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심에서 패소해 항소장을 냈는데, 인지대를 붙이지 않았다거나 부족하게 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보정명령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서함에 쌓인 전자송달을 확인하지 못해 기한을 넘기고, 뒤늦게 알아채 부랴부랴 인지대를 냈는데도 이미 항소장이 각하됐다는 통지를 받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그동안은 각하명령 전에만 내면 된다는 취지의 실무가 있었지만, 대법원은 2025년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각하명령이 성립한 뒤의 인지 납부는 원칙적으로 소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지 보정명령이 나오는 근거, 각하명령이 성립하는 시점의 의미, 그 이후에 남는 구제 수단이 무엇인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항소장 인지 보정명령 — 어떤 근거로 나오고 무엇을 요구하나
항소는 항소장을 제1심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하며(민사소송법 제397조 제1항), 항소장에는 법률의 규정에 따른 인지를 붙여야 합니다. 항소장에 붙이는 인지액은 같은 소송가액을 기준으로 소장 인지액의 1.5배로 계산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소송가액이 큰 사건일수록 인지대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인지를 붙이지 않았거나 모자라게 붙이면 제399조 제1항에 따라 원심재판장은 항소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해 흠을 보정하도록 명해야 하고, 이 업무를 법원사무관 등이 대신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보정명령에는 보정할 내용과 기한이 함께 적힙니다. 실무에서는 보정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5일 안에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하라는 식으로 짧게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정명령서에는 기한 안에 보정하지 않으면 항소장이 각하된다는 안내 문구가 들어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즉 이 기한은 형식적으로 지나가는 안내 절차가 아니라, 항소가 살아남을지를 가르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
보정의 대상 — 부족한 인지액, 그리고 함께 요구되는 송달료 예납분.
보정의 기한 — 명령서에 적힌 상당한 기간(통상 5일 안팎)이며, 송달받은 날부터 계산.
보정의 방법 — 수납은행 납부 또는 전자납부 후 보정서(납부 영수증 첨부)를 제출.
불이행의 효과 — 원심재판장이 명령으로 항소장을 각하해야 함.
인지 보정명령의 기한은 안내가 아니라 항소의 생사를 가르는 기한이다 — 기한을 넘기면 재판장은 항소장을 각하하는 명령을 내려야 한다.
보정기간을 넘기면 — 원심재판장의 항소장각하명령 의무
민사소송법 제399조 제2항은 항소인이 보정기간 안에 흠을 보정하지 않은 때 원심재판장은 명령으로 항소장을 각하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재량이 아니라 의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재판장은 기한이 지나면 사정을 헤아려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하 명령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법원 입장에서는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항소를 간이한 명령으로 걸러내는 제도입니다.
이 각하 명령은 판결이 아니라 명령이므로 변론도 없고 별도의 심리도 없이 내려집니다. 보정기간의 마지막 날이 지나자마자 각하 명령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며칠 뒤에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원의 처리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어서 독자가 그 간격을 예측해 보정 시점을 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한을 이미 넘겼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각하명령이 언제 성립할지 모르는 상태이므로, 곧바로 인지를 납부하고 보정서를 내는 것이 첫 번째 대응입니다.
202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 — 각하명령 성립 뒤 인지 보정의 효력
쟁점 판단의 기준이 된 것은 대법원 2025. 7. 24.자 2021마6542 전원합의체 결정입니다. 사안에서 항소인은 항소장에 인지를 붙이지 않았고, 재판장은 2020. 12. 4. 5일 안에 인지대와 송달료를 보정하라고 명했으며, 이 명령은 12. 7. 항소인의 소송대리인에게 송달됐습니다. 재판장은 2020. 12. 16. 보정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소장각하명령을 했고, 항소인은 같은 날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하고 보정서를 냈습니다. 각하명령은 12. 25. 송달됐고 항소인은 즉시항고를 제기했습니다.
다수의견은 항소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인지를 보정하지 않아 재판장이 항소장을 각하하는 명령을 발했다면 이는 제399조에 따른 적법한 조치이고, 여기서 명령을 발한 때는 명령이 적법하게 성립한 때를 말한다고 보았습니다. 전자문서로 작성된 결정이나 명령은 법관이 사법전자서명을 완료한 때 성립합니다. 일단 성립한 명령은 취소·변경을 허용하는 별도 규정이 없는 한 법원 스스로도 바꿀 수 없는 구속력을 가지므로, 각하명령이 성립한 시점 이후에는 항소인이 인지를 보정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각하명령이 위법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이 결정에서 대법원은 종전 대법원 2018. 11. 16.자 2018마5882 결정을 변경했습니다.
항소장각하명령이 성립한 시점 이후에는 인지를 보정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각하명령이 위법해지지 않는다 — 기준은 보정기간 종료가 아니라 명령의 성립 시점이다.
