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시 출신 16년차 형사전문, 성범죄 전문 김민정 변호사입니다.
성범죄 사건으로 경찰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조사 과정에서 어떤 질문을 받을지,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걱정이 많으실 겁니다. 특히 당시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을 때는 난감해집니다.
오래 전 사건이라 그럴 수도 있고, 술에 취한 상태여서 기억이 안 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상담 과정에서 많은 남성 분들이 고민하시는 걸 봅니다.
성범죄 사건으로 경찰조사를 앞두고 상담을 오시는 분들 중에는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변호사님, 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 그날 일이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질문하십니다.
“그냥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되나요?”
성범죄 경찰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실제로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에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고민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면 불리해지는 것은 아닌지, 반대로 정확하지 않은 기억을 이야기했다가 나중에 진술이 달라지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시는 것이죠.
오늘은 성범죄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납니다”라는 답변이 왜 조심스러운지, 실제로 기억이 나지 않을 때는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억이 안 납니다”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로는 일부 기억이 남아 있는데 사건 전체를 회피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CCTV, 문자메시지, 통화내역 같은 객관적인 자료가 나오자 그때그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이 난다고 진술을 바꾸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성범죄 경찰조사에서 “기억이 안 납니다”가 왜 위험할까요?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조사받으러 오기 전에 수사기관이 여러 가지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CCTV 영상이 있을 수도 있고, 피해자가 증거로 제출한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대화, 통화녹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통화내역이나 카드 사용내역이 확인되기도 하고, 당시 함께 있었던 사람의 진술이 확보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경찰조사에서 이렇게 답변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납니다.”
이후 수사관이 CCTV를 보여주자 이렇게 말합니다.
“아, 그 부분은 기억납니다.”
문자메시지를 보여주자 다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 문자를 보낸 것은 기억납니다.”
이렇게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될 때마다 하나씩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정말 기억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객관적인 자료가 나오자 그때그때 기억을 회복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에서도 수사기관에서 기억이 없다고 하다가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된 이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구체적인 기억을 회복했다고 주장한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은 사례가 있습니다.
결국 위험한 것은 “기억이 안 납니다”라는 문장 자체가 아닙니다.
그 이후의 진술이 처음 진술과 맞지 않는데도 그 차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성범죄 사건에서 첫 경찰조사 진술이 중요한 이유
성범죄 사건에서 제가 의뢰인들에게 자주 말씀드리는 것이 있습니다.
조사실에서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가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입니다.
요즘은 전자로도 많이 하는데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작성될 때 어떤 부분이 어떻게 수정되었는지 기록이 다 남기도 하고, 영상녹화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 조사에서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는데, 나중에 재판에 가서
“생각해 보니까 그 부분은 기억납니다.”
라고 한다면 법원에서는 그 이유를 살펴볼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처음에는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가 나중에는
“사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라고 진술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법원에서는 왜 진술이 바뀌었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객관적인 자료입니다.
CCTV 영상과 진술이 일치하는지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대화와 맞는지
통화내역 등으로 확인되는 사실과 부합하는지
다른 사람의 진술과 모순되지 않는지
무엇보다 진술이 변경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이러한 사정들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물론 진술이 변경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불리하게 판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기억하지 못했던 내용이 나중에 떠오를 수도 있고, 새로운 자료를 확인하면서 사실관계를 더 정확하게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처음 진술과 나중 진술이 달라졌다면 그 이유와 경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는 수사 초기의 진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3. 그렇다고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에게 억지로 기억해 내라고 하면 안 됩니다
이 부분이 오늘 영상에서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진짜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도 됩니다.
오히려 기억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서 이야기하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사관이 이렇게 질문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날 11시쯤에 피해자와 같이 있었죠?”
그런데 본인은 정확한 시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조사관이 다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CCTV를 보면 같이 들어갔는데요?”
이때
“아, 그러면 11시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라고 답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정말 자신의 기억을 떠올려 답변한 것입니까?
아니면 조사관이 보여준 자료를 보고 추측해서 답변한 것입니까?
이 두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CCTV를 통해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간 장면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본인이 정확한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자료를 보고 알게 된 사실과 자신의 기억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추측을 기억처럼 이야기해서도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같이 있었던 것은 자료를 보면 확인되는 것 같지만, 제가 정확한 시간까지 기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실제로 기억하는 부분과 자료를 통해 확인한 부분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성범죄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날 때는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실제로 기억이 나지 않을 때는 어떻게 답변하는 것이 좋을까요?
예를 들어 당시 술을 많이 마셔서 기억이 부분적으로만 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사건 전체를 뭉뚱그려 말하기보다는, 실제 기억하는 부분과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을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날 술을 마신 사실은 기억납니다.”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 이후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시간 순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질문을 받았는데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부분은 현재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라고 답변할 수 있습니다.
또 정확하지 않아 추측해서 답변하게 될 것 같다면, 추측을 사실처럼 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확하지 않아서 추측해서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표현을 무조건 외워서 사용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기억하는 내용과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 답변은 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피의자에게는 중요한 권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진술거부권입니다.
피의자는 모든 질문에 반드시 답해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특정 질문에 답하지 않을 수도 있고, 변호인과 상의한 뒤 답변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계속 질문을 받으며 억지로 답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사건의 사실관계를 검토하고 어떤 부분까지 진술할 것인지 사전에 정리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5.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과 비교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대부분 피해자의 진술을 기초로 피의자에게 질문합니다. 피해자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있는데, 피고인은
“기억이 안 납니다.”
라고만 반복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피고인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고인의 기억이 불분명하다는 사정과 피해자의 진술이 실제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합니다.
다만 피고인의 진술이 계속해서 변경되고, 객관적인 자료와 맞지 않으며,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설명이 붙는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 기억의 한계가 명확하고, 그 한계를 처음부터 일관되게 설명하며, 객관적인 자료와도 모순되지 않는다면 진술을 평가할 때 고려할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진술의 신빙성은 특정한 한 문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전체적인 진술 과정과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6. 피의자 조사와 법정 증언은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피의자와 증인의 차이입니다.
피의자에게는 진술거부권이 있습니다. 반면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이 허위로 진술하면 위증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을 어디에서, 어떤 지위에서 하는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피의자 조사인지, 참고인 조사인지, 법정 증언인지에 따라 법적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의 경우에는 단순히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피하기 위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과 실제로 기억이 없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피의자 조사에서의 진술거부권과 법정 증언에서의 위증 문제를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조사나 증언을 앞두고 있다면 자신이 어떤 지위에서 질문을 받고 있는지, 어떤 법적 의무와 권리가 있는지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범죄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성범죄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납니다.”
라는 말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진짜 위험한 것은 기억나는 것과 기억나지 않는 것을 구분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객관적인 증거가 나올 때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이 바뀌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반대로 정말 기억이 불명확하다면 그 불명확한 범위를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기억합니다.”
“여기부터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추측해서 답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실제 기억의 범위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은 초기 조사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가 이후 수사와 재판에서 계속 검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많이 말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으며,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는지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피해자 측과 피의자·피고인 측 사건을 모두 경험하면서 성범죄 사건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래서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어떻게 평가되는지뿐 아니라, 피의자의 진술이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해드리는 16년 차 형사전문변호사 김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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