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 매매계약이 매도인 쪽 사정으로 무산되면서, 계약금만 돌려받고 끝낼 수 없어 손해배상을 문의하시는 매수인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매수인분들 중 상당수는 “계약금은 돌려받았으니 이사비와 대출이자는 어쩔 수 없다”, “계약이 깨진 건 맞는데 그 비용까지 받아낼 수 있겠느냐”며 포기부터 하고 오시는 경우였습니다. 이미 이삿짐센터 계약금을 날렸고, 잔금 대출은 실행되어 매달 이자가 빠져나가는데도, 그 돈은 내가 감수할 몫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다.
최근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제된 경우 계약을 믿고 지출한 비용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가 배상 범위인지, 무엇을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지는 법이 정한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매도인 잘못으로 매매계약이 깨졌을 때 이사비와 대출이자를 어떤 근거로, 어느 범위까지 청구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은 별개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을 돌려받아도 매도인의 귀책으로 생긴 손해는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잔금일에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주지 않거나, 말소하기로 한 근저당권을 말소하지 않거나, 같은 부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팔아버린 경우에는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이 됩니다. 민법 제544조는 이행지체의 경우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546조는 이행이 불능이 된 때에는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많은 분이 계약을 해제하면 서로 받은 것을 돌려주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시지만, 민법 제551조는 해제가 손해배상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분명히 정하고 있습니다. 해제로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는 것(원상회복)과, 매도인 잘못 때문에 내가 입은 손해를 배상받는 것은 서로 다른 청구입니다.
손해배상의 근본 조문은 민법 제390조로,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고의나 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책임을 벗어나기 때문에, 매도인이 “사정이 있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면책되지 않습니다.
계약이 매도인 잘못으로 깨졌다면, 계약금 반환과 별도로 이사비·대출이자 같은 손해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이사비와 대출이자는 ‘계약을 믿고 지출한 비용’으로 청구합니다
지출비용은 이행이익의 범위 안에서 신뢰이익으로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해제와 함께 손해배상을 구할 때 원칙적인 배상 대상은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 즉 이행이익입니다. 그런데 매수인은 이 이익을 숫자로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쓰는 방법이 계약이 이행될 것을 믿고 쓴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고, 이사비와 잔금 대출이자가 대표적입니다.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대신에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있는 한도에서 청구할 수도 있고, 이 경우에도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5766 판결).
이 법리가 실무에서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삿짐센터 계약금과 위약금, 보관이사 비용, 이미 지급한 잔금 대출의 이자처럼 계약이 정상 이행되리라 믿었기 때문에 쓴 돈은 청구 항목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그 금액이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넘어서는 안 되므로, 매수인이 그 집으로 실제 이익을 얻을 사정이 있었는지도 함께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금액 표를 만들어 항목별로 정리합니다. 이사비는 견적서·계약서·입금내역, 대출이자는 대출약정서와 이자 납입 내역, 그 밖에 임시 거처 월세나 보관비 영수증까지 한 장의 표로 묶어두면 법원이 손해액을 판단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이사비와 대출이자는 ‘포기할 비용’이 아니라, 증빙을 갖추면 청구할 수 있는 손해 항목입니다.
3. 통상손해인지 특별손해인지에 따라 입증 책임이 달라집니다
매도인이 잔금 대출과 이사 계획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승패를 가릅니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민법 제393조가 정합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민법 제393조).
부동산 매매에서 잔금 대출은 통상 거래 관행에 속하는 경우가 많아, 대출이자를 통상손해로 보아 다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이사비 중 평범한 이사 한 번의 비용은 통상의 범위로 설명할 수 있지만, 해외 이주 비용이나 고가의 특수이사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지출은 특별손해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매도인이 채무의 이행기까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매수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그래서 계약 당시의 자료가 중요합니다. 계약서 특약란에 “매수인은 잔금을 대출로 마련하며 몇 월 며칠 입주 예정”이라고 적혀 있는지, 중개사와 주고받은 문자나 카카오톡에 입주 일정과 대출 계획이 드러나 있는지가 예견가능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입니다. 이런 흔적이 있다면 매도인이 “그런 사정은 몰랐다”고 다투기 어렵습니다.
또 손해 발생에 매수인의 잘못이 있었다면 민법 제396조에 따라 과실상계가 이루어집니다. 예컨대 매도인의 서류 지연을 알고도 대출을 서둘러 실행했다면 그 부분은 감액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내 쪽 대응 경위도 미리 점검해야 합니다.
