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징역형이 확정된 수형자가 가석방을 앞두고 교정시설에서 "약물치료에 동의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의서를 쓰는 순간 치료명령이 청구되고, 그 약물치료 비용은 국가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본인이 내야 한다는 점을 모르고 서명했다가 뒤늦게 당황하는 일이 생깁니다. 법은 왜 본인에게 비용을 지우는지, 동의는 어디까지 되돌릴 수 있는지,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성충동 약물치료법 제22조·제24조의 구조를 따라 수형자 동의형 치료명령의 절차와 비용 부담의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수형자 동의형 치료명령 — 판결로 선고되는 치료명령과 무엇이 다른가
성충동 약물치료(이른바 화학적 거세)는 대부분 재판 단계에서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판결로 선고합니다. 이 경우 법원은 제8조 제1항에 따라 15년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해 치료명령을 선고하고, 피고인은 형사 재판 안에서 다툽니다. 그런데 징역형이 확정될 때까지 치료명령이 선고되지 않은 수형자에게는 별도의 문이 열려 있습니다. 제22조 제1항이 정한 수형자 동의형 치료명령입니다.
이 유형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 그대로 본인의 동의가 청구의 요건이라는 점입니다. 검사는 성폭력범죄로 징역형 이상이 확정되었으나 치료명령이 선고되지 않은 수형자 중, 성도착증 환자로서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고 약물치료에 동의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지방법원에 치료명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판결이 아니라 법원의 결정으로 치료명령이 고지된다는 점도 다릅니다. 강제로 투여하는 제도가 아니라, 가석방과 맞물려 본인이 선택하는 구조라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대상 — 성폭력범죄로 징역형 이상이 확정됐으나 치료명령이 선고되지 않은 수형자.
요건 — 성도착증 환자, 재범 위험성, 약물치료에 대한 본인 동의 세 가지가 모두 필요.
결정 주체 — 검사 청구에 따라 지방법원이 결정으로 고지.
치료기간 — 15년을 초과할 수 없음(제22조 제3항).
수형자 동의형 치료명령은 본인 동의가 청구의 요건이다. 동의 없이는 검사가 청구할 수 없다.
동의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 교정시설장의 설명과 서면 확인
동의는 구두로 하는 약속이 아닙니다. 제22조 제2항 제1호는 교도소·구치소의 장이 형법 제72조 제1항의 가석방 요건을 갖춘 성폭력 수형자에게 약물치료의 내용, 방법, 절차, 효과, 부작용, 비용부담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 여부를 확인하도록 합니다. 시행령 제19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석방 적격심사 신청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에게 서면으로 제시하며 설명하고, 동의하면 이를 서면으로 확인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설명 항목에 비용부담이 명시되어 있다는 것은 입법자가 비용 문제를 동의 판단의 핵심 정보로 본다는 뜻입니다.
동의가 있으면 시설의 장이 인적사항과 교정성적을 검사에게 통보하고, 검사는 보호관찰소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보호관찰소장은 요청을 받은 날부터 2개월 이내에 조사보고서를 내야 합니다. 검사는 청구 전에 다시 한 번 약물치료의 내용과 비용부담 등을 설명해 동의를 확인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을 받은 뒤 청구서에 동의 사실을 적습니다. 즉 동의는 시설 단계와 검사 단계에서 최소 두 번 확인되는 구조이고, 비용에 대한 설명도 두 번 들어가게 됩니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점은 서면에 서명하는 시점의 이해도입니다. 가석방을 받고 싶은 마음에 설명을 건성으로 듣고 서명하면, 이후 몇 년 이상 이어지는 투약과 정기 납부 의무를 안고 출소하게 됩니다. 설명을 듣는 단계에서 치료기간이 최대 15년이라는 점, 비용을 본인이 내야 한다는 점, 투약 거부가 처벌로 이어진다는 점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약물치료 비용은 왜 본인 부담인가 — 제24조의 구조
제24조 제1항 본문은 제22조 제2항 제6호의 치료명령 결정을 받은 사람이 치료기간 동안 치료비용을 부담하도록 정합니다. 이유는 제도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치료명령은 형벌이 아니라 수형자가 가석방이라는 이익을 받는 대신 스스로 동의해 받는 처분이고, 약물과 진료가 의료행위(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른 투약, 제14조 제1항)라는 점에서 수혜자 부담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판결로 선고되는 치료명령과 달리, 동의형은 선택에 따른 비용 부담이 법에 명시된 것입니다.
비용 납부는 시행령 제26조가 구체화합니다. 보호관찰관은 치료행위마다 금액을 특정해 서면으로 납부를 명하고,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은 그 서면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비용을 내야 합니다. 약물치료는 일회성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되므로, 납부 의무도 치료 횟수만큼 계속 생깁니다. 비용을 한꺼번에 선납하는 방식이 아니라 치료행위 단위로 청구된다는 점이 실무상 의미가 있습니다.
동의형 치료명령은 가석방이라는 이익과 맞바꾼 선택이므로 치료비용은 원칙적으로 본인이 부담한다(제24조 제1항 본문).
경제력이 없으면 — 국가 부담 결정과 소명 서류
본인 부담이 원칙이지만 제24조 제1항 단서는 치료비용을 부담할 경제력이 없는 사람의 경우 국가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단서는 "할 수 있다"로 되어 있어 자동으로 면제되는 것이 아니고, 신청과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시행령 제26조 제3항에 따라 치료비용 납부를 명하는 서면을 받을 때마다 치료비용 국가 부담 신청서와 소득이 없다는 자료, 일정한 수입원이나 재산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보호관찰관에게 내야 합니다. 한 번 승인받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납부 서면을 받을 때마다 신청해야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보호관찰관은 전자정부법상 행정정보 공동이용으로 소득금액증명서, 지방세 세목별 과세(납세)증명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를 확인합니다. 신청인이 확인에 동의하지 않으면 해당 서류를 직접 첨부해야 하고, 필요하면 출석이나 자료 제출을 요구받습니다. 결정이 내려지면 보호관찰관은 치료기관에 치료행위마다 예산의 범위에서 비용의 전부를 지급합니다. 일부만 국가가 대신 내는 구조가 아니라 전부를 지급하는 구조이므로, 소명이 통과되는지가 사실상 부담 여부를 가릅니다.
