 취업규칙, 기존 근로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사정을 놓고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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