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매장에서 납품업체 소속 판촉사원이 마트 직원처럼 진열과 계산 보조, 재고 정리까지 맡고 있는데도 그 인건비는 전부 납품업체가 내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법이 금지하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형마트가 납품업체의 인력을 자기 사업장에 파견받아 일을 시키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고,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사전 서면 약정을 요구합니다. 서면 없이 사람을 쓴 경우 납품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뿐 아니라 법원에서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길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경우가 위법한 파견이 되는지, 3배 배상은 어떤 요건에서 가능한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 금지 — 대규모유통업법 제12조의 구조
대규모유통업법 제12조 제1항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 등으로부터 종업원이나 그 밖에 납품업자 등에 고용된 인력을 파견받아 자기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여기서 대규모유통업자란 소비자가 쓰는 상품을 다수의 사업자로부터 납품받아 판매하는 자 중 직전 사업연도 소매업종 매출액이 1천억원 이상이거나 매장면적 합계가 3천제곱미터 이상인 점포를 소매업에 사용하는 자를 말합니다(제2조 제1호). 이른바 대형마트, 백화점,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금지의 취지는 분명합니다. 납품업체는 매장 입점이나 거래 유지를 위해 마트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고, 마트가 자기 인건비를 납품업체에 넘기면 그만큼 납품업체의 부담이 되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비용 전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은 파견 자체를 막고,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를 좁게 열거해 두었습니다. 같은 조 제3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마트가 자기가 고용한 사람의 인건비를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는 행위도 금지합니다.
이 규제는 모든 거래에 무조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3조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거래를 적용에서 제외하는데, 우월적 지위는 유통시장 구조, 사업능력의 격차, 납품업체의 거래 의존도, 상품의 특성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따라서 해당 마트에 대한 납품업체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뒤에서 다룰 입증 자료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대형마트가 납품업체 직원을 매장에서 일하게 하려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에 해당해도 사전 서면 약정이 있어야 한다 — 서면 없는 파견은 그 자체로 제12조 위반이다.
예외가 허용되는 4가지 경우 — 서면 약정과 사유가 모두 필요하다
제12조 제1항 단서는 예외 요건을 두 겹으로 겹쳐 놓았습니다. 하나는 사전에 파견조건을 서면으로 약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 네 가지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파견된 인력은 그 인력을 고용한 납품업체가 납품하는 상품의 판매·관리 업무에만 종사해야 합니다. 서면만 있다고 되는 것도, 사유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제1호 — 마트가 파견 종업원의 인건비를 비롯한 제반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이때 마트는 인건비, 식비·교통비 등 실비, 그 밖에 점포에서 판매 업무에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2호 — 납품업체가 예상이익과 비용의 내역·산출근거를 객관적·구체적으로 적은 서면으로 마트에 자발적으로 파견을 요청하는 경우. 마트가 요구해서 받은 서면은 자발적 요청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제3호 — 특수한 판매기법 또는 능력을 지닌 숙련된 종업원을 파견받는 경우.
제4호 — 특약매입거래를 하는 납품업체가 상시 운영하는 매장에서, 상품 특성상 전문지식이 중요하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상품류를 판매·관리하기 위해 파견하는 경우.
서면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는 시행령 제10조 제1항이 정합니다. 종업원 등의 수, 근무기간 및 근무시간, 종사할 업무내용, 인건비 분담 여부 및 조건이 그것입니다. 또 제12조 제2항에 따라 파견조건 서면에는 마트와 납품업체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해야 하고, 제2호의 자발적 요청 서면에는 납품업체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해야 합니다. 구두로 파견하고 인건비는 알아서 부담하라는 식의 관행은 어느 호에도 해당하기 어렵습니다.