신청 시기 — 납부 명령 서면을 받을 때마다 반복.
제출 서류 — 국가 부담 신청서, 소득 없음 확인자료, 수입원·재산 없음 확인자료.
확인 방법 — 행정정보 공동이용으로 소득·납세·수급자 증명 확인.
효과 — 결정 시 치료기관에 비용 전부를 국가가 지급.
가석방과의 연결 — 치료명령 결정이 가석방 심사에 미치는 영향
동의형 치료명령은 가석방과 한 묶음으로 움직입니다. 제23조 제1항은 치료명령 결정이 확정된 성폭력 수형자에 대해 수용시설의 장이 가석방심사위원회에 가석방 적격심사를 신청하도록 정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적격심사에서 치료명령이 결정된 사실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치료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이 심사에서 반드시 참작되어야 할 사정이 된다는 뜻이고, 이것이 수형자가 동의하는 현실적 동기입니다.
다만 치료명령 결정이 곧 가석방 허가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가석방 자체는 형법 제72조의 요건과 심사위원회의 판단에 따르고, 치료명령은 그 판단에서 고려되는 사정일 뿐입니다. 그래서 동의하면 가석방이 보장된다고 기대하고 서명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또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가석방되는 경우 보호관찰관은 석방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을 집행하여야 하므로(제14조 제3항), 출소 직전부터 치료가 시작되고 그때부터 비용 납부 서면도 나오게 됩니다.
동의 이후의 불복과 의무 — 항고 7일, 투약 거부의 처벌
결정에 대한 불복은 제22조 제5항이 정합니다. 결정에 영향을 미칠 법령위반이나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거나 처분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 결정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검사, 수형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고등법원에 항고할 수 있습니다. 항고장은 원심법원에 내고, 항고기각 결정에 대해서는 법령 위반이 있을 때만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으며 그 기간도 7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항고와 재항고에 집행정지 효력이 없다는 점(제22조 제11항)입니다. 불복하더라도 석방 시점이 오면 치료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동의 후 치료를 받는 사람에게는 의무도 따릅니다.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은 치료기간 중 상쇄약물을 투약하는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해쳐서는 안 되고(제15조 제1항),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어기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제35조 제1항). 석방 후 10일 이내에 주거지 관할 보호관찰소에 서면으로 신고해야 하고, 7일 이상의 국내여행이나 출국은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비용을 내지 못한 채 방치하는 것과 별개로, 투약 자체를 거부하거나 신고를 어기면 치료기간 연장(제16조)과 형사처벌이 따를 수 있습니다.
동의형의 시효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치료명령 결정이 확정된 후 집행을 받지 않고 10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되어 집행이 면제됩니다(제22조 제14항). 또한 징역형이 사면으로 효력을 잃으면 치료명령의 집행도 종료됩니다(제22조 제13항). 그러나 이런 예외는 특수한 경우이고, 일반적으로는 동의 시점부터 치료기간 전체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의서를 쓰면 무조건 치료명령이 나오나요?
A. 아닙니다. 동의는 청구의 요건일 뿐이고, 검사가 성도착증 진단과 재범 위험성을 확인해 청구해야 하며 법원이 이유 있다고 인정할 때 결정으로 치료명령이 고지됩니다. 동의했더라도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청구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약물치료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A. 금액은 법률에 정액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보호관찰관이 치료행위마다 금액을 특정해 서면으로 납부를 명합니다. 납부 서면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내야 하므로 구체적인 금액은 해당 서면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Q. 돈이 없으면 치료를 못 받거나 처벌받나요?
A. 경제력이 없는 사람은 국가 부담 신청을 통해 비용을 국가가 지급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신청서와 소득·재산 없음 자료를 납부 서면을 받을 때마다 보호관찰관에게 내야 하며, 승인되면 치료기관에 비용 전부가 지급됩니다.
Q. 동의하면 가석방이 보장되나요?
A. 보장되지 않습니다.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치료명령이 결정된 사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지만, 가석방 여부는 형법 제72조의 요건과 심사위원회의 종합 판단에 따라 정해집니다.
Q. 결정이 나온 뒤에도 다툴 수 있나요?
A.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고등법원에 항고할 수 있고, 항고기각에 대해서는 법령위반이 있을 때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항고와 재항고는 결정의 집행을 정지시키지 않습니다.
Q. 치료 중 약을 거부하거나 상쇄약물을 쓰면 어떻게 되나요?
A. 상쇄약물 투약 등으로 치료 효과를 해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어기면 치료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어, 문제가 생기면 먼저 보호관찰관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수형자 동의형 약물치료는 가석방을 앞두고 본인이 선택하는 제도이지만, 선택의 대가로 최대 15년의 치료기간과 치료비용 납부 의무가 따릅니다. 비용은 원칙적으로 본인이 부담하고, 경제력이 없다는 점을 서류로 소명했을 때에만 국가가 전부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설명 단계에서 비용부담까지 서면으로 안내받는 이유도 이 선택이 쉽게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치료기간, 비용, 불복 기한, 투약 거부 시 처벌을 한꺼번에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수원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이 절차를 앞두고 계시다면, 서명 전에 법률 전문가와 상의해 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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