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판결이 확정되고 나면 수사와 재판을 거치며 들어간 변호인 보수와 출석 비용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막상 비용보상을 청구하려 하면 "수사받을 때 혐의를 인정했던 기록이 있어서 거절당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는 분이 많습니다. 형사소송법은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해 두었을까요. 이 글에서는 무죄 비용보상의 구조, 거절 사유 가운데 '거짓 자백' 조항이 실제로 어떤 요건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 요건을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무죄 비용보상 — 형사보상과는 다른 별개의 제도
무죄가 확정된 뒤 국가에 청구할 수 있는 돈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구금을 당했던 사람에게 지급하는 형사보상(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고, 다른 하나는 구금 여부와 상관없이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돌려받는 비용보상입니다. 비용보상의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으로, "국가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해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자에 대하여 그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문언을 보면 원칙은 '보상한다'이고 예외가 '보상하지 아니할 수 있다'입니다. 구속된 적이 없어 형사보상 대상이 아닌 불구속 피고인도 무죄 확정만 되면 비용보상 청구권이 생깁니다. 이 조문은 "무죄를 받았다면 그 재판을 치르느라 쓴 돈은 국가가 부담한다"는 원칙을 법률에 새긴 것입니다. 따라서 거절 사유가 있는지를 따지기 전에, 우선 청구권 자체가 원칙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이 출발선입니다.
비용보상은 원칙이 '보상한다'이고, 거절은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예외일 때만 가능하다.
보상 범위 — 변호인 보수와 출석 비용에 한정된다
비용보상이 모든 지출을 돌려주는 제도는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194조의4 제1항은 보상 범위를 피고인이었던 자 또는 변호인이었던 자가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데 소요된 여비·일당·숙박료와 변호인이었던 자에 대한 보수에 한한다고 정합니다. 수사 단계의 지출, 증거 수집을 위해 쓴 비용, 감정을 의뢰한 비용 등은 이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금액을 정하는 방식도 따로 있습니다. 같은 항은 보상금액에 관하여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되, 피고인이었던 자에게는 증인에 관한 규정을, 변호인이었던 자에게는 국선변호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사선변호인에게 실제로 지급한 수임료가 전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선변호인 보수 기준에 맞춰 법원이 정한 금액이 인정됩니다. 공판기일에 변호인이 2인 이상 출석했다면 제194조의4 제2항에 따라 법원이 대표변호인 등 일부의 여비·일당·숙박료만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인정되는 항목 — 공판준비·공판기일 출석 여비, 일당, 숙박료와 변호인 보수
인정되지 않는 항목 — 수사 단계 지출, 증거 수집·감정 비용 등 위 항목 밖의 지출
금액 산정 — 피고인은 증인 규정, 변호인은 국선변호인 규정을 준용해 법원이 결정
복수 변호인 — 법원이 대표변호인 등 일부의 비용만으로 한정 가능
보상하지 않을 수 있는 네 가지 사유 — 임의적 거절의 틀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2항은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경우를 네 가지로 열거합니다. 첫째, 피고인이었던 자가 수사 또는 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거짓 자백을 하거나 다른 유죄의 증거를 만들어 기소된 것으로 인정된 경우입니다. 둘째, 1개의 재판으로 경합범의 일부에 대해 무죄가 확정되고 다른 부분에 대해 유죄가 확정된 경우입니다. 셋째, 형법 제9조(형사미성년자) 및 제10조 제1항(심신상실)의 사유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이고, 넷째, 그 비용이 피고인이었던 자에게 책임지울 사유로 발생한 경우입니다.
두 가지 특징을 기억해야 합니다. 먼저 모두 '보상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임의적 규정이어서,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법원이 반드시 거절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전부 또는 일부만 깎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이 목록은 열거이므로, 목록에 없는 사정(수사 중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처음엔 혐의를 인정했다 등)을 이유로 곧바로 거절할 수는 없습니다. 수사기관에서 한 번이라도 혐의를 시인했다는 사실은 이 가운데 첫 번째 사유와 겹쳐 보이지만, 그 요건은 훨씬 까다롭습니다.
