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회사 명의로 거래를 성사시키고 전자세금계산서까지 발행했다가, 뒤늦게 대표가 "허락한 적 없다"며 문제를 삼아 형사 고소에 이른 사례가 있습니다. 거래 자체는 실제로 있었고 대금도 오갔는데,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행위가 사전자기록위작죄가 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은 2026년 2월 이 쟁점에서 중요한 기준을 밝혔습니다. 권한이 있는 사람이 권한을 넘어 입력했더라도 입력된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면 위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의 허락 없이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경우 어떤 범죄가 문제 되고, 어디까지가 위작이며, 어떤 경우에는 여전히 처벌받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전자기록위작죄 — 형법 제232조의2가 처벌하는 것
형법 제232조의2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종이 문서를 위조하는 사문서위조죄의 전자기록 버전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전자세금계산서는 국세청 시스템에 전송되어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 사이의 거래 사실을 증명하는 전자기록이므로 이 조문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네 가지가 맞아야 합니다. 먼저 전자기록이 '타인'의 것이어야 하는데, 회사 명의로 발행되는 전자세금계산서는 행위자 개인이 아닌 회사의 기록입니다. 다음으로 그 기록이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행위가 위작 또는 변작에 해당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앞의 두 가지보다 '위작에 해당하는가'와 '그르치게 할 목적이 있는가'가 주로 다투어집니다.
여기에 형법 제234조가 더해집니다. 위작한 전자기록을 행사한 자는 위작죄와 같은 형으로 처벌되는데, 전자세금계산서를 국세청에 전송하는 행위가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작과 행사가 함께 기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자세금계산서 사건은 하나의 행위로 두 개의 죄명이 붙는 구조가 되고, 위작이 부정되면 행사도 함께 무너집니다.
사전자기록위작죄는 전자기록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지키는 죄이므로, 기록의 내용이 진실하다면 처벌의 이유 자체가 줄어든다.
허락 없는 발행 — 무권한과 권한남용을 나누어 본다
대표 허락 없이 발행했다는 말에는 서로 다른 두 상황이 섞여 있습니다. 첫째는 권한 자체가 없는 경우입니다. 회사와 아무 관련이 없거나, 퇴사 후 남아 있던 인증서·계정으로 회사 명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면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기록을 만들어낸 것이므로 위작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는 권한은 있으나 그 범위를 넘은 경우입니다. 임원이나 경리·영업 책임자처럼 회사로부터 계약 체결과 세금계산서 발급 업무를 맡아 온 사람이 대표의 구체적 승인 없이 특정 거래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경우가 여기에 속합니다. 대법원은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권한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여 전자기록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경우에도 위작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권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면책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판결이 말하는 것은 '권한남용으로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경우'입니다. 권한을 남용했다는 사실과 입력한 정보가 허위라는 사실은 별개로 판단해야 하고, 뒤에서 보는 2026년 판결이 바로 이 지점을 갈랐습니다. 따라서 이 유형의 사건에서는 "허락을 받았는가"보다 "발행한 내용이 사실과 다른가"가 먼저 정리되어야 합니다.
무권한 — 회사에서 아무런 권한을 받지 못한 사람이 기록을 만든 경우. 위작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음.
권한남용 + 허위 정보 — 권한은 있으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입력한 경우.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위작에 포함될 수 있음.
권한남용 + 진실한 정보 — 권한은 있고 내용이 실제 거래와 일치하는 경우. 위작이 아니라는 것이 2026년 판결의 결론.
대법원 2024도9475 판결 — 거래가 사실이면 위작이 아니다
대법원은 2026. 2. 12. 선고 2024도9475 판결에서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사안은 회사 직원들이 대표의 허락을 받지 않고 회사 명의 전자세금계산서를 다른 사업자 앞으로 발행하여 국세청에 전송했다는 이유로 사전자기록등위작과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원심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 거래였다고 보기 어렵고, 대표가 알았더라도 승낙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을 인정하여 유죄로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판결의 핵심은 두 문장입니다. 권한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여 입력하더라도 입력된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여 허위의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 전자기록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작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자세금계산서는 회사와 상대방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일 뿐, 그 거래가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까지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이 확인한 사실관계도 중요합니다. 피고인들은 회사로부터 계약 체결과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에 관한 업무 권한을 부여받아 해당 업무를 처리해 왔고, 회사와 상대 사업자 사이에 계약이 실제로 체결되어 대금 지급과 물품 공급까지 이루어졌으며, 전자세금계산서는 그 거래 내용대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위작 여부는 대표의 승낙이 아니라 기재 내용의 진실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실무에 의미가 큽니다.
전자세금계산서는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뿐 그 거래가 회사에 이익이 된다는 점까지 증명하지 않는다 — 거래가 사실대로 기재되었다면 대표의 허락 여부와 관계없이 위작이 아니다.
그르치게 할 목적 판단이 앞서지 않는 이유
원심은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을 인정하는 쪽에서 출발했습니다. 회사에 더 유리한 거래 상대방이 있었는데도 곧바로 특정 사업자를 통해 거래했고, 그 거래가 회사에 필수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런 접근은 수사기관과 고소인이 흔히 택하는 논리이기도 합니다. 거래의 득실을 따져 "회사에 손해를 끼칠 의도였다"고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대법원 판단의 순서는 다릅니다. 먼저 입력된 정보가 허위인지, 즉 위작의 객관적 요건이 충족되는지를 보고, 거기서 위작이 부정되면 목적을 따지지 않고 끝납니다. 목적 판단은 위작이 인정된 뒤에야 의미가 생깁니다. 거래 내용이 사실이라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거래였다는 사정은 위작죄가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따져야 할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목적 요건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거래를 꾸미거나 금액·품목·상대방을 부풀려 기재했다면 허위 정보에 해당하여 위작이 성립하고, 이때 목적 요건은 별도로 다투어집니다. 방어 단계에서는 거래의 존재, 기재 내용과 실제 거래의 일치, 업무 위임의 범위라는 세 가지를 먼저 자료로 정리해야 하고, 득실 논쟁은 그 뒤의 문제입니다.
