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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직후 고인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관리자, 상속인에 대한 횡령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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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직후 고인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관리자, 상속인에 대한 횡령죄가 될까 

강대현 변호사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통장을 오래 관리해 온 사람이 사망 직후 "일단 장례비부터 쓰자"며 돈을 찾았다가 다른 상속인에게 고소당하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본인은 생전부터 맡아 온 계좌라 당연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예금주가 숨진 순간 그 돈의 주인은 상속인 전체로 바뀝니다. 이때 계좌를 관리하던 사람의 인출이 횡령죄가 되는지, 절도나 다른 죄명으로 달라지는지는 누구의 돈인지, 어떤 권한으로 맡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인출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이 글에서는 사망 직후 인출이 문제 되는 이유와 법원이 보는 판단 기준, 그리고 고소를 당했을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망 순간 돈의 주인이 바뀐다 — 횡령죄 성립의 출발점

횡령죄는 형법 제355조 제1항에 따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핵심 요소는 세 가지입니다. 재물이 타인의 것이어야 하고, 행위자가 그 재물을 위탁관계에 기초해 보관하고 있어야 하며,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예금은 은행에 대한 채권이지만 실무에서는 계좌 명의인이 아닌 사람이 인출해 소비하는 경우에도 인출한 현금 자체를 위탁받은 재물로 보아 횡령 여부를 따집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민법 제997조, 제1005조에 따라 사망 시점에 재산상 권리와 의무가 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됩니다. 예금채권처럼 나눌 수 있는 금전채권은 사망과 동시에 법정상속분대로 공동상속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그래서 사망 전에는 고인의 돈이었던 예금이 사망 후에는 상속인들의 돈이 되고, 계좌를 관리하던 사람이 상속인 중 한 명이더라도 다른 상속인의 몫에 관해서는 타인의 재물이 됩니다.

예를 들어 장남이 아버지 통장을 맡아 병원비와 생활비를 대신 처리해 왔다고 하겠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한 다음 날 장남이 잔액 4,000만원을 전부 인출해 보관하다가 동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장남의 법정상속분을 넘는 부분은 다른 상속인들의 몫이라는 점이 다툼의 출발점이 됩니다. 생전에 정당했던 관리 권한이 사망 후에도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예금주가 사망하는 순간 그 돈은 상속인 전체의 몫이 되므로, 생전에 정당했던 계좌 관리 권한이 사망 후에도 인출을 허용하는지가 횡령 여부의 출발점이다.

생전 위임은 사망으로 끝난다 — 민법 제690조와 위탁관계

계좌 관리를 맡긴 관계는 보통 위임이나 사무관리에 해당하는데, 민법 제690조는 위임이 당사자 한쪽의 사망으로 종료된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통장과 비밀번호를 받아 심부름하듯 인출해 온 사람의 대리권은 예금주가 사망한 시점에 원칙적으로 소멸합니다. 사망 후에는 고인의 의사에 따라 돈을 쓴다는 주장이 힘을 잃고, 같은 인출 행위라도 사망 전에는 정당한 업무이던 것이 사망 후에는 권한 없는 처분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민법 제691조는 위임이 종료된 경우에도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상속인이 위임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필요한 처분을 계속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이 사망 직후 필요한 지출을 변호하는 근거로 거론되지만, 적용 범위는 좁습니다. 이미 입원비 미납으로 퇴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나 장례식장 비용 결제처럼 지체할 수 없는 지출이어야 하고, 지출 금액도 필요한 범위로 한정됩니다. 잔액 전부를 현금으로 찾아 보관한 사정까지 이 조항으로 정당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사망 후에도 횡령죄의 위탁관계가 인정되느냐가 문제 됩니다. 판례는 위탁관계가 계약뿐 아니라 사무관리, 관습, 조리, 신의칙에 의해서도 성립할 수 있다고 보며,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와 당사자 관계를 고려해 규범적으로 판단합니다. 생전에 고인의 신임을 받아 통장을 맡았던 사람이 사망 후 그 돈을 상속인들을 위해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평가되면 위탁관계가 인정되고, 그 지위를 이용해 상속인 몰래 소비하면 횡령이 됩니다.

  • 생전 위임 종료 — 민법 제690조에 따라 예금주 사망 시 대리권 소멸, 이후 인출은 원칙적으로 권한 없는 처분.

  • 급박한 사정 예외 — 제691조는 병원비·장례비처럼 미룰 수 없는 지출을 필요한 만큼만 허용.