서면 약정 없는 파견이 위법이 되는 경우 — 실제 문제되는 장면
서면 약정이 없다는 사실은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단서의 예외는 서면 약정을 전제로 하므로, 서면이 없으면 제1호부터 제4호의 사유가 있는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원칙 금지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마트 담당 바이어가 행사 기간마다 판촉사원 3명을 보내라고 구두로 요구하고, 납품업체가 그 인건비를 전액 부담하며 사원들이 마트 직원의 지시에 따라 다른 업체 상품까지 진열했다면 위반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유의할 점은 파견된 인력이 자기 회사 상품만 판매·관리했는지입니다. 서면이 있어도 단서의 업무 범위를 넘어 계산대 지원, 타사 상품 진열, 창고 하역처럼 마트 일반 업무에 투입했다면 예외의 틀을 벗어납니다. 반대로 납품업체가 스스로 영업 전략상 자기 상품을 홍보하려고 사원을 보냈고 마트가 지휘·감독이나 비용 전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파견받은 것이 아니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어, 누구의 요구로 누가 업무를 지시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것은 사후에 만든 서면입니다. 문제가 불거진 뒤에 급히 받은 확인서는 법이 요구하는 "사전" 서면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메일이나 메신저에 파견 요청 내용이 남아 있으면 오히려 마트의 요구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므로, 서면이 없다는 사실과 요구의 존재를 함께 입증하는 방향으로 자료를 모으게 됩니다.
3배 배상의 근거 — 제35조의2 제2항과 대상 위반행위
손해배상의 근거는 제35조의2입니다. 제1항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법을 위반해 납품업자 등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정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대규모유통업자가 입증하면 면책된다고 합니다. 즉 일반 불법행위와 달리 고의·과실 없음의 입증책임이 마트에 있습니다.
제2항이 3배 배상의 핵심입니다. 대규모유통업자가 제7조(상품대금 감액), 제10조(반품), 제12조(종업원 사용), 제18조(보복조치)를 위반해 손해를 입힌 경우 법원은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 모든 위반행위가 아니라 이 네 조문에 한정된다는 점이 중요한데, 판촉사원 파견은 제12조에 해당하므로 대상에 들어갑니다.
다만 3배는 "자동으로 3배"가 아니라 법원이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할 수 있는" 상한이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법원은 고의 또는 손해발생 우려를 인식한 정도, 납품업자가 입은 피해규모, 마트가 취득한 경제적 이익, 위반행위에 따른 벌금·과징금, 위반행위의 기간과 횟수, 마트의 재산상태,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를 고려합니다(제35조의2 제3항). 반복적이고 장기간 계속된 파견일수록, 마트가 그로 인해 얻은 인건비 절감 이익이 클수록 배상액이 커질 여지가 있습니다.
제12조 위반은 제35조의2 제2항의 3배 배상 대상이고, 고의·과실 없음은 마트가 입증해야 한다 — 다만 3배는 법원이 정하는 상한이다.
손해액은 어떻게 계산하나 — 인건비와 입증 방법
3배 배상의 출발점은 결국 실제 손해액입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손해는 납품업체가 파견 사원에게 지급한 급여, 4대 보험료 사업주 부담분, 식비·교통비 등 실비입니다. 파견이 위법하다면 마트가 부담했어야 할 비용을 납품업체가 대신 낸 셈이므로 그 금액이 손해의 중심이 됩니다. 예컨대 사원 3명이 12개월 동안 마트 매장에서 근무했고 인건비 등 총비용이 연 1억 2천만원이라면, 그 금액이 기본 손해액이 되고 법원은 사정에 따라 그 범위 안팎에서 배상액을 정하게 됩니다.
입증 자료는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급여대장과 근로계약서, 근무 일정표, 마트 측의 파견 요청 메일·문자, 마트 담당자의 업무 지시 내역, 근무 사진, 마트 시스템에 등록된 출입증·교육 이력 등이 그 예입니다. 근로계약서와 급여대장은 인건비 지출 사실을 보여주고, 마트의 지시 흔적은 마트가 파견을 받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손해액을 정확히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35조의2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에는 공정거래법 제110조(공정거래위원회에 기록 송부 요구)와 제115조(손해액의 인정)가 준용됩니다. 손해가 발생한 것은 인정되지만 손해액 입증이 성질상 매우 곤란한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기초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고, 공정위 조사 기록의 송부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 신고와 소송 — 어떤 순서로 움직이나
행정 절차와 민사 절차는 서로 독립적이어서 병행할 수 있습니다. 제29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 위반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게 하고, 공정위는 위반 마트에 대해 제32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제35조에 따른 과징금 부과를 할 수 있습니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제39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대상이 됩니다.