예견가능성은 계약서 특약과 대화 기록에서 입증되므로, 계약 단계의 자료를 가장 먼저 모아야 합니다.
4. 위약금 특약과 지연이자가 최종 수령액을 좌우합니다
위약금 조항이 있으면 청구 방식이 달라지고, 소장 송달 이후에는 이자율이 올라갑니다.
매매계약서에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한다”는 조항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므로, 이 경우 실제 손해가 얼마인지 따지지 않고 약정한 금액이 배상액이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미 예정액이 정해진 이상 이사비와 대출이자를 별도로 더하기 어려울 수 있고, 반대로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다면 법원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감액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다면, 그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한편 해제에 따라 이미 지급한 계약금·중도금을 돌려받을 때는 민법 제548조 제2항에 따라 그 받은 날부터 이자를 가산하여 반환받습니다. 이는 손해배상과 별개의 원상회복 청구에 붙는 이자이므로 이중으로 챙기는 것이 아니라 각각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소송에서는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민법상 연 5%, 그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그래서 매도인이 소송을 오래 끌수록 부담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청구 금액이 크다면 소송 전에 가압류로 매도인의 다른 재산을 묶어두는 방법도 함께 검토합니다.
위약금 조항의 성격과 반환금 이자까지 따져야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총액이 정해집니다.
5. 내용증명부터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해제 통지와 증거 확보를 먼저 마쳐야 소송에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매도인 귀책 계약 해제 사건은 통상 ①내용증명으로 이행 최고 및 해제 의사 통지 → ②계약금·중도금 반환과 손해배상 협의 → ③협의가 안 되면 가압류 신청 및 민사소송 제기(수원 지역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 피고 주소지에 따라 관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④판결 후 강제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중매매처럼 매도인이 의도적으로 계약을 깬 정황이 있다면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로 고소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중도금 지급 등으로 계약이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 보전에 협력할 지위에 있다고 보아 배임죄를 인정합니다.
해제 의사는 말이나 문자보다 내용증명으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하며, 이후 아래 순서로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특약·영수증과 중개사와의 문자·통화 녹취를 모아 매도인의 귀책 사유와 입주·대출 계획을 알린 시점을 확인합니다.
이사 견적서·계약서, 대출약정서, 이자 납입 내역, 임시 거처 비용을 항목별 표로 정리하고 증빙을 붙입니다.
계약서의 위약금 조항을 확인하고, 이행 최고와 해제 통지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한 뒤 가압류 필요 여부를 검토합니다.
이렇게 증거와 손해액을 정리한 상태에서 변호사와 함께 청구 항목과 순서를 잡으면, 민사 손해배상과 형사 고소를 병행할지 여부까지 사건에 맞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매도인 잘못으로 계약이 깨지면 이미 집을 옮길 준비를 마친 상태라 마음이 급해지고, “일단 계약금부터 받자”며 손해 청구를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해제 통지와 이행 최고 같은 절차를 놓치면 입증이 어려워집니다.
계약이 깨져 비용을 날린 매수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어떤 비용이 계약을 믿고 쓴 것인지, 매도인이 그 사정을 알았는지를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청구를 받는 매도인 입장에서도 “사정이 있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귀책 여부, 위약금 조항, 상대방의 과실이 어떻게 평가되느냐에 따라 배상 범위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부동산 매매 분쟁에서 매수인 쪽과 매도인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서 한 줄과 대화 기록 하나가 결론을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금을 이미 돌려받았는데 이사비와 대출이자를 따로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민법 제551조는 해제가 손해배상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어, 계약금 반환과 손해배상은 별개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이사비 전액을 받을 수 있나요?
A. 증빙이 있고 통상의 범위 안이면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특수한 이사 비용은 매도인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Q. 대출이자는 어디까지 인정되나요?
A. 계약을 믿고 잔금 대출을 받아 실제 납부한 이자가 중심이며,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얻을 이익의 범위를 넘을 수 없습니다. 대출 실행일과 납입 내역 자료가 필요합니다.
Q.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으면 실제 손해를 따로 못 받나요?
A.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어 약정 금액이 기준이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부당히 과다하면 감액될 수 있고, 위약벌인지 예정액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Q. 매도인이 이중매매를 했다면 형사 처벌도 되나요?
A. 중도금 지급 등으로 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뒤 제3자에게 넘겼다면 배임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계약금만 오간 단계에서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소송 전에 매도인 재산을 묶어둘 수 있나요?
A. 가압류를 신청하면 소송 중 매도인이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청구 금액과 매도인의 재산 상황에 따라 필요성을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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