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집수리, 인테리어, 상가 시공을 마친 뒤 공사업자가 “부가세는 따로 주셔야 합니다”라며 공사대금과 별도의 금액을 청구해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건축주분들 중 상당수는 “계약서에 부가세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는데 무슨 소리냐”, “견적서에 적힌 금액이 전부인 줄 알았다”고 말씀하십니다. 반대로 시공업자분들은 “원래 공사비는 부가세 별도가 업계 관행이다”, “세금계산서를 끊어주는 데 부가세를 안 받으면 내가 손해다”라고 주장합니다. 양쪽 모두 자기 쪽 상식이 맞다고 믿고 있어 감정이 상하고, 잔금 지급이 멈추면서 유치권 행사나 공사대금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부가가치세 별도 청구에 대해 계약서에 어떻게 적혀 있었는지, 그리고 당사자 사이에 합의나 거래관행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를 낼 의무가 있는 사람과 계약상 돈을 더 줄 의무가 있는 사람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아래에서는 공사 계약서에 부가세 언급이 없을 때 시공업자가 부가세를 따로 청구할 수 있는지, 건축주는 어떤 근거로 다툴 수 있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부가세를 납부할 의무와 상대방에게 더 받을 권리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세법상 징수 규정이 있어도, 계약상 추가 청구권은 합의가 있어야 생깁니다.
시공업자가 가장 먼저 내세우는 근거는 부가가치세법입니다. 부가가치세법 제31조는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 공급가액에 세율을 적용해 계산한 부가가치세를 공급받는 자로부터 징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30조는 세율을 10%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업자들은 “법에 징수하라고 되어 있으니 따로 달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사업자가 국가에 세금을 내는 구조를 설명하는 세법 규정입니다. 공사 도급계약의 당사자인 건축주와 시공업자 사이에서 공사대금 외에 얼마를 더 지급하기로 했는지는 별도로 정해지는 사법상 문제입니다. 세법이 징수를 예정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건축주에게 추가 지급 의무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이 둘이 자주 뒤섞입니다. 업자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겠다고 하면서 부가세 상당액을 별도로 입금하라고 요구하고, 건축주는 “그럼 세금계산서 필요 없으니 현금으로 하겠다”고 대응하는 식으로 서로 어긋납니다. 하지만 세금계산서 발급 여부와 계약상 지급 의무는 따로 따져야 하며, 결국 분쟁의 출발점은 계약서와 견적서에 부가세가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입니다.
세법이 부가세 징수를 정하고 있다는 사실과, 계약상 부가세를 따로 줄 의무가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2. 별도 지급 약정이 없으면 공사대금에 부가세가 포함된 것으로 봅니다
합의가 없다면 약정한 공사대금 안에 부가세가 이미 들어 있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 입장입니다.
대법원은 공사대금을 정하면서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추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바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한 공사대금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단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다62821 판결이 무면허 건설업자와 공사대금을 평당 일정액으로 정한 사안에서 이 법리를 설시하고 있습니다.
공사대금과 별도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바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한 공사대금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다62821 판결 취지).
반대로 계약 당시 공사대금과 별도로 부가가치세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면 수급인은 그 약정에 따라 부가세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다48930 판결이 이 점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결국 판단의 갈림길은 “별도로 지급하기로 한 합의가 있었는가”입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부가세에 관한 문구가 아예 없고, 견적서나 문자·카톡에서도 부가세를 별도로 언급한 적이 없다면 건축주는 “이미 합의한 공사대금이 전부이며 부가세는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가세 별도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것을 주장하는 시공업자가 입증해야 하는 쪽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계약서에 부가세 언급이 없다면, 건축주는 약정 공사대금에 부가세가 포함된 것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3. “부가세 별도가 업계 관행”이라는 주장은 입증 책임이 업자에게 있습니다
묵시적 합의나 거래관행이 실제로 있었다는 점은 청구하는 쪽이 증거로 보여야 합니다.
시공업자 측의 두 번째 논리는 “건설업계에서는 원래 공사비가 부가세 별도로 거래된다”는 관행 주장입니다.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 합의가 없더라도 묵시적 합의나 거래관행이 인정되면 부가세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여지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정은 막연한 업계 상식이 아니라 해당 거래에서 실제로 있었음이 증거로 드러나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이 살피는 사정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견적서나 계약서에 ‘VAT 별도’, ‘부가세 별도’ 같은 문구가 있었는지입니다. 둘째, 계약 체결 과정의 문자·카톡·이메일에서 부가세가 언급됐는지입니다. 셋째, 중도금이나 기성금을 지급할 때 세금계산서가 부가세를 구분해 발행됐고 건축주가 그 금액을 실제로 지급했는지입니다. 넷째, 건축주가 사업자로서 매입세액공제를 받는 지위여서 부가세 별도로 거래하는 것이 당연했는지입니다.
특히 시공업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견적서나 사후에 발행한 세금계산서만으로는 쌍방 합의를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일방이 작성한 견적서에 ‘부가세 별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상호 합의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별도 약정은 주장하는 쪽이 입증해야 합니다. 반면 기성금을 받을 때마다 부가세를 따로 입금한 이력이 있다면 건축주에게 불리한 증거가 됩니다.
