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은행 앱으로 거래처에 대금을 보내다가 계좌번호를 잘못 눌러 엉뚱한 사람에게 돈이 들어갔다는 상담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내 계좌에 모르는 돈이 들어왔는데 마침 받을 돈이 있던 터라 그 돈을 꺼내 썼다가 고소를 당했다는 상담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어차피 내가 받을 대금이 있으니 그 돈과 맞바꾼 셈 아닌가요”, “잘못 들어온 돈이니 내 채권과 상계하면 문제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송금한 쪽이 경찰에 고소하면, 돈을 꺼내 쓴 시점에 상계 의사를 밝힌 적도 없고 대금 채권이 얼마인지도 다툼이 있어 “상계였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착오로 송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한 사안에서 계좌 명의인이 송금인에 대해 그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 횡령죄를 인정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계라는 민사 제도의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형사 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착오송금된 돈을 받을 대금과 맞바꿔 쓴 경우 횡령죄가 어떻게 판단되는지, 상계로 인정받으려면 무엇이 갖춰져야 하는지를 판례와 조문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착오송금된 돈도 받은 사람이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돈입니다
잘못 들어온 돈이라도 계좌 주인의 돈이 되지 않고, 송금인을 위해 보관하는 돈으로 취급됩니다.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아무 원인관계가 없더라도 수취인의 계좌에는 송금액만큼 예금 채권이 생깁니다. 은행과의 관계에서는 수취인이 그 예금의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내 통장에 들어온 돈이니 내 돈”이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송금인과 수취인 사이의 관계는 다릅니다. 원인 없이 받은 돈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이어서 수취인은 이를 송금인에게 돌려줘야 할 의무를 집니다. 형사법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수취인을 송금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으로 보아 형법 제355조 제1항 횡령죄의 틀로 판단합니다.
이 점을 정리한 것이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이 계좌로 송금된 사안에서, 송금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없는 돈에 대해 계좌 명의인은 송금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았고,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도 같은 입장입니다. 따라서 “내 계좌에 들어온 돈이니 쓸 수 있다”는 생각은 출발점부터 형사상 방어가 되지 못합니다.
착오송금된 돈은 은행에서는 내 예금이지만, 송금인과의 관계에서는 돌려줘야 할 돈이라는 점이 모든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2. 받을 대금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횡령 성립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상계는 상대방에게 하는 의사표시이고, 말없이 통장에서 인출하는 행위는 상계가 아닙니다.
상계는 민법 제492조에 따라 서로 같은 종류의 채권을 가진 당사자가 대등액에서 채무를 소멸시키는 제도이고, 제493조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합니다. 즉 상계가 되려면 송금인에게 “내가 받을 대금과 이 돈을 맞바꾼다”는 의사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문제되는 장면은 다릅니다. 수취인이 송금인에게 아무 말 없이 입금된 돈을 자기 개인 계좌로 옮기거나 생활비·직원 급여로 써 버리고, 나중에 고소를 당하자 “사실은 받을 대금과 상계한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수사기관과 법원은 인출 당시 어떤 생각으로 돈을 꺼냈는지를 객관적 정황으로 따집니다.
그때 보는 사정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인출 전후 송금인에게 상계나 정산 의사를 밝힌 문자·통화·서면이 있는지. 둘째, 받을 대금 채권이 계약서·세금계산서·거래명세서로 확인되고 변제기가 이미 도래했는지. 셋째, 인출한 금액과 받을 대금의 액수가 대응하는지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상계가 아니라 사적 용도로 소비한 것으로 평가되기 쉽습니다.
상계 주장이 통하려면 말없는 인출이 아니라, 인출 당시의 상계 의사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가 필요합니다.
3. 상계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변제충당 명목으로도 횡령이 됩니다
내 채권이 정당하더라도 다투어지는 채권이면 임의로 챙길 권한이 생기지 않습니다.
상계는 자동채권이 변제기에 있어야 하고, 두 채권이 같은 종류여야 하며, 상대방에게 의사표시가 도달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받을 대금 채권이 아직 변제기 전이거나, 송금인이 하자나 대금 감액을 주장하며 다투고 있다면 상계 적격 자체가 문제됩니다.
