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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와 맺은 약정, 지방계약법상 계약서 없이 체결했다면 효력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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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와 맺은 약정, 지방계약법상 계약서 없이 체결했다면 효력은 어떻게 될까 

강대현 변호사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협의하고 공문과 문자까지 주고받은 끝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막상 대금이나 보상을 청구하자 "정식 계약서를 쓴 적이 없으니 지급할 근거가 없다"는 답이 돌아오는 일이 있습니다. 사인(私人) 사이라면 구두 약속만으로도 계약이 성립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상대방이면 사정이 다릅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이 계약서 작성과 기명날인을 계약 성립의 요건으로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계약서 없이 맺은 지자체 약정이 왜 무효로 취급되는지, 계약서를 생략해도 되는 예외는 무엇인지, 이미 일을 해 버린 상대방은 어떤 길로 손실을 되찾을 수 있는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지방계약법의 계약서 규정 — 서명·날인이 있어야 계약이 확정된다

지방계약법 제14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가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 계약의 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위험부담, 지연배상금,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적은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제2항은 천재지변 등 예외를 제외하고는 행정안전부장관이 지정하는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전자문서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3항은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와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하거나 서명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된다고 규정합니다.

민법의 일반 원칙은 청약과 승낙이라는 의사의 합치만 있으면 계약이 성립한다는 것(낙성계약)이고, 계약서는 입증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지방계약법 제14조는 계약서 작성과 기명날인을 계약이 확정되는 시점 자체로 삼아, 사인 간 계약과 구조를 달리합니다. 이유는 공적 재원을 쓰는 계약의 내용을 서면으로 명확히 남기고, 담당자의 임의 약속으로 지방재정이 좌우되지 않도록 절차를 담보하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담당 과장이 하라고 했다", "공문으로 승인받았다"는 사정은 일반 민사에서의 합의 증거는 될 수 있어도, 제14조가 요구하는 계약 확정 요건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지자체와의 계약은 의사가 합치한 때가 아니라, 법이 정한 계약서에 양 당사자가 서명·날인한 때 확정된다.

계약서 없이 맺은 약정의 효력 — 대법원이 보는 무효 법리

이 문제를 직접 다룬 대표 판결이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다215133 판결입니다. 사안은 국가가 상대방이었고 구 국가계약법 제11조가 적용되었는데, 대법원은 국가가 사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국가계약법령에 따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요건과 절차를 이행해야 하고, 설령 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이러한 법령상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30811, 30828 판결과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51288 판결의 법리를 이어받은 것입니다.

해당 사건에서 상대방은 국가가 낸 선정계획 공고의 내용에 따라 이행보증금 납부 각서 등 서류를 제출하고 실제로 이행보증금까지 납부했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그 정도의 사정만으로는 유효한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방계약법 제14조는 국가계약법과 같은 구조(계약서 작성 + 기명날인으로 계약 확정)로 되어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와의 약정에도 같은 법리로 접근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핵심은 서류가 오갔는지, 돈이 이동했는지가 아니라 법령이 정한 계약서가 작성되었는지입니다.

계약서를 생략할 수 있는 경우 — 시행령 제50조의 예외

모든 지자체 계약에서 계약서가 필수인 것은 아닙니다. 지방계약법 제14조 제1항 단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계약서 작성을 생략할 수 있다고 하고,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50조 제1항이 그 범위를 정합니다. 이 예외에 해당하면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효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 먼저 내 계약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계약금액이 5천만원 이하인 계약 — 소액 계약은 계약서 작성을 생략할 수 있음.

  • 경매에 부치는 경우 — 경매 절차 자체가 조건과 상대방을 확정하므로 별도 계약서가 필요 없음.

  • 물품을 매각할 때 매수인이 즉시 대금을 내고 그 물품을 인수하는 경우.

  • 국가기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 전기·가스·수도의 공급계약 등 계약의 성질상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는 경우.

주의할 점은 생략이 허용된다는 것이지 계약서가 금지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5천만원 이하라는 기준은 한 번의 계약금액 기준이므로, 사업을 나눠 5천만원 이하로 쪼갠 약정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실제 계약의 실질이 어디까지인지 따져야 하고, 그 금액을 넘는 순간 원칙으로 돌아가 서면 요건이 문제됩니다. 또 예외에 해당해 계약서가 없더라도 발주서, 견적서, 검수 확인서 같은 자료로 계약 내용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므로, 서류를 남기는 습관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계약금액 5천만원을 넘는 지자체 약정은 계약서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무효의 위험을 안고 시작한다.

