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사립유치원 회계에 대한 교육청 감사와 학부모 민원이 이어지면서, 원비로 조성된 교비를 설립자가 개인 용도로 쓴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설립자분들 중 상당수는 “내 돈으로 세운 유치원인데 원비 통장의 돈을 내가 쓰는 게 뭐가 문제냐”, “나중에 유치원 운영에 보태면 된다”는 생각으로 교비 계좌에서 생활비나 가족 지출, 다른 사업 자금을 꺼내 쓴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교육청 감사에서 지출 내역이 드러나거나 학부모·교사가 문제를 제기하면, “내가 설립자이니 내 돈이다”라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일반 횡령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최근까지 이어지는 대법원 판례는 사인이 세운 사립학교의 교비는 설립자 소유에 속하므로 형법상 횡령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고,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처벌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처벌을 피한다는 뜻이 아니라, 적용되는 죄명과 구조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개인이 세운 유치원의 교비를 설립자가 쓴 경우 어떤 법이 적용되는지, 어떤 지출이 문제되는지, 그리고 조사를 받게 되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례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원비로 조성된 교비는 설립자의 용돈이 아니라 유치원 교육에 묶인 돈입니다
교비회계의 수입은 유치원 운영과 교육에만 쓰도록 법이 용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사립학교법은 개인이나 학교법인이 아닌 법인이 유아교육법에 따라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하는 경우 그 설립자를 ‘사립학교경영자’로 부릅니다. 개인이 세운 사립유치원의 설립자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고, 사립학교법 제51조는 이 사립학교경영자에게도 제29조의 회계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29조에 따르면 학교의 회계는 교비회계와 법인(경영자) 업무에 속하는 회계로 나뉘고, 학교가 받은 기부금과 수업료 그 밖의 납부금은 교비회계의 수입으로 하여 별도 계좌로 관리해야 합니다. 학부모가 낸 원비는 바로 이 교비회계의 수입입니다.
실무에서는 설립자가 원비 통장과 개인 통장을 구분하지 않고 쓰거나, 유치원 계좌에서 설립자 개인 카드값, 가족 생활비, 다른 사업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설립자가 곧 원장인 경우가 많아 ‘내 돈과 유치원 돈’의 경계가 흐려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같은 조 제6항이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을 다른 회계로 전출·대여하거나 목적 외로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는 점입니다. 설립자라고 해서 이 제한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원비로 조성된 교비는 설립자가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 법이 용도를 묶어 둔 돈입니다.
2. 설립자가 직접 쓴 경우 형법상 횡령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교비의 소유자가 설립자 자신이므로 ‘타인의 재물’이 아니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불법으로 영득할 때 성립합니다. 그래서 교비가 누구의 재물인지가 가장 먼저 다투어집니다. 대법원은 사인이 세운 학교의 교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사인(私人)이 설립하여 운영하는 학교의 수업료 등으로 조성된 교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교의 설치·경영자의 소유에 속하므로, 이를 임의로 사용하였더라도 사립학교법 위반죄가 성립하는 것 외에 따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2408 판결).
즉 개인이 세운 유치원의 설립자가 교비를 유치원 교육과 무관한 용도로 썼다면, 그 돈은 법적으로 설립자 자신의 소유로 보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라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다루어집니다. “내 돈이니 내가 썼다”는 항변이 횡령 부분에서는 일정 부분 통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 판례를 “설립자는 교비를 써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으면 큰 오해입니다.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학교법인처럼 교비가 설립자 개인 소유가 아닌 경우에는 교비를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가 아닌 곳에 쓴 사실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또 대법원 2014. 8. 28. 선고 2014도6286 판결도 교비회계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면 그 자체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법리를 확인하면서, 같은 법인의 다른 학교 교비로 쓴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았습니다.
설립자가 개인 소유 유치원의 교비를 쓴 경우 횡령은 따로 문제되지 않지만, 사립학교법 위반이라는 별개의 처벌 규정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3. 교육에 직접 필요하지 않은 지출이면 설립자라도 사립학교법 위반이 됩니다
교비로 쓸 수 있는 돈의 범위는 시행령이 정해 두고, 그 밖의 지출은 목적 외 사용으로 봅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은 교비회계의 세출을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물건비,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 경비, 교원 연구비·장학금·교육지도비·보건체육비, 차입금의 상환원리금, 그 밖에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지출이 허용되는지는 결국 그 돈이 해당 학교의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것인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예를 들어 교사 급여, 급식 재료비, 교구 구입비, 통학차량 유지비는 대표적인 허용 지출입니다. 반면 설립자 가족의 생활비, 설립자 개인 명의 부동산 취득 자금, 유치원과 무관한 다른 사업체에 대한 대여, 설립자 개인 세금 납부는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나중에 유치원에 다시 넣겠다”며 일시적으로 빌려 쓴 경우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사립학교법 제29조 제6항은 교비를 다른 회계로 전출하거나 대여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사후에 채워 넣었다는 사정이 위반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예외는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 등 법에 열거된 경우뿐입니다.