같은 날 납부해도 안 되나 — 성립 시점이 기준이 되는 이유
위 사건에서 항소인은 각하명령이 나온 바로 그날 인지를 납부했지만, 대법원은 같은 날 납부라는 이유만으로 보정이 유효하다고 볼 수 없고 납부와 명령 성립의 시간상 선후를 밝혀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수의견은 명령의 성립 시점을 기준으로 선후를 가리고, 성립 이후의 보정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원심이 명령의 송달 전이자 발령일과 같은 날 납부했다는 점을 들어 보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을 파기하고 환송한 것이 이 결정의 주문입니다. 반대로 대법관 이숙연은 선후를 시(時)가 아니라 일(日) 단위로 보아 같은 날 납부는 유효하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고, 다른 반대의견들은 명령이 고지되어 효력이 발생한 날까지, 또는 즉시항고 후 항고심 결정 전까지 보정하면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다만 이는 모두 소수의견이고 판례로 채택된 것은 다수의견입니다.
이 기준이 실무에서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각하명령이 언제 성립하는지는 항소인이 알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으므로, 보정기간이 끝난 뒤에는 하루, 아니 몇 시간 차이로 결과가 갈릴 수 있습니다. 법원의 전산상 사법전자서명 시각은 사후에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사전에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보정기한 마지막 날 늦은 시간에 납부하려는 계획은 위험합니다. 은행 마감 시간이 지나서 납부하지 못하거나, 전자납부의 반영이 늦어져 기한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루 이상 여유를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즉시항고는 되지만 — 제399조 제3항이 구제해 주는 범위
항소장각하명령에 대해서는 제399조 제3항에 따라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 즉시항고는 재판이 고지된 날부터 1주 이내에 해야 하며 이 기간은 불변기간입니다(제444조). 그렇다면 각하명령을 받은 뒤에도 즉시항고를 하면서 인지를 납부하면 되살릴 수 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 질문에 사실상 부정적으로 답했습니다. 제399조 제3항은 보정기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각하한 경우나 인지를 보정했는데도 각하한 경우처럼 각하명령이 성립한 당시에 이미 흠이 있었던 경우에 불복하라는 취지로 이해되며, 이미 적법하게 성립한 명령을 그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해 뒤집으라는 뜻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그렇다고 즉시항고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즉시항고가 통하는 경우는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보정명령이 적법하게 송달되지 않았거나, 송달은 됐지만 보정기간이 아직 남아 있었는데 각하한 경우, 혹은 기한 안에 인지를 납부하고 보정서를 냈는데도 각하명령이 나온 경우입니다. 이런 사정은 각하명령 성립 이전의 사실이므로 항고 이유로 주장할 수 있고, 납부 영수증과 보정서 접수 기록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항고기간이 1주에 불과하므로, 기록 확인과 항고장 작성을 서둘러야 합니다.
보정명령이 항소인 또는 소송대리인에게 송달된 날짜가 적법하게 확인되는지.
명령서에 적힌 보정기간이 실제로 지나 있었는지(송달일 기준 계산).
각하명령 성립 이전에 인지 납부와 보정서 제출이 이루어졌는지.
납부 시각과 각하명령의 사법전자서명 시각의 선후.
항소기간이 지난 뒤라면 — 재항소가 막히는 구조
각하명령이 확정되면 항소는 없었던 것과 같게 되고, 그 사이 항소기간은 이미 지나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항소는 판결서가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제기해야 하는 불변기간 규정이므로, 각하명령이 확정되는 시점에는 다시 항소장을 내려 해도 항소기간이 이미 끝났습니다. 그 결과 제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고, 이후에는 판결 내용을 다툴 통로가 사실상 사라집니다. 이 점이 인지 보정을 놓친 경우의 가장 큰 위험입니다.
예를 들어 대여금 2억 원의 지급을 명한 제1심 판결을 받은 피고가 항소장을 냈다가 인지 보정을 놓쳐 각하명령이 확정되면, 피고는 판결대로 2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하고 강제집행도 막을 수 없습니다. 판결에 오류가 있었는지, 증거가 다르게 평가됐는지 같은 본안 쟁점은 더 이상 다투지 못합니다. 소송가액이 클수록 인지대 몇십만 원을 아끼려다 본안 전체를 잃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추후보완과 소송구조 — 남아 있는 길과 닫힌 길
마지막으로 남는 수단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제173조의 소송행위 추후보완입니다.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다면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놓친 소송행위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책임질 수 없는 사유는 매우 좁게 해석되며, 단순히 보정명령을 못 봤다거나 인지대를 낼 돈이 없었다는 정도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이 보정명령을 송달하지 않았거나 송달 자체가 위법했다는 식의 사정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소송구조입니다. 제128조에 따라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가 아닌 한 각 심급에서 소송구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다수의견도 인지대를 낼 능력이 부족한 항소인은 소송구조를 받아 항소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신청조차 하지 않고 각하명령이 성립할 때까지 인지를 보정하지 않은 항소인을 위해 이미 성립한 각하명령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소송구조는 각하명령이 나오기 전에 신청해야 의미가 있는 수단이라는 뜻입니다. 인지대 마련이 어려우면 보정기간이 지나기 전에 소송구조를 먼저 신청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인지대를 마련하기 어려우면 각하명령 전에 소송구조를 신청해야 한다 — 각하명령이 성립한 뒤에는 어떤 사정도 이미 늦다.