신고에는 눈여겨볼 장치가 하나 있습니다. 신고자가 동의하면 공정위가 마트에 신고 접수 사실을 통지하는데, 이 통지는 민법 제174조의 최고가 있은 것으로 봅니다(제29조 제4항). 시효 중단 효과와 관련해 의미가 있지만 신고가 무혐의로 끝나거나 신고를 취하하면 이 효과가 인정되지 않는 예외가 있습니다. 또 공정위는 위반행위가 끝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시정명령·과징금을 하지 않으므로(제31조), 오래된 파견은 행정 절차로는 다룰 수 없을 수 있습니다.
한편 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조정 신청 사건에 소가 제기되면 법원이 조정이 있을 때까지 소송절차를 중지할 수 있다는 점(제26조의2)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다만 거래 유지를 우려하는 납품업체의 사정상, 신고와 소송 중 무엇을 먼저 할지는 증거 상태와 거래 관계를 함께 보고 정해야 합니다. 법은 신고를 이유로 한 거래 중단·불이익 같은 보복을 제18조에서 금지하고 있고, 이 제18조 위반 역시 3배 배상 대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면 약정 없이 파견했다면 곧바로 3배를 받을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제35조의2 제2항은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법원이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는 상한 규정입니다. 법원은 고의 정도, 피해규모, 마트의 이익, 위반 기간과 횟수 등을 고려해 배수를 정하므로, 실제 손해액 입증과 위반의 고의성을 보여주는 사정이 함께 필요합니다.
Q. 우리 쪽에서 먼저 사원을 보내겠다고 한 경우도 위반인가요?
A. 납품업체가 예상이익과 비용의 내역 및 산출근거를 구체적으로 적은 서면으로 자발적으로 요청한 경우는 제12조 제1항 제2호의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서면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리고 사전 파견조건 서면 약정이 별도로 있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말로만 먼저 제안했다는 사정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마트가 인건비 일부를 부담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제1호 예외는 마트가 인건비를 비롯한 제반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를 말하며, 시행령상 인건비와 식비·교통비 등 실비, 점포에서 드는 비용이 포함됩니다. 일부만 부담했다면 부담하지 않은 부분이 남고, 약정서에 부담 비율이 명확히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Q. 이미 몇 년 전에 있었던 파견인데 청구할 수 있나요?
A. 공정위의 시정명령·과징금은 위반행위가 끝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할 수 없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기간은 별도로 따져야 하므로, 종료 시점과 마지막 인건비 지급일을 정리해 두고 가능한 한 빨리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소송을 하면 마트와 거래가 끊기지 않을까요?
A. 거래 중단은 현실적인 부담입니다. 법은 신고나 분쟁조정 신청 등을 이유로 한 보복행위를 제18조로 금지하고, 이 역시 3배 배상 대상입니다. 거래 유지가 우선이라면 분쟁조정협의회 조정이나 합의를 먼저 시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Q. 어떤 증거부터 모아야 하나요?
A. 파견 요청 메일·메신저 기록, 근로계약서와 급여대장, 근무 일정표, 마트 담당자의 업무 지시 내역을 우선 확보하십시오. 담당자가 교체되거나 계정이 정리되면 사라질 수 있는 자료부터 백업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대형마트의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에 해당하려면 사전 서면 약정과 법이 정한 사유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서면 없이 사람을 쓰게 했다면 제12조 위반이 되고, 이는 제35조의2 제2항에 따라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의 배상 대상이 됩니다. 다만 배수는 법원이 정하는 상한일 뿐이므로 실제 지출한 인건비와 마트의 요구 사실을 증거로 정리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공정위 신고와 민사 소송은 병행할 수 있지만 신고 이후의 기간 제한, 거래 관계, 증거 보존 상황에 따라 순서가 달라집니다. 파견 사실과 비용 지출 자료를 정리한 뒤, 어떤 절차가 적합한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유통 분쟁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 어디서든 다뤄지는 만큼 수원지방법원 관할 사건이라면 관할과 절차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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