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신축 건물에 누수, 균열, 층간 처짐 같은 하자가 드러났는데 시공사는 “도면대로 지었다”고 하고, 건축사는 “시공을 잘못한 것”이라고 서로 미루는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건축주분들 중 상당수는 “하자는 당연히 시공사가 책임지는 것 아닌가”, “건축사는 도면만 그렸을 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시공사에 보수를 요구하다 보면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는 답을 듣게 되고, 그제야 설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실무는 하자의 원인이 설계에 있다면 건축사도 건축주에게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전제에서 움직입니다. 건축사법은 이를 명문으로 정하고 있고, 설계상 과실과 시공상 과실이 겹친 경우에는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청구할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아래에서는 설계 잘못으로 생긴 하자에 건축사가 배상해야 하는 근거와 범위, 시공사·감리자와의 책임 관계, 그리고 청구 전에 확보해야 할 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설계에 과실이 있으면 건축사는 건축주에게 직접 배상해야 합니다
건축사의 배상 책임은 건축사법에 명문으로 정해져 있고, 설계계약상 의무 위반이 그 바탕입니다.
건축사법 제20조 제1항은 건축사가 건축물의 안전·기능·미관에 지장이 없도록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책임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못 박고 있습니다.
건축사가 업무를 수행할 때 고의 또는 과실로 건축주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건축사법 제20조 제2항).
여기서 말하는 건축사의 업무는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입니다(건축사법 제19조 제1항). 설계 단계의 기준은 건축법 제23조 제2항에 있습니다. 설계자는 건축물이 관계 법령에 맞고 안전·기능·미관에 지장이 없도록 설계해야 하고,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한 설계도서 작성기준에 따라 도서를 작성해야 하며,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법령에 맞게 작성됐는지 확인한 뒤 서명날인까지 해야 합니다.
따라서 구조계산이 잘못됐거나, 방수·단열 상세가 현장 조건에 맞지 않거나, 건폐율·주차대수 같은 법규 기준을 맞추지 못한 설계가 나왔다면 이는 위 의무를 어긴 것입니다. 건축주와 건축사 사이의 설계계약은 도급 성격이어서, 계약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법 제390조의 채무불이행 책임도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건축사는 이 책임을 대비해 책임보험이나 공제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므로(건축사법 제20조 제3항), 실제 배상 재원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설계 과실로 건축주에게 재산상 손해가 생겼다면, 건축사는 건축사법 제20조 제2항에 따라 배상 책임을 집니다.
2. 배상의 출발점은 하자의 원인이 설계인지 시공인지 가려내는 것입니다
같은 균열이라도 도면이 틀렸는지, 도면대로 짓지 않았는지에 따라 책임질 사람이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원인 구분입니다. 설계상 하자는 도면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지반 조건을 반영하지 않은 기초 설계, 하중에 비해 부족한 보 단면, 누수가 예견되는 방수 디테일, 사용승인에 필요한 법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평면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시공상 하자는 도면은 맞는데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방수층 시공이 도면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입니다.
시공사가 “도면대로 지었다”고 주장하면 그 말이 사실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준공도면과 시공도면, 현장 사진, 자재 반입 기록을 대조하면 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부분이 드러납니다. 도면대로 시공됐는데도 하자가 생겼다면 원인은 설계 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때 설계자의 과실 여부는 하자 감정을 통해 가려집니다.
원인이 섞여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설계가 부족했는데 시공사가 이를 알고도 그대로 시공했거나, 설계는 적정했는데 감리자가 시공 불량을 걸러내지 못한 경우입니다. 이때는 감정인이 하자별로 원인과 기여 비율을 나눠 보고서를 내므로, 감정 신청서에 하자 항목을 하나씩 특정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상의 첫 단계는 하자별로 설계 원인과 시공 원인을 나누는 감정이며, 도면과 현장 대조가 그 출발점입니다.
3. 설계자·시공사·감리자는 함께 책임질 수 있고 건축주는 선택해 청구합니다
책임이 겹치면 연대 관계가 문제되고, 건축주는 각자에게 근거를 달리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시공사에게는 민법 제667조에 따른 수급인의 담보책임이 있습니다.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도급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보수를 청구하거나, 보수에 갈음하거나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건물의 하자는 인도 후 5년, 석조·연와조·금속 등 재료로 지은 건물은 10년의 담보기간이 적용됩니다(민법 제671조 제1항).
공사감리자도 책임의 대상입니다. 건축법 제25조 제3항은 감리자가 법령 위반 사항을 발견하거나 시공자가 설계도서대로 공사하지 않으면 건축주에게 알린 뒤 시정이나 재시공을 요청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공사감리자는 공사감리를 할 때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이나 처분, 그 밖의 관계 법령에 위반된 사항을 발견하거나 공사시공자가 설계도서대로 공사를 하지 아니하면 이를 건축주에게 알린 후 공사시공자에게 시정하거나 재시공하도록 요청하여야 한다(건축법 제25조 제3항).
설계자와 감리자가 같은 건축사라면 두 업무 모두에서 책임이 문제되고, 별개라면 각자의 과실 부분에 책임이 나뉩니다. 여러 사람의 과실이 하나의 손해에 겹쳐 발생했다면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로 연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성도 가능합니다. 건축주는 한 사람을 상대로 전액을 청구하고 그 사람이 나머지와 내부 정산을 하게 할 수도 있고, 책임 비율에 따라 각각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건축주 자신의 사정도 따져집니다. 건축주가 설계 변경을 지시했거나 공사비 절감을 이유로 사양을 낮추라고 요구했다면 그 부분은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변경 지시가 오간 문자와 메일을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설계자·시공사·감리자의 책임은 겹칠 수 있고, 건축주는 계약 구조와 과실 비율에 맞춰 청구 상대를 정해야 합니다.
