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거나 퇴사한 뒤 전 회사로부터 업무상배임으로 고소당했다는 연락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 노트북이나 메일에 있던 파일을 개인 저장장치로 옮겨 두었거나 퇴사하면서 정리하지 않은 자료가 문제가 되는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 반출하면 그 반출 때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회사 파일을 가지고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며, 그 자료가 어떤 성격인지, 언제 어떤 경위로 가져갔는지, 퇴사 뒤에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성립 여부와 적용 법률이 달라집니다.
고소를 당한 쪽은 대개 내가 만든 자료였다거나 집에서 일하려고 옮겨 둔 것이었다거나 퇴사 뒤 열어 보지도 않았다는 말부터 하게 됩니다. 이런 사정은 실제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지만 뒷받침하는 자료 없이 조사에서 설명하면 오히려 진술의 일관성만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업무상배임이 문제 되는 구조, 자료의 성격, 반출 시점과 목적, 퇴사 뒤 사용과 부정경쟁방지법, 조사 전에 정리할 내용, 변호인의 검토 순서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회사 파일 반출이 업무상배임이 되는 구조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를 배임죄로 정하고, 제356조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이 죄를 범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재직 중인 직원은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업무상배임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법률의 규정이나 계약의 내용,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여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 보고, 손해에는 현실적인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 반출하면 반출한 때에 업무상배임죄가 기수에 이른다고 봅니다. 경쟁업체에서 그 자료를 실제로 쓰기 전이라도 반출만으로 범죄가 완성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법리에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가져간 자료가 영업비밀이거나 적어도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어야 하고, 반출할 때 경쟁업체 유출이나 자기 이익을 위한 이용이라는 목적과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수사와 재판에서도 주로 자료의 성격과 반출 당시의 목적이 다투어집니다.
가져간 자료가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지
대법원은 무단 반출을 업무상배임으로 처벌하려면 그 자료가 반드시 영업비밀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통상 입수할 수 없고, 보유자가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 그 사용을 통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원들이 퇴사하면서 회사가 만들어 판매하던 단말기의 회로도와 부품리스트, 매뉴얼, 사양서가 저장된 CD와 컴퓨터를 반출해 업무상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회로도가 부품 판매회사가 공개한 표준회로도와 매우 유사하고, 반출 당시 제품이 이미 판매되고 있었으며 부품도 모두 공지된 것이어서 부품리스트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고, 매뉴얼은 인터넷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으며 사양서는 기능과 대략적인 구성만 적은 문서였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볼 수 없다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고소장에 적은 파일 목록을 하나씩 나누어 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홈페이지나 제안서로 이미 외부에 배포된 자료, 업계에서 공개된 양식이나 표준 자료, 거래처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자료, 개인 연락처나 본인의 급여 명세처럼 회사의 경쟁상 이익과 관계없는 파일은 영업상 주요한 자산과 거리가 멉니다. 반대로 고객별 단가와 거래 조건, 원가 계산표, 설계 도면이나 소스코드처럼 회사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들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자료는 주요한 자산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폴더에 담긴 파일이라도 성격이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묶어서 인정하거나 부인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 어떤 목적으로 가져갔는지
반출 시점에 따라 판단 구조가 달라집니다. 재직 중 회사의 승낙 없이 경쟁업체 유출이나 자기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자료를 옮겼다면 그 반출 때 범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 됩니다. 재택근무나 출장처럼 업무상 필요로 적법하게 자료를 가지고 나간 경우에는 그 반출만으로는 배임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경우에도 퇴사할 때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는데도 경쟁업체 유출이나 자기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았다면 퇴사 시에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반환이나 폐기 의무는 비밀유지서약서에 명시된 경우에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서약서에 반환 문구가 없던 직원들에 대해서도 고용계약에 따른 부수적 의무 또는 신의칙상 퇴사 때 회사 파일을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서약서에 그런 문구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쟁점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직원들이 회사 파일을 외부로 가져갔고 그중 일부가 경쟁업체에 입사한 뒤 파일 일부를 새 회사 컴퓨터에 옮긴 사안에서, 원심은 재택근무와 백업을 위해 보관한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직원들이 비밀유지나 보안준수 서약서를 작성한 점, 회사가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반출을 용인하고 있었던 점, 퇴사하면서 자료를 유출한 사실이 없다는 서약서가 붙은 사직서를 내고 반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퇴사 뒤에도 파일을 계속 보관한 점, 직원 일부가 파일을 새 회사 컴퓨터에 옮긴 점 등을 종합하면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그리고 파일들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지를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이 판결은 고의를 직접 증명하기 어려울 때 법원이 주변 사정, 즉 간접사실을 모아 판단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백업 목적이었다는 설명이 받아들여지려면 반출 당시의 업무 상황, 회사의 반출 허용 관행, 퇴사 때의 인수인계 내용, 퇴사 뒤 파일을 열거나 사용한 기록이 없다는 점이 그 설명과 맞아야 합니다. 말로만 하는 해명은 사직서의 서약 문구나 컴퓨터 사용 기록과 부딪힐 때 쉽게 무너집니다.
