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임차인에게 사기로 고소당했다면 수사의 초점은 지금 돈이 없다는 사정보다 임대차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받을 때 돌려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에 맞춰집니다. 그 무렵의 시세와 대출, 다른 임차인에게 받은 보증금, 계약하면서 알린 내용이 기록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에 따라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정리되기도 하고 사기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글은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진 뒤 임차인의 고소로 피의자 조사를 앞둔 임대인을 위한 내용입니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거나 다음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아 반환이 막힌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보증금으로 매수 대금을 메우는 구조였다는 의심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미반환이라도 어느 쪽으로 평가되는지는 계약 당시의 기록으로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사기죄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 편취 고의를 판단하는 자료, 계약할 때 알리지 않은 사실의 문제, 임차인이 여럿인 경우 피해액을 보는 방법, 조사 전에 정리할 기록과 대응의 방향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돌려주지 못한 사정과 사기는 따로 판단합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돈을 빌린 사건에서 빌릴 당시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뒤에 갚지 못하고 있더라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고 사기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전세계약에서는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받은 무렵이 이 기준 시점이 되므로 만기 때 돌려주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판결은 상대방이 인적 관계나 거래 관계 때문에 장래의 반환 지체나 불능 위험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라면, 변제 의사나 능력처럼 거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사항에 관해 거짓말을 했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나중에 갚지 못한 사실만으로 기망이나 편취 범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돈을 빌린 사건에 관한 것이므로 전세 사건에서는 임차인이 계약 당시 어떤 정보를 갖고 있었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계약 당시 이미 반환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를 숨기거나 사실과 다르게 설명했다면 사기죄가 문제됩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기죄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정형은 2025년 12월 23일 개정된 것이고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을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르도록 하므로, 개정 전에 맺은 계약이라면 어느 법정형이 적용되는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범죄 후 형이 가벼워진 경우에만 신법이 적용됩니다.
고소한 임차인은 계약 당시 들은 설명과 지금의 미반환을 연결해 사기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사에서는 돌려주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계약 당시 반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편취 고의는 계약 전후의 객관적 사정으로 봅니다
피의자가 속일 생각이 없었다고 진술하더라도 수사기관과 법원은 그 진술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편취의 범의를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그 범의는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고 했습니다.
이 기준을 전세계약에 옮기면 계약 무렵의 재산 상태와 반환 계획을 보여 주는 자료들이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계약 당시 해당 주택의 시세와 보증금의 차이, 그 시세를 무엇으로 확인했는지
선순위 근저당과 대출 잔액, 같은 시기 다른 임차인에게 받은 보증금의 합계
주택을 사들인 자금의 출처와 보증금이 매수 대금에 쓰였는지 여부
소득과 다른 재산, 만기 때 반환 재원으로 예정했던 대출이나 매각 계획
이전 임차인들에게 실제로 보증금을 돌려준 이력과 만기 전후의 반환 노력
매매가와 전세 보증금의 차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보증금으로 매수 대금을 치른 구조라면 반환 재원이 처음부터 다음 임차인의 보증금뿐이었는지가 집중적으로 질문될 수 있습니다. 이때 다른 소득이나 재산, 실제로 신청했던 대출, 이전 계약에서 보증금을 돌려준 경과가 있다면 그 구조만으로 편취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의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같은 구조의 계약이 짧은 기간에 여러 건 반복되었다면 그 반복 자체가 불리한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가 문제되는 지점은 다음 임차인의 보증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돌려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약을 이어 간 사정이 기록으로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계약 당시 시세와 대출 규모로 보아 반환 재원이 있었고 이후의 가격 하락이나 대출 거절 같은 사정 때문에 반환이 막혔다면 그 경과를 자료로 보여 주는 것이 방어의 중심이 됩니다.
말하지 않은 사실도 기망이 될 수 있습니다
기망은 거짓말을 하는 적극적인 행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법률상 고지의무가 있는 사람이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일정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도 기망이 될 수 있고, 일반 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그 판결의 사안은 임대인이 여관 건물에 관해 이미 경매절차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맺은 경우였고, 대법원은 임차인이 스스로 등기부를 확인하거나 열람할 수 있었다고 해서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보아 사기죄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등기부에 나와 있었으니 임차인이 알았어야 한다는 주장만으로는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7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이 확정일자 부여일과 차임 및 보증금 등의 정보, 국세와 지방세 납세증명서를 임차인에게 제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계약 전에 임대인이 해당 정보의 열람에 동의하는 방법으로 이를 갈음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제시 의무는 2023년 개정으로 신설된 규정이고 부칙에 따라 개정 규정 시행 이후 체결한 계약부터 적용되므로 계약 시점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또 이 조항 자체에 형사처벌 규정이 붙어 있지는 않으므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계약 당시 어떤 정보를 제시했고 무엇을 설명했는지는 기망 여부를 다툴 때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판례 사안은 경매 진행 사실이었으므로 체납이나 다른 보증금 채무 같은 사정이 고지의무 대상인지는 임차인이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지를 기준으로 사건마다 따져 보아야 합니다.