  • 위탁관계 판단 — 계약 외에 사무관리·관습·조리로도 성립하며 보관 경위를 규범적으로 판단.

  • 입증 부담 — 인출 목적과 사용처를 설명할 영수증·결제내역이 있는지가 결정적.

상속인이 직접 인출했다면 — 자기 상속분 범위의 인출은 무죄일까

자주 나오는 항변은 "어차피 내가 받을 상속분 안에서 찾았다"는 것입니다. 형사 판단에서는 인출액이 본인 법정상속분을 넘는지가 먼저 확인되고, 넘는 부분은 다른 상속인의 재물이라 횡령의 객체가 됩니다. 법정상속분은 민법 제1009조에 따라 같은 순위 상속인이 균등하고 배우자는 5할이 가산됩니다. 예컨대 배우자와 자녀 둘이 상속인이면 비율은 1.5 : 1 : 1이어서 배우자는 3/7, 자녀는 각 2/7씩이 됩니다.

그러나 상속분 범위 안이라는 주장이 곧바로 무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예금은 상속재산분할이 끝나기 전까지 상속인 전체가 관여하는 재산이고, 은행은 일반적으로 상속인 전원의 동의나 서류를 요구하는데 이를 피하고 몰래 인출했다면 불법영득의사를 의심받기 쉽습니다. 반대로 인출액이 본인 몫보다 적고, 장례비·병원비처럼 상속재산에서 정산될 비용을 지출했으며, 내역을 다른 상속인에게 알렸다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실무에서는 이 소명 자료가 얼마나 구체적인지가 기소 여부를 가릅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점은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과의 관계입니다. 민법 제1019조의 3개월 고려기간 안에 있더라도 상속재산을 처분하면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어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고인에게 빚이 많은 경우 형사 문제에 더해 상속채무까지 떠안는 이중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사망 직후 인출은 형사와 민사 양쪽 위험이 겹칩니다.

업무상횡령으로 무거워지는 경우 — 요양시설 종사자·후견인·간병인

단순히 가족이 아니라 업무로 고인의 돈을 보관하던 사람이라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이 적용됩니다. 이 경우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단순횡령보다 두 배 무겁습니다. 요양시설이 입소자의 용돈 통장을 관리하던 중이거나,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 재산을 관리하던 중 사망이 발생한 뒤 인출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후견은 피후견인의 사망으로 종료되므로 후견인의 권한도 함께 소멸합니다.

이때도 사망 직후의 정리 행위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후견인은 사무가 종료된 뒤에도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상속인이 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필요한 처분을 해야 하고, 이후에는 상속인에게 재산을 인계하며 관리 내역을 보고해야 합니다. 인계 전에 잔액을 개인 용도로 쓰거나 인계를 거부하고 임의로 보관하면, 인출 시점이 아니라 반환을 거부한 시점에도 횡령이 문제 됩니다. 형법 제355조는 처분뿐 아니라 반환 거부도 횡령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업무상횡령은 공소시효도 달라집니다. 단순횡령은 법정형 장기가 5년이라 7년, 업무상횡령은 장기가 10년이라 10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되는 것이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의 구조입니다. 시효가 길기 때문에 몇 년 전에 있었던 인출도 상속분쟁이 불거지면 뒤늦게 고소될 수 있습니다.

인출 방식이 달라지면 죄명도 달라진다 — 절도·컴퓨터등사용사기

위탁관계가 없는 사람이 몰래 인출했다면 횡령이 아니라 다른 죄가 검토됩니다. 고인의 현금카드와 비밀번호를 가져가 ATM에서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타인의 재물을 가져간 것으로 보아 형법 제329조의 절도죄(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가 문제 되고, 계좌이체처럼 허위 정보나 권한 없는 정보 입력으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면 제347조의2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문제 됩니다. 후자의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같은 사안에서 어떤 죄명으로 기소되는지는 행위자가 보관자 지위에 있었는지, 인출 수단이 무엇이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평소 통장과 카드를 맡아 관리해 온 사람은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어 횡령으로 의율되기 쉽고, 단지 병실에서 카드를 몰래 가져가 쓴 사람은 절도로 다뤄지기 쉽습니다. 죄명에 따라 법정형과 변론 포인트가 크게 달라지므로 수사기관이 어떤 구성요건으로 사건을 보고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사망 시점을 둘러싼 다툼도 자주 나옵니다. 임종 전에 인출했다고 주장하지만 은행 기록상 사망 신고 이후에 인출된 경우, 반대로 사망 직전 인출분을 사망 후 인출로 몰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망진단서의 사망 시각과 ATM 인출 시각, 은행 CCTV와 거래내역은 객관 증거라 진술보다 우선합니다. 고인이 생전에 증여하거나 용도를 지정한 사실이 있다면 이를 입증할 메모, 문자, 녹취도 중요합니다.