퇴사 뒤 사용과 부정경쟁방지법
퇴사 뒤의 행위는 따로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은 퇴사한 직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더 이상 업무상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은 자료를 퇴사 뒤 경쟁업체에서 이용하더라도 이는 이미 성립한 업무상배임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않아 따로 업무상배임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그 이용에 공모하거나 가담한 제3자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업무상배임의 공범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 퇴사자가 입사한 경쟁회사를 설립하고 그 이용에 가담한 사람에게 업무상배임을 별도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판결에서 그 설립자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부분은 유죄로 본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퇴사 뒤의 사용이 업무상배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영업비밀 침해로 처벌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합니다. 같은 법 제18조 제2항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는 행위, 지정된 장소 밖으로 무단으로 유출하는 행위, 삭제나 반환을 요구받고도 계속 보유하는 행위 등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 이런 행위를 하면 제1항에 따라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게 처벌하며, 벌금형의 경우 위반행위로 얻은 재산상 이득액의 10배가 벌금 상한을 넘으면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미수범과 예비·음모도 처벌하며 징역과 벌금을 함께 선고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입힐 목적이 인정되면 회사로부터 삭제나 반환을 요구받은 뒤 자료를 계속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내용증명이나 메일로 반환 요구를 받았다면 대응을 미루지 않아야 합니다. 다만 고소 이후 파일을 몰래 지우는 행동은 증거를 없애려 한 것으로 비칠 수 있으므로 반환이나 삭제의 범위와 방법을 회사와 확인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같은 법 제19조는 종업원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면 그 법인도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어, 새 회사가 위반행위를 막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는지가 함께 문제 되기도 합니다.
조사 전에 정리할 내용
첫 조사 전에 다음 내용을 사실대로 정리해 두면 회사가 제출한 자료와 비교하면서 진술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문제 삼는 파일의 목록과 각 파일의 내용, 작성자, 작성 시기
파일을 옮긴 날짜와 방법, 예를 들어 개인 메일이나 USB, 클라우드 중 무엇을 썼는지와 당시 맡고 있던 업무
재택근무나 출장처럼 반출이 필요했던 사정과 회사가 이를 허용했음을 보여 주는 메일, 메신저, 사내 규정
입사와 재직, 퇴사 때 서명한 서약서와 사직서, 인수인계서의 문구
퇴사 뒤 파일을 보관한 장소와 열람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사실이 있는지
새 회사에서 맡은 업무와 문제 파일의 관련성, 새 회사에서 그 자료를 쓴 사실이 있는지
이 내용은 회사가 제출하는 기록과 대조됩니다. 회사는 퇴사자가 쓰던 컴퓨터의 파일 복사 기록이나 메일 발송 기록, 저장장치 연결 기록 등을 근거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고, 수사기관은 영장을 받아 개인 저장장치나 새 회사 컴퓨터를 압수수색하기도 합니다. 기억에만 의존해 한 번도 열어 보지 않았다고 단정했다가 열람 기록이 나오면 다른 진술까지 믿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므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확인한 뒤 설명하겠다고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변호인이 검토하는 순서
먼저 고소장이나 출석요구 내용을 통해 회사가 어떤 파일을 어느 시점의 행위로 문제 삼는지 특정합니다. 재직 중 반출인지, 퇴사 때 반환하지 않은 것인지, 퇴사 뒤 사용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과 다툴 쟁점이 달라집니다. 퇴사 뒤 사용만을 근거로 업무상배임이 적용된 부분이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부분은 따로 업무상배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을 수 있습니다. 다만 퇴사할 때 자료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은 행위 자체는 퇴사 시의 업무상배임으로 문제 될 수 있으므로 그 시점의 사정도 함께 검토합니다.
다음으로 파일별로 공개 여부와 입수 가능성, 회사가 들인 노력, 경쟁상 가치를 검토해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나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자료를 가려냅니다. 영업비밀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사가 그 정보를 실제로 비밀로 관리했는지, 접근 권한을 제한하거나 비밀 표시를 했는지 등 관리 실태도 함께 따집니다.
고의에 관해서는 반출 당시의 업무 필요성과 회사의 관행, 퇴사 뒤 사용하지 않은 사정을 객관 자료로 정리해 의견서로 제출하고, 조사에 동석해 사실에 맞는 진술이 객관 기록과 함께 정리되도록 돕습니다. 반출 사실과 목적을 부인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면 자료의 반환과 삭제 확인, 회사와의 손해 정리처럼 처분과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을 마련하는 방향을 검토합니다. 회사가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가처분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형사와 민사에서 사실관계 주장이 일관되도록 정리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퇴사자의 자료 반출 사건은 같은 파일을 가져간 경우에도 자료의 성격과 반출 경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회사가 문제 삼는 파일을 하나씩 나누어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지 따지고, 반출 시점과 목적을 객관 자료로 설명할 수 있는지, 퇴사 뒤의 행위가 업무상배임과 부정경쟁방지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구분하면 다툴 지점과 정리할 지점이 분명해집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31일 기준 형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과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적인 내용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에 소개한 판례 사안은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을 요약한 것이며,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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