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사립대학교 총장이 학교 관련 소송의 변호사 비용과 법률 자문료를 학교 등록금으로 이루어진 교비회계에서 지출했다가 형사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가 대법원에서 잇따라 판단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학교 관계자분들 중 상당수는 “학교가 당사자인 소송인데 학교 돈으로 내는 게 당연하다”, “총장 개인이 아니라 학교를 지키려고 쓴 돈이다”라는 생각으로 결재를 했던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감사나 수사가 시작되면 “개인적으로 한 푼도 챙기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학교에 도움이 됐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두 건의 판결(2025. 3. 13. 선고 2023도12436 판결, 2025. 4. 10. 선고 2021도8805 판결)에서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는지는 그 소송이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것인지에 따라 가려지고, 이를 벗어난 지출은 학교를 위한 것이었더라도 업무상횡령이 된다는 기준을 분명히 했습니다.
아래에서는 사립대 총장이 소송비용을 교비로 지출했을 때 어떤 경우에 횡령이 되고 어떤 경우에 허용되는지, 그리고 문제가 제기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교비회계는 총장이 재량껏 쓸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교비회계는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쓰도록 법이 엄격히 묶어 둔 돈입니다.
사립학교법 제29조 제1항은 학교법인의 회계를 학교에 속하는 회계와 법인의 업무에 속하는 회계로 나눕니다. 같은 조 제2항은 학교회계 가운데 교비회계의 수입에 학교가 받은 기부금과 수업료, 그 밖의 납부금이 들어간다고 정하고, 이를 별도 계좌로 관리하도록 합니다. 쉽게 말해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교비회계의 중심입니다.
이 돈을 어디에 쓸 수 있는지는 같은 조 제6항이 막고 있습니다.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은 다른 회계로 전출·대여하거나 목적 외로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세출 항목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이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물건비,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 경비, 교원의 연구비·학생 장학금·교육지도비·보건체육비, 교비회계 세출을 위한 차입금의 상환원리금, 그 밖에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학교법인과 학교의 지갑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법인의 일반업무에 쓰는 돈은 법인회계에서, 학교교육에 쓰는 돈은 교비회계에서 나가야 합니다. 총장은 교비회계의 예산을 집행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 한도를 넘은 지출은 형사 문제로 이어집니다.
교비회계는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에만 쓸 수 있고, 총장도 이 한계를 넘을 권한이 없습니다.
2. 소송비용이라고 해서 모두 교비로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송이 학교교육의 본래 기능을 지키기 위해 직접 필요한 것이어야 교비로 낼 수 있습니다.
흔히 “학교가 당사자인 소송이니 당연히 교비로 낸다”고 생각하지만, 대법원은 이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학교법인의 주된 업무는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하는 것인데, 학교운영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송비용을 교비로 쓰게 하면 사립학교 운영에 필요한 재정건전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소송비용 등 법적 분쟁 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해당 소송사건이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각호의 세출항목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서, 학교법인과 영조물인 학교 사이의 역할 분담과 권한 분장에 따른 실질적 업무수행과 비용부담 주체, 소송의 동기와 경위, 소송의 내용과 성격, 비용 지출 절차와 지출 규모의 적정성, 지출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기대되는 효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비용이 궁극적으로 당해 학교교육의 본래적 기능 훼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직접 필요한 것인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5. 4. 10. 선고 2021도8805 판결).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지출이 허용된 경우와 허용되지 않은 경우를 함께 보여 주었습니다. 허용된 쪽은 학부 전용 교육관 신축 과정에서 건설회사와 벌인 공사대금·하자보수·지체상금 분쟁입니다. 총장이 발주자로서 관할청에 사전 보고를 거쳐 교비회계 건축적립금으로 계약했고, 소송비가 인지대·송달료·감정료·변호사 비용 등으로 과다하지 않았으며, 대부분 선급금으로 계상했다가 건물 취득원가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회계 처리를 했다는 점이 고려되어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2호의 시설·설비 경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교원 징계 관련 소송, 학교법인 이사회 의사록 공개 관련 비용, 총장 개인을 비난하는 글을 게시한 교수에 대한 형사 고소 비용, 대학 내 노사관계와 교직원 징계에 관한 자문료는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가 아니라고 보아 업무상횡령이 인정됐습니다.
같은 소송비용이라도 시설·설비처럼 학교교육에 직접 닿는 분쟁인지, 징계·이사회·총장 개인 문제인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3. “학교를 위해 쓴 돈”이라는 항변도 횡령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용도가 제한된 돈은 제한 밖으로 쓰는 순간, 이득이 누구에게 갔는지와 무관하게 횡령이 됩니다.
총장 입장에서 가장 억울한 대목은 “내가 이익을 본 것도 아니고 결국 학교를 위한 지출”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2023도12436 사건의 원심은 소송비용 지출로 총장이나 제3자가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할 수 없고 학교법인 본인을 위해 전용한 것이므로, 사립학교법 위반은 인정해도 업무상횡령은 무죄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부분을 파기했습니다.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도12436 판결).