거절 사유는 법이 열거한 네 가지뿐이고, 해당하더라도 법원이 일부만 깎을 수 있는 임의적 규정이다.
거짓 자백 사유의 요건 — '자백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제194조의2 제2항 제1호 문언을 요소별로 풀면 요건이 여러 겹입니다. 자백이 거짓이어야 하고, 거짓 자백이나 유죄 증거 조작이 수사 또는 재판을 그르칠 목적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 결과로 기소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대법원도 이 조항으로 비용보상청구를 기각하려면 단순히 거짓 자백을 했다거나 증거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사 또는 재판을 그르칠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 요건 구조가 갖는 의미는 큽니다. 수사 때 혐의를 시인했다가 재판에서 번복해 무죄를 받은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조사 당시 장시간 추궁에 지쳐 사실과 다르게 시인했거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진술했거나, 수사관의 유도에 따라 말한 경우라면 그 진술이 결과적으로 사실과 달랐더라도 '그르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목적은 진술이 틀렸다는 결과가 아니라 그 진술을 한 사람의 의도를 묻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 조항이 겨냥하는 전형은 따로 있습니다. 실제 범행을 한 다른 사람을 감추려고 자기가 범인이라며 대신 자수한 경우,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알리바이 증거를 허위로 만든 경우처럼 수사나 재판을 의도적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려 한 경우입니다. 이런 사정이 인정되면 법원이 보상을 거절하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판단의 초점은 '자백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수사·재판을 속이려 했는가'입니다.
거짓성 — 자백 내용이 실제 사실과 달라야 함
목적 — 수사 또는 재판을 그르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함(단순한 착오·혼동·압박에 의한 진술은 목적과 구별)
인과 — 그 자백이나 증거 때문에 기소에 이르렀다고 인정되어야 함
효과 — 해당해도 법원은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하지 않을 수 있을 뿐, 반드시 거절해야 하는 것은 아님
그르칠 목적은 누가 증명하나 — 청구권을 제한하려는 쪽의 몫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나는 수사를 그르칠 목적이 없었다"는 사실, 즉 없는 것을 증명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래서 입증 부담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실무에서 핵심입니다. 제194조의2 제2항 제1호는 문언상 "기소된 것으로 인정된 경우"라고 정해, 법원이 기록에 비추어 이 사유를 인정할 수 있을 때에만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청구권이 원칙이고 이를 제한하는 것이 예외라면, 예외 사유의 존재를 주장·소명하는 쪽은 청구권을 제한하려는 쪽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 구조의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대법원이 이 목적을 신중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해 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청구권을 제한하는 예외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단순히 수사 기록에 시인 진술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나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는 사실만으로 그르칠 목적을 추정할 수 없습니다. 법원이 거절 쪽으로 판단하려면 거짓 진술이 어떤 경위로 나왔는지, 번복은 언제 어떤 이유로 했는지, 수사기관이 이를 믿고 어떤 처분을 했는지 같은 구체적 사정을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청구인 입장에서는 이 구조를 알고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진술이 나온 조사 시간·방식, 번복 시점과 사유, 무죄 판결문에서 해당 진술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정리해 의견서에 담아 두면, 법원이 '목적 없는 착오·압박에 의한 진술'로 판단할 근거가 됩니다. 판결문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며 '수사 과정의 문제'를 지적했다면 특히 의미가 큽니다.
거짓 자백 사유는 '자백한 사실'이 아니라 '수사·재판을 그르칠 목적'이 인정되어야 작동하고, 그 사유를 내세우는 쪽이 구체적 사정을 보여야 한다.