관행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거래에서 부가세를 따로 주고받기로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4. 시공업자가 간이과세자라면 계약서에 ‘별도’라고 적혀 있어도 10%를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간이과세자는 실제 납부세액 범위에서만 부가세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시공업자가 일반과세자라면 공급가액의 10%가 부가세이지만, 간이과세자는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적용한 납부세액이 훨씬 낮습니다. 그런데 일부 업자는 간이과세자이면서도 일반과세자처럼 공사대금의 10%를 별도로 청구합니다. 이 부분에서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90485 판결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당사자 사이에 부가가치세 계산 방법에 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나 거래관행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간이과세자인 사업자는 간이과세자의 납부세액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90485 판결 취지).
이 판결은 계약서에 ‘부가가치세 별도’라고만 적힌 경우에도, 간이과세자가 일반과세자 세율인 10%를 당연히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 점에서 실무상 의미가 큽니다. 즉 건축주는 부가세 별도 합의가 있는 사안에서도 상대방이 어떤 유형의 사업자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시공업자의 사업자등록증에서 과세유형을 확인하고, 홈택스 사업자등록상태 조회로 일반과세자인지 간이과세자인지 볼 수 있습니다. 간이과세자는 원칙적으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있는 지위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업자가 발급한 서류의 종류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부가세 별도’라는 문구가 있어도 업자의 과세유형에 따라 실제로 줄 금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5. 청구를 받았을 때 대응과 분쟁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잔금을 임의로 끊기 전에 근거 자료를 정리하고, 다툼 부분만 정확히 특정해 대응해야 합니다.
부가세 분쟁은 통상 ①업자의 부가세 지급 요구 및 내용증명 → ②건축주의 서면 답변 및 협의 → ③업자의 지급명령 신청 또는 공사대금 청구 소송(수원 지역 현장이라면 수원지방법원 관할) → ④판결 확정 후 강제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지급명령을 받고도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될 수 있으므로 송달 후 기한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업자가 부가세 지급을 요구하며 공사 목적물의 인도나 준공 서류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건축주가 부가세 부분만 이유 없이 다투면서 전체 잔금까지 끊어버리면, 다툼이 없는 공사대금까지 연체되어 지연손해금이 붙을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다툼이 없는 부분과 다투는 부분을 구분해 대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가세 청구를 받았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계약서·견적서·발주서에 ‘부가세 별도’, ‘VAT 포함’ 같은 문구가 있는지, 금액이 공급가액으로 적혔는지 공급대가로 적혔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계약 체결 과정과 공사 중 오간 문자·카톡·이메일에서 부가세가 언급된 부분이 있는지 찾고, 이미 지급한 기성금에 부가세가 얼마나 구분되어 입금됐는지 통장 내역으로 정리합니다.
시공업자의 사업자등록증과 홈택스 조회로 일반과세자인지 간이과세자인지 확인하고, 세금계산서 발급 시점과 금액을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사대금 분쟁에 경험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내용증명 단계에서 청구 금액을 줄이거나 소송 전에 정산 합의로 정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며
공사 부가세 문제는 “이미 끝난 공사에 이런 말이 나올 줄 몰랐다”는 당혹감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요구를 받았을 때 카톡으로 대충 답하다가 불리한 문구를 남기는 일도 흔합니다.
부가세를 청구받은 건축주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거부하기보다, 계약서·견적서·대화 기록·기성금 지급 내역을 모아 합의가 있었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부가세를 받지 못한 시공업자 입장에서도 “원래 그렇게 한다”는 말만으로는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별도 지급 합의를 보여주는 자료와 본인의 과세유형에 맞는 금액 계산이 필요합니다.
저는 공사대금과 부동산 관련 분쟁에서 대금을 청구하는 쪽과 지급을 다투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서 한 줄과 대화 기록 하나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차이가 생기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받은 청구가 맞는 금액인지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부가세 얘기가 전혀 없는데도 업자가 따로 달라고 할 수 있나요?
A. 별도 지급 합의나 거래관행이 입증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별도 약정이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 공사대금에 부가세가 포함된 것으로 봅니다. 다만 견적서·문자 등에 부가세 별도 언급이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했으니 부가세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A. 세금계산서 발급만으로 추가 지급 의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세금계산서는 세법상 증빙이고, 공사대금 외에 부가세를 더 주기로 했는지는 계약 내용으로 따로 판단합니다.
Q. 견적서에 ‘부가세 별도’라고 적혀 있었는데 제가 서명은 안 했습니다.
A. 일방이 작성한 견적서만으로 쌍방 합의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견적서를 받고 계약을 진행하면서 이의가 없었고 기성금을 부가세 구분해 지급했다면 묵시적 합의로 볼 여지가 커집니다.
Q. 업자가 간이과세자인데도 공사비의 10%를 달라고 합니다.
A. 대법원 2023다290485 판결은 부가세 계산 방법에 관한 약정이나 관행이 없다면 간이과세자는 자기 납부세액 상당액만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업자등록증으로 과세유형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 부가세 때문에 잔금 전부를 보류해도 되나요?
A. 위험합니다. 다툼이 없는 공사대금까지 지급을 미루면 연체에 따른 지연손해금과 소송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투는 부분만 특정해 서면으로 이의하고 나머지는 지급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Q. 내용증명을 받았는데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답변서를 보내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서면에 적은 표현이 이후 소송에서 합의의 증거로 쓰일 수 있고, 지급명령은 이의신청 기한이 짧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