해당 사건은 대학 총장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취소 소송의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비용, 법률 자문료를 2016년부터 2017년까지 8회에 걸쳐 약 4,997만 원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교비회계 자금은 학교교육과 직접 관련된 세출 항목에만 쓰라는 학교법인의 위탁 취지에 반한다는 점을 들어, 개인적 목적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학교법인을 위한 면이 있더라도 업무상횡령이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학교운영에 필요한 일반적인 자문을 얻기 위한 법률자문 계약에 따른 자문료는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 보아 교비 지출이 허용된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같은 법리는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9755 판결 등에서 이미 확립된 것입니다.
총장이 한 푼도 챙기지 않았더라도, 교비를 허용된 용도 밖에 쓴 것 자체가 횡령입니다.
4. 사립학교법 위반과 업무상횡령이 함께 문제되고, 형량도 무겁습니다
대학교육기관의 장은 사립학교법 제73조와 형법 제356조 양쪽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대학교육기관의 장이 제29조 제6항을 위반하면 사립학교법 제73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와 별도로 교비회계 자금을 업무상 보관하는 지위에서 용도 외로 쓴 것이 횡령이므로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이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두 사건 모두 공소사실에 사립학교법 위반과 업무상횡령이 함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금액이 크거나 여러 해에 걸쳐 반복되면 문제는 더 커집니다. 변호사 비용이 건별로는 소액이어도 같은 기간 같은 방식으로 반복됐다면 합산해서 판단받을 수 있고,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올라갑니다. 앞의 사건처럼 지출 건수가 여러 건이면 일부는 허용되고 일부는 횡령으로 갈리는 만큼, 건별로 어떤 소송이었는지 구분해 두는 일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다만 초범 여부, 지출 경위, 학교에 실제 손해가 있었는지, 법인회계로 보전했는지 등은 횡령 성립과 별개로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감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지출 건별로 소송의 성격을 정리해 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이런 사건은 통상 관할청 감사나 내부 제보, 교직원 또는 이사회 측의 고소·고발로 시작되어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학교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수사 → ②피의자 조사 → ③공소청(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공소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총장 재직 중 지출이 수년에 걸쳐 있었다면 수사 범위도 그만큼 넓어집니다.
문제가 제기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출 내역을 건별로 뽑아 어떤 소송·자문이었는지, 학교법인이 당사자인지 총장 개인이 당사자인지부터 구분합니다.
각 지출이 시행령 제13조 제2항 어느 세출 항목과 연결되는지, 관할청 보고·이사회 심의·예산 편성 등 지출 절차가 있었는지 결재 문서로 확인합니다.
교비회계로 처리한 회계 계정과 법인회계 보전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변제나 환입 방안을 수사 전에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립학교 회계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건별로 허용되는 지출과 문제되는 지출을 구분해 불법영득의사와 양형 사정을 따로 다투는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학교 관련 소송은 “학교를 지키는 일인데 설마 문제가 되겠느냐”는 생각 때문에 지출 당시에는 절차와 근거를 꼼꼼히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고, 문제가 제기된 뒤에야 대응이 시작됩니다.
지출을 결재한 총장 등 학교 관계자 입장에서는 “학교를 위한 것이었다”는 말보다, 그 소송이 학교교육의 시설·설비나 운영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건별로 소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예산 편성, 관할청 보고, 회계 처리 기록이 있느냐에 따라 같은 소송비용도 결론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학교 재정의 투명성을 문제 삼는 교직원·이사회·학생 입장에서도 모든 법률 비용이 곧바로 횡령은 아닙니다. 교육관 신축 분쟁처럼 교비 지출이 허용되는 경우와 징계·이사회·총장 개인 문제처럼 허용되지 않는 경우를 구분해야 정확한 문제 제기가 됩니다.
저는 횡령·배임 사건에서 자금을 집행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지출의 성격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학교법인이 당사자인 소송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로 냈는데 무조건 횡령인가요?
A. 무조건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해당 소송이 학교교육의 본래 기능을 지키기 위해 직접 필요한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따집니다. 교육관 신축 분쟁 비용은 허용됐지만 징계·이사회 관련 비용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Q. 총장 본인은 한 푼도 가져가지 않았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용도가 제한된 자금을 그 용도 밖으로 쓰면 결과적으로 학교를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사용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봅니다.
Q. 법률 자문료도 교비로 못 내나요?
A.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습니다. 2023도12436 사건에서 학교의 일반적인 학사운영에 필요한 자문을 위한 법률자문 계약에 따른 자문료는 허용됐고, 2021도8805 사건에서 대학 내 노사관계나 교직원 징계 등 학교법인 업무에 관한 자문료는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Q. 나중에 법인회계에서 교비로 되돌려 놓으면 책임이 없어지나요?
A.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출·지출 시점에 이미 범죄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보전과 변제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사립학교법 위반과 업무상횡령은 둘 다 적용되나요?
A. 두 사건 모두 두 혐의가 함께 기소됐습니다. 대학교육기관의 장은 사립학교법 제73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횡령은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Q. 감사가 나왔거나 수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소명서 제출이나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과 제출 자료가 지출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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