입찰·수의계약 절차 위반 — 계약서만 문제가 아닌 이유

지자체 계약의 요건은 계약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방계약법 제9조 제1항은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 이를 공고하여 일반입찰에 부쳐야 한다고 원칙을 정하고, 계약의 목적·성질·규모 및 지역특수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지명입찰이나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수의계약의 대상범위와 선정절차는 대통령령이 정하고, 제9조 제4항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내용을 공개하도록 합니다. 또 제11조는 입찰 또는 수의계약에 부치기 전에 예정가격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담당자가 "이번 건은 우리가 알아서 맡길 테니 먼저 시작하라"고 구두로 말하고 입찰도 예정가격 작성도 없이 일을 시킨 경우, 문제는 계약서 한 장이 없다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법이 정한 계약 방법 자체를 거치지 않은 계약이므로 두 겹의 하자를 안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런 약정이 감사에서 지적되면서 지급 자체가 막히는 일이 흔하고, 공무원 개인에게 변상이나 징계가 이어질 수도 있어 담당자가 사후 서류 정리를 꺼리는 상황이 됩니다. 상대방으로서는 서면 없는 지시를 받았다면 시작 전에 계약 방법과 계약서 작성 일정부터 문서로 확인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미 이행해 버렸다면 — 부당이득반환과 손해배상 청구

약정이 무효라도 이미 투입한 비용과 노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상 대금 청구는 근거를 잃지만, 지자체가 상대방의 급부로 이익을 얻었다면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부당이득은 계약상 약정 대금이 아니라 지자체가 실제로 얻은 이익을 기준으로 하므로, 상대방이 약속받은 이윤이 그대로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투입한 자재비, 인건비, 외주비와 그 결과물이 지자체에 어떻게 귀속되어 활용되고 있는지를 구체적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다른 길은 손해배상입니다. 담당 공무원이 계약서 없이 일을 시켜 놓고 정식 절차를 밟지 않아 손해가 났다면, 그 직무상 위법행위를 이유로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배상을 검토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도 이 법의 배상책임 주체가 됩니다. 다만 상대방도 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면서 일을 진행했다면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권리는 지방재정법 제82조 제2항에 따라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므로, 청구를 미루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계약서가 있어도 안심할 수 없는 경우 — 부당한 특약과 권한 문제

계약서가 있다고 모든 조항이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지방계약법 제6조 제3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가 이 법과 관계 법령에 규정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부당한 특약등)을 정해서는 안 되고, 부당한 특약등은 무효라고 규정합니다. 지체상금을 법령 기준보다 과하게 정하거나 설계변경에 따른 대금 조정을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조항 등이 대표적인 쟁점입니다. 이 경우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특약만 효력을 잃는 구조입니다.

또 하나 살펴볼 것은 서명한 사람이 계약담당자 본인인지입니다. 지자체 계약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법령상 권한이 있는 계약담당자가 체결해야 하므로, 사업부서 담당 주무관이 임의로 작성한 확인서나 합의서만으로는 계약이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계약서를 받았다면 서명·날인한 사람의 직위, 직인 사용 여부, 계약서에 계약금액과 이행기간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 항목들이 빠진 문서는 계약서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제14조 제1항이 요구하는 내용을 갖추지 못했다는 다툼을 부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자체 공무원이 보낸 이메일 승인만으로는 계약이 성립하지 않나요?

A. 계약금액 5천만원을 넘는 계약이라면 지방계약법 제14조 제3항에 따라 계약서에 서명·날인해야 계약이 확정되므로, 이메일 승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이메일은 부당이득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자료로는 쓸모가 있습니다.

Q. 계약금액이 5천만원 이하이면 계약서가 없어도 유효한가요?

A. 시행령 제5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계약서 작성을 생략할 수 있으므로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발주서, 견적서, 검수 자료로 계약 내용과 이행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Q. 무효인 약정이라면 이미 한 공사대금은 한 푼도 못 받나요?

A. 계약상 대금 청구는 어렵지만 지자체가 얻은 이익을 기준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합니다. 약속받은 이윤까지는 인정되기 어렵고 실제 투입한 비용과 지자체가 얻은 이익을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Q. 공무원의 구두 약속을 믿고 일했는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가 인정되면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지자체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도 서면 계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면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Q. 지자체를 상대로 한 금전 청구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지방재정법 제82조 제2항에 따라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5년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지급 거절을 받은 시점부터 증거를 모아 기간 안에 소를 제기하거나 시효를 중단시켜야 합니다.

Q. 계약서에 부당한 조항이 있으면 계약 전체가 무효인가요?

A. 지방계약법 제6조 제3항은 부당한 특약등을 무효로 하고 있어, 해당 조항만 효력을 잃고 나머지 계약은 유지되는 구조입니다. 어떤 조항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지는 법령 기준과 비교해서 판단합니다.

맺음말

지자체와의 약정은 의사의 합치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지방계약법 제14조가 정한 계약서 작성과 기명·날인으로 확정됩니다. 대법원도 국가계약 사안에서 계약서 등 법령상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해 왔고, 공고에 따라 서류를 내고 보증금을 냈다는 사정도 이를 뒤집지 못했습니다. 계약금액 5천만원 이하 등 시행령 제50조의 예외에 해당하는지가 첫 번째 확인 사항입니다.

이미 일을 시작했다면 계약상 청구에 매달리기보다 부당이득반환과 손해배상으로 방향을 바꾸고, 투입 비용과 지자체가 얻은 이익을 입증할 자료, 그리고 소멸시효 5년의 기한을 함께 챙기시길 권합니다. 앞으로의 계약이라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 방법과 계약서 작성 일정을 문서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서류 상황이 복잡하다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가지고 상담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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