다른 거절 사유와의 구별 — 경합범 일부 무죄와 책임 있는 비용
거짓 자백이 아닌 다른 사유들은 요건이 다릅니다. 제2호는 한 번의 재판에서 경합범의 일부는 무죄가 확정되고 나머지는 유죄가 확정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사기와 업무상횡령이 함께 기소되어 사기만 무죄, 횡령은 유죄가 된 경우 무죄 부분의 재판 비용을 전부 받기 어렵습니다. 변호인이 두 혐의를 한꺼번에 방어했기 때문에 무죄 부분에 쓴 비용만 따로 떼어내기 어렵다는 점이 반영되어 법원이 일부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3호는 형법 제9조·제10조 제1항, 즉 형사미성년자나 심신상실을 이유로 무죄를 받은 경우입니다. 이때는 행위 자체는 인정되었으므로 같은 취급을 하기 어렵습니다. 제4호는 비용이 피고인이었던 자에게 책임지울 사유로 발생한 경우입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불출석해 재판이 연기되고 그 때문에 추가 출석 비용이 든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 가운데 수사 시 자백과 연결되는 것은 제1호뿐이고, 그것도 위에서 본 목적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청구 절차와 기한 — 3년과 5년, 놓치면 청구권이 사라진다
비용보상은 저절로 지급되지 않고 청구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94조의3 제1항에 따라 피고인이었던 자의 청구로 무죄판결을 선고한 법원의 합의부가 결정으로 보상 여부와 금액을 정합니다. 청구 기한은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이고, 둘 중 먼저 도래하는 기한을 넘기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는 길도 있습니다. 제194조의3 제3항은 이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거짓 자백 사유로 청구가 기각되었다면 즉시항고와 재항고로 사유 요건의 충족 여부를 다시 다툴 수 있고, 앞서 본 '그르칠 목적' 해석이 바로 이 단계에서 쟁점이 됩니다. 절차 전반은 제194조의5에 따라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의 보상 예에 따르므로, 청구서 제출 방식과 서류도 그 절차에 맞춰야 합니다.
청구할 때는 보상받으려는 비용의 증빙이 필요합니다. 법원은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비용 명세서나 그 밖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변호인 선임 계약서, 보수 지급 영수증, 공판기일별 출석 내역 등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사 때 혐의를 인정했다면 비용보상은 받을 수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시인 진술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거절 사유가 되지 않고, 제194조의2 제2항 제1호는 그 진술이 거짓이면서 수사 또는 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이루어져 기소로 이어졌다고 인정되어야 작동합니다. 이 경우에도 법원은 보상하지 않을 수 있을 뿐 반드시 거절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Q. 구속된 적이 없어도 비용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과 달리 비용보상은 무죄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었던 자에게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하는 제도라 구속 여부와 무관합니다. 다만 보상 범위는 공판 출석 여비·일당·숙박료와 변호인 보수로 한정됩니다.
Q. 변호사 수임료를 전부 돌려받나요?
A. 보통은 실제 지급액 전부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제194조의4 제1항에 따라 변호인 보수는 국선변호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법원이 정한 금액이 기준이 되므로, 수임료가 이를 넘는 부분은 보상받기 어렵습니다.
Q. 일부는 유죄, 일부는 무죄라면 어떻게 되나요?
A. 1개의 재판으로 경합범의 일부는 무죄, 나머지는 유죄가 확정되었다면 제194조의2 제2항 제2호에 따라 법원이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무죄 부분에 해당하는 몫만 따져 일부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정리되기도 하므로 청구서에 그 부분을 구체적으로 구분해 적는 것이 좋습니다.
Q. 청구 기한은 언제까지인가요?
A. 제194조의3 제2항에 따라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지나면 청구할 수 없으므로 판결 확정 직후 바로 준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청구가 기각되면 다시 다툴 수 있나요?
A. 제194조의3 제3항에 따라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거짓 자백이나 그르칠 목적 같은 거절 사유의 요건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이면 항고 단계에서 다투게 됩니다.
맺음말
무죄 비용보상은 '보상한다'가 원칙이고 거절은 법이 열거한 네 가지 사유에 한정된 예외입니다. 그중 수사 때의 자백과 관련되는 것은 제194조의2 제2항 제1호뿐이며, 이 조항은 자백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자백이 거짓이고 수사나 재판을 그르칠 목적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묻습니다.
따라서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인정한 기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청구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청구는 무죄 확정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이라는 기한 안에 해야 하고, 보상 범위도 공판 출석 비용과 변호인 보수에 한정되므로 증빙부터 챙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안에 따라 거절 사유 해당 여부와 보상 범위가 달라질 수 있으니 구체적인 사정은 전문가와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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