여기에 형법상 판단이 더해집니다.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반해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의사를 말합니다. 대법원은 위탁받은 금전을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의사가 있어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이 법리를 착오송금에 대입하면, “나중에 대금과 정리하면 되니 먼저 썼다”는 말은 인출 시점에 이미 성립한 횡령을 되돌리지 못한다는 결론이 됩니다. 다만 상계 요건이 명확히 갖춰졌고 송금인에게 상계 의사가 실제로 전달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어, 사건마다 증거 구성이 결과를 가릅니다.
상계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채 한 인출은, 받을 대금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횡령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4. 횡령죄 형량과 민사상 책임은 따로 다가옵니다
횡령은 5년 이하 징역형이 가능하고, 돌려줄 의무와 지연이자는 형사 합의와 별개로 남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횡령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습니다. 착오송금 사건은 금액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인 경우가 많아 실무상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마무리되는 사례가 많지만, 반환하지 않고 다투거나 같은 일이 반복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민사로는 송금인이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 수취인이 이미 쓴 돈이라도 돌려줄 의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특히 악의의 수익자로 인정되면 받은 날부터 이자를 붙여 반환해야 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커집니다.
양형에서는 인출 경위, 금액, 반환 여부, 합의 여부가 함께 고려됩니다. 받을 대금이 실제로 있었다는 점, 상계의 의사였다는 점은 횡령 성립 단계에서 다투되, 안 될 때를 대비해 양형 자료로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형사 책임과 민사 반환 의무는 별개이므로, 한쪽이 정리되어도 다른 쪽이 남을 수 있습니다.
5. 고소 이후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인출 내역과 상계를 뒷받침하는 거래 자료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입니다.
착오송금 횡령 사건은 통상 ①송금인이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 ②고소인과 피고소인 조사가 이루어지며 → ③공소청(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공소청)의 송치 후 처분을 거쳐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으로 진행됩니다.
돈을 잘못 받은 쪽이 이미 인출했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착오송금이 입금된 날짜와 금액, 인출·이체한 내역을 통장 거래내역으로 정리합니다.
받을 대금 채권을 증명하는 계약서,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변제기와 미지급 경위를 확인합니다.
송금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신저에서 상계나 정산 의사를 밝힌 대목이 있는지 확인하고, 없다면 지금이라도 반환 또는 정산 협의에 나설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반대로 잘못 보낸 쪽이라면 금융회사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예금자보호법상 예금보험공사가 운영)를 통해 돌려받는 길이 있고, 이것이 어려울 때 고소와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합니다.
마치며
착오송금 문제는 “내가 받을 돈이 있었으니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출 내역이 쌓이고 진술이 굳어져 방어가 어려워집니다.
돈을 잘못 보낸 쪽에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송금 내역과 수취인의 인출 경위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중 무엇을 앞세울지에 따라 회수 속도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돈을 받아 쓴 쪽에서도 “상계했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채권의 존재, 변제기, 의사표시 여부를 자료로 입증할 수 있는지가 결과를 갈라놓습니다.
저는 착오송금과 대금 분쟁에서 돈을 보낸 쪽과 받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의 정리 순서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상계였다고 생각하셨든 몰랐다고 생각하셨든, 이미 돈이 움직였다면 지금이 정리할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착오로 들어온 돈을 받을 대금과 상계하면 횡령이 안 되나요?
A. 상계로 인정받으려면 받을 채권이 변제기에 있고 송금인에게 상계 의사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말없이 인출해 쓴 경우에는 상계가 아니라 횡령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받을 대금보다 적은 금액을 인출하면 괜찮은가요?
A. 금액이 대금보다 적다고 자동으로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계 요건과 의사가 객관적으로 확인된다면 불법영득의사를 다투는 데 유리한 사정입니다.
Q. 이미 다 써 버렸는데 돌려주면 처벌을 면하나요?
A. 돌려줘도 이미 성립한 횡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후 반환 의사가 있어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반환과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Q. 송금인이 착오송금이 아니라 대금 지급이라고 주장하면요?
A. 그 경우 쟁점은 원인관계와 지급 목적으로 바뀝니다. 계약서, 거래 경위, 송금 당시 메시지로 돈의 성격을 먼저 밝혀야 합니다.
Q. 고소당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정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송금인에게 정산 내역을 서면으로 보내 반환하거나 정리하는 과정은 양형과 합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안전한지는 증거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Q. 돈을 잘못 보낸 쪽은 어떻게 돌려받나요?
A. 수취인과 연락해 자발적 반환을 요청하고, 안 되면 예금보험공사의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나 부당이득 반환청구, 형사 고소를 검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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