대법원은 교비를 허용된 용도 이외로 쓴 경우 그 사용 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본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2408 판결). 설립자 소유 유치원이어서 횡령이 따로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러한 지출은 사립학교법 위반의 구성요건 판단에서 그대로 문제가 됩니다.
한편 설립자가 아닌 원장이나 경리 직원이 교비를 개인적으로 쓴 경우에는 그 돈이 설립자의 소유이므로 타인의 재물에 해당해 횡령이나 업무상횡령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설립 형태가 개인인지 법인인지, 교비를 쓴 사람이 설립자인지 고용된 원장인지에 따라 적용 법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교육에 직접 필요하지 않은 지출이라면, 내 유치원이라는 사정은 사립학교법 위반을 막아주지 못합니다.
4. 사립학교법 위반의 형량과 횡령이 성립하는 경우의 형량은 서로 다릅니다
설립자는 3년 이하 징역 구간, 설립자가 아닌 사람은 횡령 구간에서 처벌받습니다.
사립학교법 제73조는 사립학교경영자가 제29조 제6항을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세운 유치원의 설립자가 교비를 목적 외로 쓴 경우가 이 조항의 전형적인 적용 대상입니다.
반면 학교법인 소속 학교처럼 교비가 설립자 개인 소유가 아닌 경우나, 설립자가 아닌 원장·직원이 교비를 쓴 경우에는 횡령 규정이 적용됩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임무를 위배한 경우의 제356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에 횡령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가중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유치원 교비 사건이 매월 조금씩 반복된 지출이 누적되어 문제되는 경우가 많아, 개별 지출이 소액이더라도 전체를 하나로 묶어 사건화되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관할 교육감은 유아교육법 제30조에 따라 교육관계법령을 위반한 유치원의 원장이나 설립·경영자에게 시정 또는 변경을 명할 수 있고, 이행하지 않으면 정원 감축이나 유아모집 정지, 재정지원 배제 같은 조치까지 할 수 있어 형사처벌과 별개의 행정적 부담이 따릅니다.
다만 초범인지, 유용한 금액과 경위, 이후 교비 회계에 원상회복했는지 등은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교육청 감사에서 수사로 이어지는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감사 단계에서 제출한 소명 자료가 이후 수사 전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이런 사건은 보통 ①교육청 감사나 학부모·교사의 민원·고발 → ②경찰 조사(수원 지역 유치원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 ③공소청(수원지방공소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 제19조의2 제5항에 따라 회계관리 업무에 유아교육정보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므로, 지출 내역이 전산 기록으로 남아 있어 감사에서 확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청에서 교비 사용 내역에 대한 소명을 요구받았거나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치원의 설립 형태가 개인인지 법인인지, 설립자와 원장이 같은 사람인지 설립 인가 서류로 먼저 확인합니다.
교비 계좌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문제 된 인출·이체의 시점, 금액, 상대방을 정리합니다.
각 지출이 시행령상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에 해당하는지 영수증·계약서·급여대장 등 증빙으로 대조하고, 원상회복된 금액이 있다면 입금 내역도 함께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립학교 회계 사건과 횡령 사건 양쪽을 다뤄본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느 법조가 적용되는지부터 다툴 수 있고 감사 대응과 형사 대응을 일관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마치며
유치원 설립자분들은 “내가 세운 유치원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교비와 개인 자금의 경계를 가볍게 보다가, 감사나 민원이 시작된 뒤에야 대응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학부모나 교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어떤 지출이 교육과 무관했는지 객관적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의심받는 설립자 입장에서도 설립자 소유라는 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설립 형태와 지출의 성격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교비 사용을 둘러싼 사건에서 문제를 제기한 쪽과 의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설립 형태와 지출 성격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적용 법조와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개인이 세운 유치원이면 원비를 제가 어떻게 쓰든 처벌되지 않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이 경우 형법상 횡령은 따로 성립하지 않을 수 있지만, 교육에 직접 필요하지 않은 용도로 교비를 쓰면 사립학교법 제29조 제6항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Q. 쓴 돈을 나중에 유치원 계좌에 다시 넣었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교비를 다른 회계로 전출하거나 대여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어 사후 변제가 위반 성립을 막지는 못합니다. 다만 원상회복 여부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원장이 따로 있는데 원장이 교비를 쓰면 어떻게 되나요?
A. 원장이 설립자가 아니라면 교비는 설립자의 재물이므로 원장에게는 횡령이나 업무상횡령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설립자와 원장의 지위가 다르면 적용 법조도 달라집니다.
Q. 학교법인이 세운 유치원이면 어떻게 다른가요?
A. 교비가 설립자 개인의 소유가 아니어서, 대법원은 교비를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 외로 쓴 것만으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이사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Q. 어떤 지출이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 인정되나요?
A. 교사 인건비, 급식·교구 구입비, 시설·설비 비용처럼 유치원 운영과 교육에 직접 쓰인 지출이 대표적입니다. 가족 생활비나 개인 부동산 취득 자금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교육청 감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소명서를 제출하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감사 단계의 진술과 제출 자료가 이후 수사의 기초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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