그래도 남는 책임 — 업무상배임과 조세범처벌법
위작죄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2024도9475 사건도 마스크 주문 건의 업무상배임 부분은 원심의 유죄 판단이 유지되었고, 대법원은 전체가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로 유죄 부분 전부를 파기했습니다. 같은 행위가 위작에서 무죄 방향으로 평가받아도 배임에서는 별도로 판단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업무상배임은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에 따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성립하며, 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회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자신이 관련된 사업자와 거래하여 그 사업자에게 이익을 몰아준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위작 쟁점에서는 대표의 승낙이 결정적이지 않았지만, 배임에서는 임무에 위배했는지와 회사에 손해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세금 측면의 책임도 별도로 있습니다.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은 재화나 용역을 실제로 공급하거나 공급받지 않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 세율을 적용한 세액의 3배 이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거래가 실제로 있었다는 전제가 흔들리면 위작 쟁점 이전에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 거짓으로 기재하여 발급한 경우에는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처벌됩니다.
사전자기록위작·행사 — 형법 제232조의2·제234조. 기재 내용이 허위여야 성립.
업무상배임 — 형법 제356조. 임무위배와 회사의 손해가 쟁점.
세금계산서 관련 범죄 —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실제 거래 없는 발급이면 3년 이하 징역.
고소를 받았을 때 준비할 자료 — 거래의 실재와 위임 범위
수사 단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거래가 실제로 있었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모으는 것입니다. 계약서, 발주서와 납품 확인서, 거래명세서, 대금이 오간 계좌 내역, 물품 인도 기록이 기본입니다. 전자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과 품목, 수량이 이 자료와 일치한다는 점을 한 장의 표로 대조해 두면 '내용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업무 위임의 범위입니다. 직무분장표, 결재 권한 규정, 과거에 동종 거래에서 대표의 별도 승인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온 내역, 대표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권한이 있었다는 사실은 무권한 유형으로 분류되는 것을 막고, 위작 쟁점을 '내용의 진실성' 하나로 좁혀 주는 역할을 합니다.
세 번째는 상대방 거래처와의 관계입니다. 거래 상대방이 행위자 본인이 운영하거나 지분을 가진 사업자라면 배임 쟁점이 커지기 때문에, 이 관계를 숨기지 말고 거래 조건이 시장 가격과 비교해 합리적이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비교견적서나 동종 거래의 단가 자료가 이에 해당합니다. 진술 전에 이런 자료를 정리하지 않으면 피의자신문 단계에서 득실 논쟁에 끌려가 불리한 진술을 남기기 쉽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표 허락 없이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무조건 사전자기록위작죄인가요?
A. 아닙니다. 권한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했더라도 입력한 내용이 실제 거래와 일치하는 진실한 정보라면 위작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2024도9475 판결의 입장입니다. 다만 실제 거래가 없거나 금액·품목을 사실과 다르게 적었다면 위작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임원이나 직원처럼 권한이 있는 사람과 권한이 없는 사람은 결과가 다른가요?
A. 다를 수 있습니다.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전혀 없는 사람이 회사 명의로 기록을 만들었다면 위작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권한이 있는 사람은 권한남용이 있더라도 내용이 진실한 한 위작이 되지 않으므로, 위임받은 업무 범위를 보여 주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Q. 위작이 무죄가 되면 사건이 모두 끝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행위가 업무상배임으로 함께 기소되는 경우가 많고, 배임은 임무위배와 회사의 손해를 따로 판단합니다. 2024도9475 사건에서도 배임 부분의 유죄 판단은 유지되었고 경합범 관계라는 이유로 유죄 부분 전체가 파기되었습니다.
Q. 실제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만 발행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 세율을 적용한 세액의 3배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위작 쟁점에서도 허위 정보 입력으로 평가되어 불리해집니다.
Q. 대표가 알았다면 승낙했을지가 재판에서 중요한가요?
A. 위작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는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전자세금계산서가 거래 사실만 증명할 뿐 거래가 회사에 이익이 된다는 점까지 증명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승낙 여부는 배임이나 민사 책임에서 더 비중 있게 다루어집니다.
Q. 경찰 조사 전에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요?
A. 거래의 실재를 입증하는 계약서, 대금 이체 내역, 납품 자료와 전자세금계산서 기재 내용을 대조한 정리표입니다. 이어서 업무 위임 범위를 보여 주는 직무분장과 과거 발급 관행 자료를 모으고, 이 자료를 정리한 뒤 진술에 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대표의 허락 없이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전자기록위작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권한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했더라도 입력한 내용이 거래의 진실에 부합하면 위작이 아니라고 보았고, 위작 여부는 대표의 승낙이 아니라 기재 내용의 진실성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위작이 부정되어도 업무상배임이나 조세범 처벌법 위반은 별도로 남을 수 있습니다. 고소를 받았다면 거래의 실재, 기재 내용의 일치, 업무 위임 범위라는 세 축을 먼저 정리하고 각 죄명별로 방어 방향을 나누어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업 내부 분쟁에서 비롯된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이나 경기남부 관할 수사기관에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건 초기에 쟁점을 정확히 짚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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