4. 배상 범위는 보수비용이 중심이고, 청구 기한이 지나면 받기 어렵습니다
하자를 바로잡는 데 드는 비용이 기본이고, 기간 도과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배상 범위는 하자를 원상으로 고치는 데 드는 보수비용이 기본입니다. 여기에 보수 기간 동안의 임대 손실이나 이전 비용 같은 통상 손해, 감정비용, 설계 오류로 쓸모없게 된 공사 부분의 철거·재시공 비용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설계 자체가 법규에 맞지 않아 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설계 재작업비와 공사 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이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건축사에게 지급한 설계비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계약 해제 여부와 연결되어 사안별로 달라집니다.
청구 기한은 청구 구성에 따라 달라서, 이것을 놓치면 권리가 있어도 받을 수 없습니다. 설계계약 위반을 이유로 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은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인 10년이 문제되고(설계자가 회사여서 상행위 채권에 해당하면 상법 제64조의 5년), 불법행위로 구성하면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입니다. 하자를 발견한 날부터 3년이라는 시점이 사실상 가장 빨리 오는 기한이므로, 하자를 알았다면 감정과 내용증명을 서두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시공사에 대한 담보책임은 위에서 본 것처럼 인도 후 5년 또는 10년이라는 별도의 기간이 흐르고 있으므로, 설계자와 시공사에 대한 기한을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배상 범위는 보수비용 중심으로 정해지고, 소멸시효는 청구 구성에 따라 3년과 10년으로 갈라집니다.
5. 증거를 먼저 확보한 뒤 감정과 소송으로 진행합니다
하자 현장이 훼손되기 전에 증거를 보전하는 것이 청구의 성패를 가릅니다.
분쟁은 통상 ①설계도서·계약서·감리일지 확보 및 현장 기록 → ②내용증명으로 보수 또는 배상 요구 → ③법원에 증거보전 또는 감정 신청 → ④민사소송 제기와 판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원 지역 건물이라면 수원지방법원이 관할이 되고, 소송 중 조정으로 합의에 이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설계도서에 건축사의 서명날인이 있고 감리일지에는 감리자가 현장을 어떻게 점검했는지가 남으므로, 이 두 자료가 책임을 가르는 핵심 증거입니다.
청구 전에 아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계계약서, 설계도서(건축허가도서·실시설계도서), 감리일지, 감리중간·완료보고서를 모두 확보하고 계약상 건축사의 업무 범위를 확인합니다.
하자 부위를 날짜가 보이게 촬영하고, 보수하기 전에 전문가 의견서나 감정으로 원인을 확인해 둡니다.
건축사의 책임보험·공제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시공사와 감리자까지 포함해 청구 순서와 기한을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갖추고 설계 책임에 정통한 변호사와 상담하면, 하자 감정 항목의 설정과 청구 상대의 선택에서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며
설계 문제로 의심되는 하자는 “이미 시공사와 이야기 중이니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마음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사이 보수가 이뤄져 증거가 사라지거나 기한이 지나기도 합니다.
하자로 피해를 입은 건축주 입장에서는 시공사와 건축사 중 누구의 잘못인지 단정하기보다, 하자별 원인을 확인할 자료부터 모으는 것이 먼저입니다. 도면, 감리일지, 현장 사진이 쌓일수록 어느 쪽에 청구하더라도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책임을 추궁당하는 건축사 입장에서도 “도면은 내 업무가 아니다”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상 업무 범위, 건축주의 변경 지시, 시공자의 도면 이탈이 어떻게 입증되는지에 따라 책임 범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건축 관련 분쟁에서 하자를 주장하는 쪽과 책임을 추궁당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원인 구분과 청구 구성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설계 책임이 의심된다면, 보수에 들어가기 전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증거와 기한이 남아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도면대로 시공했다는 시공사 말만 믿고 건축사에게 따져도 되나요?
A. 먼저 도면과 현장이 실제로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준공도면과 현장 사진을 대조해 이탈이 없다면 설계 원인을 의심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감정으로 가려집니다.
Q. 건축사와 설계계약서를 쓰지 않았는데도 배상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건축사법 제20조 제2항은 계약서 유무가 아니라 업무 수행 중 과실로 건축주에게 손해가 생겼는지를 기준으로 합니다. 다만 업무 범위를 입증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Q. 감리를 맡지 않은 건축사도 책임이 있나요?
A. 설계만 맡았다면 감리 책임은 없지만 설계 과실에 대한 책임은 별개로 있습니다. 감리자가 따로 있다면 감리 부분은 감리자와 책임이 나뉩니다.
Q. 설계 하자라도 시공사에게 보수를 요구할 수 있나요?
A. 시공사가 설계의 잘못을 알면서도 건축주에게 알리지 않고 시공했다면 시공사에게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자별 원인에 따라 청구 상대를 나눠야 합니다.
Q. 건축사가 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보험금을 직접 받을 수 있나요?
A. 건축사법 제20조 제3항에 따라 건축사는 배상책임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해야 하고, 건축주는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라 보험금액의 한도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험 가입 여부는 배상 능력을 판단하는 자료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이미 보수를 마쳤는데 지금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보수비용을 지출했다면 영수증과 보수 전 사진 등으로 하자와 비용을 입증할 수 있는 한 청구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기한 계산과 원인 입증이 어려워지므로 서둘러 자료를 정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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