고소당했을 때 대응 — 내역 정리와 반환, 그리고 합의

고소를 당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출 시점부터 사용처까지의 흐름을 증거로 복원하는 것입니다. 인출 일시와 금액, 사용처별 영수증과 이체내역, 장례비·병원비 지출 증빙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남은 금액이 있다면 어디에 보관 중인지 확인해 둡니다. 사용처가 분명하고 고인을 위한 비용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여지가 있고, 개인적으로 쓴 부분이 있어도 어느 범위가 정당한 비용인지 구분해 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진술이 한번 굳으면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 진술에서 "고인이 쓰라고 했다"는 막연한 주장보다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는 설명이 중요합니다. 변호인과 함께 인출 경위를 정리하고 사용처 자료를 제출하면 기소유예나 불송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민사로는 다른 상속인이 부당이득반환이나 상속재산분할 절차에서 인출액의 정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형사 대응과 정산 협의를 같이 설계해야 합니다.

상속인 간 합의도 현실적인 해법입니다. 횡령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사건이 자동 종결되지는 않지만, 피해 회복과 처벌불원의사는 양형과 처분에 중요한 사정으로 고려됩니다. 인출액을 먼저 상속재산으로 되돌려 놓고 분할 합의서까지 마련하면,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사건을 재산 분쟁의 성격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장례비로 쓰려고 사망 직후 인출한 돈은 횡령인가요?

A. 장례비처럼 지체할 수 없는 필요 비용을 영수증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거나 정당한 지출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필요 금액을 넘겨 잔액 전부를 찾았거나 개인 용도로 섞어 썼다면 그 초과분은 문제 됩니다. 지출 내역을 다른 상속인에게 알렸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Q. 상속인이 아닌 간병인이나 지인이 인출하면 더 불리한가요?

A. 상속인은 일정 지분의 권리가 있어 본인 몫의 범위를 주장할 수 있지만, 상속인이 아닌 사람은 이런 주장 자체가 어렵습니다.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면 횡령, 그렇지 않으면 절도나 컴퓨터등사용사기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인출액 전체가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Q. 사망 사실을 모르고 인출했다면 처벌받나요?

A. 횡령죄는 고의범이라 예금주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재물이 타인의 것이라는 인식이 없어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망 통지를 받은 뒤에도 계속 인출했다면 그 시점부터는 고의가 인정됩니다. 연락 기록과 사망을 알게 된 시점을 입증할 자료가 핵심입니다.

Q. 인출한 돈을 돌려주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이미 성립한 횡령죄가 반환만으로 소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은 기소유예, 집행유예 등 처분과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됩니다. 상속재산으로 정확히 되돌리고 그 사실을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Q. 인출한 지 몇 년이 지나도 고소할 수 있나요?

A. 단순횡령은 공소시효가 7년, 업무상횡령은 10년이라 상속분쟁이 늦게 불거져도 고소가 가능합니다. 시효 기산점은 범죄행위가 종료된 때이고, 인출 시점이 오래됐더라도 반환 거부가 계속된 경우 쟁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점별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다른 상속인도 동의했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상속인이 인출을 사전에 승낙했거나 사후에 동의했다면 그 상속인의 몫에 관해서는 횡령이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구두 동의는 다툼이 생기면 입증이 어려워 문자메시지, 단체대화방, 합의서 같은 자료가 필요합니다. 일부 상속인의 동의만으로 나머지 상속인의 몫까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맺음말

예금주가 사망하면 계좌의 돈은 상속인 전체의 재산이 되고, 생전의 관리 권한은 민법 제690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소멸합니다. 그래서 사망 직후 인출은 횡령, 절도, 컴퓨터등사용사기 중 어느 쪽으로 다뤄질지가 보관자 지위와 인출 방식에 따라 정해집니다. 반대로 필요 비용의 범위, 지출 증빙, 다른 상속인에 대한 공개 여부가 갖춰져 있으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여지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형사 문제로 끝나지 않고 상속 포기·한정승인, 부당이득반환, 상속재산분할과 얽혀 있습니다. 사용처 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구하기 어려워지므로, 인출 내역과 영수증부터 확보하고 진술 방향을 정리한 뒤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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