인지 보정명령을 받았을 때의 대응 순서
실무적으로는 보정명령을 받은 날 바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우선 전자소송을 이용 중이라면 전자송달 문서를 즉시 확인해야 합니다. 전자소송에서는 송달문서를 열람하지 않아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되는 구조라서, 확인하지 못했다는 사정이 기한 연장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소송대리인이 있다면 대리인과 항소인 모두 보정명령의 존재를 공유해야 하고, 대리인 사무실에서 서류가 놓이는 일이 없도록 이중 확인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부족한 인지액과 송달료를 정확히 계산해 납부하고, 영수증과 함께 보정서를 제출합니다. 납부만 하고 보정서를 내지 않으면 법원이 보정 사실을 곧바로 확인하지 못해 각하 절차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두 가지를 같은 날 함께 처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기한을 이미 넘겼다면 지체 없이 납부와 보정서 제출을 마치고, 각하명령이 이미 성립했는지 사건 기록에서 즉시 확인해 성립 전이었다면 이 사실을 증빙해 둡니다. 성립 후였다면 항고 사유가 있는지 살펴 1주 이내에 즉시항고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정기간이 지났어도 각하명령이 나오기 전에 인지를 내면 항소가 유지되나요?
A. 2025. 7. 24.자 2021마6542 전원합의체 결정의 논리상 각하명령이 성립하기 전에 보정하면 각하명령이 적법하게 나올 근거가 없어집니다. 다만 각하명령이 언제 성립했는지는 기록상 사법전자서명 시각으로 가려지므로 한시라도 빨리 보정서까지 제출해야 합니다.
Q. 각하명령이 나온 날 같은 날 인지를 냈는데도 인정되지 않나요?
A. 위 결정의 다수의견은 같은 날이라도 각하명령 성립과 납부의 시간상 선후를 가려야 한다고 보았으므로, 명령이 성립한 뒤에 납부했다면 보정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같은 날 납부는 유효하다는 소수의견이 있었지만 판례로 채택되지는 않았습니다.
Q. 각하명령을 받으면 즉시항고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제444조에 따라 재판이 고지된 날부터 1주 이내에 해야 하고, 이 기간은 불변기간입니다. 보정기간 미경과나 기한 내 보정 같은 성립 당시의 흠을 항고 이유로 삼을 수 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입니다.
Q. 항소장 각하명령이 확정되면 다시 항소할 수 있나요?
A. 항소기간은 판결서 송달일부터 2주의 불변기간이어서, 각하명령이 확정될 무렵에는 이미 기간이 지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173조의 추후보완이 가능한 경우는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있었던 때로 매우 좁습니다.
Q. 인지대를 낼 형편이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제128조에 따른 소송구조를 보정기간이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소송구조 신청도 하지 않은 채 각하명령이 성립한 항소인을 보호하기 위해 각하명령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Q. 소송대리인이 보정명령을 못 보고 놓쳤다면 구제되나요?
A. 소송대리인의 과실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본인의 과실과 같이 취급되어 추후보완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대리인이 있는 경우 보정명령 송달 여부를 대리인과 본인이 함께 점검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맺음말
인지 보정명령은 항소를 지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라는 법원의 요구입니다. 2025년 전원합의체 결정은 보정기간을 넘겨 각하명령이 성립한 뒤에는 인지를 납부해도 항소를 살릴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그 기준은 기한 마지막 날이나 각하명령 당일의 몇 시간 차이로도 갈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정명령을 받았다면 기한을 계산해 여유 있게 납부하고 보정서까지 같은 날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고, 자금 사정이 어렵다면 각하명령 전에 소송구조를 신청해야 합니다. 이미 각하명령을 받았다면 성립 시점과 납부 시점의 선후, 보정명령 송달 여부부터 기록으로 확인한 뒤 1주의 즉시항고 기간 안에 항고 사유를 정리하시길 권합니다. 항소 절차의 형식 요건은 본안만큼 중요한 만큼 필요할 때 전문가와 함께 점검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