임차인이 여럿이면 피해자별로 따집니다
여러 세대를 임대한 사건에서는 혐의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로 구성되는지가 처벌 범위를 크게 가릅니다. 같은 법 제3조 제1항은 사기로 취득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득액은 피해자별로 따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은 이 법의 이득액이 단순일죄의 이득액이나 포괄일죄가 성립하는 경우의 합산액을 뜻하고 경합범의 각 이득액을 더한 금액을 뜻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여러 피해자를 각각 속여 재물을 받은 경우에는 범의가 단일하고 방법이 같더라도 피해자별로 독립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피해자들이 하나의 동업체를 이루는 등 피해 법익이 동일하다고 볼 사정이 있으면 포괄일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부부라는 사정만으로 포괄일죄로 보아 이 법을 적용한 원심을 파기한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공동명의 임차인이나 법인 임차인이 섞여 있다면 누구를 피해자로 보고 어떤 금액을 이득액으로 삼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자별 이득액(같은 피해자에 대한 포괄일죄라면 그 합산액)이 5억원에 미치지 않으면 그 피해자에 대해서는 형법상 사기죄로 판단됩니다. 피해자별 금액과 계약 경위를 정리하는 일은 적용 법조와 처벌 범위를 정하는 문제와 바로 연결됩니다.
조사 전에 기록을 시간순으로 맞춥니다
임대인 사건의 조사에서는 계약 무렵의 재정 상태가 주요 질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기억에 기대어 답하기보다 매수 시점부터 고소 시점까지의 기록을 시간 순서로 맞추어 두어야 진술이 객관 자료와 어긋나지 않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기록은 고치거나 지우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주택 매매계약서, 매수 자금 이체 내역, 대출 약정서와 상환 내역
각 임대차계약서와 특약, 계약 무렵의 등기사항증명서 변동 내역
계약 당시 임차인이나 중개사와 주고받은 메시지와 설명 자료
당시 시세를 확인한 자료와 반환 재원으로 예정했던 대출 상담이나 매각 시도 기록
만기 전후 임차인과의 연락, 일부 반환이나 분할 반환 제안의 내역
이 자료로 계약별로 받은 보증금과 그 시점의 대출 및 다른 보증금 채무를 나란히 놓아 보면 반환 재원이 있었다고 설명할 수 있는 계약과 설명이 어려운 계약이 구분되기도 합니다. 여러 세대를 임대했다면 계약마다 사정이 달라 혐의를 일괄해 부인하거나 인정하기보다 계약별로 판단해야 사실관계에 맞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고소 이후 임차인과 연락할 때에는 반환 일정이나 금액에 관한 약속이 그대로 증거로 제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지킬 수 없는 일정을 약속하거나 계약 당시 사정에 관해 조사에서 할 진술과 다른 설명을 하면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반환 협의는 실제로 마련할 수 있는 재원과 시점을 기준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나눕니다
변호인은 먼저 고소장과 출석요구 내용을 통해 혐의가 형법상 사기인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인지, 피해자와 피해액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어 계약별 재무 상태를 재구성해 반환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고 볼 자료와 불리한 자료를 나누고, 계약 당시 설명과 고지에 관해 다툴 지점이 있는지 검토합니다.
다툴 여지가 있는 사건이라면 계약 당시의 시세와 반환 계획, 이후 사정 변경의 경과를 중심으로 의견서를 작성하고 조사에 동석해 진술이 자료와 함께 정리되도록 돕습니다. 일부 계약에 대해 책임을 부인하기 어렵다면 그 범위를 분명히 하고, 형법 제51조가 양형에서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정한 만큼 보증금 반환과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처분과 양형에서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지 함께 검토합니다. 반환 노력이 이미 성립한 범죄를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조사 이후에도 고소인이 추가 자료를 내거나 다른 임차인의 고소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계약별 정리 내용을 보완해 가며 대응하게 됩니다.
전세 보증금 사기 사건은 돌려주지 못한 결과보다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받은 시점에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설명했는지가 판단을 가릅니다. 계약별 재정 상태와 고지 내용, 피해자별 금액을 기록과 맞추어 정리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31일 기준 형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적인 내용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에 소개한 판례 사안은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을 요약한 것이며,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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